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어떻게 젠지 카다시안, 이시대 최고의 ‘피치우먼’이 되었나

‘액티베이트’.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휩쓰는 이 인플루언서가 밀고 있는 이 동사는 얼과의 대화 내내 끊임없이 등장한다.
얼은 코첼라(Coachella)에서 스파클링 마가리타 ‘브랜드를 액티베이트’할 예정이고, 페스티벌 직후에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강연하며 ‘교수 모드를 액티베이트’한다. 임시 보호 중인 반려견 트루(True)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서도 그는, ‘액티베이트’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세계에서 얼처럼 활발하게—그리고 끊임없이 ‘액티베이트’하며—움직이는 이는 드물다. 스물넷의 그는 여드름 패치부터 햄버거, 메이크업 리무버 티슈까지 뭐든 알리는 Z세대의 상징적인 인플루언서로 떠올랐다.

그리고 얼은 동시에 팔로워 700만 명 넘는 이들과 드문 수준의 친밀감을 유지한다. 얼은 자기 앞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여드름, 불안, 친구들과의 파티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팬들은 그를 친구처럼 여기며, 그가 추천하는 제품이라면 신뢰하며 기꺼이 지갑을 연다.
불과 몇 년 사이, 얼은 마이애미 대학을 다니던 학생에서 업계의 노련한 협상가로 성장했다. 아마존, 로레알 같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프리바이오틱 소다 브랜드 팝피(Poppi)의 지분에 투자했다.
팝피는 3월 펩시코가 19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회사다. 성장하는 기업의 지분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알릭스 얼이 비즈니스를 대하는 시야도 넓어졌다.

“이번 경험은 브랜드 제휴나 파트너십을 단순히 ‘현금’ 이상으로 바라보게 해줬어요. 그리고 제 자신에게 베팅하는 법도 가르쳐 줬죠—‘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무엇일까,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방구석 틱톡커에서 코첼라와 슈퍼볼까지
뉴저지 먼머스 카운티에서 자란 알릭스 얼은 알리사(Alisa)와 토머스 ‘T.J.’ 얼(Thomas “T.J.” Earle)의 장녀다. 현재 알릭스 얼의 매니저이기도 한 아버지 TJ는 건설 회사를 운영한다.
얼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는데, 이는 그가 공개적으로 자주 언급해 온 어린 시절 기억이다. 그는 무용을 했고, 고교 시절엔 지역 부티크에서 모델로 일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려왔다.
2020년, 대학 1학년이던 때 틱톡이 급부상했고 얼은 “바이럴”을 만들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혔다. 초기 틱톡 영상에서 얼은 인기 곡에 맞춰 춤추고, 쇼핑 하울을 보여주고, ‘내 하루’ 영상을 찍는 등 새로 생겨나던 장르의 클리셰를 초조해보일 정도로 집요하게 시도했다.

“학교 친구들은 ‘도대체 저게 뭐 하는 거야?’라는 반응이었죠. 마치 이미 인플루언서인 것마냥 올려댔지만, 실제로는 팔로워가 없었거든요.”
얼의 기대만큼 일이 빨리 풀리지는 않았다. “몇 년 동안은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성공한 걸 그대로 따라 했는데, 그건 그 사람이니까 먹혔을 뿐이었죠.”
그러다 알릭스 얼 특유의 ‘같이 준비할래?(Get Ready With Me)’ 영상—친구들과 밤을 즐길 계획을 실시간으로 얘기하며 파운데이션을 바르는—이 주목으며 상승세가 시작됐다.
얼의 전형적 미국식 외모와 거침없는 솔직함, 이를테면 “가슴 수술 1주년을 축하하며 준비해요”라며 성형 경험을 상세히 밝히거나, “자기 전 준비하면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해요”라며 렉사프로 병을 흔드는 모습들은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2024년 5월, 얼은 평소와 다름없는 형식으로 영상을 시작했다. “같이 준비할래?…내가 어떻게 팝피의 주주가 됐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다 브랜드 팝피 투자는 2024년 슈퍼볼 광고와 코첼라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며 화제가 됐다. 이후 펩시의 인수 발표가 나자, SNS에서는 “얼이 과연 얼마를 벌까”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이번 주 펩시코는 거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얼과 팝피는 그의 지분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얼은 딜 구조에 대해 힌트를 줬다.
“팝피에서 받은 현금은 제가 홍보한 맛의 매출 쉐어가 전부였어요.” 그녀는 연단위 계약으로 ‘액티베이션’과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았다. “제 돈도 투자했어요. 그러니까 양방향 구조죠.”
매니저이기도 한 얼의 아버지 TJ는 팝피의 기업 가치가 시장가보다 낮다고 판단해 지분 형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알릭스의 수수료를 지분으로 받기로 했고, 회사가 매각되면 알릭스가 상승분을 가져가도록 했죠. 결과적으로 지분이 상당히 올랐습니다.”
팝피 마케팅 책임자 앤디 저드(Andy Judd)는 얼이 브랜드의 가장 큰 파트너라고 말한다. “마케팅 믹스 전반에 걸쳐 그만큼 영향력 있는 인재는 없어요.” 이러한 보상 구조도 오직 그에게만 적용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얼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즐겨 마셨던 팝피 덕분에, 2024년 코첼라에서 팝피 로고가 새겨진 하우스 숙박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얼에게 꼭 맞춘, 크리에이티브한 연출 덕분에 그는 그 경험을 자연스럽게 SNS에 공유했다.
예컨대 침대 옆에는 팝피 로고가 붙은 수프 캔이 비치돼 있었고, 파티 후에는 캔째 음료를 들이키는 영상을 올렸다. 이 파트너십은 단연 화제가 되며 ‘코첼라 위너’라는 헤드라인을 낳았다.
2025년 슈퍼볼 광고에서도 얼은 팝피의 얼굴로 등장했으며, 그날만 TV 광고 세 편에 출연했다. (올가을 ‘댄싱 위드 더 스타스’에도 출연 예정이다.) 이 광고는 2025년 별도 계약으로 추가 지분을 받는 조건이었다.
올해도 추가 프로모션이 예정돼 있다. 저드는 얼이 디자인한 팝피 전용 캔이 월마트에서 판매된다고 밝혔다.
덴임 브랜드 프레임(Frame) 공동 창업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릭 토스텐손(Erik Torstensson)을 만났을 때, 얼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스키니 진, 즉 2012년의 히트 아이템이었으나 이후 ‘기본템’이라 조롱받던 스타일을 부활시키자는 것.
“본격적인 피치는 아니었어요—그냥 ‘이제 때가 됐다’는 직감이었죠.”
“혹시 나만 스키니 진을 다시 입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어요.” 그러나 ‘알릭스’ 진은 24시간 만에 완판됐다.
스파클링 마가리타 브랜드 십마그스(SipMargs) CEO 저스틴 나보즈나(Justin Nabozna)는 얼이 회사에 투자했을 뿐 아니라, 운영과 브랜드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고 말한다. “‘마케팅 전략도 같이 고민할게요, 홍보도 하고, 여러 아이디어도 낼 수 있어요’라며 자발적으로 움직이더군요. 그런 태도는 흔치 않아요.”
“솔직히 알릭스의 파워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이해 못 했습니다. 무명이었던 브랜드가 6주 만에 20억 번 노출을 기록했어요. 정말 대단하죠.”
어쩌면 진짜 ‘핫 메스(Hot Mess)’
3월 말부터 얼은 브이로그 형식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가족·친구·NFL 휴스턴 텍신스의 와이드리시버 남자친구 브랙스턴 베리오스(Braxton Berrios)와의 일상을 더 깊이 공유하고 있다. 이 영상은 그녀의 단명한 팟캐스트를 대신하게 됐다.
얼은 2023년 ‘콜 허 대디(Call Her Daddy)’ 진행자 알렉스 쿠퍼(Alex Cooper)의 미디어 스타트업 언웰 네트워크(Unwell Network)와 가장 먼저 계약한 스타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핫 메스(Hot Mess)’ 팟캐스트를 1년 넘게 진행했지만, 관계가 틀어지며 휴지기에 들어갔다.

쿠퍼는 SNS에서 “지적 재산권은 얼에게 있으며, 진행을 막는 건 아니다”라고 밝히며 직접 휴식을 언급했지만, 얼은 모든 권리를 되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뒤에서는 솔직히 ‘진짜 핫 메스’였죠.” 쿠퍼는 별도 논평을 하지 않았다.
“팟캐스트를 다시 키우고, 더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에요. 조금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기대돼요.”
얼의 아버지는 딸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로 이 주제에 대해 침묵했다. 그는 얼 외에도 올해 대학을 졸업한 딸 애슈틴(Ashtin)을 매니지먼트하고 있으며, 애슈틴은 휴지기 전 ‘핫 메스’ 공동 진행을 맡았었다.
TJ 얼은 현 부인인 알렉스의 새엄마 애슐리 듀프레(Ashley Dupré)와 사이에 어린 자녀 셋을 더 두고 있는데, 모두 얼의 콘텐츠에 등장한다. (듀프레는 일라이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의 성매매 스캔들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얼의 친모 역시 그녀를 쏙 빼닮아 영상에 출연한다.
TJ 얼은 알릭스를 위해 전문팀을 꾸리고 비즈니스 기회를 점검한다. “알릭스는 함께 일하는 모두가 성공하길 정말 바라요. 그래서 더 열심히, 기대치 이상으로 일하죠.”
얼은 무언가를 직접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많은 이들은 그의 자주 올리는 여드름 관련 게시물 때문에 스킨케어 라인일 거라 추측하지만, 그는 힌트를 주지 않았다. “갈 수 있는 길은 많아요. 아직 공개할 순 없네요.” 다만 1년쯤 뒤면 프로젝트가 드러날 거라고 했다.
하버드에서의 하루
얼은 “놀 땐 제대로 놀고, 일 땐 더 열심히”를 모토로, 코첼라 직후 곧장 하버드로 날아갔다. 그는 MBA 학생 대상 기업가정신 수업에 참관하고, ‘창업가 마인드셋’에 대해 Q&A를 진행했으며, 리테일·럭셔리 클럽과도 대화를 나눴다.
휴식 시간에는 검은 카프리 수트를 벗고,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Elle Woods)에서 영감을 받은 핑크 미니스커트·재킷 차림으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이 순간 모든 것을 촬영해 팔로워에게 콘텐츠로 공유했다.
강의를 맡은 선임 강사 레자 사추(Reza Satchu)는 그의 홍보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자, 21세와 23세 딸들과 학생들에게 자문해 초청 여부를 검토했다. 그는 얼에게 뭔가 독특한 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얼에겐 분명 창업가적 마인드가 있어요. 수많은 사람이 그가 하는 일을 시도하지만, 실제로 해낸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캠퍼스 일정을 마친 뒤 사추의 집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도 얼은 즉석에서 학생들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평가했다. 이어 그의 화장실을 배경 삼아 학생들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얼이 그 즉시 750만 팔로워에게 틱톡 영상을 올리자, 학생들에게는 선주문이 쏟아지고 투자자 연락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 학생 웹사이트는, 얼의 팔로워들의 트래픽으로 서버가 뻗어버릴 정도였다.
- 원문: WSJ https://www.wsj.com/style/alix-earle-deal-alex-cooper-podcast-poppi-019f0cca?st=gvMeyY&reflink=desktopwebshare_permalink
- 초벌: o3 / 편집: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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