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새로운 스포츠다 (번역)

기업을 스포츠 팀처럼, 기업가를 스타 플레이어처럼 바라보는 우리

스타트업, 경제 뉴스를 보느라 게임 할 틈도 없으신가요? ESPN이나 스포티비 대신 테크나 경제 유튜버 방송을 더 많이 보시나요? 아니, 레거시 미디어 대신 Not Boring(미국의 이바닥늬우스?)을 정독하신다고요?

여러분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건 분명한 현상입니다. 비즈니스가 곧 새로운 스포츠가 되어간다는 것이죠.



취미가 된 투자, 그리고 ‘비즈니스 as 스포츠’

(역주: 이 글이 작성된 때는 2020년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 경기도 없습니다. 집에 갇힌 우리는 온갖 취미에 손을 대고 있죠. 빵 만들기, 넷플릭스, 온라인 줌바에 이르기까지요.

그중 개인 투자가 있습니다. 증권 시장은 24시간 열려 있고 한밤중에도 지구 반대편의 뉴스가 이어지니까요. 이 바닥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즈니스를 스포츠처럼 즐기는’ 현상은 코로나로 인해 반짝 인기를 끄는 다른 취미와 다릅니다. 갑자기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2013년 조너선 리보브(Jonathan Libov)는 “소비자들은 이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만큼이나 ‘비즈니스 자체’에도 관심을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깊이 애착을 느끼는 제품과 회사를, 좋아하는 스포츠 팀처럼 대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첫 애플 키노트(일명 ‘스티브노트’)를 선보였던 것이 1997년이었습니다. 이것이 판을 바꿨죠. 소비자와 개발자는 애플의 제품이 매장에 풀리기를 기다리거나 언론의 기사만 읽지 않았습니다. 내부자·기자들과 실시간으로 제품 발표를 지켜봤죠. 그 흥분과 기대감은 여느 스포츠 경기 못지 않았습니다.

엘론 머스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공개는 ‘밈’을 낳은 제품 발표의 전형이 되었으니까요. 개리 탄(Garry Tan)이 말했듯이:

‘비즈니스 as 스포츠’의 개념은 지금 훨씬 더 보편적입니다. 비즈니스라는 스포츠 종목이 예전엔 ‘폴로’였다면, 지금은 ‘야구’나 ‘축구’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일상 대화 속으로 파고든 비즈니스

얼마 전 팟캐스터 조 로건(Joe Rogan)이 스포티파이(Spotify)와 계약하자, 제 주변 모든 사람이 한마디씩 했습니다. 레딧(Reddit)의 WallStreetBets 커뮤니티는 1년 새 회원이 4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뛰었고요.

아버지와 통화하다 보니, “너랑 동생은 업계 비즈니스 얘기를 예전 우리가 야구 카드 얘기하듯 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회사를 좋아하는 스포츠 팀처럼, 기업가와 경영진을 스타 플레이어처럼 덕질합니다. 사랑도, 분노도, 야유도 마찬가지죠.

코로나가 이 트렌드를 가속한 건 맞지만, 사실 아래 다섯 가지 요인은 훨씬 전부터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1. 세상을 집어삼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통합과 집중이 ‘응원할 만한’ 회사와 리더를 만들어냅니다.
  2. 비즈니스 셀레브리티
    경영진과 그들의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공개적이고 인간적입니다.
  3. 피터 린치의 꿈
    우리가 ‘매일 쓰는’ 회사가 시가총액도 가장 큽니다.
  4. 스코어보드와 플레이북
    주식 거래는 더 많은 이에게 열리고, 새로운 미디어 덕분에 복잡한 전략도 읽힙니다.
  5. 모두가 사랑하는 언더독
    스타트업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지난 10년간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비즈니스 전략을 쓰면서 스포츠를 사랑하는 저로선, 두 세계의 교집합이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일과 재미, 학습이 만나면 마법이 일어나니까요.



세상을 집어삼키는 소프트웨어

“코로나 대응을 제일 잘한 부동산 업자는 누구일까요? 제일 선호하는 택시 회사는요? 최애 배달맛집은?”

쉽게 답하기 어렵죠. 이름도 얼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 2011년에 예언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는 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테크(혹은 테크 인접) 기업은 파편화되어있던 산업과 이해관계자들을 통합하고 중개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면 한두 개의 플랫폼 회사만 상대하게 됩니다.

  • 스포티파이 덕분에 ‘샘 구디(Sam Goody)’ CD 매장에 갈 필요가 없어졌죠.
  • 넷플릭스는 전국구 비디오 렌털샵은 물론 동네 비디오 가게들도 집어삼켰습니다.
  • 콜택시 배차 몇군데에 전화 돌릴 필요 없이 우버(Uber)를 켜기만 하면 끝.
  • 아마존은… 뭐 비즈니스에 관련한 거의 모든 걸 대신합니다.

이 ‘집중’이 가져온 사회적 득실은 잠시 제쳐두고라도, 소비자 수요가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 쏠려버리니, 우리가 응원(또는 비난)할 팀이 상위 리그 몇 개로 압축됩니다. 그러니 프로 스포츠처럼 흥미진진해질 수밖에요.

예전의 동네 택시 회사들은 비유하자면 ‘아마추어 리틀 야구’ 팀 같았습니다. 로컬 인재로 최선을 다하지만, 게임의 룰을 바꾸진 못했죠. 성인들이 모여 아마 야구 성적을 진지하게 논한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특정 지역 택시 업체 전략을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랬고요.

하지만 우버는 어떻습니까? 예산도, 스타 플레이어도, 판돈도 팬덤도 큰 ‘뉴욕 양키스’ 같습니다. 양키스 얘기를 딥하게 파는 덕후들이 많듯, 우버의 결정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양키스에게 라이벌 레드삭스가 있듯, 우버에겐 리프트(Lyft)가 있고요.

이처럼 공룡 간 라이벌 구도가 생기면, 응원하고 논쟁하고 편 가르기가 더 즐거워집니다. “페이스북파냐, 트위터파냐” 같은 질문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어느 부분 대변하기도 하고요.

그 집중이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덕분에 전 세계 수백만 아니 수억 명이 한 회사에 마음을 쏟으며, 그 결정이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회사로 스스로를 정의하기도 합니다.

물론 예전에도 기업의 팬덤은 있었습니다. 아이폰 vs. 안드로이드, 코카콜라 vs. 펩시, 포드 vs. GM 같은 구도가 그랬죠. (제 옆집은 ‘Ford Fans Only’라고 적힌 간판을 차도에 세워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소셜미디어가 이 팬심을 무한히 확장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기업·리더와 직접 ‘소통’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비즈니스 셀레브리티

트위터 이전의 기업가들은 NFL 선수 같았습니다.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헬멧(기업 홍보팀) 속에 그 인간적인 면은 가려져 있었죠. 이제는 기업가들이 마치 NBA 선수처럼 팬과 직접 소통하며 개성을 드러냅니다.

몇 달 전, 제가 슬랙(Slack) 주가에 대해 트윗 하나 올렸더니, CEO 본인이 답글을 달았어요.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자와 종종 대화를 나눕니다.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Daniel Ek)와 쇼피파이 CEO 토비 뤼트케(Tobi Lütke)는 Invest Like the Best 팟캐스트에 출연해 회사 전략을 가감 없이 설명했습니다. 뤼트케는 게임을 스트리밍하며 팬과 캐주얼 Q&A도 하죠.

이러한 ‘직접 소통’은 기업가와 회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합니다. 소비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내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한번 실수하면 그 비난도 빠르고 나락으로 갈 수 있습니다.

스포츠 팬인 저로선 야유와 환호가 한 끗 차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마크 주커버그가 영웅에서 악당으로 변해 가는 모습도 저같은 덕후에게는 익숙합니다.

이처럼 친밀감이 커지면서, 우리는 기업을 팀처럼, 기업가를 스타 선수처럼 보고—그 이면의 책임과 위험까지 함께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피터 린치의 조언을 실천할 토대를 마련합니다.


피터 린치의 꿈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

피터 린치(Peter Lynch)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사용하고 사랑하는 제품을 투자 리서치의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조언했습니다. 새로 산 샴푸가 마음에 쏙 들었다면 그 회사 주식을 사라는 겁니다.

린치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펀드 매니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는 피델리티 매질런 펀드(Fidelity Magellan Fund)를 13년간 운용하며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동시에 운용 자산을 1,800만 달러에서 140억 달러로 키웠습니다.

다만 린치가 매질런을 맡았던 시절의 대형 기업들은 오늘날의 대형 기업들과 사뭇 다릅니다. 지금 가장 큰 기업들은 우리가 매일 쓰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시장은 ‘잘 아는 것에 투자’한 이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안겨줬습니다. 2020년 열(column)의 초록색 기업들을 동일 가중으로 묶어 2010년부터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937%에 달합니다. 연복리 26%로, 피터 린치 본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죠.

5년 전 쇼피파이(Shopify)의 토비 뤼트케(Tobi Lütke)와 비디오 게임을 하다 그의 회사에 투자했더라면, 그 수익률은 **무려 2,597%**까지 치솟았을 겁니다!

소비자 소프트웨어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첫째, ‘잘 아는 것’에 투자한, 이를테면 테크 기업 초기 투자자들은 슈퍼 팬이자 인플루언서가 됩니다. 마치 NCAA 농구 토너먼트(‘March Madness’)에서 우승팀을 정확히 맞힌 도박꾼이 열광하듯, 성공은 관심과 팬심을 깊게 만듭니다. 덕분에 초기 투자자는 ‘아마추어’에서 ‘천재’로 우뚝 서죠.

둘째, 우리 팬들이 이제 기업의 전략에 관심을 가집니다. 전략이야말로 보유 자산의 수익률과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경험을 동시에 좌우하기 때문이죠. 전략이 제품 결정을 이끌고, 제품 결정은 우리가 앱에 머무는 시간·결제 금액·소통 방식을 규정합니다.

스포츠에는 라이트 팬도, 열혈 팬도 있습니다. 덩크 장면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샐러리 캡 변화가 주는 파급을 분석하는 사람도 있죠. 어떤 이는 팀이 득점했다는 뉴스만 알면 만족하지만, 다른 이는 터치다운 뒤에 숨은 X·O를 파고듭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주주·팬은 각자 이해하는 만큼 관심있는 만큼 소통에 참여합니다.

“페이스북이 트럼프 게시물을 안 지워서 나쁘다!”고 외쳐도 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층 차이·각사의 프라이버시 접근법·장기 성장 가능성을 3,500단어짜리 서브스택(Substack) 글에 꽉꽉 눌러 담아도 좋습니다.

잘 아는 것에 투자한다는 철학은 비즈니스 덕질에 더 많은 사람을 유입시킵니다. 팬덤은 다시 넓어지죠.



스코어보드와 플레이북

누구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스포츠가 지금 같은 위상을 누리진 못했을 겁니다. 스포츠의 묘미는 경기마다 승패가 갈리고, 시즌마다 챔피언이 가려지며, 통산 기록이 각각의 경기와 시즌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준다는 데 있습니다.

비즈니스가 특별한 이유는 시간과 산업을 관통하는 공통의 스코어보드가 실시간으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노리고, 상장기업은 매일 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합니다. 단기주의와 부정적 외부효과 같은 문제도 있지만,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죠.

사람들은 오랫동안 주식을 거래해 왔습니다.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게 1602년이니까요. 다만 오늘날 우리는 자본시장에 24/7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시장은 두 가지—도파민 터지는 알림과 돈—를 우리 앞에 내놓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신문에서 주가를 찾았습니다. 혹은 TV·라디오에서 경제 뉴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투박하고 못생긴 화면에 로그인해야 거래할 수 있었죠.

지금은 휴대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고, 주가를 확인하곤 30초 안에 매매를 끝냅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로빈후드는 2019년 12월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0년 5월 초엔 연초 이후 300만 명이 추가됐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로빈후드는 기존 증권사들에게 ‘수수료 0원’ 경쟁을 사실상 강제했고, 소수점 매매와 코로나 특수가 맞물리며 시장 참여자 수와 거래 빈도가 모두 크게 늘었습니다.

액셀(Accel)·그레이크로프트(Greycroft) 같은 정상급 VC와 윌 스미스·JJ 와트 같은 셀러브리티·운동선수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퍼블릭(Public)은, 투자를 사회적이고 커뮤니티 지향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투자 실력에 따라 팔로어를 쌓을 수 있게 한 것이죠.

퍼블릭은 코로나로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된 기간 동안 고객 수를 80% 늘렸습니다. 로빈후드와 달리 퍼블릭 사용자 중 72%가 장기 투자자입니다. 최근에는 ‘롱텀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투자자들이 긴 시기를 함께 견딜 회사를—마치 좋아하는 팀처럼—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투자는 더욱 접근하기 쉬워졌고, 거래 참여자는 늘었으며, 거래 빈도도 높아졌습니다. 리보브가 2013년에 지적했듯, 사촌이 판타지 풋볼을 시작하자 응원 범위가 원래 팀을 넘어 판타지 선수들이 속한 모든 팀으로 확장됐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는 사람들이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기업에 관심을 품게 만듭니다. 지갑이 걸려 있으면, 실적 발표서를 꼼꼼히 읽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익이야말로 궁극의 스코어보드입니다. 이제 모두가 플레이북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코믹한 사례로, 바스툴(Barstool)의 데이브 포트노이(Dave Portnoy)는 스포츠 도박이 멈춘 공백을 ‘데이비 데이 트레이더(Davey Day Trader)’라는 페르소나로 메우며, 하루에 수십만 달러를 벌거나 잃는 모습을 생중계합니다. 그리고 Z세대와 밀레니얼 수백만 명이 트위터와 유튜브로 그 쇼를 지켜봅니다.

조금 더 진지하면서도 접근성 있는 측면에선, 지난 6~12개월 사이 비즈니스 관련 뉴스레터가 우후죽순 생겨 구독자에게 뉴스·교육·분석을 제공합니다.

상위 무료 서브스택 6개 중 4개가 비즈니스 분야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Not Boring에는 비즈니스 전략을 깊이 다루기 시작한 뒤 구독자가 두 달 만에 거의 네 배로 늘었습니다.

이 새로운 비즈니스 팬층을 공략해 큰돈을 버는 사례도 있습니다. 벤 톰슨(Ben Thompson)은 스트래테처리(Stratechery)에서 프로슈머용 비즈니스 분석으로 연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죠.

플레이북이 늘어날수록 비즈니스라는 스포츠는 라이트 팬에게도 한층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제 경영 전략 교과서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읽지 않아도, 게임으로 슬랙(Slack)과 줌(Zoom)을 분석한 에세이 하나면 비즈니스 구조를 감 잡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접근성 높은 컨텐츠는 라이트 팬을 하드코어 팬으로 전환시키며, 비즈니스를 ‘새로운 스포츠’로 굳히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언더독

비즈니스든 스포츠든 언더독만큼 모두를 열광시키는 존재는 없습니다.

지난 30년, 특히 지난 10년 동안 각종 업무도구는 저렴해졌고 수준 높은 지식도 무료로 공개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팀이 거대 기업을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속도와 도달 범위 덕분에 열혈 소비자들은 기업이 아주 초기 스타트업일 때부터 상호작용을 시작하죠.

요즘 우리가 쓰는 면도기나 칫솔은 글로벌 대기업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제품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작고 빠른 팀이 만든 것일 확률이 꽤 높습니다.

지난 10년간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의 성공은 우리의 비즈니스 팬심을 키웠습니다. 거인들의 패권 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소수 정예의 언더독이 어디선가 등장해 그들을 따라잡고 추월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됐으니까요.

하버드 중퇴생이 수백만, 수억 명이 매일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감탄했고, 그가 인수 제안을 거절할 때마다 환호했습니다.

우버(Uber)가 부패한 택시 산업에 맞서는 이야기에 열광했고, ‘코워킹’이라는 낯선 개념과 그 챔피언 위워크(WeWork, 지금은 무너졌습니다만)에 매료됐습니다.

우리는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 6번 시드로 덴버 너기츠를 꺾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Warriors)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케빈 듀란트(Durant)를 영입해 NBA를 지배하려들자 다른 팀을 응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때 언더독이었던 기업이 시장의 지배자가 되면, 우리는 곧 새로 등장한 도전자들에게 옮겨가 똑같이 열렬히 응원합니다.

아마존(Amazon)이 전통 서점을 상대로 싸울 때 우리는 아마존 편이었죠. 이제 아마존이 거대 공룡이 되자, 우리는 쇼피파이와 소상공인 반란군을 지지합니다.

벌써부터 또 다른 엘리엇(Elliot)이라는 신참을 응원하며 쇼피파이를 꺾으라고 기대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엘리엇을 추격할 또 다른 회사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새로운 참가자가 계속 등장하는 한, 비즈니스는 스포츠처럼 끝없는 언더독 서사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것이 왜 중요할까?

비즈니스를 스포츠로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지갑에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져 개인 투자자(로빈후드·퍼블릭의 우리 모두)가 시장을 계속 움직인다면, 어쩌면 팬덤이 펀더멘털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겁니다.

기업을 분석할 때에는, 보이는 의사결정 뒤에 숨은 전략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 뿐 아니라 투자자이기도 한 팬들이 그 결정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동시에 이해해야 합니다.

기업을 팀, 기업가를 선수로 바라보면 생산성과 지속성을 분석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생기고, 성공의 새로운 징후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 고객과 투자자 뇌리에 ‘밈’처럼 자리 잡을 수 있는가?
  • 로스터를 어떻게 짜는가? 슈퍼스타만 모으면 팀이 되지 않습니다. 경험과 신성, 에이스와 롤플레이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 투자자·고객·팬을 어떻게 연결하는가? 애플과 테슬라의 제품 출시 이벤트는 팬덤을 결집시킵니다. 이는 무료로 이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으로 이어지죠.

우리는 앞으로도 이 질문들을 계속 다루며 기업을 분석할 것입니다.


이제 기업에게 더 넓은 팬층을 구축하는 일은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해질 것입니다. 스포츠는 인종·세대·직업·소득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습니다. 경기 전 주차장에서 열리는 테일게이트 파티만큼 다양한 풍경은 드물죠.

비즈니스가 미국인의(혹은 한국인의) 상상력 속 스포츠와 같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모두가 함께 응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 연준의 2016년 소비자 재무조사에 따르면, 백인 가구의 61%가 주식을 보유한 반면 흑인 가구는 31%에 그칩니다. 백인 가구의 주식 보유 중앙값이 5만 1,000달러인 데 비해 흑인 가구는 1만 2,000달러에 불과합니다.

퍼블릭 같은 회사는 이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입니다. 공동 CEO 리프 아브라함(Leif Abraham)은 “투자는 전통적으로 모두에게 포용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걸 바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벤처투자자 브라이언 킴멜(Brianne Kimmel)의 트윗에 따르면, 퍼블릭은 영향력 있는 흑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홈페이지에 흑인 사용자를 내세우며, 팔로우·DM·그룹 기능처럼 사람을 모으고 학습을 돕는 요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심지어 ‘인종적으로 다양한 리더십 팀을 가진 기업’을 주목하는 테마를 도입하려 합니다.

포용을 초기에만 반짝 외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그건 나쁜 비즈니스입니다. 기업은 스포츠 팀처럼, 장기적 성공에 이해관계를 지닌 팬으로부터 열렬한 충성을 얻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실수할 땐 따끔한 질책도 들어야 하고요.

비즈니스가 스포츠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겁니다. 저 역시 세븐티식서스(76ers)나 필라델피아 이글스(Eagles) 경기를 손꼽아 기다리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점점 기업들을 팀으로, 기업가를 선수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실 자체로 엄청난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에는 그만큼 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를 것입니다. 물론이죠. 세상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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