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번엔 다릅니다 – 스타트업 vs 기존 기업 (번역)

최근 테크 바닥에서는 Generative AI라는 이름의 새로운 파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AI 파도는 있었습니다만 세상이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았죠.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엘라드 길은 새로운 AI 파도에 대해 ‘이번에는 다른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번 파도는 지난 날과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과연 구글을 뛰어넘는 AI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여기, 그의 대답을 번역했습니다.

번역자

어떤 기술이 유행할 때마다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은 기업가치와 시가총액, 수익과 이익, 인재 확보 측면에서 서로의 몫을 차지하려 경쟁합니다. 스타트업이 독차지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기존 기업들이 독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눠가지는 때도 있죠.

지금까지의 AI 흐름에서는 많은 스타트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달리) 거의 모든 가치가 기존 기업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역학 관계를 다시 탐구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비지도학습으로 대변되는) AI 파도로 인해 발생할 초대형 스타트업의 탄생 가능성과 기존 기업들의 가치상승에 대해 다룹니다.


몇 가지 옛날 이야기

인터넷 1세대에서는 스타트업(구글, 아마존, 페이팔, 이베이, 세일즈포스,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들이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던 기존 기업들(마이크로소프트, 애플, IBM, 오라클, 어도비 등)도 어느 정도는 가져갈 수 있었죠.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비율은 대략 6:4나 7:3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세대라 할 수 있는) 모바일의 경우 애플과 구글, 그리고 모바일 앱을 출시한 기존 기업들에게 대부분의 가치가 돌아갔습니다. 왓츠앱, 우버, 도어대시, 인스타그램, 인스타카트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꽤 가져가긴 했습니다. 이 경우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비율은 2:8 정도 될 것 같네요.

이와 대조적으로 크립토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FTX 등과 같은 스타트업들의 비중이 거의 100%에 달한다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금융 서비스나 인프라 기업들이 창출한 가치는 거의 없었죠. 기존 기업들 중에서 크립토에 가장 많이 참여한 곳은 토큰 채굴용 칩을 제조하는 AMD나 엔비디아 같은 반도체기업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스타트업”은 특정한 흐름으로 인해 시작되었거나 급성장한 신생 기업을 뜻하고자 했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정의에서 보면 모바일에서의 애플은 노키아와 같은 기존 업체를 무너뜨린 파괴자이긴 했습니다만,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해 설립되었던 회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정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왜 초기 AI에서는 스타트업의 몫이 매우 작았던 것일까요?

머신 비전, RNN, CNN, 초기 GANs, 딥러닝 등의 과실들이 거의 전부 기존 기업에게 돌아가던 초창기 AI 때만 하더라도 머신러닝이란 줄곧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생성 모델과 비지도학습 빅뱅 이전의)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AI 퍼스트” 회사들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AI가 가장 많이 활용된 곳은 구글, 페이스북(뉴스피드 및 광고), 틱톡, 넷플릭스(추천), 아마존(알렉사)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초기 AI 흐름의 최대 아웃풋은 자율주행차 기업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구글, GM, 테슬라와 같은 기존 기업들의 자회사(가 되)거나, 코로나로 인한 자본시장 활황장에서 스팩 상장을 하기도 했죠.

몇 가지 일회성 사례 이외에는 초기 AI 시대의 거의 모든 ‘AI 퍼스트’ 스타트업들은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초기 AI 시대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거의 점유하지 못했을까요. 이 흥미로운 화두에 저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1) 0.5~3배 좋은 제품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10배짜리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첫번째 가설은 초기 AI 시대에는 AI로 더 괜찮은 제품들을 만들 수는 있었으나, 이것이 기존 업체나 복잡한 시장구조를 뒤집을 수 있을만큼 드라마틱하게 좋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을 이기기 위해서는 획기적으로 나은 뭔가를 만들어서 기존 업체들의 유통망이나 자본, 기존 제품과 같은 해자를 극복하거나, 기존 업체들이 어떠한 이유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완전 새로운 고객군이나 유통 방식을 공략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기존 제품에 비해 10배 이상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죠. 최근 AI에서는 그 제품 개선이 ‘괜찮은(good)’정도였으나 ‘대단한(great)’수준은 아니었고, 때문에 충분한 차별화까지 이루어지지는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대규모 데이터셋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지금까지의 AI가 대규모로 상용화된 사례들은 방대한 데이터셋을 이미 보유한 소비자 기업(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기존 기업들은 어쩌면 (AI가 아니라) 데이터 우위 때문에 승리했던 것이 아닐까요?

오늘날 스타트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초기 모델을 훈련함에 따라 그러한 데이터 상의 유불리는 사라지고 있으며, 더 작은 데이터셋으로도 훨씬 더 강력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3) 어려운 시장환경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많은 AI 기업들이 경쟁을 선택했던 시장은 기존의 기업들이 “그냥 AI를 추가” 할 수 있다던가, 애초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장이었습니다. 그런 시장에서 기존 기업들은 스타트업의 50% 정도만 잘하더라도, 기존의 강력한 제품과 사용자 풀만 결합시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 슬랙)

과거 많은 AI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거나, 난이도 높은 시장에서 고군분투 했습니다. 교육이나 헬스케어 같이 애초에 구조적으로 시장 진입의 난이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시장구조나 규제,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소비자 경험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기술 혁신이 종종 좌절되곤 합니다.

1970년대 스탠포드의 마이신 프로젝트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당시 개발된 프로그램은 감염성 질병 진단에 있어 스탠포드의 의료진을 능가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램은 결코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특별히 난이도가 높은 시장들이 있고, 이러한 시장에서는 머신러닝을 적용해 10배 더 나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종의 이유로 채택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AI, 이번에 들이칠 파도는 과연 다를까요?

저(엘라드 길)는 오랫동안 AI 기반 제품들을 다루어 왔습니다. 15년 전 구글에서 광고 타겟팅 업무를 담당했으며(이걸 계기로 모바일 쪽으로 많은 시도를 했었죠), 트위터에서는 검색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했었죠(보다 운영 집약적인 사업을 담당하기 전에). 빅데이터와 ML, 유전체학에 중점을 두고 시작한 Color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하기도 했으며(이후 가상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회사로 탈바꿈 했습니다), 10년 넘게 AI 관련 기업에 투자해왔습니다.

AlexNet, CNNs, RNNs, GANs 등 지금까지의 AI에서 만들어진 혁신들도 놀랍고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몇 가지 이유로 다르게 느껴집니다. 새로 다가오는 AI 파도에서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기업들보다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있습니다.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뛰어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술의 파도에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여러 분야에 걸친 혁신 속도입니다. GPT와 같은 언어 모델들(GPT-4? GPT-N?)로 인해 자연어 인식과 처리는 B2C와 B2B 사업 전반에 걸쳐 더 많이 활용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사용자 인터랙션(대화 기반?)에서부터 일반적인 사무 작업(텍스트를 써야하는 모든 작업의 co-pilot)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미지 생성, 음성-텍스트 변환, 텍스트-음성 변환, 음악, 비디오 및 기타 분야에서도 전면적인 진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는 디자인 툴에서부터 영화 제작을 위한 스토리보드에 이르기까지, 최소 4-5가지의 명확한 사용자 케이스들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 케이스에서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 중 누가 어떤 곳에서 먼저 승기를 잡을까요. 물론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존 기업들의 강점이나 민첩성을 기반으로 예측을 해볼 수 있죠.

이번에는 획기적으로 기술이 강력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기존 기업들이 가진 산업적 이점을 넘어서는, 10배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구조적으로 쉬워진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꼭 지금인가?”에 대한 답 역시, 기술의 티핑 포인트가 다가온다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겠습니다.

AI 스타트업의 도약 시점은 GPT-4가(혹은 다른 API 플랫폼이) GPT-3나 3.5보다 얼마나 압도적으로 뛰어난지에 달려있습니다.

GPT-3가 유용하긴 하지만, 아직 많은 스타트업들이 사업적으로 큰 도전을 하기에 ‘돌파구’가 될 정도로 유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출시 이후로 아직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GPT-3보다 5~10배 나은 모델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들이 개선되는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반면 GPT-3 보다 1.5~2배 정도 나은 모델로 출시되면 ‘지금이 그때다’라는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점진적인 개선은 항상 좋은 것이지만 말이죠.


2) 인프라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전의 AI 파도들와는 달리 이번에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서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사용량 또한 급격하게 커지고 있죠. OpenAI, Stability.AI, Hugging Face, Weights and Biases 등과 같은 기업들입니다.

수익 창출이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오픈소스나 API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인프라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LLMs(Large language models) API 영역에서 확실한 리더는 OpenAI입니다. 그런데 4년 전만 해도 이 영역에서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곳은 구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구글은 AI 분야에서 그 수많은 어드밴티지들을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구글은 Transformer 모델을 발명하고, 핵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와 데이터 및 유통망을 가지고 있었죠.

이는 제록스 파크 연구소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제록스 파크도 수많은 기술적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을 발전시킨건 (당시에) 스타트업이었던 애플이었죠.

비슷하게 Hugging Face, Weights and Biases 등은 개발툴을 만드는 기존 기업들이 지금까지 하지 못한 방식으로 AI 산업을 위한 새로운 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 확실한 1등이 없었던 영역에서, 명확한 유스 케이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카피 분야는 Copy.AI와 Japser,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는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등, 코드 생성 쪽에서는 Github Copilot, Replit이 유스 케이스를 가장 빠르게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들입니다. 이들은 과거 AI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열광적인 사용자 반응과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번 AI 파도는 다음과 같은 시장에서 가장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고비용 & 고반복적인 업무일 경우 (코드 작성, 마케팅 카피 작성, 웹사이트용 이미지 제작 등)
  • 정확도가 완전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 제작 과정에 중간중간 사람이 관여해서 결과물을 리뷰하는 작업이 그렇겠죠.(여기서 멋진 피드백 루프나 트레이닝 세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작업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그래서 보편적인 기능 같습니다.
  • 협업 툴에서 아직 유스 케이스가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부족한 경우. 그렇다면 AI의 도움으로 보다 다양한 맥락을 커버할 수 있게 될테고, 그렇다면 AI는 협업에서도 핵심적이고 유용한 기능으로 활용될 것 입니다.
  • 제품의 활용에 텍스트나 이미지의 요약이나 생성이 유용한 경우 –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운 AI 기술로 인해 고품질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요건을 고려한 기업들은 이번 AI 파도의 ‘스위트 스팟’을 차지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음성 인식이나 비디오, 로봇과 같은 분야에서도 새로운 AI 유스 케이스가 나올 수 있을테고요.


최종 사용자와 시장에 집중하기

핵심은 바로 ‘못을 찾는 망치’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실제 사용자의 니즈, 아직 풀리지 못한 제품-시장 적합도(PMF)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풀어내야만 이번 기술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어요.

AI 시장을 만드는 주체가 점차 연구자에서 제품 개발자로 넘어갑니다. (물론 당연히 제품 관점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요) 우리는 조만간 머신러닝과 AI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꽃피우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클라우드에서 아직 진행 중인 것처럼) 10~20년은 족히 걸릴 변화일 것입니다.


스케일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할 때는 기존 기업의 규모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시가총액이 10% 증가하면 현재 기준으로 1,300억 불인데, 이는 약 피그마 7개, 스노우플레이크 4개, 깃허브 17개, Stability.AI 130개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기존 기업의 덩치가 너무나도 거대해졌습니다. 이게 이 덩치를 10%만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생태계와 시장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AI의 파도를 생각해봅시다. 최소 하나 이상의 초대형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입니다. 기존 기업이 그들의 덩치를 이용해 그 파도의 가치를 상당부분 가져간다손 치더라도, 그 파도가 만들어낼 거대한 가치의 유의미한 부분은 스타트업의 것입니다. 이 스타트업들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사업은(예를 들어 검색)은 그들 역사상 최초로 위협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AI를 고민하고 개발하며 투자한 지난 15년의 세월 끝에, 드디어 AI의 파도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진정한 가치를 얻기 시작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신나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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