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스토리텔러’를 찾기 시작했다 (번역)

자기 서사를 더 강하게 통제하려는 브랜드들이, ‘스토리텔링’ 역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요즘 미국 기업에서 가장 핫한 직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스토리텔러다.

어떤 회사들은 PR 담당자를 조금 더 화려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 한다. 또 어떤 곳들은 고객, 투자자, 잠재적 지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블로그, 팟캐스트, 사례연구 등 더 다양한 형태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낼 사람이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소설가(novelists), 극작가(playwrights), 이야기꾼(raconteurs)에게 통상 적용되던 의미와는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러’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지난달 구글의 한 채용 공고는 이렇게 밝혔다. “스토리텔러로서, 우리는 고객 획득과 장기 성장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 공고는 구글 클라우드 팀에 합류할 ‘고객 스토리텔링 매니저’를 찾고 있었다. 이 팀이 올해 공개한 글 중 하나의 제목은 “Vertex AI가 인터랙티브 쇼핑 경험을 만드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엔터프라이즈 보안 솔루션 조직은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을 총괄하는 시니어 디렉터를 채용 중인데, 이 직무는 ‘사이버보안 기술 일부, 커뮤니케이터 일부, 마케터 일부’로 표현된다.

컴플라이언스 기술 기업 반타는 이달 ‘스토리텔링 총괄’을 채용하기 시작했고, 연봉을 최대 27만 4,000달러까지 제시했다. 생산성 앱 노션은 최근 커뮤니케이션,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담당 기능을 10명 규모의, 이른바 ‘스토리텔링 팀’ 하나로 통합했다.

그리고 군(軍) 관련 금융서비스 기업 USAA는 첫 번째 스토리텔러를 채용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네 번째 사내 스토리텔러를 찾고 있다. USAA는 여전히 미디어 관계, 연설문 작성 등 역할을 위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회원들과 연결되기 위해 블로그, 보고서, 스크립트 등 다양한 자료를 쓰는 스토리텔러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고, 커뮤니케이션 및 대외협력 부문 부사장 타라 포드 페인은 말했다.

“스토리텔러는 카피라이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많은 일을 해요. 이건 정말로, 우리 회원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상황, 기회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일이죠.”

USAA의 스토리텔러는 가입자의 정신 건강 혜택에 대한 가이드를 쓸 수도 있고, 임원의 연설문에 그의 실제 경험을 녹여내는 작업을 도울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마케팅 및 기술 기업들은 다른 영역에서 쓰이던 과장된 직함을 차용해, 기업 사무직 역할에 반짝임을 더해온 경우가 많다. 기술 구루, 개발자 닌자, SEO 록스타,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의 ‘디지털 예언자’가 각광받던 전성기는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급여를 받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스토리텔러’라고 부르는 일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실무는 오히려 인기가 더 커진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년간 이어져 온 이 속보이는 일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장편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보지 않아요,”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2014년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토리텔러가 아니었던 사람들이…갑자기 이제 와서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 하는 거죠.”


다음 장(The Next Chapter)

링크드인에 따르면, 미국 내 링크드인 채용 공고 중 ‘스토리텔러’라는 용어를 포함한 비율은 지난 1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이 기간 ‘마케팅 카테고리에서 해당 용어가 들어간 공고는 약 5만 건에 이르렀고,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카테고리에서도 2만 건이 넘는 채용 공고가 그 용어를 언급했다.

한편 팩트셋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올해 12월 11일까지 어닝 콜과 IR 행사에서 “스토리텔러” 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표현을 469번 언급했다. 이는 2024년 한 해 전체의 359번, 2015년의 147번과 비교된다.

이 같은 급증은 지난 25년 동안 미디어 환경이 변모해온 현실을 반영한다.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대중 매스미디어와 그 안의 기자들에 의존해 홍보를 해왔다. 이는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라고도 불리는데, 이에 대한 의존은 수년째 줄어들고 있다. 노동통계국의 가장 최근 전국 추정치에 따르면 “뉴스 분석가, 리포터, 기자”로 일하는 사람은 4만 9,000여 명에 불과하다. 2000년의 65,930명에서 감소한 수치다.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 스쿨이 매년 발간하는 ‘로컬 뉴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인쇄 신문 발행 부수는 2005년 수준 대비 70% 감소했다. 또한 최대 규모 신문 100곳의 웹사이트 조회수는 지난 4년 동안 평균 40% 이상 줄었다.

그와 동시에 브랜드들은 자신들만의 ‘온드 미디어(Owned Media)’을 얻었다. 소셜 미디어 계정, 유튜브,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서브스택 뉴스레터가 있다. 어떤 브랜드들은 아예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직접 운용하기도 한다.

이 변화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뉴욕 기반 커뮤니케이션 회사 허쉬 레더우드의 CEO 스티브 허쉬는 말했다.

“요즘은 내가 CEO들과 통화하면, 그들이 먼저 나에게 ‘콘텐츠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먼저 말하는 경우가 더 흔해졌습니다,” 허쉬는 전형적인 PR 전략 대신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AI 슬롭(AI로 대충 쏟아낸 저품질 콘텐츠)의 범람이 엄청난 불신을 만들어내고, 그들은 지금 잘나가는 브랜드들이 가장 진정성 있고, 인간적이며, 공감 가능한 브랜드들이라는 걸 보고 있죠.”

금융기술 브랜드 차임은 지난달 ‘기업 에디토리얼 및 스토리텔링 디렉터’를 채용하기 시작했다—차임의 첫 ‘스토리텔러’ 채용 공고다. 차임의 최고 대외협력 책임자 제니퍼 쿠퍼먼에 따르면, 500명 이상 지원자 중 대다수는 레거시 미디어 출신의 전·현직 기자들이었고, 그 외에 다른 기업의 콘텐츠 라이터들도 있었다.

“‘에디토리얼(editorial)’ 같은 용어는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쿠퍼먼은 말했다.

“그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거나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 특정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죠. 반면 스토리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소셜, 팟캐스트,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이벤트를 여는 것, 언론과 대화하는 것.”

전미 야생 칠면조 협회(National Wild Turkey Federation)도 10월 말, 중서부 지부에서 ‘스토리텔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2023년에 첫 스토리텔러를 채용한 이후 이 비영리단체의 세 번째 스토리텔러의 채용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찾는지, 그리고 무엇에서 직무 만족을 느끼는지가 달라졌습니다,” 연맹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피트 뮬러는 말했다.

“그래서 그들을 채용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저희 연맹의 스토리를 전하는 데 핵심 구성원이라는 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이, 최고의 인재를 찾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