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 다 뺏어갈까? 스탠포드에서 연구한 ‘진짜’ 미래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논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AI 이야기만 나오면 지겹도록 듣는 말이 있습니다.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불안감이 솟구치고, 언론은 연일 ‘대체될 직업’ 리스트를 뽑아냅니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는 기분이 들죠. 그런데 이 모든 논의에 뭔가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바로 ‘그래서, 일하는 당사자인 우리는 뭘 원하는데?’ 라는 질문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부분 기술 개발사나 자본가의 시선에서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그냥 다 대체해버리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죠.

그런데 최근 스탠포드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에서 아주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내놨습니다. 이 논문은 판을 완전히 뒤집어 질문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별개로,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AI가 어떤 일을 대신해주길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싶어 할까?”

이 질문 하나로, AI와 일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이건 그냥 설문조사 몇 개 돌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노동부의 직업 데이터(O*NET)를 기반으로 104개 직업, 844개 업무에 대해 무려 1,500명의 현직자와 52명의 AI 전문가를 심층 분석한, 거의 ‘인구 총조사’급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이 구축한 ‘WORKBank’라는 데이터베이스는 앞으로의 논의에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겁니다.


핵심은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 주도성’

이 연구가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자동화 찬성/반대’ 같은 이분법적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인간 주도성 척도(Human Agency Scale, HAS)’라는 5단계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 H1 (완전 자동화): AI가 모든 걸 다 한다. 인간은 거의 관여 안 함.
  • H2 (인간 감독하 자동화): AI가 실행하고 인간은 감독/승인만 한다.
  • H3 (동등한 파트너십): 인간과 AI가 동등하게 협력하며 일한다.
  • H4 (인간 주도, AI 보조): 인간이 주도하고 AI는 보조 도구로만 쓰인다.
  • H5 (완전 수동): AI 개입 없이 인간이 모든 걸 다 한다.

자, 어떤가요? ‘자동화’라는 단어 하나에 숨겨진 복잡한 상호작용의 스펙트럼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우리는 그동안 H1(완전 자동화)과 H5(완전 수동) 사이의 광활한 영역을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충격적인 결과: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과 시장이 만드는 것의 불일치

연구 결과를 까보면, 우리가 막연하게 가졌던 통념을 뒤집는 사실들이 쏟아집니다.


1. 사람들은 AI를 원한다, 단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놀랍게도, 근로자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46.1%에 대해 AI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AI를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더 중요한 건 그 이유입니다. ‘단순히 편해지려고’가 아닙니다. 69.38%의 응답자가 “반복적이고 가치 없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나는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AI가 워크플로우를 원활하게 하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줄이는 데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자체에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 예술/디자인 분야 근로자

즉, 우리는 AI를 ‘내 일을 뺏어가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줄 조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 시장은 엉뚱한 곳에 삽질 중일 수 있다

이 연구의 백미는 ‘근로자의 욕구(Desire)’와 ‘기술적 역량(Capability)’을 교차 분석한 ‘욕구-역량 매트릭스’입니다. 연구진은 844개의 업무를 4개의 사분면으로 나누었습니다.

구역노동자 원함기술 가능성대표 업무 예시 (논문)실전 전략
🟢 Green Light
“기꺼이 맡길래요”
높음 (↑)높음 (↑)• 세무사 – 고객 일정 잡기• 품질관리 데이터 자동 집계즉시 도입
ROI 가장 빠름
🔴 Red Light
“할 수는 있어도 싫어요”
낮음 (↓)높음 (↑)• 항공 수하물 추적• 단순 고객 응대 티켓 발행투명성·옵트아웃
설계강제 적용 ⚠
🟡 R&D Opportunity
“너무 필요해요, 아직은 못 해요”
높음 (↑)낮음 (↓)• 정밀 의료 서류 분석• 복잡 금융 리스크 시뮬차세대 먹거리
연구·투자 골드존
Low Priority
“필요도, 능력도 없어요”
낮음 (↓)낮음 (↓)• 창의 레이아웃 편집• 고차원 스토리 콘셉팅지금은 보류
자원 배분 최소화

이 매트릭스에 Y Combinator(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가 투자한 AI 스타트업들과 최신 AI 연구 논문들을 대입해 봤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41.0%의 YC 투자와 연구가 ‘적색등’ 또는 ‘낮은 우선순위’ 영역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정작 사용자(근로자)가 원치 않는 제품을 만들고 있거나, 아직 원하지도 않고 만들기도 어려운 일에 R&D 자원을 쏟아붓고 있을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지금 당장 돈이 될 ‘녹색등’ 영역과 미래의 먹거리가 될 ‘R&D 기회’ 영역에는 오히려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3. 우리는 ‘동료 AI’를 원한다

앞서 소개한 ‘인간 주도성 척도(HAS)’에서 근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협업 수준은 무엇이었을까요? H1(완전 자동화)이었을까요? 아닙니다.

45.2%의 직업에서 근로자들은 H3(동등한 파트너십)를 가장 이상적인 협업 모델로 꼽았습니다. AI가 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길 바라는 겁니다.

“[AI 에이전트가] 저를 위해 리서치를 수행하는 조수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모든 답변은 제가 검토할 겁니다. 정확성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요.” – 연구 분석가

이는 AI 개발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인간의 일을 하나씩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과 어떻게 하면 더 잘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AI, 즉 ‘소셜 AI’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무엇이 중요해지고, 무엇이 퇴색하는가

이 연구는 미래의 ‘핵심 역량’에 대해서도 중요한 통찰을 던집니다. 연구진은 현재의 ‘임금 수준’과 미래에 요구될 ‘인간 주도성(HAS) 수준’을 비교해, 어떤 기술의 가치가 오르고 떨어질지 예측했습니다.

  •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기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과학적 분석 등. 현재는 고임금을 받지만, AI가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해 인간의 높은 주도성이 덜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기술: 타인에 대한 교육/훈련, 대인 관계 및 소통, 조직 시스템 평가 및 개발 등. 현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을 수 있지만, AI가 따라 하기 힘든 복합적인 인간 상호작용 기술의 가치는 폭등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하드 스킬’만 파고드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가르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 스킬’이 AI 시대의 진정한 ‘코어 스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어떤 큰 변화가 있을 때 우리는 그 전략이 말이 되는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 날카롭게 분석했습니다. 이 스탠포드 논문은 그보다 더 거대한, ‘일의 미래 2.0’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이제 이 청사진을 들고 각자의 역할에 맞게 똑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 AI 개발자와 투자자에게: 이제 ‘근로자의 욕구’라는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YC의 41%가 그랬듯, 시장이 원치 않는 ‘적색등’ 영역에 자원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당장 돈이 되는 ‘녹색등’ 영역과 미래의 기회가 있는 ‘R&D’ 영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 자동화’라는 낡은 구호 대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H3 파트너십’ 모델을 구현하는 데 기술력을 쏟아야 합니다.

  • 직장인과 교육자에게: 지금 배우고 있는 기술의 미래 가치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AI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분석 및 정보 처리 기술의 가치는 점차 하락할 겁니다.

    대신 소통, 공감, 협상, 창의적 문제 해결, 리더십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교육 시스템 역시 이러한 역량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어야 합니다.

  • 정책 입안자에게: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라는 공포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연구는 AI가 ‘위협’이 아니라, 인간을 더 ‘가치 있는 일’로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직군을 지원하고, 반대로 인간의 주도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직업군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재교육과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현실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합니다.

이 논문은 AI 시대의 막연한 불안감에 마침표를 찍고, 데이터 기반의 ‘지도와 나침반’을 우리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더 이상 ‘AI vs 인간’이라는 소모적인 대결 구도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설계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스탠포드 연구팀은 앞으로 발생할 ‘지루함의 공백’을 예견했습니다. AI가 허드렛일을 치워주는 대신, 그 시간에 뭘 할지인간 몫입니다.

AI가 단조로운 반복을 말끔히 쓸어 가면, 시간은 마치 새벽 녘 바다처럼 고요히, 그리고 넓게 드러납니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완전히 바뀝니다.

기업은 사람의 시간을 재료가 아닌 자산으로 바라보며, “얼마나 더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더 빛나게”를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자는 자동화 퍼센티지를 외치기보다, 사람과 기계가 섞여 만드는 협업의 공기—그 부드러운 질감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내면에서 데이터 근육 대신 인간 근육을 단련해야 합니다. 공감하고, 질문하고, 서사를 엮어 내는 힘.

결국 미래의 일터는 “시간을 비워 낸 AI”가 아니라 “빈 시간을 황금으로 바꿀 인간”이 결정짓습니다. 오늘도 엑셀 셀 안에서 길을 잃었다면, 조용히 묻기 바랍니다.

“이 순간을 AI에게 선물하면, 나는 어떤 더 큰 꿈을 시작할 수 있을까?”


  • 논문: “Future of Work with AI Agents: Auditing Automation and Augmentation Potential across the U.S. Workforce” https://arxiv.org/abs/2506.06576
  • 블로그 작성: 구글 Gemini 2.5 pro / 기획&편집: 뤽

AI가 내 일 다 뺏어갈까? 스탠포드에서 연구한 ‘진짜’ 미래”의 5개의 생각

  1.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결국 ai가 있으면 소수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이 가능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거 같다…

    좋아요

  2. 소통, 공감, 협상, 창의적 문제 해결, 리더십은 정말로 ‘인간 고유의 역량’인게 확실한가…

    좋아요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