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의 ‘AI 전쟁’,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2025년 졸업 시즌, 중국의 대학 캠퍼스는 거대한 실험의 장이 되었습니다. ‘학문적 진실성’이라는 숭고한 깃발 아래,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AI 논문 탐지 시스템’이라는 신무기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이 무기 앞에선 논문의 AI 생성률이 15~40%를 넘으면 가차 없이 졸업 탈락이라는 판정이 내려집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교육 기관의 책임감 있는 모습처럼 보이죠. 하지만 이 ‘AI와의 전쟁’은 정말 의도한 대로 굴러가고 있을까요?

아니면,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소모전을 벌이며 이 혼란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 자들만 배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기묘한 전쟁의 판을 짜는 플레이어들과 그들의 이해관계를 해부해 봅니다.


전쟁의 서막: 멀쩡한 아군을 공격하는 신무기

모든 전략의 성패는 그들이 선택한 무기의 성능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대학들이 야심 차게 도입한 이 신무기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독문학 전공생 샤오빙의 사례는 이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ChatGPT의 도움을 아주 약간 받았을 뿐, 논문의 거의 전부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도입한 탐지기는 그의 논문 절반을 AI 생성물로 판정했습니다.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기계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니까요.

이런 ‘오폭’ 사례는 소셜미디어에 넘쳐납니다. 학생들은 이 어설픈 기계를 통과하기 위해, 멀쩡하고 논리적인 자신의 문장을 일부러 유치하고 어색하게, 소위 ‘너프’시키는 웃지 못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탐지 시스템 통과를 위한 눈물겨운 꼼수들

  • 너프(Nerf) 작업: 일부러 비문을 만들거나, 논리적 연결이 부족한 단어를 사용해 ‘인간적인’ 허술함을 연출.
  • 문장 부호 바꾸기: 문장 끝의 마침표(.)를 전부 쉼표(,)로 바꿔 문법을 파괴하면 AI 생성률이 20%나 하락한다는 ‘비기’ 공유.

결국 이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논문을 쓰는 법’이 아닌, ‘기계의 필터링을 피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육 기관이 스스로의 목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한 셈입니다. 학생들의 목표는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탐지기 통과’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유일한 승자: 창과 방패를 모두 파는 상인

이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인 전쟁에서 유일하게 미소 짓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게임의 ‘무기’와 ‘방어구’를 모두 공급하는 업체들입니다. 중국 학술 데이터 시장의 과점 사업자인 CNKI, 완팡데이터, 충칭 VIP 등이 그 주인공이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기 강화적인 ‘가치사슬’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완벽한 자해공갈 비즈니스 모델>

  1. 창(槍) 판매: 대학에 “학생들이 AI로 부정행위를 합니다!”라며 AI 탐지기를 비싸게 판매한다.
  2. (불량) 창의 활약: 탐지기가 멀쩡한 논문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내며 학생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3. 방패(盾) 판매: 패닉에 빠진 학생들에게 “당신의 AI 생성률을 낮춰드립니다!”라며 ‘AI 저감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한다. (심지어 탐지기 판 회사가 직접!)
  4. 수익 x 2: 대학에서도 돈을 벌고, 학생들에게서도 돈을 번다. 완벽한 폐쇄 루프 완성.

이것은 스스로 병을 퍼뜨리고, 그 병에 대한 약을 파는 기막힌 구조입니다. 대학은 시스템 도입 비용을, 학생들은 탐지 회피 비용을 지불합니다. 결국 모든 비용은 교육 생태계가 부담하고, 그 이익은 이 ‘창과 방패’를 모두 쥔 소수의 기업에게 돌아갑니다.


전쟁의 결과물: ‘0.5도체’라는 이름의 혁신

그렇다면 학생들은 돈을 써서 무엇을 얻었을까요? ‘탐지기 통과’라는 목표는 달성했을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학문적 결과물은 종종 파괴됩니다. AI 저감 서비스가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인간의 지성이 아닌, 기계의 멍청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산이 되었습니다.

  • 사례 1: 푸젠성의 여인, 사이보그가 되다 푸젠성 여인의 전통 머리 장신구를 뜻하는 고유명사 ‘세 개의 칼(三把刀)’이 AI의 손을 거쳐 ‘세 개의 칼날 도구(three-bladed tools)’라는 살벌한 무기로 재탄생했습니다. 논문을 맡겼더니 로봇 암살자가 돌아왔습니다.
  • 사례 2: 세상을 바꿀 새로운 물질의 발견 전자공학도의 논문에 있던 ‘반도체(semiconductor)’는 ‘0.5 도체(0.5 conductor)’라는 혁명적인 신물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노벨 물리학상과 민속학상의 동시 수상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반도체가 0.5도체면, ‘풀-도체’는 대체 무엇이며 그 전도율은 얼마란 말입니까?

이것이 바로 AI로 AI를 속이려는 위대한 노력의 최종 산출물입니다. 인간은 더 멍청한 글을 쓰고, AI는 더 멍청한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모두가 패배하는 이 게임에서 승자는 오직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뿐입니다.


그래서, 이 소동이 남긴 것

산둥성의 한 교수는 이 상황을 “우리가 늘 성교육을 피하려고만 했던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솔직하게 논의하고 교육 과정에 통합하려는 노력 대신, 탐지와 금지라는 손쉬운 길을 택했을 때 어떤 혼란이 발생하는지를 중국 대학들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술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결과 왜곡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했으며, 가장 중요한 교육적 책임을 신뢰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에 외주 줬습니다.

이것은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AI 시대를 마주한 전 세계 모든 조직과 기관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기술을 통제하려는 섣부른 시도가 어떻게 의도치 않은 코미디와 냉소, 그리고 자원의 낭비로 귀결되는가.

결국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대학도, 학생도 아닙니다. 이 혼란을 비즈니스 모델로 설계한 ‘장사꾼’들과, 이 소동을 통해 ‘시스템을 우회하는 능력’이라는 씁쓸한 교훈을 얻은 학생들의 냉소뿐입니다.


  • 기획/편집: 뤽
  • 자료 번역/ 블로그 기획/ 이미지 생성: 제미나이 2.5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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