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의 숨은 큰 손

대륙의 IT공룡 텐센트.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텐센트 역시 여느 테크 회사들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일을 맡은 이는, 데이빗 월러스타인이다.

올해 43세가 되는 월러스타인의 직책은 최고 모험 책임자(Chief Exploration Officer)이다. 다소 생소한 이 직책은 그의 미션에서 나온 말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어쩌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보이는 투자 건을 찾아 진행하는 것이다. 즉, 소위 말하는 ‘문샷(Moon shot)’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것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월러스타인은, 그간 텐센트에서 에어택시 업체 ‘릴리움 에비에이션’이나 농작물의 자동 관수 솔루션인 ‘파이텍’과 같은 회사에 투자를 해왔다.

월러스타인의 친구이자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 맷 오코는 말한다.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국 돈이 넘쳐나니 쌩뚱맞은 데 투자하는 친구”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은 10분, 1시간 혹은 며칠 뒤에는 바로 월러스타인과 텐센트가 진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에어택시 업체 릴리움 에비에이션

중국 회사라 그런지(미국 회사 만큼) 알려져 있진 않지만 텐센트는 게임과 메신저 위챗, QQ를 통해 거대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위치에 있다. 기업가치는 500조원을 상회하고, 손에 쥔 현금만 25조원 이상이며, 지난 5년 동안 해외 기업들에 투자한 금액은 100조원에 달한다. 지난 해에는 테슬라 지분의 5%를 인수하기도 했다.

텐센트의 회장 마틴 라우는 텐센트가 “인류 생활의 개선”을 위해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월러스타인이 헬스케어, 농업 그리고 교통 분야에서 위대하고 모험적인 투자를 통해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행성 즉 삶의 터전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텐센트가 선택한 방식입니다.” 월러스타인이 최근 베이징의 한 연설에서 한 말이다.

텐센트 의장 (포니 마로 더 잘 알려진) 마화텅과 그의 공동 창립자들은 월러스타인의 날카로운 투자 감각을 첫 눈에 알아보았다. 2001년 텐센트는 QQ 메신저를 보유하였지만 큰 수익을 내고 있진 못한 스타트업이었고, 월러스타인은 남아공의 미디어 회사 내스퍼스의 투자 담당으로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었다.

QQ의 잠재력을 알아본 월러스타인은 텐센트 본사가 있는 심천으로 곧장 날아가 투자를 제의하였으나, 마화텅은 공손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월러스타인은 이 거절이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후, 내스퍼스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텐센트의 초기 투자자 둘부터 지분 46.5%를 약 330억원에 취득한다. 그리고 현재 내스퍼스가 가진 지분의 비율은 33.4%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무려 190조원에 육박한다. 5,000배 이상의 수익. 이는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로 꼽힐 수도 있다.

월러스타인은 그 후 텐센트 리더십 팀의 여섯 번째 멤버로 합류해 노키아와 모토롤라 휴대폰에 QQ 선탑재 딜을 만들어내는 등 초기 텐센트의 사업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 후 약 10년 간 해외 사업을 전담한 월러스타인은 현재의 역할로 옮겨와 전세계의 창업자이자 선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텐센트 리더십 팀의 유일한 외국인이며, 회사와 실리콘밸리를 잇는 키잡이기도 하다.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는 채식주의자인 그는 팔로알토의 옛 교회 건물에서 다섯 멤버와 함께 일한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6주마다 중국을 방문한다. 그의 오랜 동료들은 월러스타인의 독특한 성격과 — 그는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의 디너 파티에 손님들을 초대해 자신의 가장 창피했던 순간을 공유해달라고 했다 — 텐센트에서 그가 맡은 희한한 역할이 그가 정말 진지한 투자자라는 사실을 깜빡하게 만든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앤젤투자자 론 콘웨이는 스스로 월러스타인의 팬이라고 자처한다. 그 둘은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투자 전망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한다. 콘웨이는 보통의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하기를 월러스타인은 권장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로 콘웨이와 월러스타인 모두 개발도상국에 의료 지원 금액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하는 플랫폼 왓시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카이마인드에 투자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왓시

지난 9월, 텐센트는 앞서 말한 에어택시 업체 릴리움 에비에이션에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주도했다. “단지 멋진 기술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월러스타인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인구가 넘치는 도시들, 도로가 없는 개발도상국의 교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만 주목했습니다.”

월러스타인은 또한 2011년 라이엇 게임즈의 인수 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바로 그 회사다. 라이엇 게임즈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메릴은 당시 텐센트가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와 IP들을 텐센트의 다른 만화, 소설 등의 컨텐츠와 플랫폼에 이용하길 원했으나 월러스타인이 이를 중재해주었다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무분별한 라이센싱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질까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월러스타인은 우리가 사업을 구체화하고 텐센트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라고 메릴은 말했다.

월러스타인은 개인적인 크리에이티브의 목적으로 텐센트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월러스타인은 헤비메탈의 큰 팬으로서 본인의 앨범 녹음을 마치고, 텐센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 기회(The Last Chance)>라는 제목의 곡은 자연의 소리로 시작되어 시계 소리와 함께 끝이 나는데, 월러스타인은 노래한다.

“이것이 현실을 바로 바라볼 기회야. 인류를 위한 마지막 춤.”

원문: https://www.wsj.com/articles/the-man-who-bets-tencents-moonshot-money-1518098400

번역: 이바닥늬우스 멜론헤드, 감수 피맥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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