
아마존의 알렉사는 크고 아름다우며 예상치 못한 한 방이었습니다. 전에 없던 분야를 만들어낸 아마존은, AI의 리더였던 구글과 기기의 리더였던 애플을 긴장시켰습니다. (알렉사가 내장된 써드파티 기기를 포함해) 1억 대가 넘게 판매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실 사용자는 아니라고 해도, 5천만 명이라고만 하더라도 아마존 가입자 중 꽤 많은 수 입니다. 파이어 태블릿과 파이어 폰의 실패 이후, 아마존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아직 반 쪽짜리 성공입니다. 우린 아마존이 실제로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지 질문해봐야 합니다. 아마존과 연동된 이 기기로, 소비자는 무엇을 하나요? 어떤 전략적인 이점이 있을까요? 수 천만 가구에 아마존의 ‘소비자 접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아마존은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같은 질문을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에 물어본다면 좀 쉬울 것입니다.
- 구글과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도달률(reach)’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의 기기는 최대한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 하죠.
- 어떤 이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이런 이유로 걱정합니다. 기존의 광고 인벤토리(주: 디스플레이/ 검색)가 없는 오디오 전용기기에 광고를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저는 이들의 핵심 수익모델(공유, 피드, 검색 및 구매유입)이 오디오로 이동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동이라기보다는 광고시장의 확장이며, 부가적인 사용을 유도하는 악세사리일 뿐이겠죠.
- 애플은 기기를 팔아 돈을 법니다. 그러니 기기를 팔면서 실질적인 이익을 만들어내고, 고객을 애플의 생태계로 더 가까이 끌어당깁니다. 예를들어 여러분이 애플의 홈팟이나 애플TV를 구매한다면, 다음 핸드폰으로는 안드로이드보다는 아이폰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위의 세 회사의 경우, 소비자가 기기를 구입하여 기본적인 활용만 한다면 그 전략적 목표가 달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마존은 물건을 파는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아마존은 TV광고를 통해 프라임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고, 프라임 멤버십은 가입자들이 아마존을 통해 어린이 신발이나 비누와 같은 물건을 더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알렉사가 어떤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엄청나다고 얘기되는 ‘시계 겸 라디오’ 알렉사의 몇 가지 사용 예시를 볼까요. 최근 통계를 보면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은 오디오(음악/팟캐스트), 날씨 알림 및 타이머, 퀴즈 질문 및 조명 제어라고 합니다. 이게 사용되는 대부분의 기능이라면, 안타깝지만 현재 알렉사는 아마존에게 있어 기껏해야 재미난 마케팅 사례 정도일 뿐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알렉사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 – 시장 핏’을 맞추긴 했지만 아마존과의 핏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죠.
아마존에서 알렉사에 관한 두 가지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1억 대가 팔린 알렉사를 연구하는 아마존의 직원이, 10,0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아마존이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한다고 하지만 에코가 외부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큰 숫자입니다. 아마도 실험을 반복하기 위한 팀 규모겠죠. “소비자는 알렉사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고, 아마존은 이 유저 시나리오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의 실험을 위한.
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들도 있습니다. ‘스마트 홈’ 장치를 제어하는 알렉사의 기능이 확장되면, 더 많은 배달 시나리오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아마존 배달 로봇이 도착하면 자동으로 차고문을 열거나, 나아가서는 ‘페덱스 배송이 오면 문을 열어줘’라고 명령을 내리고 이 장면을 비디오로 사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겠죠)
자동주문을 더 쉽게 할 수도 있을테고 (세제가 떨어지면 세탁기에서 바로 주문이 들어간다거나), 상품 브랜드가 고객들의 제품 사용을 돕기 위해 알렉사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두 손을 모두 써야 하는 어떤 상황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오디오 매뉴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답은 아직 모릅니다. 이 ‘아직 모른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마존은 계속해서 다양한 실험을 해왔습니다. 최근 제품인 파이어 태블릿이나 파이어 폰만 보더라도 아마존의 실험은 계속된다고 말할 수 있죠.
저는 그런 실험들이 알렉사의 ‘스킬’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수 천 개의 스킬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몇 개나 사용되는지, 몇 개나 실제 상품구매에 도움을 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UX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오디오 전용 인터페이스는 역설적입니다. 일견 GUI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듯 하지만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오천 개가 넘는 스킬이 있지만, 그 오천 개가 무엇이냐고 알렉사에게 이야기시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마존과 구글이 계속 디스플레이를 가진 기기를 실험하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이겠죠. (이미 시장에 깔린 건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원점으로 돌아와 생각해볼까요. 알렉사에는 훨씬 더 큰 전략적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옵션 가치’입니다. (주: Option Value – 당장 수익화하지 않더라도 그 권리를 획득하는 것에 대한 가치)
모바일 환경이 되면서 일어난 가장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사용자의 기기가 (PC에 비해) 그다지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데스크톱에서의 웹브라우저는 각 사이트에서의 결제나 인터랙션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선탑재 앱에서 푸시알림, (인앱결제를 포함한) 인터랙션 모델까지 모두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과 구글(안드로이드)는 기기를 통해 사용자 접점을 장악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훨씬 더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같은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아마존이 이 문제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기기와 사용자 접점을 장악한다는 것은 플랫폼 회사에게 아주 큰 전략적 이점을 줍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앞날을 생각할 때 더욱 중요합니다. 비록 당장 그 접점에서 비누가 팔리지 않더라도 말이죠.
- 번역: 해리스(객원) / 편집: 뤽
- 원문: https://www.ben-evans.com/benedictevans/2019/1/29/is-alexa-wor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