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과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자란 세대가 성인이 되었다. 할리우드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그 자리를 잃고 있다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그곳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흔한 것들이 전혀 없다. 인기 프로그램 포스터도,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크리에이터도, 음향 스테이지도, 당연히 관광객도 없다.
노트북과 휴대폰에서의 영상 시장에서 시작되었던 유튜브(YouTube)는 이제 거실마저 점령했다. 이제 유튜브는 할리우드의 홈그라운드인 TV에서도 왕이 되었다.
닐슨(Nielsen)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TV로 가장 많이 시청되는 방송 사업자는 (기존 방송 사업자, 케이블 사업자 혹은 OTT 서비스들이 아니라) 유튜브였다. 다른 사업자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이제 휴대폰이나 다른 기기보다 TV로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한다―하루 평균 10억 시간 이상이다. 이는 디즈니(Disney)가 지상파 방송국과 10개가 넘는 케이블 채널, 세 가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얻는 총 시청 시간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로 인해 자연히, 인플루언서·PD 등으로 이루어진 유튜브의 ‘크리에이터(creator)’들은 미국 시청자들이 거실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더 긴 고화질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는 또한 TV 앱을 빠르게 개선해 무료 영상을 더 오래 시청하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별도로 월 83달러짜리 케이블 유사 채널 묶음 서비스인 ‘유튜브 TV’도 판매한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답게, 구글(Google)의 일부이기도 한 이 회사는 그저 TV에서 우위를 확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지배하려 한다.
“우리 목표는 유튜브가 (어느 기기에서든)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영상 콘텐츠의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 되는 것입니다.” 커넥티드 TV 제품 관리 부사장 크리스티안 외스트리엔(Christian Oestlien)은 말했다.
그는 사용자를 TV 앞에 더 오래 붙들어 두는 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판타지 풋볼 팀 선수 하이라이트처럼 개인 맞춤형 콘텐츠 피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유튜브는 텔레비전의 대안일 뿐이었다. 헐리우드는 유튜브를 값싸고 저화질의 일회성 콘텐츠―사용법 영상이나 스케이트보드 묘기 등―의 채널 정도로 여겼다. 그리고 그들이 ‘진짜’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청자를 빼앗아 간다고 걱정했다.

유튜브가 데스크탑에서 영상을 보는 웹사이트로 시작한 건 맞다. 2010년 TV 앱을 내놓긴 했지만 인터페이스는 투박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던 세대가 자라 성인이 되었다. 그들은 거실에서 자기 자녀와 함께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넷플릭스(Netflix)와 디즈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튜브는 여전히 무료였다.
그 과정에서 유튜브는 그 자체로 미디어 공룡이 되었다. 모펫나소슨(MoffettNathanson) 분석가들은 지난해 유튜브의 매출을 542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디즈니 바로 다음, 엔터테인먼트 기업 2위에 해당한다.
이제 유튜브 경영진이 앱 디자인이나 알고리즘 추천 방식을 두고 내리는 작은 결정 하나는, 전 세계 대중문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2018년 TV용 유튜브 제품 선임 이사가 된 커트 윌름스(Kurt Wilms)가 처음 맡았을 때, TV 앱은 보고 싶은 영상을 정확히 검색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겨우 유용할 뿐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끊임없이 TV 앱을 휴대폰 앱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알고리즘이 다음 영상을 추천하고, 구독과 댓글 기능도 제공한다. 주안점은 TV용 광고 형식, 대형 화면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안하는 검색 엔진, 그리고 리모컨으로 모든 기능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쇼(shows)’라 불리는 기능은 채널의 다음 에피소드를 자동으로 재생 목록에 넣어, 10억 개가 넘는 옵션 중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아무 영상이나 틀어 주는 대신 넷플릭스에서 하듯 시즌 전체를 순서대로 감상하고 중단한 지점에서 다시 이어 볼 수 있게 한다.
“TV를 통해 보는 유튜브의 ‘린백(lean back)’ 시청 방식에 딱 맞을 겁니다.” 윌름스는 말했다.
TV로 유튜브를 보는 많은 이들은 (원래 유튜브에서 그랬듯) 아마추어가 비디오게임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사생활을 낱낱이 공유하는 모습을 기꺼이 시청한다.
하지만 방송·케이블 채널에서만 볼 수 있던 스케치 코미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도 점점 더 유튜브에서 즐긴다. 토크쇼는 사실 전통 네트워크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CBS가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의 심야 쇼를 취소한 것이 그 예다.
유튜브의 ‘굿 미씨컬 모닝(Good Mythical Morning)’은 전통적인 토크쇼와 무척 비슷하다. 매주 평일, 진행자 레트 맥러플린(Rhett McLaughlin)과 찰스 링컨 닐(Charles Lincoln Neal)—팬들에게는 ‘레트&링크(Rhett & Link)’로 알려진—은 서로 그리고 제작진과 농담을 주고받고, 블라인드 맛 테스트를 하며, 기상천외한 대결에 참여한다.

북캐롤라이나에서 두 친구가 단둘이 시작한 지 거의 20년 만에 이 채널은 구독자 1,930만 명으로 성장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전통 영화·TV 제작 일자리에서 피를 흘리는 동안, 레트&링크는 도시 외곽 단지에서 무대, 작가실, 소품 제작실,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고용하는 이들만 약 100명이다.
최근 녹화에서 이 47세 두 진행자는 제작진의 할머니가 수십 년 전에 통조림으로 보관한 음식을 맛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확실히 위험해서 먹으면 안돼요.” 감독이 경고했다. “나머지는 평소처럼 냄새 맡고 살짝 핥아 보시면 됩니다.”
TV는 지난해 말 유튜브에서 ‘굿 미씨컬 모닝’을 시청하는 가장 인기 있는 기기가 되었다. 지금은 이 쇼 시청의 53%가 TV에서 일어난다. 진행자들은 오랜 팬들이 어린 시절 침실에 누워 혼자 보던 프로그램을 이제는 파트너나 친구와 거실에서 함께 본다고 말한다.

“‘어, 내가 첫 아파트에 설치한 이 TV에도 유튜브 아이콘이 있네. 여기서도 볼 수 있잖아?’ 하는 현상이 생긴 거죠.” 닐은 말했다.
마찬가지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와 케빈 하트(Kevin Hart) 같은 셀러브리티가 점점 더 매운 닭날개를 먹으며 질문에 답하는 유튜브 인터뷰 쇼 ‘핫 원즈(Hot Ones)’도 지난해 말부터 TV 시청이 모바일을 넘어섰다.
다르 만 스튜디오(Dhar Mann Studios)는 2024년 초 TV가 어린이용 영감을 주는 영상의 주요 시청 기기가 되었으며 현재 약 54%가 그렇게 시청한다고 밝혔다.
튜뷸러 랩스(Tubular Labs)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자는 15분을 넘는 긴 영상을 2년 전보다 훨씬 더 오래, 주로 TV로 시청한다. 유튜브 제작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더 긴 영상을 만들어 시청자가 채널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한다.

이는 제작자의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구글은 일반적으로 광고 수익의 55%를 크리에이터와 나누며, 가장 가치 높은 광고는 영상 중간에 삽입되는 ‘미드롤(mid-roll)’이다. 시청자가 이미 시간을 투자해 영상을 끝까지 보고 싶어 할 때 노출되는 광고다. 긴 영상일수록 미드롤 광고가 많아 수익이 더 커진다.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장편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디지털 인재를 대리하는 할리우드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reative Artists Agency)의 에이전트 앤드루 그레이엄(Andrew Graham)은 말했다.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수익성이 훨씬 떨어져요.”
코미디언 퀜린 블랙웰(Quenlin Blackwell)의 영상은 지난해만 해도 10~30분 길이에, 베스트 프렌드들과 함께 만들었다. 이제 그녀의 스케치, 여행기, 온라인 셀러브리티와의 요리 협업 영상은 1시간 이상이고, 작가 10~15명, 카메라 오퍼레이터 등 전문 인력이 참여한다.
“사람들의 주의 집중 시간이 그렇게 짧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도 그들에게 그런 콘텐츠만 계속 줘왔을 뿐이죠.”
유튜브에서 노출은 전적으로 구글의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달려 있다. 경영진은 어떤 콘텐츠를 제작·홍보할지 데스크에서 결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2015년 유튜브는 MTV 출신 임원을 채용해 유료 가입자를 위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개발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코브라 카이(Cobra Kai)’ 정도였는데, ‘베스트 키드(The Karate Kid)’ 후속작인 이 작품은 넷플릭스로 옮겨 간 뒤에야 히트했다.

이제 할리우드 스타일 콘텐츠는 유튜브 앱 안에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판매하는 파트너가 제공한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나 파라마운트 같은 회사는 대규모 젊은 관객에 접근할 수 있지만, 그들의 프로그램은 사실상 그냥 다른 콘텐츠와 똑같이 스트리밍된다.
유튜브 내에서 HBO 맥스에 가입해 ‘더 화이트 로터스’를 검색하면, 최신 에피소드뿐 아니라 시즌 분석 팬 영상, 태국 꽃에 대한 영상까지 그냥 함께 뜰 수 있다.
유튜브는 콘텐츠 결정을 대부분 독립 크리에이터에게 맡긴다. 몇 안 되는 예외가 스포츠다. 유튜브는 경기 중계권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스포츠 카테고리 시청은 현재까지 45% 증가했다. 경영진은 경기 전·중·후 클립까지 포함해 팬들이 찾는 창구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유튜브는 NFL 선데이 티켓(NFL Sunday Ticket)의 독점 플랫폼이기도 하다. 리그에 연 20억 달러를 지불하고, 시청자에게 시즌당 378~480달러를 청구 하는데 이젠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에서도 경기를 제공한다.

유튜브는 브라질 축구 토너먼트의 독점 중계권을 샀으며, 9월에는 처음으로 무료 플랫폼에서 NFL 경기를 스트리밍한다―구글이 광고만으로도 스포츠 중계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신호다.
또한 여러 경기를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멀티뷰(multi-view)’ 등 선데이 티켓용으로 만든 기능을 주요 앱에 도입했다. 스포츠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일부 경기에서 그들이 중계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기능도 실험 중이다.
“소비자의 50%는 크리에이터들의 라이브 이벤트 콘텐츠를 보는 걸 실제 이벤트 시청보다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주. 인플루언서들의 스포츠 경기 라방)” 외스트리엔은 말했다.
할리우드가 부러운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정상급 크리에이터의 몸값은 뜨거워졌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은 젊은 관객을 잡기 위해 넷플릭스가 상위 유튜브 채널 크리에이터 20~30명을 자사 플랫폼으로 소싱하려면 5억 달러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최근 밝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미스터 비스트가 제작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비스트게임즈’처럼 별도의 스트리밍 서비스용 신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어린이용 ‘미스 레이철’ 영상처럼 이미 제작한 기존 에피소드를 판매하는 데는 열려 있다.

하지만 수년간 공들여 만든 유튜브 채널 자체를 버리게 할 만큼의 큰 매력은, 지금까지 없다고 말한다.
“유튜브와 경쟁하는 것에는 어떤 기회도 더이상 있지 않습니다.” 다르 만 스튜디오 CEO 숀 앳킨스(Sean Atkins)는 말했다.
“이미 그 게임은 끝났어요.”
- 원문: WSJ https://www.wsj.com/business/media/how-youtube-won-the-battle-for-tv-viewers-346d05b8
- 기획/ 편집: 뤽 (w/ 초벌 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