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에 가장 취약한 세대가 Z세대라니까요 (번역)

*미국 얘기지만 어째 남의 일 같지 않은, 폴리티코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굵은 빨간 글씨와 함께 시작하는 영상: “2016년 민주당 예비선거 투표 사기, 카메라에 포착.”

이어지는 흐릿한 CCTV 화면은 사람이 투표용지를 상자에 마구 집어넣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여기서 잘못된 것은 딱 하나다. 이 영상은 사실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벌어진 부정선거 기록이라는 것, 즉 가짜 뉴스였던 것이다.

당신이라면 속아 넘어갔을까?

검색창에 영상 제목을 입력하기만 해도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사실과 이를 반박하는 기사들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 리터러시—대중매체 정보를 정확히 판별하는 능력—를 연구한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이 영상을 고등학생 3,446명에게 보여 줬을 때,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짚어낸 학생은 고작 3명뿐이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허상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란 사람이라면 그 기기가 던지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죠.” 2021년 해당 연구를 이끈 조엘 브레이크스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여러 연구와 우리가 체감하는 것 모두 한 가지 현실을 가리킨다. 가장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 쓰는 Z세대가 정작 인터넷에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 가장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Z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온라인 사기에 당할 확률이 세배 이상 높다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의 주된 뉴스 창구가 된 지금 이 문제는 한층 심각하다. 13~26세 Z세대 다섯 명 중 세 명은 최소 주 1회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틱톡은 특히 인기다. 18~29세 가운데 45%는 틱톡에서 뉴스를 정기적으로 소비한다.

소셜미디어는 손쉽게 뉴스를 접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정보의 품질은 전혀 관리되지 않는다. 모든 연령대가 거짓 정보를 거르기 힘들어한다. AI 시대에는 그 난이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Z세대는 특히 잘 속는다.

그 배경에는 위험한 피드백 루프가 있다. 다수의 젊은이가 제도권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 때문에 주류 언론을 외면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머무른다.

그러면 알고리즘이 이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계속 밀어 넣어 불신과 음모론을 더 크게 키운다. 주류 매체를 소비하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이 패턴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터넷을 가장 많이 쓰는 Z세대지만, 거기서 사실과 허구를 판별하는 능력은 가장 취약하다.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잦다. 20대 친구들은 틱톡이나 인스타에서 본 내용을 팩트인 양 퍼뜨린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누가 정보를 전하면 “출처가 틱톡 영상이냐, 최소한 구글링은 해봤느냐”라고 묻곤 한다. 대답은 대체로 “아니오”다.

틱톡과 다른 소셜미디어에서 돌아다니는 허위 정보는 악의적이고 심지어 황당무계하다. 한때는 헬렌 켈러—청각·시각장애를 이겨내고 성공한 인물—의 일대기를 진지하게 의심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거짓말로 평생 돈 벌어온 거 아냐??”라는 댓글까지 달렸다).

작년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이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를 강타했을 때는, 정부가 날씨를 ‘기상 공학’으로 조작해 민주당이 공화당 지역을 파괴한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최근에는 소고기 지방을 피부에 바르라는 유행도 있었다. 혹 근처의 10대에게서 튀김 기름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난다면, 피부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소지방이 피부에 좋다는 영상을 믿은 탓일지 모른다.

이 모든 바이럴 음모론의 공통분모는 제도—학교, 국립기상국,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이다. 그 불신은 언론으로 확장된다. Z세대 가운데 언론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전통 매체에서 등을 돌리고, 검증조차 드문 소셜 계정으로 향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정치적 파장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을 바로잡지 못하면 상당수 유권자가 온라인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좌우돼 미국 정치는 더 심하게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Z세대의 독특한 팩트체크 방식, 바로 ‘댓글 창’을 훑는 것이다.

“그들은 집단적 통일감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옐프나 아마존 후기처럼요.” 젊은 층을 조사하는 여론 분석가 다니엘 콕스의 말이다. “기사든 제품이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를 보고 판단한다는 얘기죠.”

그러나 알고리즘 시대의 댓글 창은 에코 체임버(역주: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강화하는 정보나 의견만을 접하게 되는 환경)가 되기 쉽다. 요즘의 콘텐츠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같은 관점을 가진 이들에게 주로 노출돼 반대 의견을 가진 이에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분리시킵니다. 심각한 수준으로요.” 콕스는 덧붙인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경험은 절대 같지 않습니다. …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에 대해, 우리는 온라인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해버릴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 자신이 믿고 싶은 세계관에 부합하는 가짜 뉴스를 똑같이 받아들이고 전파한다.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가 워싱턴 D.C.를 ‘아메리카 지구’로 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가짜 음성 녹음이다. 딥페이크로 만든 이 오디오는 이미 가짜 뉴스로 판명됐지만, 충격을 표하는 리액션 영상 댓글 창에서는 그 출처를 묻지 않는다.

좋아요 25만 개를 넘긴 영상의 댓글은 “왜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멍청한 대통령을 갖고 있죠??” 같은 분노로 가득하다. 영상 제작자가 하루 뒤 “이거 AI인 것 같네요”라고 해명했지만, 그 댓글을 보려면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이런 에코 체임버 효과는 Z세대가 음모론에 빠져드는 원인을 설명해 준다. 우리는 더 이상 오프라인의 외톨이가 아니다. 정신적 고치에 갇힌, 틱톡& 인스타 헤비 유저는 이런 가짜 뉴스에 특히 취약하다.



Z세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은 이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문장을 읽을 때 세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교육이 학생들에게 한 영상을 (맥락을 보지 않고) 그저 끝까지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눈으로 진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가짜 뉴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해 단순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 인터넷을 늦게 접한 기성세대야 온라인 정보에 본능적 회의가 남아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본능이 학습되어 있지 않다.

옥스퍼드대 행동과학자 라코엔 마에르턴스는 Z세대가 허위 정보에 취약한 이유가 소셜미디어 습관뿐 아니라 삶의 경험과 지식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짜 뉴스에 속을 가능성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만든 마에르턴스는, 지금이야 가장 어린 Z세대가 가장 잘 속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전 세대처럼 거짓을 가려내는 능력이 길러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더 우울한 시나리오도 있다. 나머지 모든 세대가 Z세대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터넷이 삶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플랫폼이 고립을 부추기는 알고리즘을 도입하면, 회의적이던 기성세대도 젊은 층의 미디어 습관을 받아들이며 AI발 음모론과 허위 정보에 똑같이 취약해질 수 있다.

“이건 구조적 문제입니다.” 브레이크스톤은 강조한다.

“모든 연령대가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는걸 점점 어려워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화면 속 콘텐츠를, 더 잘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도울 방법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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