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 가득한 토요일 오후. 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뒷마당 무대 주변 잔디밭에는 수십 명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노트북에 몸을 기울여, 전자담배를 피우며, 딸기 프라푸치노를 마십니다. 머리 위로는 드론이 웅웅거리며 날아다녔습니다. 동네 곳곳에서는 투자자들이 피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말만 보면 꼭 실리콘밸리 같습니다만, 이곳은 남중국 도시 항저우 근처 고즈넉한 도시인 량주(良渚)였습니다. 알리바바·딥시크 같은 테크 기업과의 근접성, 그리고 파격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이끌린 창업가와 기술 인재로 바글거리는 핫스팟이지요.
“사람들은 여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려고 옵니다.”
36세의 펠릭스 타오(Felix Tao)는 전 페이스북·알리바바 직원이자 이번 행사의 주최자였습니다.

그 ‘가능성’ 대부분은 AI와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이 기술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맞서는 요즘, 항저우는 중국 AI 열풍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지방 정부는 항저우에 새로 들어서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책은 수백 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가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베이징·상하이·선전에서 사람들이 날아와 프로그래머를 채용했습니다.
최근 그들 중 상당수가 타오 씨의 뒷마당으로 모입니다. 그는 알리바바의 AI 연구소 설립을 도운 뒤 2022년 자신의 회사 마인드버스(Mindverse)를 창업했습니다.
이제 타오 씨의 집은 량주에 정착한 20·30대 개발자들의 허브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빌리지어(villager)’라고 부르며, 낮에는 카페에서 코드를 짜고 밤에는 함께 게임을 즐기며 AI로 자신들만의 회사를 만들 꿈을 키웁니다.
항저우는 알리바바와 딥시크뿐 아니라 넷이즈(NetEase), 하이크비전(Hikvision) 같은 테크 공룡도 배출한 도시입니다.

올해 1월, 딥시크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들인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 만들었다는 AI 시스템 R1을 공개하면서였죠.
그 이후 딥시크와 알리바바가 개발한 시스템은 세계 최고 성능 오픈소스 AI 모델 상위권을 차지해, 누구든 이를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딥시크 창업자가 수학한 저장대 졸업생들은 중국 테크 기업에서 가장 탐내는 인재가 되었습니다.
중국 매체는 전자회사 샤오미(Xiaomi)가 딥시크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한 일을 면밀히 보도했습니다. 량주에서 많은 엔지니어는 대형 기업(바이트댄스 등)과 맺은 경업금지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자신들의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딥시크는 중국 언론이 ‘항저우의 여섯 호랑이’라 부르는 여섯 개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작년, 그 여섯 중 하나인 게임사이언스(Game Science)는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중국 최초로 글로벌 히트를 거둔 비디오게임 〈블랙 미스: 오공(Black Myth: Wukong)〉을 내놨습니다. 또 다른 업체 유니트리(Unitree)는 1월 중국 국영 방송 봄 축제 갈라에서 무대에서 춤을 추는 로봇을 선보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올봄 AI 안경을 만드는 항저우 스타트업 로키드(Rokid)의 창업자 주밍밍(Mingming Zhu)은 여섯 창업자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주 씨에 따르면,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그와 마찬가지로 저장대학을 나왔거나 알리바바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시작했을 때는 피라미였어요.” 주 씨가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도와줬습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이 로키드 초기 투자자를 연결해줬다며, 그중에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Jack Ma)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일부 투자자를 겁먹게 한다고 말합니다.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익명을 요청한 몇몇 창업자는, 정부 지원으로 인해 해외 VC 자금을 끌어오기 어렵다 보니 중국 밖으로 회사를 키우려던 포부가 좌절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들이 악몽처럼 여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간 틱톡(TikTok) 모회사, 바이트댄스처럼 되는 것입니다.
창업자들은 성장 전략으로 두 갈래 길을 얘기했습니다. 하나는 정부 자금을 받아 중국 시장에 맞춘 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 자금으로 충분히 돈을 모아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 지사를 세우고 해외 투자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대부분에게 현실적 선택지는 전자뿐이었습니다.
또 다른 불확실성은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첨단 반도체입니다. 워싱턴은 수년간 중국 기업의 칩 구매를 막아 왔고, 화웨이와 SMIC 같은 중국 기업은 자체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국산 칩은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이 중국 내 AI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합니다.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칩을 비축해두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물량이 언제까지 버틸지, 중국 칩 제조업체가 미국 업체를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항저우에서 이걸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죠. ‘에이전틱 AI’, 즉 AI 시스템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지시받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 다른 항저우 기업가 치안 로이(Qian Roy)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인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바탕으로 기분을 파악해 반응하는 AI 기반 디지털 동반자 ‘올타임(All Time)’을 개발했습니다. 그의 팀은 딥시크·알리바바·미국 스타트업 안트로픽(Anthropic)이 만든 공개 AI 시스템을 활용해 앱을 프로그래밍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타오 씨가 공동 창업한 마인드버스는 AI 로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해주는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예컨대 동료에게 매일 격려 이메일을 보내거나, 부모님께 가족 여행을 추억하는 정기 문자 메시지를 대신 보내줄 수 있습니다.
“저는 AI가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진짜로 정신적 여유를 줘서 스스로 ‘언플러그’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랍니다.” 타오 씨가 말했습니다.
타오 씨 뒷마당에 모인 다수는, 수세기 동안 시인과 화가에게 영감을 준 호숫가 도시 항저우의 분위기가 자신들의 창의성을 북돋운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린 위안린(Lin Yuanlin)은 저장대학 재학 중 자신의 회사 지버(Zeabur)를 창업했습니다. 그의 회사는 ‘바이브코딩(vibecoding)’—깊은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AI 도구로 앱·웹사이트를 만드는 방식—을 택한 개발자들에게 백엔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량주는 제 제품을 내놓기에 완벽한 곳입니다.” 린 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카페에서 옆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이웃집에 들러, 그들이 스타트업에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바로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린 씨는 량주를 자주 찾다 보니 결국 이곳으로 이사했습니다.

량주 ‘빌리지어’들은 영화의 밤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매트릭스(The Matrix)〉를 함께 봤고, 이후 그 영화는 필수 감상작이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린 씨는 전했습니다. 그 주제—사회를 통제하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사람들—가 영감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는 겁니다.
타오 씨는 말했습니다. 량주에 있는 창업 지망생들은 명문대를 다니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다음에 세상을 바꿀 테크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양주의 창업자 대부분은 아주 용감합니다. 자신의 길을 탐험하기로 선택했죠. 사실 중국에서 그것은 흔한 삶의 방식이 아니거든요.”
- 원문: 뉴욕타임즈 https://www.nytimes.com/2025/07/06/technology/china-artificial-intelligence-hangzho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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