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학부모의 최종 목표, K-학생의 최종 테크 트리는 뭐니 뭐니 해도 ‘의치한약수’ 아니겠습니까. 학창 시절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은 수재는 으레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은 부와 명예, 그리고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치트키’처럼 여겨졌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성공 방정식’은 우리 사회의 국룰로 통합니다.
그런데 이 신성불가침의 공식을, 바로 우리 옆 나라에서는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의사 선생님’ 대신 ‘공대 너드’들에게 부와 명예를 몰아주기 시작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심지어 공대 너드들이 의사보다 연봉이 4배나 된다고요.

그 결과 의대 갈 성적의 천재들이 “저는 AI랑 로봇 만들래요”라며 공대로 향하는 세상. 이건 SF 속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Q1. 에이, 설마요. 그래도 ‘의느님’인데… 연봉 4배 진짜예요?
네, 그 ‘설마’가 팩트입니다. 적어도 ‘돈’과 ‘명예’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잣대로는 말이죠.
물론 이제 막 졸업한 초짜 의사와 경력 20년 차 베테랑 엔지니어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하지만 양쪽의 ‘탑티어(Top-tier)’를 비교하면, 입이 떡 벌어지는 결과가 나옵니다. 위 다큐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AI 엔지니어는 평균 150만 위안(약 2억 8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습니다. 같은 수준의 최상위 의사보다 최대 4배나 많은 금액입니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회적 위상, 소위 ‘가오’의 무게추가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 항목 | 최상위 의사 | 최상위 AI 엔지니어 | 비고 |
| 평균 연봉 | ~40만 위안 (약 0.75억) | 150만 위안+ (약 2.8억) | 넘사벽 연봉 (최대 4배) |
| 국가적 위상 | 안정적인 고소득 전문직 | 국가 전략 핵심 인재 | ‘중국 제조 2025’의 영웅 |
| 사회적 영웅 서사 | 생명을 구하는 명의 | 나라를 먹여 살릴 창업가 | 딥시크 량원펑 사례 |
| 미래 성장성 | 꾸준함, 안정적 | 국가 예산 ‘몰빵’ 투자 | R&D 예산 > 국방비 2배 |
의사가 안정적인 ‘성공의 증표’라면, 탑티어 공학도는 국가가 밀어주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BTS를 보며 국뽕에 차오르듯, 그들은 180조 원짜리 AI 기업 딥시크를 만든 량원펑을 보며 ‘공대뽕’에 취하는 거죠. 자녀 교육을 위해 집 두 채 파는 걸 마다하지 않는 중국 부모들이, 이 흐름을 놓칠 리가 없습니다.
Q2. 나라가 밀어준다니,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데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이건 그냥 ‘IT 산업 육성’ 같은 낭만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의 국가 총동원령 수준의 ‘인재 전쟁’입니다.

- 선전포고, ‘중국 제조 2025’: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반도체, AI, 로봇, 우주항공까지 모든 첨단 기술의 주인이 되겠다.”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기술 독립 선언입니다.
- 예산 폭격, ‘R&D > 국방비 x 2’: 중국의 연간 연구개발(R&D) 예산은 국방비의 두 배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총칼보다 무서운 게 코드’라는 걸 국가가 공식 인정한 셈이죠.
- 두뇌 쇼핑, ‘천인 계획’: 해외에 있는 자국 천재들을 다시 쓸어 담기 위한 작전입니다. 연구비만 해도 한국 대학의 5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쥐여주며 “돌아와서 마음껏 연구하라”고 판을 깔아줍니다. 이 정도면 없던 애국심도 생길 판입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야전사령관 격인 ‘원사(院士)’ 1,000명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그냥 명예교수님이 아니에요. 한 사람이 최대 1조 원짜리 국가 프로젝트를 굴리는, 말 그대로 ‘과학계의 군주’이자 ‘R&D의 타노스’ 같은 존재들입니다. 손가락 한 번 튕기면 수천억짜리 연구소가 생기고 사라지는 거죠.
Q3. 그래서 결과는요? ‘대륙의 실수’ 정도로 끝나는 거 아니에요?
우리 마음속 어딘가엔 아직 ‘메이드 인 차이나 = 가성비 or 짝퉁’이라는 공식이 남아있죠.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을 업데이트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니, 업데이트가 아니라 우리 생각을 포맷하고 새로 깔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 분야 | 대표 기업/성과 | 글로벌 위상 및 레알 현실 |
| AI | 딥시크, 각종 AI 모델 | 기업가치 $155B. 전 세계 AI 연구자 절반이 중국계. |
| 로봇 | 춘절 무대 휴머노이드 군무 | 10년 후 60조 원 시장 예상. 산업용 로봇 구매 세계 1위. |
| 드론 | DJI, EHang (AI 자율비행) | ‘취미용’을 넘어 ‘산업 표준’ 장악. 세계 시장 70% 이상. |
| 기초 과학 | 중국과학원 등 | 세계 Top 12 연구기관 중 8개 (네이처 인덱스 2023) |
이쯤 되면 ‘그래도 우리가 낫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고이 접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들은 이제 우리 턱밑까지 쫓아온 게 아니라, 진작에 우리 어깨를 툭툭 치며 “먼저 갑니다”라고 지나처 달리고 있습니다.

다큐에서는 중국의 전략을 ‘쇼트트랙 코너링’에 비유했는데, 정말 소름 돋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 베이징대 투링반·칭화대 야오반…中, 천재 뽑아 석학이 교육
- 세계 ‘톱100 AI 과학자’ 절반이 중국인…美서 인재 유치 경쟁
- 애플, 메타에 AI 수장 빼앗겼다…”AI 조직 대수술 불가피”

Q4. 완벽해 보이는데, 정말 약점 하나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이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국가적 프로젝트에도 ‘아킬레스건’은 존재합니다. 바로 ‘아들딸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면서 비논리적인 변수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공대 열풍’ 속에서 최근 중국에서도 다시 ‘의대 선호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 많은 공대생 엄마들도 결국 ‘안정적인 게 최고’라며 의대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겁니다.

이것은 ‘국가의 청사진’과 ‘개인의 욕망’ 사이의 거대한 충돌입니다. 국가는 “인류를 구원할 AI를 개발하라!”고 외쳐도, 부모님은 “됐고, 일단 안정적인 직장부터 구하고 결혼하라!”고 말씀하시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결국 이 ‘인재 전쟁’의 최종 보스는 미국도, 기술적 한계도 아닙니다. 어쩌면 ‘아파트 집값’과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모든 부모의 똑같은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국가의 거대한 의지가 과연 이 가장 원초적인 욕망마저 이길 수 있을까요? 이 줄다리기의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 참고: KBS 다큐 인사이트
- 기획/편집: 뤽, 초안 작성& 이미지 생성: 구글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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