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북클럽,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만들어가는 소설의 왕국 (번역)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만드는 북클럽에 대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번역했다.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주춤할 때, 리즈 위더스푼은 책으로 사다리를 쌓아올렸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지하실에 갇힌 여자’가 나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깜짝 놀라실 걸요.” 배우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은 말했다. “물론 그런 일이 실재한다는 것은 알죠. 하지만 그런 책을 읽고 싶진 않잖아요.”

위더스푼은 학술적인 논문이라든지, 나무들이 나오는 700 페이지 짜리 소설을 읽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내쉬빌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앉아, 배달시킨 나초를 살사에 찍어 먹으며, 위더스푼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리즈 북클럽(Reese’s Book Club)’에서 고르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북클럽을 엄격히 자신과 분리하며 3인칭으로 불렀다.)

“낙관적이었으면 해요.” 위더스푼은 말한다. “공유할 만한 것이어야 하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거든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위더스푼이 원하는 것은 여성이 쓴,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소설이다. “그게 바로 여성의 일이니까요.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아요.”

48세의 위더스푼이 출판 업계에 존재감을 보여온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위더스푼이 소설 원작으로 제작한 시리즈인 <빅 리틀 라이즈>,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시청자들의 몰아보기를 유발하며 히트했다.

‘리즈 북클럽’에서 고른 추천 도서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머무른다. 심지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몇 년이었다. 2023년, 리즈 북클럽은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보다 더 많은 책을 판매시켰다. 서카나 북스캔의 통계에 따르면, 그 수는 230만 부에 달했다.

(비록 그게 스탠포드긴 하지만) 대학을 중퇴한 배우가, 어떻게 이렇듯 보수적이고 (조금은) 낡은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이 모든 이야기는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빈약한 입지에 좌절했던 그의 경험에서 시작한다. 리즈 위더스푼이 보기에 이 업계에는 성숙하고, 강하고, 똑똑하고, 용감하고, 신비롭고, 입체적이고, 위험한 여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부족했다.

“서른 넷 정도 되었을 무렵엔, 읽는 모든 시나리오가 흥미가 없었어요.”

위더스푼은 <일렉션(1999)>, <금발이 너무해(2001)>, <앙코르(2005)>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0년 즈음 할리우드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DVD는 VHS 테이프를 따라 잊혀진 기술이 되어갔다.

“미디어 산업이 크게 흔들릴 때, 사라지는 건 슈퍼 히어로 영화나 예술 영화가 아닙니다.” 위더스푼은 말했다.

“가장 타격을 입는 쪽은 중간 영역, 보통의 여성들이 사는 곳이에요. 가족 영화, 로맨틱 코미디 이런 것들이죠. 제가 제작사를 만든 건 그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2012년, 위더스푼은 호주의 프로듀서 브루나 파판드레아와 함께 제작사 퍼시픽 스탠다드를 시작했다. 첫 프로젝트는 책을 영화로 각색하는 것이었다. 2014년 나란히 개봉한 두 영화, <나를 찾아줘>와 <와일드>가 그의 첫 작품들이었다.


내쉬빌에서 자란 위더스푼은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다녔다. 그의 할머니 도로시아 드레이퍼 위더스푼 덕이었다.

도로시아는 1학년을 가르치던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다니엘 스틸의 소설을 탐닉하던 사람이었다. 도로시아가 아이스티를 마시던 유리잔은 작은 티슈로 감싸져 있었다.

이런 디테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위더스푼이다. 위더스푼은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위더스푼은 고등학교 시절, 그의 영어 교사였던 (지금은 뉴욕 타임즈의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마가렛 렌클을 붙잡고 교과과정에 나오지 않는 책들에 대해 물으며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았다.

위더스푼이 처음 LA로 이사했을 때, 그가 맞닥뜨린 영화 업계의 혼돈을 버틸 수 있게 한 것 역시 책이었다. 케서린 햅번의 책 <아프리카 여왕의 탄생(The Making of the African Queen)>이 당시 그의 최애였다.

그래서 위더스푼이 인스타그램에 가입하자마자 책 추천을 시작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작가들은 기뻐했고, 독자들은 그를 따라 책을 샀다. 2017년, 위더스푼은 책 추천을 본격화한다. ‘리즈 북클럽’은 그가 새로 만든 회사 ‘헬로 선샤인’의 사업이 되었다.

“마침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리즈 북클럽에서 처음으로 고른 소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의 편집자였고 파멜라 도먼 북스/바이킹의 부사장인 파멜라 도먼은 말한다.

“출판계는 도서 판매를 촉진할 어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었거든요.”


어떤 새로운 방법, 리즈 북클럽이 바로 그것이었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는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무려 85주 동안 머물렀다.

다음으로 고른 <앨리스 네트워크>도 주간 베스트 셀러에 4개월간, 오디오북 베스트 셀러에 2개월 동안 머물렀다. 세 번째 도서인 <더 라잉 게임> 역시, 18주 동안 주간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리즈 북클럽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이 최고죠. 그 이상은 없어요.” 도먼은 덧붙였다. 도먼이 편집한 책은 리즈 북클럽에서 두 번 더 선정되었다.

카일리 리드의 첫 소설 <그렇게 재미있는 시대(Such a Fun Age)>는 2020년 1월에 북클럽에 선정되었다.

리드는 이야기한다. “책 홍보를 다닐 때 최근 몇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을 믿어서 이 책을 샀다는 여성 독자를 정말 많이 만났어요.”. 하지만 4년 뒤 카일리 리드가 두 번째 소설 <컴 앤 겟 잇(Come and Get It)>의 책 홍보에 나섰을 때, 그는 한 해에 책 100권을 읽는다는 여성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위더스푼은 문학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소설, 에세이와 회고록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그런 책들을 발견한다. 위더스푼은 지적이며 토론할 만한 작품을 찾는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위더스푼은 바쁜 독자들을 위해 날카롭게 그의 선택을 벼려내고자 한다.

“저는 제 북클럽을 저희 할머니의 거실로, 그리고 온라인으로 데려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예상보다 컸던 건, 이 모든 것들이 작가들의 실질적인 삶에 도움을 줬다는 것입니다.”

리즈 북클럽에 선정되었던 한 작가는 그의 가족 중 처음으로 집을 소유한 사람이 되었다. 위더스푼은 그 때를 회상한다. “작가님이 제게 집 열쇠를 문자로 보내줬어요. 순간, 눈물이 터졌어요.”

위더스푼은 로리 프랭클의 소설 <이것은 늘 그랬던 것(This Is How It Always Is)>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읽었다.

“펜은 말했다. ‘쉬운 것도 좋지. 하지만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것이나, 스스로 믿는 것을 위해 일어서는 것보다 멋진 것은 아니야. 쉬운 건 좋지.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작업이나 파트너십, 아니면 존재의 증명으로 이어지는 일이 얼마나 될까?'”


위더스푼은 매달 여러 책을 검토한다. 출판사로부터 투고받은 수많은 원고들은 우선 헬로 선샤인의 CEO 사라 하든, 책 담당자 그레첸 슈라이버, 베이커 리터러리 스카우팅의 존 베이커를 포함한 소규모의 그룹이 검토한다.

여성 작가가 여성에 대해 썼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존 베이커가 이야기한다. “벡델 테스트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위더스푼이 진심으로 행복하는 건, 다른 곳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는 것입니다.”

2018년 트랜스젠더 권리가 화제가 되었을 때, 리즈 북클럽은 로리 프랭클의 소설 <이것은 늘 그랬던 것(This Is How It Always Is)>을 선택했다. 이 소설 속 가정은 살아 숨쉬며 이 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저희는 북클럽에서 고른 책들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미친 영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실패가 아니었어요.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리즈 북클럽은 화자의 목소리, 배경, 경험을 두루 고려한다. 그리고 그들은 달력 역시 주의깊게 본다.

“여성들에게 12월과 5월이 가장 바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요.” 헬로 선샤인의 CEO 사라 하든은 연말연시의 명절 러시와 학기의 종료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럴 때 막 대하소설을 읽기를 원하지는 않죠. 여름 휴가 때에는 어떤 책을 읽기를 원할까요? 연초에는 어떤 책일까요?”

가끔 북클럽은 신간이 아닌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올 4월에 북클럽이 고른 책은 2019년에 출간된 <우리들의 가장 즐거웠던 때(The Most Fun We Ever Had)>였다.

클레어 롬바르도는 출간된지 거의 5년인 그의 책이 선정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걸까 생각했다. 그의 새 소설 <예전과 똑같아(Same As it Ever Was)>가 곧 출간될 예정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더라고요.” 롬바르도가 말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었죠.”

출판사에 따르면 <우리들의 가장 즐거웠던 때(The Most Fun We Ever Had)>는 리즈 북클럽 선정 이후 판매가 100배 늘었다. 선정하고 2주 동안 2만 7천부가 팔려나갔다. 위더스푼의 제작사 헬로 선샤인은 이 책의 영상화 판권을 확보했다.


위더스푼은 몇 가지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꺼렸다. 다른 북클럽과의 경쟁(“저희는 같은 책을 선택하지 않으려 합니다”), 북클럽 선정에 거부했던 유일한 작가(“그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그리고 2025년에 이미 선택할 책.(“에디스 워튼이나 그레이엄 그린이 쓴 책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두 가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하고자 했다. 리즈 북클럽이 선정된 도서 모두에 대해 영상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리즈 북클럽이 선정의 대가나 선정 이후 수익배분으로 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클럽의 수익은 브랜드 콜라보와 제휴 수익에서 나올 뿐이다.

이것은 다른 모든 유명인들의 북클럽도 동일하다. 그들의 추천은 무료 홍보의 기회이기는 하나, 리즈 북클럽은 확실히 책에나 작가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준다. 책의 양장본이나 페이퍼백 모두를 홍보할 뿐 아니라, 작가의 다음 커리어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그렇게 재미있는 시대(Such a Fun Age>를 쓴 카일리 리드를 보자.

첫 소설이 리즈 북클럽에 선정된지 3년도 더 지난 후, 리즈 북클럽은 카일리 리드의 차기작 <컴 앤 겟 잇(Come and Get It)>의 표지 공모를 진행했다. 책 표지에 ‘리즈 북클럽 선정도서’의 노란 마크를 다는 것과 같지는 않지만, 북클럽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290만에게 홍보될 수 있는 기회였다.

카일리 리드는 말한다. “분명 엄청난 커뮤니티에 일원이 된 기분이에요.”


리즈 북클럽에 선정되었던 ‘알럼나이’ 작가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응원과 조언을 교환하는 편이다. 그들은 헬로 선샤인의 사내 행사나 신진작가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릿 업(Lit Up)’에 초빙되기도 한다.

‘릿 업’에 참가한 신인 작가들은 리즈 북클럽의 알럼나이 작가들로부터 코칭을 받고, 그들의 원고가 훗날 에이전트나 편집자에게 투고될 때 북클럽의 마케팅 지원을 약속 받는다.

그레첸 슈라이버는 말한다. “저희는 출판 업계와 저희의 위치를 어떤 강의 상하류 개념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저희는 하류에 있습니다. 무엇을 골라내야 할지 지켜보는 입장이죠. ‘릿 업’은 강의 상류를 바라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부터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죠.”

‘릿 업’의 첫 인큐베이팅 소설, 채이텀 그린필드의 <타임 앤 타임 어게인(Time and Time Again)>은 오는 7월 블룸스버리의 영어덜트 브랜드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릿 업’에서 발굴된 추가 다섯 작품 역시 책 출간을 예정하고 있다.

오는 9월 100번째 선정 도서를 발표할 예정인 리즈 북클럽은 시장에 꾸준히 적응하고 있다. 북클럽에서 선정한 도서의 종이책 판매는 2020년의 500만 부가 정점이었다. 그 뒤로는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2021년 블랙스톤이 투자한 미디어 회사인 캔들 미디어는 헬로 선샤인을 9억 불에 인수했다. 캔들 미디어의 이사회 멤버인 리즈 위더스푼은, 아마존 프라임과 <금발이 너무해> 프리퀄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

이번 달, 리즈 북클럽은 애플과의 독점 오디오북 제휴를 발표했다. 리즈 북클럽의 회원들은 애플 북스 앱에서 그동안의 모든 선정 도서들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위더스푼은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난 그 책 읽지는 않았어. 오디오북으로 들었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싶어요. 그게 뭐에요. 오디오로 들었으면, 읽은거죠. 책을 받아들이는데 어떤 한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할리우드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간다고 느낀다. “소비자들은 여성이 만든 이야기를, 더 신중하게 듣고 싶어합니다.”


앞을 바라보면서도, 위더스푼은 늘 그를 이 길로 이끈 할머니를 생각한다.

“며칠 전 체육관에서 어떤 사람이 제게 와서 이야기했어요.” 부드러운 남부 억양을 흉내내며 그가 말했다. “리즈, 아마 이 얘기는 당신이 처음 들을 겁니다. 제게 글 읽는 법을 알려주신 건, 당신 할머니셨어요.”

또 다른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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