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레이놀즈와 렉섬AFC 스토리 (번역)

할리우드는, 사람들은 멋진 스토리를 사랑한다.

지금 웨일스의 오래된 축구 클럽 렉섬Wrexham AFC 가 길고도 파란만장한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쓰는 중이다. 그리고 그 각본을 쓰는 이는 의외의 듀오, 할리우드의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와 롭 매켈헤니(Rob McElhenney)다.


뭔가 시트콤의 시놉시스 같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타 두 명이 반쯤은 아마추어인 5부 리그의 웨일스 축구 클럽을 자비로 인수해 운영한다니 말이다.

그래서 2020년, 스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매켈헤니가 북웨일스의 도시 렉섬을 연고로 한 렉섬 AFC를 사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처음 돌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홍보용 이벤트 정도로 치부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썰미 좋은 이 둘은 오랜 전통을 지닌 이 클럽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만에, 렉섬은 리그 테이블을 거침없이 올라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소소한 출발

그렇다면 렉섬AFC는 어떤 팀일까? 1864년 창단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 클럽이며, 홈구장인 레이스코스(The Racecourse)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경기장이다.

1990년대 초엔 당시 최고 명문 아스널 FC를 FA컵에서 탈락시키기도 했지만, 2020년대 들어 이 팀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축구 팬 중에서도 아마 드물었을 것이다.

영국 축구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면, 가장 유명한 팀들—예컨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리버풀(Liverpool), 첼시(Chelsea)—은 프리미어리그(1부)에 속해 있다. 여러 리그들의 팀들이 한 시즌을 최상위권으로 마치면 승격하고, 최하위로 끝내면 강등되는 방식이다.

1970년대 렉섬은 2부 리그(현 EFL 챔피언십)에서 뛰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점차 강등을 거듭해, 결국 5부(내셔널리그·National League)에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렉섬은 바넷, 이스트리, 올더샷 타운 같은 팀들과 몇 천 명 남짓의 열성 팬들 앞에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2020년 말, 인수설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구단을 큰돈 주고 사들이는 일은 드문 것이 아니다. 예컨대 맨체스터 시티 FC는 2008년 셰이크 만수르(현 UAE 부총리)가 인수했다. 하지만 5부 리그 구단 인수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은 드물다. 그만큼 평범한 인수전이 아니었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클럽입니다. 글로벌한 매력을 갖추지 못할 이유가 없죠. 우리는 렉섬을 전 세계적인 클럽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뜻밖의 등장인물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소문을 보곤 솔직히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 10년간 200경기 넘게 뛰었던 팀 레전드 숀 페이직(Shaun Pejic), 2021년 『더 리더(The Leader)』 인터뷰

<데드풀>로 잘 알려진 라이언 레이놀즈와, 미국 최장수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의 제작자 겸 주연 롭 매켈헤니가 웨일스 클럽에 인수 제안을 냈다는 뉴스는 처음엔 만우절 농담 같았다.

그러나 농담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스토리와 커뮤니티, 성장 잠재력을 두루 갖춘 축구팀을 찾고 있었고, 렉섬은 그 모두를 충족하는 클럽이었다.

줌으로 진행된 인수 제안 프리젠테이션에서 두 사람은 자본 투자·새 훈련 시설 건립·영원한 라이벌 체스터(Chester)전 승리를 약속했고, 2011년부터 구단을 소유해온 렉섬 서포터스 조합은 만장일치로 인수를 승인했다.

2021년 2월 인수 완료 직후, 레이놀즈와 매켈헤니는 이렇게 말했다.

“렉섬 AFC의 유서 깊은 역사 속의 새로운 구단주가 된 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선수·구단 스탭·팬·지역 사회와 함께, 더 많은 관중과 개선된 경기장에서 클럽을 성장시키고, 렉섬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우정

할리우드 스타들의 인수 이후 렉섬의 위상은 급격히 상승했다. 축구 팀이자 웨일즈의 소도시인 렉섬은 두 스타 구단주의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관심을 끌었다. 이 관심은 클럽의 역사를 다룬 글로벌 스트리밍 다큐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으로 단단해졌다.

국내에서는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

대형 기업이 앞다퉈 스폰서를 제안했고, 윌 페럴과 휴 잭맨 등 할리우드 스타도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으며, 객석은 연일 매진되었다.

응원 열기와 함께 경기력도 상승했다. 클럽은 2022/23 시즌에 완전 프로 리그인 4부(리그 투) 승격을 이뤘다. 이날 관중석에는 레이놀즈와 매켈헤니가 있었다. <앤트맨> 폴 러드가 찍은 영상에 두 구단주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글썽이며 팬들과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같은 시즌 여자팀도 웨일스 여자축구 1부 리그로 승격했다.

성공은 계속됐다. 렉섬은 2023/24 시즌에도 또 한 번 승격에 성공, 3부(리그 원)까지 올라서며 놀라운 속도로 도약했다. (역주: 렉섬은 2024/25 시즌 리그 원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2부(챔피언십)리그 승격을 확정,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승격의 업적을 이루었다.)

(역주: 렉섬 축구 팀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치솟았다. 2019년 대비 지역 방문객 수는 220% 늘었다. 구단 가치는 인수 당시 200만파운드(약 38억원)에서 1억2000만파운드(약 2, 300억원)로 뛰었다.)

이 모든 성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웨일즈의 작은 도시 렉섬의 시민들은 이미 새로운 구단주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두 구단주는 경기 후 렉섬의 로컬 펍 ‘더 터프(The Turf)’에서 팬들과 맥주를 자주 나눈다.

동화 같은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처음에 할리우드 스타가 인수한다는 소식을 농담으로 치부했던 이들이 있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웃는 쪽은 레이놀즈·매켈헤니, 그리고 렉섬의 지역 커뮤니티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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