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상장 보고서(S-1) 완전 해부: 숫자로 증명하고 AI로 베팅하다


세기의 결혼식이 파투 났습니다. 신랑은 포토샵 제국의 황제 ‘어도비’, 신부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공주 ‘피그마’. 무려 200억 달러(약 28조 원)짜리 결혼식이었죠. 그런데… 신부가 식장에 들어가기 직전, 유럽과 영국의 어르신들이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며 모든 것을 중단시켰습니다.

모두가 ‘이제 피그마는 어떡하냐’며 수군거렸지만, 여기서 역대급 반전이 일어납니다. 파혼의 대가로 신랑 어도비가 신부 피그마에게 건넨 위자료, 아니 ‘축의금’이 무려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피그마는 이 현금 다발을 들고 유유히 독립의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18개월 뒤, 피그마는 훨씬 더 강력하고 부유해진 모습으로 증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도비가 준 ‘비자금’으로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걸까요? 오늘은 피그마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애편지, S-1 상장 보고서를 탈탈 털어 그들의 진짜 속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이 숫자들이 실화라고?”: 피그마의 미친 펀더멘털

기업의 상장 보고서는 보통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수면제 같은 문서입니다. 하지만 피그마의 보고서는 달랐습니다. 마치 잘 만든 재무 스릴러처럼, 페이지마다 ‘와우’ 소리가 터져 나오는 숫자들로 가득했죠.

와우 포인트 ①: 원가율 9%의 기적

“1만 원짜리 커피의 원두 값은 얼마일까?” 모든 장사의 핵심은 원가입니다. 잘나가는 소프트웨어 기업도 서버비, 인프라 비용 등 원가를 빼면 70~80%가 남으면 대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피그마는? 매출 총이익률 91%.

<피그마 재무 성적표>

  • 수익성 (매출 총이익률): A+ (91%) – 1만 원 벌면 9,100원이 남는 연금술.
  • 성장성 (매출 성장률): A (46%) – 매년 몸집이 1.5배씩 커지는 폭풍 성장.
  • 고객 충성도 (NDR): A++ (132%) – 고객이 알아서 지갑을 1.3배 더 여는 마법.
  • 종합 점수 (Rule of 40): 상위 5% 엘리트 –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우등생.

1만 원어치를 팔면 900원만 원가로 쓰고 9,100원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이 압도적인 수익 구조야말로, 피그마가 미래에 과감히 돈을 쏟아부을 수 있는 무한 총알의 원천입니다.

와우 포인트 ②: 2024년 ‘1조 원 적자’의 비밀 (회계학 1분 완성)

보고서를 대충 보면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2024년에 순손실이 -7억 3,210만 달러(약 1조 원)? 이거 망해가는 회사 아니야?”

하지만 이건 ‘회계적 착시’입니다. 비밀은 ‘주식 기반 보상(Stock-Based Compensation)’에 있습니다.

회계학 1분 상식

직원에게 월급으로 현금 100만 원우리 회사 주식(스톡옵션) 900만 원어치를 줬다고 칩시다. 실제 회사 통장에서 나간 돈은 100만 원이지만, 회계 장부에는 비용 1,000만 원으로 잡힙니다.

2024년 피그마의 적자 대부분은 바로 이 주식 보상 비용(5억 9,400만 달러) 때문입니다. 실제 사업으로 까먹은 돈이 아니란 거죠.

그리고 이 ‘착한 적자’ 뒤에 진짜 드라마가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피그마는 4,490만 달러(약 6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완벽한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어도비의 돈으로 R&D 파티를 벌이면서도, 1년 만에 돈 버는 능력을 증명해낸 것입니다.


2. 이것은 ‘디자인 툴’이 아니다: 마법의 132% 성장 엔진

“알겠다, 돈 잘 버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이 모든 숫자의 비밀은 피그마가 더 이상 ‘디자인 툴’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들은 사무실의 ‘모든 협업’을 집어삼키는 괴물로 진화했습니다.

‘랜드 앤 익스팬드’ 마법의 주문

이들의 전략은 ‘마법의 숫자’인 순 달러 유지율(NDR) 132%를 완벽하게 설명해 줍니다.


<마법의 132%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Step 1. 디자이너의 외로움 (Land 🛬)

  • 한 명의 외로운 디자이너가 더 이상 혼자 일하기 싫어 피그마를 구독합니다.
  • 월 지출: $12

Step 2. “얘들아, 이리로 와봐!” (Expand 🤝)

  • 디자이너가 회의를 위해 기획자 2명과 마케터 1명을 초대합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화이트보드 FigJam을 쓰게 됩니다.
  • 월 지출: $12 (디자이너) + $15 (3명 x $5) = $27

Step 3. “개발자님, 코딩은 여기서!” (Expand 🚀)

  • 완성된 디자인을 개발자 5명에게 넘깁니다. 개발자들은 디자인을 코드로 쉽게 바꾸기 위해 개발자 전용 Dev Mode를 씁니다.
  • 월 지출: $27 + $125 (5명 x $25) = $152

결과적으로, 월 $12(약 16,000원)짜리 계정 하나가 순식간에 월 $152(약 210,000원)짜리 팀 계약으로 둔갑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광고 한 번 없이, 제품력 하나만으로 고객의 지출을 12배 이상으로 뻥튀기하는 것이죠.

제품명대상 사용자이들이 하는 일피그마의 전략적 역할
Figma Design디자이너앱/웹 화면 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교두보 확보 (Land)
FigJam기획자, 마케터아이디어 회의, 사용자 여정 지도 그리기협업 범위 확장 1 (Expand)
Dev Mode개발자, 엔지니어디자인 스펙 확인, 코드 자동 생성워크플로우 장악 (Expand)
Figma Slides모든 팀원발표 자료 제작 및 공유오피스 시장 침투 (Future Expand)

이것이 바로 피그마 사용자의 3분의 2가 비디자이너인 이유이자, 고객 충성도를 넘어 ‘고객이 스스로 영업사원이 되는’ 경지에 이른 비결입니다.


3. “그래서, 이미 쓰고 있는 ‘고래’들은 뭐라고 할까?”

백문이 불여일견. 피그마를 가장 까다롭게 사용하는 ‘고객사 끝판왕’들은 이 도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저희 다이내믹스 365팀은 피그마 API를 활용해서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핸드오프 프로세스를 자동화했습니다. 결과요? 관련 업무 시간이 70%나 단축됐어요. 이건 그냥 도구가 아니라, 우리 팀의 운영체제입니다.”
  • 넷플릭스 (Netflix):넷플릭스는 전 세계 80개가 넘는 내부 앱의 디자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피그마 기반의 디자인 시스템, ‘호킨스(Hawkins)’(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그 마을 이름 맞습니다)를 운영합니다. 엄격한 ‘통치’가 아닌, 창의력을 북돋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넷플릭스 방식이죠.

4. 피그마가 그리는 미래: 두 개의 거대한 베팅

피그마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지 않습니다. 보고서 곳곳에서 미래를 향한 담대하고 위험한 베팅의 흔적이 보입니다.

베팅 ①: “내 살을 깎지 않으면, 남이 내 뼈를 바른다” (AI)

보고서에 ‘AI’가 150번 이상 등장합니다. 피그마는 “AI가 결국 디자이너의 일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다”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남이 자신들을 파괴하기 전에,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Figma Make처럼 텍스트만으로 디자인을 생성하는 AI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죠. 이는 기존의 디자이너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스스로 깎아 먹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정면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CEO 딜런 필드는 “AI 투자 때문에 몇 년간 이익률은 떨어질 겁니다”라며 이 위험한 베팅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베팅 ②: “과감한 시도를 할 것입니다” – 창업자의 절대 반지

CEO 딜런 필드는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M&A를 포함한 ‘과감한 한 방(big swings)’을 기대하십시오”라고 선언합니다.

이게 단순한 허풍이 아닌 이유는, 그가 가진 ‘차등의결권(Dual-Class Shares)’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들이 살 주식은 1주당 1표의 힘을 갖지만, 제가 가진 주식은 1주당 10표의 힘을 갖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그는 IPO 이후에도 회사 의결권의 75%를 장악하게 됩니다. 이는 월가의 단기 실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비전을 오롯이 실행할 수 있는 ‘절대 반지’를 낀 셈입니다.


결론: 이 배짱 두둑한 천재에게 베팅하시겠습니까?


피그마의 상장 스토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담대함, 숫자로 증명되는 압도적인 실력, 그리고 미래를 위해 기꺼이 현재를 희생하는 비전까지.

물론 그들의 미래가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는 기회이자 위협이며, 창업자의 ‘절대 반지’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어도비와의 파혼을 딛고 일어나, 1조 원의 축의금으로 ‘과감한 한 방’을 준비하는 이 배짱 두둑한 천재에게, 당신의 돈을 거시겠습니까? 피그마의 IPO는 단순히 주식을 사는 행위를 넘어, ‘창작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투표가 될 것입니다.


  • 기획/ 편집: 뤽
  • 리서치/ 본문 기획/ 이미지 생성: 제미나이 2.5 pro

피그마 상장 보고서(S-1) 완전 해부: 숫자로 증명하고 AI로 베팅하다”의 1개의 생각

  1. 피그마 과금모델생각하면 꿀밤마려운데
    짜잘한 오류있어도 쓸 수 밖에 없음… 대체불가 갓툴…
    (사용자입장에선 돈좀 덜벌지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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