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들이 사랑하는 팟캐스트, Lenny’s Podcast에 이바닥이 사랑해 마지 않는 벤 에반스가 출연했네요. 그렇다면?요약해드립니다.
AI에 대해 6개월마다 발표 자료를 정리하는데, 한번은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이거 결국 80장 내내 ‘우리도 모른다’잖아요.” 약 올리는 말인데… 사실 정확합니다. 그래서 그 “모른다”를 다섯 갈래로 풀어볼게요. 거꾸로 보면, 이 안개 속에서도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1. 모든 게 바뀝니다. 다른 모든 것들처럼요.
그렇습니다. AI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만큼 큰 사건입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 큰 사건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양쪽에서 다 화를 내요. 한쪽에선 “에이, 이건 산업혁명급이지, 인터넷 따위에 비할 게 아니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 사람,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는 거 아냐?” 하죠. 그런데 인터넷 없었으면 지금 이런 글도, 이런 대화도 없어요.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통째로 갈아엎었고요. 그게 작은 일이었나요? “인터넷만큼”이라는 말은 절대 깎아내리는 말이 아닙니다. 인터넷이 어마어마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지금이 인터넷으로 치면 몇 년쯤일까요? 대략 1997년쯤이에요. 엄청 흥분되는 시기죠. 그런데 솔직히 대부분은 아직 제대로 작동 안 해요. 사람들이 진짜로 쓰게 될 물건들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막상 작동할 때 어떻게 작동할지도 불분명하고요.

1997년에 “야후가 이길까, 익사이트가 이길까?” 물었으면 답이 뭐였을까요? “둘 다 아님”이었어요. 지금 “오픈AI냐 앤트로픽이냐, 이번 주 승자는 누구냐” 따지는 것도 딱 그 느낌이에요. 그러니 “이게 인터넷보다 20% 큰가, 100% 큰가” 같은 논쟁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아요. 근본적인 변화인 건 맞는데, 그게 어떻게 굴러갈지는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에요. 테크 업계엔 맥미니를 클러스터로 사놓고 구글을 아예 안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업계 밖으로 나가면 대부분은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쓸까 말까예요. 13~18세를 봐도 그래요. 매일 쓰는 친구가 15~20%,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친구가가 또 20%, 나머지 60%는 “안 써요”라고 답합니다. 이걸 ‘들쭉날쭉한 경계(jagged frontier)’라고 부르는데, 어디선 기막히게 잘 되고 어디선 황당하게 안 돼요. 어디서 될지 미리 알기도 어렵고요.
1970년대 말로 가볼게요. 어느 회계사가 난생처음 컴퓨터 스프레드시트를 봤다고 해봐요. 이자율 칸 하나 바꿨더니 다른 숫자가 우르르 다 바뀌고, 일주일 치 노가다가 30초 만에 끝나요. 회계사한텐 이게 정신이 나갈 만한 사건이에요. 그런데 옆에서 변호사나 기자가 그걸 보면? “오, 영리하네. 우리 회계사가 봐야겠다. 근데 그건 내 일이 아니야”라고 해요. 게다가 그거 돌리려면 애플 II에 모니터에 프린터까지, 지금 돈으로 1만~1만5천 달러가 들었어요. 정작 변호사한테 필요한 건 워드프로세서였고, 그건 조금 뒤에 따로 나왔죠.
지금이 딱 그 순간이에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비지캘크를 처음 본 회계사 같아요. 클로드 코드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갈리는 거죠. 나머지 사람들은 옆에서 신기해하면서, 정도 차이는 있게 만져보지만 약간 어리둥절해해요.
1950년대 IBM 광고를 하나 떠올려 보세요. 흰 셔츠에 넥타이 맨 남자들이 계산자를 들고 줄지어 서 있어요. 제목이 “IBM 전자 계산기”예요. 컴퓨터라고 부르기도 전이죠. 냉장고만 한 기계인데, 광고 문구가 “엔지니어 150명을 더 두는 셈”이에요. 가만 보면… 이거 클로드 코드 광고 문구랑 똑같지 않나요? 엔지니어 150명, 공짜로. 아니, 공짜는 아니죠. 꽤 큰돈이에요. 어쨌든 그게 그 기계가 약속한 거예요. 이런 일을 우리는 계속, 계속,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그리고 과거의 변화가 얼마나 거대했는지 너무 쉽게 잊어요. 슈퍼마켓 진열 품목 수가 어떻게 늘었는지 차트로 그린 적이 있어요. 바코드 덕에 슈퍼마켓이 훨씬 많은 물건을 추적·진열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보여주는 거였죠. 이걸 1994년에 만든다고 쳐봐요. 우선 ‘식품마케팅협회’라는 게 있는 줄도 몰라요. 그게 매년 그 숫자를 낸다는 것도, 50년대부터 있었다는 것도요. 사흘간 전화통 붙들고 장거리 전화비 50달러 써가며 그 자료 가진 도서관을 찾아야 해요. 운 좋게 찾아서 2주 뒤에 차트를 만들었는데, 보고 나서 “음, 별로 안 흥미롭네” 하고 버리는 게 분석가의 인생이고요. 그런데 같은 걸 지금은 구글에서 2시간이면 끝내요. 인터넷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우리는 까먹고 살아요. 그게 그냥 ‘세상’이 됐으니까요.
그럼 AGI니 초지능이니 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우리는 인간 지능이 뭔지에 대한 이론도 없고, 이 모델이 왜 이렇게 잘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도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지에 대한 이론도 없어요. 그냥 다 같이 ‘느낌적으로 찍고(vibes forecasting)’ 있는 거예요. 게다가 용어 자체가 슬그머니 바뀌고 있어요. 래리 테슬러라는 사람이 그랬죠. “AI란 기계가 아직 못 하는 것이다.” 기계가 해내는 순간, 사람들은 “아, 저건 그냥 소프트웨어지” 하거든요. 60년대엔 제트엔진이 ‘첨단 기술’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걸 테크라고 안 하잖아요. AGI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AGI를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의 일정 비율을 한다”로 슬쩍 재정의하는데, 그 정의라면 1975년 IBM 메인프레임도 AGI였어요.
이러나 저러나 설령 모델이 내일 당장 발전을 멈춘다 해도, AI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세상을 바꿔놓을 엄청나게 유용한 기술이에요. 그러니 AGI를 믿든 안 믿든, 이게 거대한 사건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 바뀝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요. 근데 뭐가 어떻게 바뀔지는,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2.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할 일이 늘죠.
일자리 얘기를 안 할 수 없죠. “AI가 내 일자리 뺏는 거 아냐?” 라는 이야기가 가장 공포스러워요.
1800년으로 시계를 돌려볼까요. 그땐 우리 중 90%가 농민이었고, 제일 큰 걱정은 “흉작 들면 다 굶어 죽는 거 아냐?”였어요. 그 뒤로 200년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일을 자동화하면서, 동시에 새 일자리를 만들어 왔어요. 사라질 일자리는 늘 눈에 보여요. 그런데 새로 생길 일자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 안 보여요. 1800년 사람한테 “앞으로 철도 기관사가 생길 거야”라고 하면 “철도가 뭔데? 누가 그렇게 빨리 가고 싶어 해?” 했을 거예요.
물론 그 과정이 쉽다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흔들리기도 하죠. 예전에 식자공, 전화 교환원, 타이피스트 같은 직업이 있었다는걸 아시나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더 부유해져 있어요. 사라진 일자리보다는 새로 생긴 일자리가 더 나았죠. GDP가 계속 올라간 게 그 증거고요.
여기서 등장하는 게 ‘제번스의 역설’이에요. 뭔가가 싸지면 사람들은 그걸 덜 쓰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써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엑셀 나오기 전엔 주니어 은행원들이 밤새 일했어요. 엑셀 덕에 일이 줄었으니 이제 금요일 점심에 칼퇴하겠죠? …그럴 리가요. 일은 오히려 폭증했어요. 더 정교한 모델, 더 많은 시나리오, 더 두꺼운 보고서. 싸졌으니까 더 시킨 거예요.

코딩도 똑같아요. 옛날엔 개발자가 코드를 전부 손으로 짰어요. 지금 아이폰 앱 만들면 코드의 90%는 애플이 대신 써줘요. 모뎀 드라이버, 그래픽, 파일 시스템… 다 깔려 있죠. 그럼 개발자가 10분의 1로 줄었나요? 천만에요. 회계사 차트를 봐도 그래요. 가산기, 천공카드, 메인프레임, 데이터베이스, ERP, 스프레드시트, PC가 줄줄이 등장했는데도 회계사 숫자는 20세기 내내 늘었고, 21세기 들어 또 늘었어요.
가장 앞서가는 회사들을 봐도 마찬가지예요. 앤트로픽, 오픈AI… 인간을 가장 안 뽑을 것 같은 회사들이 사람을 미친 듯이 뽑고 있어요. 그러니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단순한 그림은, 현실이 훨씬 복잡하다는 뜻이에요.
그럼 트위터에서 “다 끝났다”고 외치는 종말론자들은요? 이 사람들은 모든 회사가 내일 챗GPT를 사서 2주 뒤에 직원을 싹 자른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럴까요. 대기업 영업 사이클이 운 좋아야 18개월이에요. 벤처 투자 라운드 사이보다 길어요. 회사가 SAP를 통째로 뜯어내고 다른 걸로 바꾸는 일은 안 일어나요. 그게 다 바뀌는 데는 3년, 5년, 10년이 걸리고, 그것도 산업마다 따로따로 천천히 일어납니다.
“그래도 AI 도입은 과거보다 빠르잖아요?” 맞아요. 근데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어서 그래요. 챗GPT가 9억 명을 모은 건, 이미 인터넷에 9억 명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마크 안드레센이 1993~94년에 넷스케이프를 내놨을 땐 지구상에 PC가 5천만~1억 대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그땐 전화망도 마이크로칩도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그러니까 빠른 건 맞는데, 인터넷도 그 전 세대보다 빨랐어요. 새로울 게 없는 패턴이에요.
프레임아이오(Frame.io)라는 영상 협업 툴이 있어요. 사실 5년, 10년 전에도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뭐가 발목을 잡았을까요? 누군가 “아, 저 산업에 저런 문제가 있고, 이렇게 풀면 되겠구나” 하고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린 거예요. 챗GPT 나오기 바로 전날 창업한 SaaS 10개를 골라보세요. 그중 몇 개가 지난 15년 중 아무 때나 창업될 수 있었을까요? 거의 다예요.

다리오(앤트로픽 CEO)가 “신입 일자리 다 사라진다”고 하잖아요. 권위에 기대는 논증은 별로예요. 다리오가 향후 6~12개월 모델이 어디로 갈지 말하면 귀 기울일 만하죠. 근데 노동 이론이나 비교우위 얘기는… 그건 그 사람 전공이 아니에요. (참고로 “주가 띄우려는 거다”라는 냉소는 전혀 안 믿어요.)
솔직히 앞으로 2~3년은 아무도 장담 못 해요. 로펌 신입 자리 노리던 사람이라면 진짜 불안할 시기예요. 케인스가 그랬죠.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평균적으로 1차 대전에서 죽은 사람은 없어요. 근데 1914년에 열아홉 살이었다면 살아 돌아올 확률이 3분의 2였어요. “평균적으론 괜찮다”는 말이 개인한텐 위로가 안 될 수 있다는 거죠. 전문직 피라미드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어소시에이트 자리가 얼마나 남을지는 정말 불투명합니다.
그런데 5년쯤 뒤요? 그땐 또 새 일자리가 잔뜩 생겨 있을 겁니다. 매번 그랬어요. 그 일자리는 아직 이름조차 없을 뿐이죠.
3. AI를 ‘많이’ 쓰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여기예요. “그럼 AI 빡세게 쓰면 이기는 거 아냐?”
요즘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라는 직함이 핫하죠. 우스갯소리로 이런 게 있어요. “그거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외주 개발자 아냐?” 농담은 접고요. 회사엔 큰 신규 프로젝트를 하려고 놀고 있는 인력이 없어요. 그래서 베인, BCG, 맥킨지를 부르고, 액센추어, 인포시스를 부르고, 광고 에이전시를 부르는 거죠. 건축가 15명을 정직원으로 둘 이유가 없잖아요. 그냥 건축 회사를 부르면 되니까.
그런데 이제 회사한테 “당신네 내부 업무를 전부 다시 상상해서 뭘 AI로 자동화할지 알아내라”고 해요. 그게 그냥 프로젝트예요. 5~10명이 한두 달 붙어서 알아내야 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건 또 다른 프로젝트고요. 그러니 AI가 컨설턴트를 죽일 줄 알았는데, 정작 최첨단 AI 연구소들이 컨설팅 회사와 사모펀드에 제일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여요. 무엇이 ‘과업(task)’이고, 무엇이 ‘직무(job)’인가? 일의 어려운 부분이 코드를 한 줄 한 줄 치는 거예요?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거예요? 아니면 그 외의 무언가예요?

엘리베이터 안내원을 보세요. 옛날엔 레버를 당겨 사람을 층까지 데려다주는 게 직업이었어요. 그게 자동화되고 나니, 지금은 ‘버튼 누르기’가 그 일을 대신하죠. 여기선 과업이 곧 직무였고, 그 과업이 통째로 사라진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요.
아마존을 생각해 봐요. 아마존은 내가 뭘 원하는지 알 때 그걸 가져다줘요. “저 마이크 스탠드, 이 부품 번호” 하면 끝. 근데 어떤 마이크를 사야 할지 모르면? 아마존에서 시작하면 안 돼요. AI도 똑같아요. 코드를 써줄 순 있어요. 근데 어떤 코드를 짜야 하죠? 기능을 만들어줄 순 있어요. 근데 어떤 기능을요? 우리 고객은 누구고, 그 고객한텐 뭐가 맞고, 그걸 어떻게 시장에 내놓죠? AI가 못 하는 건 바로 이 부분이에요.
맥킨지로 돌아가 봐요. 회사가 맥킨지한테 진짜 원하는 게 75장짜리 파워포인트일까요? 요즘 링크드인 보면 “클로드로 맥킨지 덱 만들었어요!” 자랑이 넘쳐요. 열어보면… ㅎㅎ. 근데 설령 그게 맥킨지급으로 잘 나왔다 쳐도, 그건 애초에 돈 낸 이유가 아니에요. 회사가 맥킨지에 돈 내는 진짜 이유는, 컨설턴트가 회사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왜 여태 이걸 안 했어요?”, “이 부서 정치는 어떻게 돌아가요?”, “고객이 구글 첫 페이지 말고 속으로 진짜 뭘 원해요?”를 캐내는 거예요. 장표는 그 결과물을 담는 그릇일 뿐이고요.
인터넷한테 박살 난 산업들도 이 구도로 설명돼요. 음반사는 자기들이 ‘작은 플라스틱 원반 제조업’인 줄 몰랐어요. 신문사는 자기들이 ‘인쇄·운송 회사’인 줄 몰랐고요. 그 물리적 부분이 떨어져 나가니까 휘청한 거죠. 근데 종종 그 둘을 떼어낼 수 없거나, 그게 진짜 문제가 아니거나, 싸지니까 다른 게 막 터지기도 해요.
우버·에어비앤비 얘기를 해볼까요. 안드레센이 그랬죠. “우버는 택시 회사에 소프트웨어를 안 판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에 소프트웨어를 안 판다.” 멋진 말인데, 숫자를 보면 결과가 달라요. 우버는 택시판을 박살 내고 동시에 시장 자체를 키웠어요. 다들 갈아탔죠. 그런데 에어비앤비가 호텔에 준 타격은? 의외로 미미해요. 그냥 옆에 다른 시장을 새로 깐 거예요.

왜 그럴까요? 출장 가는 사람을 떠올려 봐요. 밤 8시에 도착해서, 룸서비스 시키고, 욕조에 몸 담그고, 새벽 6시에 헬스장 갔다가, 7시에 차 몰고 고객사로 직행해야 해요. 에어비앤비? 갈 확률 0%예요. 호텔 매출의 절반이 비즈니스 출장이거든요. 뭔가에 진짜로 파고들면 늘 이렇게 복잡해져요.
그래서 미국 정부가 만든 ‘O*NET’ 같은 걸 보면 헛웃음이 나요. 직업마다 “이 직업은 AI에 X% 노출됐고, AI가 Z%를 할 수 있다”고 점수를 매기거든요. 정말 망상에 가까운 헛소리예요. 이유가 둘이에요. 첫째, 이건 옛날 ‘전문가 시스템’의 함정과 똑같아요. 고양이 사진을 인식하겠다고 엣지 검출기, 눈 검출기, 귀 검출기를 700단계까지 쌓았는데… 결국 작동을 안 했어요. 로펌 시니어 파트너를 보며 “이 사람 일의 17%는 자동화 가능”이라고 쪼개는 것도 똑같이 안 돼요. 직업은 그렇게 분해되지 않아요.
둘째, 택시 기사의 역설이에요. 1997년에 “신문은 괜찮아, 인쇄비 아끼니까”라거나 “택시는 인터넷이랑 상관없어”라고들 했어요. 결과는 정반대였죠. 며칠 전엔 “AI에 영향 안 받을 직업: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글을 봤어요. 그래요? 아이폰을 거치대에 세워 카메라를 나한테 맞추고, AI한테 “운동 루틴 짜고 내 자세 봐줘” 하면요? 트레이너가 왜 필요하죠? 이게 헛소리일 수도 있어요. 근데 원래 이런 식으로 뒤집혀요. 뭐가 노출될지는 아무도 못 맞혀요.
4. 파운데이션 모델은 결국 통신사 신세(?)가 됩니다.
그럼 돈은 누가 벌까요?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모델 회사들이 다 쓸어 담을까요?
샘 올트먼이 “AI 지능을 전기처럼, 물처럼 미터기로 팔겠다”고 했어요. 이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음, 유틸리티 산업 마진 구조부터 좀 알려줘야겠구나. 생각해 보세요. TV 볼 때 삼성이 전기요금 일부를 한전에 떼어 주나요? 세탁기 돌릴 때 제조사가 전기요금을 나눠 내나요? 안 그러잖아요.
통신 산업이 좋은 거울이에요. 전 세계 모바일 산업 매출이 연 1조 달러예요. 매년 자본 지출로 2천억 달러를 쏟아붓고요. 데이터 사용량은 2010년 대비 거의 2000배로 폭발했어요. 완벽한 지수 곡선이죠. 그런데 통신사 주가는요? 25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무성장에 저마진인 범용재거든요. 통신사도 옛날엔 꿈이 있었어요. “우리가 폰에서 하는 모든 멋진 걸 다 만들 거야!” 결과는요? 멋진 건 전부 애플이, 그리고 개발자들이 만들었어요. 통신사는 밑에서 데이터만 날라준 셈이고요. 심지어 애플조차 그 멋진 걸(앱) 다 안 만들어요. 가치는 더 위쪽에 쌓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핵심 질문은 이거예요. 모델이 모든 걸 다 할까요, 아니면 결국 앱이 필요할까요? 챗봇 하나로 다 해결될까요? 모델 회사들이 ‘클로드 포 X’, ‘클로드 포 Y’를 계속 찍어낼까요? 그거 솔직히 엑셀에서 ‘파일 > 새로 만들기’ 누르면 나오는 템플릿이랑 비슷해 보여요. (물론 그 템플릿 하나하나가 다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이긴 하죠.) 만약 결국 앱이 답이라면, 그 앱을 누가 다 만들죠? 모델 회사가 다 만들 순 없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상 모든 앱을 안 만들었듯이요.
그럼 모델이 윈도우처럼 위쪽에 영향력을 행사할까요, 아니면 AWS처럼 될까요? 로펌이 소프트웨어를 산다고 칠 때, 그게 어느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지 신경 쓰나요? 안 써요. 개발자가 AWS로 몰리는 건 고객이 다 AWS를 써서지, AWS가 무슨 마법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모델도 그래요. 네트워크 효과가 없어요. 어느 하나가 독주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그럼 경쟁이 무한정 이어지고, 보통 사람한텐 제미나이랑 챗GPT 차이도 안 느껴지고, 결국 비싸게 받을 힘이 없어져요.
물론 1997년에 인터넷을 두고 이런 예측을 했다면 거의 다 틀렸을 거예요. 쿠퍼티노의 한물간 PC 회사가 다 이긴다거나, 이상한 로고를 단 검색 회사가 모바일을 먹는다거나… 아무도 못 맞혔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모른다”를 전제해야 해요. 다만 99년에 있었던 일 하나가 늘 떠올라요. 영국에서 컴퓨터 부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닷컴 회사를 보러 갔는데, 같이 갔던 베테랑 뱅커가 돌아오는 기차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더라고요. “저건 그냥 저마진 리셀러야. ‘닷컴, 닷컴’ 백날 외쳐봐라.” 평판 디스플레이에 노벨상이 들어가도 결국 저마진 범용재인 것처럼, 모델도 과학은 잔뜩 들어가지만 결국 차별화 안 되는 인프라일 수 있어요.
모바일이 모두를 바꾼 것도 아니에요. 구글한텐 사실 별거 아니었고, 메타한텐 대박이었고, 아마존한텐 그냥 그랬고, 야후 메일은 도약을 못 하고 죽었어요. 시노프스키가 그랬죠. “기존 강자는 늘 새것을 하나의 ‘기능’으로 만들려 한다. 그리고 가끔은 그게 정말 기능이다.”
그래서 제품이 범용재일 땐 유통이 전부가 돼요. 브라우저를 보세요. 브라우저 제품 자체는 렌더링 엔진을 감싼 얇은 껍데기예요. 입력창 하나, 출력창 하나. 마지막 혁신이 뭐였죠? 탭 브라우징인데 그게 20년도 더 됐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유통으로 브라우저 시장을 뚫었지만, 정작 그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가치가 더 위에 있었으니까. 지금도 똑같아요. 구글은 유통으로 제미나이를 밀고, 메타는 모든 서비스에 그냥 뿌려대요(뒤처져 있다고들 하지만 사실 괜찮아요). 오픈AI가 작년 말에 온갖 걸 다 쏟아낸 것도, 구글·메타·아마존이 모든 곳에 뿌리기 전에 ‘기본값의 힘’을 선점하려는 거였어요.
애플 얘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2024년 WWDC를 다시 보면, 후반부 전체가 ‘애플 인텔리전스’예요. 지금껏 나온 개인 AI 비서 비전 중 제일 설득력 있었어요. 도구를 쓰는 온디바이스 에이전트, 환각도 없고, 프롬프트 인젝션도 없고, 1만 개 앱에 걸쳐 완벽하게 작동하는 표준 API… 좋아 보이죠? 근데 못 출시했어요. 그럴 만하죠. 근데 다른 누구도 못 했어요. 이제 그걸 제미나이로 구동해서 낼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모델은 그냥 ‘밑에 깔린 멍청한 것’이에요. 그 위에서 뭘 만들지, 어떻게 유통할지가 진짜 승부고요.
그러니 진짜 가치는 모델 위에 올라타는 ‘애플리케이션’에 쌓입니다. 스포티파이가 음악으로 돈을 벌지, 전력회사가 버는 게 아니듯이요.
5. 그래서, 뭘 하면 될까요?
여기까지 들으면 좀 막막하실 수 있어요. “다 모른다며. 그럼 어쩌라고?”
제일 안 좋은 선택은 모래에 머리 박고 “난 이딴 거 다 싫어!” 외치는 거예요. 트위터 가서 “AI는 악마야!” 외치면 박수도 받고요. 근데… 그게 무슨 도움이 돼요? 신입 100명 뽑던 로펌이 올해 50명만 뽑는다는데, 면접 가서 “전 AI 절대 안 씁니다”라고 하면 그게 통할 분위기일까요?
답은 단순해요. 그냥 직접 뛰어들어서, 푹 잠겨서, 많이 써보는 거예요. 이게 뭘 바꾸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나”를 답으로 들고 나오는 거죠. 그래도 안 될 수 있어요. 근데 대안이 없어요. 인터넷이랑 모바일 때 그랬던 것처럼, 흡수하고 내면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장연설 그만하고 그냥 만들어보세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활용 사례 찾기로 치면 잘 못 찾는 쪽이에요. 챗GPT 앞에 앉은 그 변호사 같거든요. 하는 일이 좀 이상해요. 하루 종일 책상에서 온갖 정보를 새 아이디어로 엮는 건데, 정작 자동화하고 싶은 건 ‘정밀한 정보 검색’이에요. 근데 그게 하필 AI가 제일 못하는 거죠. 누가 그랬어요. “AI는 컴퓨터가 못하는 건 잘하고, 컴퓨터가 잘하는 건 못한다.” 스프레드시트 보고 감탄하는 회계사인데, 막상 매일 스프레드시트는 안 만드는 셈이에요.

그래도 쓰는 데는 분명 있어요. 교정 볼 때, 이미지 만들 때 써요. 아파트 재단장할 때 “이 방 사진 다시 칠해줘, 이 조명이랑 테이블이랑 러그 넣어줘, 아니 러그 색은 바꿔줘” 했더니 환상적으로 잘됐고요. 요즘 글은 대부분 음성으로 받아쓰기해서 씁니다. 그냥 아이폰 기본 메모 앱이면 충분해요. 그런데 이게 AI인가요, 그냥 음성인식인가요? 아마 안에 LLM이 들어 있겠죠. 어느 순간엔 그냥 ‘자동화’인 거예요. AI가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지는 거고요.
피트 홈즈라는 코미디언의 농담이 정곡을 찔러요. “우리는 AI가 길거리 똥 치우고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을 해주길 바랐는데, 정작 AI는 ‘제가 그림 그려드릴게요, 글 써드릴게요’ 하고 있어요.” 마치 보헤미안처럼요. “난 더러운 일은 싫어, 난 예술을 하고 싶어.” 그러니까 진짜 요령은, 내가 재미로 하는 일을 AI한테 뺏기는 게 아니라, 내가 하기 싫은 지루한 일을 AI한테 떠넘기는 그 접점을 찾는 거예요.
챗봇이 어려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빈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 “그래서 뭘 하라는 거지? 뭐가 되고 뭐가 안 되지?” 그 막막함요. 해결책은 그걸 구체적인 활용 사례로 감싸는 거예요. 그리고 모델은 아직도 환각을 해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아니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같은 답이 튀어나오죠. 근데 그렇다고 안 쓸 이유는 안 돼요. 계속 밀어붙이고, 계속 시험해 봐야 해요.

결국 이렇게 정리돼요.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경계는, 각자 직접 부딪혀봐야만 보입니다. 누구도 대신 알려줄 수가 없어요. 트위터 종말론자는 더더욱 모르고요.
그러니 이 글의 결론도 똑같습니다. 아마 다 괜찮을 거예요. “확실히”는 아니고, “아마”요.
- 원문 : AI eats the World – Ben Evans / A rational conversation on where AI is actually going | Benedict Evans & Lenny’s Podcast
- 기획/편집 : 에디 (w/Clau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