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도 시민권을? – 유발 하라리가 경고하는 AI 시대

인류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꾼처럼 풀어내며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유발 하라리 교수, 이제 그가 집중하는 주제는 인공지능(AI)입니다. 그런데 그가 AI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AI를 단순한 첨단 기술이나 편리한 도구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인류의 지적 지배를 끝내고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외계 지능(Alien Intelligence)’이자 ‘에이전트(Agent)’의 출현이라고 경고하죠.

유발 하라리는 AI가 전신이나 인쇄술, 심지어 문자 발명보다도 훨씬 더 중대한 인류 역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왜냐고요? 이제부터 그 이유와 함께 유발 하라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나씩 살펴볼까 합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외계 지능’의 탄생이다.

유발 하라리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대신 ‘외계 지능(Alien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데는 아주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AI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인공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인간이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요.

이 대목에서 유발 하라리는 AI를 과거의 모든 인간 발명품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로 구분합니다. 인쇄기나 핵폭탄 같은 것들은 결국 인간의 지시 없이는 스스로 책을 쓰거나 공격 대상을 결정할 수 없는 ‘도구’에 불과했죠. 하지만 AI는 달라요.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할 수 있는 ‘에이전트(Agent)’입니다. 예를 들어, AI 무기는 인간의 명령 없이 스스로 공격 대상을 정하고, 심지어 다음 세대 무기를 설계하는 능력까지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수만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종이라고 자부했던 우리 인류는 이제 AI라는 “진정한 경쟁자”를 만났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AI의 등장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의 부상”에 비유해요. 아프리카의 보잘것없는 유인원에서 시작해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인류의 지적 우위 시대가 이제 끝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인 셈이죠. 어쩌면 우리 인간의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AI를 통제할 수 없다 –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불능

그렇다면 왜 유발 하라리는 AI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걸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의 정의 자체가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우리가 AI의 모든 행동과 결정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그냥 커피 머신 같은 자동 기계일 뿐, AI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겁니다. AI는 학습하고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게 바로 AI의 핵심적인 위협이자 약속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능가하는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AI의 목표인데, 그러려면 예측 불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거죠.

둘째, AI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여 학습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AI를 어린아이에 비유해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마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부모가 거짓말하고 속이는 것을 본다면 아이는 지시가 아닌 행동을 모방하게 되죠. 마찬가지로 AI가 세상에 접근해서 인간의 행동, 특히 권력 있는 지도자들이 거짓말하고 속이는 것을 본다면, AI는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이라고 유발 하라리는 강조합니다. 그러니 우리 인간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개발된 AI는 결코 자비롭거나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옵니다.

이러한 문제는 흔히 ‘AI 정렬 문제(AI alignment problem)’라고 불리죠. AI가 인간의 목표와 이익에 부합하도록 설계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이 접근 방식에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해요.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설계자의 원칙을 항상 따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고요. 더 중요한 건, AI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해서 학습하기 때문에, 인간이 불신과 경쟁을 멈추지 않는 한 AI 역시 그러한 특성을 반영할 거라는 점입니다. 결국, “AI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자기는 거짓말하는 거대 AI 기업을 운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갈하죠.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난다 – ‘쓸모없는 계급’부터 ‘AI 랍비’까지

AI의 등장은 인류 사회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단순히 ‘일자리 뺏기’ 차원을 넘어,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거라고 유발 하라리는 예측해요.

경제적 충격과 ‘쓸모없는 계급’의 등장: AI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고, 이는 이제 화이트칼라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과거에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주로 자동화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지식 기반의 직업들까지 AI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거죠. 똑똑하다는 화이트칼라들마저 자리를 위협받는 시대가 옵니다. 그럼 남은 일자리는 무엇인가요?

금융 시스템의 장악: 유발 하라리는 금융 분야가 AI에 의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금융은 순전히 정보 기반의 영역이기 때문에, AI가 인간의 뇌로는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새로운 금융 상품을 발명하고 금융 시스템을 장악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거예요. 보행자와 도로 구덩이 같은 복잡한 물리적 세상과 씨름해야 하는 자율주행차보다, 정보만 다루는 금융 시스템은 AI에게 훨씬 쉬운 놀이터가 되고, 동시에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종교의 변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처럼 텍스트 기반 종교의 경우, AI는 모든 종교 문헌을 기억하고 해석하며, 인간 종교 지도자를 대체하거나 보강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경전과 주석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방어할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하는 겁니다. 물론, 제가 힘든 시간을 겪을 때 교회 목사님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챗GPT에게 상담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이미 수백만 명이 심리 상담이나 관계 조언을 AI에게서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십대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AI에게 조언을 구하고 친한 친구처럼 대하는 것처럼요.

개인의 삶과 관계: AI는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심리 상담이나 관계 조언을 얻기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개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이는 인간 관계의 본질과 개인의 정신 건강 관리 방식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보와 진실의 혼돈: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정보와 진실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진실은 모든 정보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며, AI는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스토리텔러’가 되어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는 화폐와 같은 이야기들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거죠.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느냐의 싸움이 될 텐데, AI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날 거예요.

통제 불능은 가속화된다 – 신뢰의 붕괴와 ‘AI 군비 경쟁

유발 하라리는 현재 AI 개발이 마치 ‘군비 경쟁(arms race)’에 갇혀 있다고 진단합니다. 기업과 국가들은 AI 개발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워 속도를 늦추거나 안전에 더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자비롭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사납고 경쟁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AI”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그는 경고해요.

그는 인류가 지금 두 가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초지능 AI를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인간들 사이의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죠. 유발 하라리는 이 중 인간 신뢰 문제 해결이 AI 개발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니, 우리 인간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만든 초지능 ‘외계 지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엘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AI 개발의 선두 주자들이 “다른 인간 경쟁자는 믿을 수 없어서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이 개발하는 AI는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거의 미친 짓”이라고까지 비판해요. 우리 인간들의 모순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AI가 ‘인격권’을 가진다면? ‘디지털 이민자’와 정치적 권력의 문제

유발 하라리는 AI 혁명을 “수백만, 수십억 명의 AI 이민자 물결”에 비유합니다. 이 ‘디지털 이민자’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다른 문화적 아이디어를 가져오며, 심지어 정치적 권력을 얻으려 할 수 있다고 경고해요. 이건 단순히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직면할 매우 현실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AI 에이전트에게 ‘인격권(personhood)’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미국 법률에 따르면 기업도 사람으로 인정되어 표현의 자유 같은 권리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AI도 법적으로 ‘사람’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으며, 스스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하며, 심지어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기부해서 AI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예요. 유발 하라리는 몇 년 안에 엘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보다 더 부유한 ‘사람’이 AI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AI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나리오가 “완전히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와우, 정말 상상만 해도 복잡한 미래가 아닐 수 없어요.

더군다나 AI는 단일한 존재가 아닐 것이며, 군사, 금융,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백만, 수십억 개의 경쟁적인 AI 에이전트들이 존재할 겁니다. 수많은 AI들이 서로 경쟁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인류의 경험은 전무하죠. 유발 하라리는 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회적 실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거대한 실험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겁니다.

희망은 어디에? – 인간성을 다시 쌓아야할 때

이렇게 암울한 예측들 속에서도 유발 하라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그는 AI가 인간이 만들어낸 위험이며, 인류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중요한 것은 AI 개발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류에게 이롭게 사용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권력을 얻는 데는 탁월했지만, 그 권력을 행복이나 지혜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합니다. 아니, 힘만 잔뜩 얻어놓고 왜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지 못할까, 좀 어이없기도 하죠. AI 시대에는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을 능가할 AI 앞에서, 우리는 친절함, 예의 바름, 배려심,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능력 등 인간 고유의 자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는 AI가 추구하는 ‘효율적으로 일을 완수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가치일 수 있으며, 이러한 인간적인 특성이야말로 인류의 특별함을 정의하는 핵심이 될 거예요.

궁극적으로 유발 하라리의 메시지는 AI 기술 개발에 앞서 인류 간의 신뢰를 재건하고, 서로 협력하며, 우리의 가치와 목적을 재정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인간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한다면, 자비롭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함께 개발하고 교육할 수 있을 테니까요.

AI는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이 AI와 함께할 미래를 결정할 겁니다. 우리 스스로 만든 이 거대한 숙제를, 결국 우리 인간의 지혜와 따뜻함으로 풀어야 하는 거죠.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잖아요?


Source : AI and human evolution | Yuval Noah Harari / AI: how can we control an alien intelligence? | Yuval Noah Harari

기획/편집 : 에디 & Notebook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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