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다. (번역)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분기실적을 발표한 날로부터 6일 뒤,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워싱턴 주 레드몬드에 있는 본사에서 열린 해커톤에 방문했다. 3일 동안 열리는 해커톤에는 23,500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있었다. 

한 팀은 그에게 센서가 내장된 디지털 타투를 보여주었다. 피부에 이 디지털 타투를 새기면, 그 타투를 탭하는 것만으로 집의 불을 켜거나 스피커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 된다는 아이디어였다. 또 다른 팀은 그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자를 인식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한, 시각 장애인용 비디오게임에 대해 설명했다.

나델라가 노트북, 납땜용 인두, 각종 음료수 캔 그리고 “2018 해커톤”이라 쓰인 은색 장난감 로봇들이 어지럽게 놓인 책상들 사이를 지나 걸어가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마치 아이돌을 보는 팬들처럼 금방 그에게 몰려들었다. “생각보다 키가 크네요.” 또는 “나델라가 저희랑 사진을 찍어줄까요?”와 같은 말을 하면서.

2014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가 될 때부터, 나델라는 그들이 “세계 최대의 프라이빗 해커톤”이라 부르는 마이크로소프트 해커톤을 꿈꿨다. 그 뒤로 5년, 해커톤에서는 수천 개의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물론 그 중 살아남은 것은 극소수였다. 애초에 마이크로소프트란 회사 자체가 해커톤에서 흔히 보이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나델라에겐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 행사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좀 더 트렌디하게, 좀 더 요즘 느낌으로 리브랜딩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나델라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이어 이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맡게 되었을 때,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답답하고 오만한 수직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반박의 여지 없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가장 성공한 테크기업 중의 하나였지만, 모바일/ 검색/ 소셜네트워크와 같은 최근의 주요 영역을 공략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그 위상이 추락하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내 정치와 내분, 배신 등 기업 문화의 나쁜 부분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왕년의 전설이, 이제는 몰락하고 있는 중이라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라이벌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여럿 성공시켰고, 이 시대의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혀갔다. 태어나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세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들이 겪는 일이죠. 처음 그 성공을 어떻게 거두었는지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해커톤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질문했을 때, 나델라는 답했다. “이 회사의 처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가 그렇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 성공을 이루어낼 때 우리의 문화는 어땠었던가? 어떻게 하면 그 때의 그 성취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 1992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나델라는 이야기한다.

“단순히 잘못된 것을 찾아 고치는 것이 제 목표는 아닙니다. 제 목표는 완전히 새로운 부흥, 르네상스죠.”

사티야 나델라

나델라의 첫 업무 중 하나는 (전 CEO) 스티브 발머가 매해 스포츠경기장에서 진행하던 연례 출정식을 없앤 것이다. 대신, 나델라는 이 미팅을 해커톤,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나 기술 동향 등을 한 주 동안 전 직원이 공유하는 ‘One Week’ 축제로 대체했다. 나델라는 전 세계의 13만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담대한 일들을 꿈꾸기를 바랬다. 그것이 비록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문화를 바꾸려는 나델라의 시도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상품들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매출은 설립 43년 이래 최대치인 1,000억불(110조원)을 기록했다. 나델라 부임 이후 회사의 주가는 3배가 되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아 마이크로소프트의 놀라운 실적과 주가는 나델라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가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올드하고 하락세인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면서. 

이제 나델라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주한 질문은, 이 거대한 테크 공룡이 다음에 무엇이 될지에 대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One Week’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 행사에서 만난 임직원들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간 어떻게 변해왔으며 나델라가 어떻게 계속해서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수석 연구원인 애스타 로즈웨이는 나델라 이전과 이후로 삶이 바뀔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해커톤에서 선보였던 디지털 타투 아이디어는 몇 년 전만 했으면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건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다함께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달까요.” 그가 덧붙였다.

“이건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다함께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달까요.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죠.”

애스타 로즈웨이

PC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 윈도우, 오피스는 수십억 대의 PC에 탑재되어 현대의 사용자들과 함게했다. 넷스케이프의 웹브라우저와 월드와이드웹의 등장을 보며, 1995년 5월 빌게이츠는 “인터넷이라는 파도”라는 유명한 선언과 함께 회사의 전략을 인터넷에 집중했다. 그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함께 온라인 혁명에 동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 OS 윈도우의 독점적 지위와 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수십억불을 벌어들였다. 그들이 중심을 차지한 세상에서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은 겉돌고만 있었다. 


상황은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익만 좇고 사용자 편의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팬덤에서 멀어졌다.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MS가 아니라) M$이라 불렀고, 블루스크린을 빗대어 조롱했다. 2004년 상장한 구글은 ‘Don’t be Evil’이라는 모토를 내세웠는데, 이것은 누가봐도 반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저격이었다. (주: 구글 역시 검색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돈 버는 데에만 쓴다는 비판을 받으며, 그 모토를 슬그머니 바꾸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년간 가장 큰 혁신분야였던 모바일과 검색, 소셜네트워크에서 왕좌의 자리를 각각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게 내어주고 만다.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10년 전 야후!에는 450억불을 베팅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2014년 노키아의 휴대폰 부문을 72억불을 주고 인수했지만 실패였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재탄생시키길 원했다. 와이어드는 2015년과 2017년 그의 ‘리스타트(Restart)’ 연설을 취재했다. 사티야 나델라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회생시킬지에 대해. 패스트컴퍼니는 작년 사티야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취재하기도 했다. 

나델라가 2017년 펴낸 책 <히트 리프레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다시 발견하고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 대해, 나델라는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해온 일들을 공유했다. 반쯤은 자서전이고 반쯤은 경영 가이드인 <히트 리프레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다 공감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한 그의 개인적인 여정과 인사이트를 다룬다. 나델라는 개인적으로 공감능력에 문제를 겪고 있다. 

나델라는 성장에 대한 마인드셋을 갖고, 스스로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스탠포드의 교수 캐롤 드웩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히트 리프레시>에서 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일군 PC의 시대는 끝났다고 인정하는 것도, 그래서 놀랍지 않다. 또한 나델라는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진정한 동기부여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애플이나 구글을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진정한 리뉴얼로 이끌지 못한다면서. 

게이츠나 발머의 시대와는 사고방식부터 다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들에 투영되어 나타난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의 거의 모든 제품은 윈도우 위에서만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원노트와 같은 오피스 앱들을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에서 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딩툴인 비주얼스튜디오를 맥에서 돌릴 수도 있다. 작년 초에는 75억불을 들여 깃헙을 인수했다. 오픈소스 기반의 코드 공유 서비스인 깃헙은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적대자로 여겨졌다. 

페기 존슨이 25년간 다니던 퀄컴을 떠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개발과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2014년에 합류한 이유도 이 새로운 사고방식이었다. 그는 나델라가 오피스 앱을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하라는 ‘예상 밖의’ 의사결정에 반했다고 한다. 그는 나델라가 CEO로 부임한 이후 첫 번째로 영입한 임원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이렇게 자문해보는거죠. ‘우리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뭘까?’ 우리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앱들을 그들이 들고 다니는 디바이스에서 쓰는 것이었어요. 그들은 진심으로 환영했죠.”

페기 존슨

“나델라는 항상 자기객관화를 항상 강조했어요. 파트너십은 제로섬으로 바라보지 않았고요. 서로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파트너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에 기반해 무엇이든 함께 만들면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했죠.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나델라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자랐다. 인도가 한창 독립국으로 발전해나갈 때였다. 그는 인도 전역을 누비며 최고의 학교들을 다녔고, 컴퓨터에 매료되었다. 유년 시절 그는 프로 크리켓 선수가 되는 것을 꿈꿨다. (2022년 완공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레드몬드 캠퍼스에는 크리켓 구장이 생길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델라의 어릴 적 꿈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델라는 임직원들의 인구통계 정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정이라 웃으며 부인했지만) 

나델라는 1990년 (지금은 사라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입사했고 2년 뒤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겼다. 그 무렵 그가 사랑하는 아내 아누를 위해 영주권을 포기하고 H-1B 비자를 신청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영주권자의 배우자 대상으로는 미국 비자 발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늘 얘기했죠. 저는 미국의 끝내주는 두 요소가 탄생시킨 일종의 제품이라고요. 제가 자라온 인도에까지 미쳤던 미국의 기술, 그리고 제가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줬던 미국의 이민정책입니다. 이 스토리는 아직 유효합니다.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오직 미국에서만 유효하죠.” 51세의 나델라는 말한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는, 그가 공감능력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나델라는 그의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당시 면접 일화를 이야기한다. 길에 아기가 버려져 누워있는 것을 보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델라는 ‘119를 부르죠’라고 답했다고 한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군요.’ 면접관은 그를 나무랐다고 한다. ‘울고 있는 아기는, 얼른 안아야죠.”

나델라는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아들 재인을 통해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22년 전 재인이 태어날 때에 대해 나델라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 아내 아누에게 일어난 일이라 슬펐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아누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나델라는 그 자신이 치열하게 얻어내었던 공감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알리는 것을 그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나델라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서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던 시니어리더십 팀을 CEO자리와 함께 물려받았다. 그는 사업부와 다른 조직들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를 읽게 했다. 관리자들에게는 서로 저격하기보다는 협업하도록 했다. 공격적인 질문들로 악명 높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의 문화는 점차 격려하는 자리로 변화해갔다. 

회사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길 바라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나델라와 그의 팀은 이민정책이나 프라이버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들을 발표했다. 2016년 FBI의 아이폰 백도어 관련 협조요청을 애플이 거부한 것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프라이버시를 인류 기본권이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태도 역시 버렸다. 이제 그들은 (나델라의 말에 따르면) 집착적으로 고객을 고민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제품에 대해 무엇이라 하는지 주의깊게 살핀다. 30년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베테랑이자, 나델라가 2014년 봄 XBox 게임팀의 수장으로 임명한 필 스펜서는 말한다.

“고객과 우리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지켜봐온 변화 중 아주 중요한 변화죠.”

필 스펜서

나델라는 작년 스펜서를 회사의 시니어리더십 팀으로 승진시켰다. 15명의 임원으로 이루어진 이 팀은 매주 금요일 나델라와 함께 전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스펜서가 담당하는 XBox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70%을 차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비하면 작지만, 그는 이번 승진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제품과 그 사용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과 깨달음을 향한 그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나델라는 2014년 10월, 컴퓨팅 업계의 여성들을 위한 그레이스 호퍼 기념회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이사회 멤버이자 하비 머드 대학의 총장인 마리아 크로우는 연봉 인상을 원하지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여성들에 대한 나델라의 조언을 구했다.

나델라는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열심히 하면 자연히 그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 믿는 편이 현명합니다.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여성은 좋은 업보를 쌓게 될 것이며, 이는 또 하나의 능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모든 것은 돌아오게 되어있죠.”라고 답했다. 크로우는 ‘업보’ 타령을 하며 그저 기다리라고만 하는 그에게 분노했다. 분노는 확산되었다. 테크 업계의 여론은 모두 그의 언사를 크게 비판했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건축가 아내를 둔 나델라는 당황했다. 그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 만으로도 여성은 직장 내 차별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 이후 나델라는 차별로 인한 임금인상이 필요치 않도록,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8월부터 계약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최소 1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만약 4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때 마리아 크로우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나델라에게 물었다. 그는 전에 했던 그의 답변이 완전히 말도 안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성에 기반하여 직무들을 정의할 것임을 확실히 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스스로의 의견을 얘기하세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함께 연대할 이를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하세요. 그러면 저처럼 조직을 이끌고 책임을 가진 사람이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을 변호하는 목소리를요.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겠죠.”

다른 테크 회사들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노력 역시 진행형이다. 17년 11월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의 여성 임직원은 27.3%으로, 전년의 25.8%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그 상승폭은 대부분 링크드인을 인수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인수를 제외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자체적으로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우리가 ‘One Week’을 방문했을 당시, 페기 존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2년차 벤처 펀드인 M12가 사업성을 갖춘 기술 아이디어를 가진 두 팀을 선별하여 각각 200만불을 지원한다는 것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대회는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M12의 포트폴리오 회사 중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이 비율이 업계 평균인 5%보다는 높은 것이라고 페기 존슨은 말하지만, 충분하다 볼 수는 없다. “우리는 더 원해요”. 테크 업계의 여성에 대한 페기 존슨의 이야기다. 


나델라가 그의 책에서 말한 내용이나 우리가 임직원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주 뛰어나지만 성품은 나쁜 애벌레에서, 보다 친절하고 젠틀한 하지만 여전히 거대하고 강력한 나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인다.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이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다. 

“나델라는 실제로 직원들에게 경쟁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그냥 만들어져서 변하지 않는 그런 회사 아니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애널리스트인 로페즈는 말한다. 

(이 다음 차례가 무엇일까에 대해) 나델라의 대답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우리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윈도우PC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이패드프로를 쓰며 워드 문서를 편집하곤 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어시스턴트 코타나를 쓰지 않더라도, 언젠가 어떤 회사의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 때, 코타나의 기술에 기반해서 더 빠른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아마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최신 게임을 하게 된다면, 그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환경에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트 애저와 같은. (애저 팀은 나델라가 운영하던 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AWS 다음으로 인기 좋은 웹 서비스다. 구글보다 앞선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안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개발 중인 기술 중 가장 소비자들에게 화제인 기술인 AR 기기인 홀로렌즈를 출시할 수도 있다. AR이 가장 핫한 기술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하나, 마이크로소프트는 AR이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방식에서부터 앱이 구현되는 방식까지 엔터프라이즈 환경을 혁신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어려운 것은 이겁니다.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 회사라고 믿게 만드는 것.” 로페즈는 말한다. 나델라는 태블릿PC 서피스 시리즈를 대량으로 유통시키지 못하며 소비자들을 크게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 

테크애널리시스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밥 오도넬은 나델라가 완벽하진 않아도 매우 성공적이라 말한다. 오도넬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을 애플의 팀 쿡이나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구글의 순다 피차이에 비교한다. 

“그는 팀 쿡보다 비전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엘론 머스크처럼 막나가지는 않죠. 그는 아마 순다 피차이 쪽에 좀 더 가까운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모든 걸 직접 만들려 하는 요즘의 구글을 생각해보면, 나델라는 순다보다 더 협업할 만한 사람이에요.”

밥 오도넬

다시 해커톤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린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콘솔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물리치료 서비스를 개발 중인 팀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팀은 25명이었는데, 노숙인 보호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IoT 앱을 개발 중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분야에서 우승자를 뽑을 계획이다. 몸이 불편한 게이머를 위한 XBox의 어댑티브 컨트롤러도, 난독증 환자를 위한 원노트 앱의 추가기능들이 이 해커톤에서 개발되었다.  멋지지 않은가? 나델라가 좇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혼자 쿨한 척 하려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을 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을 뭔가 도와주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죠. 그런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음이 쿨한 것입니다. 그냥 쿨한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쿨한 것이 아니라요.” 나델라는 덧붙였다. 

“중요한 건 결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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