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피니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피니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봐요.”
피니는 휴대폰을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또 다른 테이크를 촬영했다. “저희는 지금 레드카펫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피니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22세의 이 인플루언서는 ESPN의 연례 스포츠 시상식인 ESPY 시상식에 앞서 돌비 극장 밖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에게 쇼츠 동영상을 찍어 올리려 애쓰는 중이었다.
근처에는 시몬 바일스(Simone Biles)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Shai Gilgeous-Alexander)가 서성이고 있었다. 한 어린 팬이 방금 피니에게 달려와 그녀의 콘텐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열변을 토하고 간 참이었다.
햇볕은 강렬했고, 피니의 폰은 자꾸 오류를 일으켰으며, 그는 애틀랜타에서 열린 MLB 올스타전에서 LA로 도착한 이후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였다. 다음 날 아침에는 WNBA 올스타전이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로 향해야 했고.
결국 피니는 파라솔 아래 그늘진 곳을 찾아 잠시 머리를 매만지고 다시 녹화를 시작했다.
“채널 고정하세요.” 피니는 게토레이가 시상식 도중 전국 고교 올해의 선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요즘 스포츠계의 모든 이들은 피니가 팔로워들에게 자신들에 대해 무언가 말해주기를 원한다. 채널을 고정하고, 주목하고, 참여하라고 말이다. 피니의 투어 일정이 이를 반영한다. 올해 그는 슈퍼볼, 마스터스, 인디애나폴리스 500, 파이널 포, MLS 올스타전, 그리고 나스카 레이스에까지 참석했다.
대부분의 경우, 리그와 스폰서들—구글, 트루이스트, 엑스페리안, 유튜브, 게토레이(피니를 ESPY 시상식에 보낸 곳)—이 그를 데려오기 위해 협력한다. 피니의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수 많은 브랜드들이 그가 행사에 참석하고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올리는 대가로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을 지불한다.
스포츠 팬들은 올가을 피니를 훨씬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는 이번 주부터 ESPN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ESPN은 그를 소셜 채널과 지상파 TV에 출연시키기 위해 고용했다.
그는 ‘스냅챗의 스포츠센터’를 진행하고 ‘먼데이 나이트 풋볼’과 ‘컬리지 게임데이’ 제작진과 함께 이동할 것이다. 레드카펫에서 ESPN의 콘텐츠 책임자인 버크 매그너스(Burke Magnus)는 피니를 발견하고 말했다. “저희가 피니를 로켓에 태워 천상계로 보내드리고 싶어요.”
ESPN은 피니만큼이나 그의 시청자들을 원한다. 웹사이트 트래픽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유튜브가 최고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된 세상에서, 피니는 거의 800만 명의 틱톡 팔로워와 인스타그램, 스냅챗에 각각 1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소셜 비디오와 크리에이터 경제의 부상,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콘텐츠의 출현, 그리고 레거시 스포츠 미디어의 쇠퇴와 같은 온갖 종류의 미디어 트렌드의 중심에 존재한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본래 약속이 홍보를 대가로 기자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인플루언서는 그 합의의 더 현대적인 버전으로, 선수와 리그에 더 실질적인 것, 즉 팬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통로는 매우 넓고 아름답다. 이는 MLB가 최근 인플루언서 담당 이사를 고용하고 WNBA의 뉴욕 리버티가 패션 인플루언서들에게 프레스 자격을 부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와 문화의 교차점을 다루는 새로운 미디어 회사 오프볼(OffBall)의 공동 창립자인 미카엘라 해먼드(Michaela Hammond)는 이렇게 말했다.
“차세대 대형 스포츠 방송인은 크리에이터 집단에서 나올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스포츠 미디어의 향방이며, 전통적인 스포츠 미디어인보다 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점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LA에서의 정신없는 이틀 동안, 피니는 종종 CAA(Creative Artists Agency) 소속 매니저 두 명과 에이전트 한 명을 대동하고, 게토레이 행사를 위해 로즈볼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NFL의 스타 푸카 나쿠아(Puka Nacua)와 그가 아기 이마에 사인을 해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NBA 스타 칼-앤서니 타운스(Karl-Anthony Towns)와 순발력 게임을 했으며, 전 NFL 선수의 아내인 앨리슨 쿠차르칙(Allison Kucharczyk)과 그의 인기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녹음했다.
모든 것이 콘텐츠였다. 그는 작은 검은 상자에 휴대폰과 미니 마이크 두 개를 넣고 다니며, 들르는 곳마다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했다. 그는 말했다. “계속해서 포스팅해야 해요. 계속”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피니는 카메라를 사랑했다. 그의 어머니는 캠코더로 홈 비디오를 찍었는데, 오빠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피니는 카메라 앞에서 끼를 부렸다. 그가 소셜 인터넷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지금은 ‘틱톡’으로 불리는) 뮤지컬리(Musical.ly)라는 플랫폼에서 춤을 짜고 추는 것이었다.
피니는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20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인 메릴랜드주 올니에서 자랐다. 또래들보다 온라인 활동에 미쳐있던 피니는 좀 이상한 아이였다. “네 뭐 놀림을 당했죠.” 그는 회상했다. “사람들은 ‘시간 낭비다’, ‘오글거린다’, ‘이상하다’고 말하더라구요.”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바다새우를 키우고 아마존에서 온 택배 상자를 여는 일상을 담은 일기를 촬영하면서 그의 온라인 인기는 폭발했다. (한 비디오 시리즈는 보푸라기 제거기부터 립밤까지 온갖 미니 아이템에 대한 것이었다.)
피니는 스냅챗 스포트라이트나 유튜브 쇼츠와 같은 신생 플랫폼에서 일찍부터 활동했고, 곧 돈이 따라왔다. 그는 음반사로부터 콘텐츠에 노래를 사용하는 대가로 한 곡당 200달러를 받기 시작했다. (피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틀간 인명구조 아르바이트를 한 것”과 같은 수준의 금액이었다.)
스냅챗 스포트라이트가 조회수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돈을 지불하기 시작하자, 피니의 휴대폰에는 수천 달러가 굴러들어오고 있다는 알림으로 불이 났다. 그는 18세가 되었을 때 백만 달러를 벌었고 본인 명의로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했다.
브랜드들이 주목했다. 그는 대학 기숙사 방 꾸미기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도미파이(Dormify)와 일했다. 피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 입학하자, 풋볼팀은 소셜 미디어팀과 함께 그를 초대하여 프로그램과 협력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후 4년 동안 그는 대부분의 경기일에 풋볼팀의 소셜 미디어 채널용 비디오를 촬영하는 동시에 그 작업을 자신의 계정에도 기록하며 일했다.
1학년 때, 워싱턴 커맨더스(Washington Commanders)는 피니를 경기일 소셜 특파원으로 고용했다. 그 후 유튜브는 그를 슈퍼볼에 초대했다. (그는 지난 네 번의 슈퍼볼에 모두 참석했다.) 피니는 슈퍼볼 축하 행사를 위해 백악관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피니는 올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디지털 저널리즘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오늘날 그는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하루에 두세 번씩 게시물을 올린다. 스냅챗 스포트라이트에는 50번에서 100번 사이로 올린다.
피니의 피드를 훑어보면 공항을 통과하는 모습,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 팬들에게 자신의 등장곡이 무엇일지 묻는 모습, 치퍼 존스(Chipper Jones)와 함께 유명한 사진을 재현하는 모습 등의 클립을 볼 수 있다.
ESPN의 소셜 및 스트리밍 콘텐츠 담당 수석 부사장인 케이티 데일리(Kaitee Daley)는 “케이티 피니에게는 친근함이 있습니다”며,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팬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팬들은 자신들이 팔로우하는 스포츠 방송인에게서 곧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니까요”고 말했다.
MLB의 소셜 미디어 책임자인 캐머런 기다리(Cameron Gidari)도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인플루언서가 갑자기 떠서 그 이후에 길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피니는 팬데믹, 대학, 커맨더스를 거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경력 경로를 다듬어온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경력에 있어 뚜렷한 생각이 있었어요.”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호텔 파티오에 앉아, 피니는 치퍼 존스와 함께 찍은 비디오를 틀었다. 그는 오늘날 선수들이 1990년대에 누렸던 것 중 놓친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이는 존스를 잠시 당황하게 했다. 그게 바로 영상의 훅(hook)이라고 피니는 설명하며 말했다. “치퍼 존스를 난처하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세요!”
또 다른 핵심은 팔로워들을 (스포츠가 아니라) 피니 자신에게 주목시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슈퍼볼에서 터치다운을 볼 때, 팔로워들은 터치다운을 보고 싶어 하지만 그것에 대한 피니의 반응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2,5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피니의 가장 성공적인 비디오 중 하나는 그가 톰 브래디를 만나는 장면을 담은 단순한 클립이다.
“그때 제가 ‘당신은 전설이에요!’라고 말했죠.” 피니는 설명했다. “제가 톰 브래디를 만났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버렸기 때문에, 그 영상이 바이럴이 된 거예요.”
피니의 LA 일정 중 하나는 디어 미디어(Dear Media) 스튜디오에 들러 쿠차르칙과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것이었다. 쿠차르칙의 남편 아이작 로셸(Isaac Rochell)은 NFL에서 7시즌을 뛰고 은퇴했다.
‘쿠치(Kuch)’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쿠차르칙은 NFL 선수의 아내로서의 삶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팔로워를 구축했다. 테니스 스타 테일러 프리츠(Taylor Fritz)의 여자친구인 모건 리들(Morgan Riddle)도 그 스포츠에서 같은 일을 해왔는데, 이는 스포츠계를 휩쓸고 있는 WAG(선수들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을 뜻하는 약어)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피니 역시 이런 종류의 콘텐츠, 즉 아마도 여성을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비디오를 시도한다. 마스터스에서는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의상을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10벌을 입어보았고, 흰색 스웨터와 녹색 치마인 1번 옵션이 최종 선택되었다. 데일리는 ESPN이 특히 피니를 팔로우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디어 미디어는 여성 크리에이터 지원을 전문으로 하며, 로비는 그들이 탤런트와 함께 출시를 도운 섹스 토이부터 데킬라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니와 쿠차르칙은 처음으로 직접 만났지만 서로의 경력을 팔로우해왔다. 그들은 포옹을 나눈 후 자신들의 미디어 경력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현재 스포츠 관계자들은 팬들이 어디에 있든—가능하다면 디어 미디어와 같은 곳은 물론, TV, 인쇄 매체, 소셜 미디어 등—모든 매체의 모든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 뜨는 매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53세의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기자이자 작가인 제프 펄먼(Jeff Pearlman)은 자신의 경력을 잡지에서 책으로, 그리고 이제는 틱톡으로 옮기면서 이러한 변화를 지켜봐 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틱톡에서 거의 30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다.
펄먼은 최근 한 신문사에서 대학팀을 취재하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기사를] 읽지 않습니다. 그들은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기자들이 하는 일]을 봅니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가 훨씬 더 영향력을 갖고 프레스 박스에 더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피니는 자신을 인플루언서라기보다는 우연히 스포츠 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터로 생각한다. 피니에게서는 한결같은 집중력과 함께 미디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예리하게 진단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친구들은 제가 디즈니 채널 같다고 말해요. 저는 매우 범용적인 브랜드죠. 정치적인 것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대학교에서의 밤 문화 이야기 같은 것도 하지 않아요. 제 비디오에서는 나쁜 말을 하지 않죠. 저는 모든 리그와 확실히 많은 신뢰를 쌓아왔고, 이를 늘 의식하고 있습니다.”
피니는 게토레이와 약속한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마이크를 챙긴 뒤 레드카펫을 다시 지긋이 보았다.
“콘텐츠를 좀 더 찍어야겠어요.”
- 원문: 워싱턴포스트 https://www.washingtonpost.com/sports/2025/08/04/katie-feeney-tiktok-espn
- 기획&편집: 뤽 (w/ 제미나이 2.5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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