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vs 네이버 표절 논란.ssul

당근마켓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네이버 라인이 베트남에서 내놓은 앱, ‘겟 잇’에 대한 공격입니다. 김재현 공동대표가 어제(17일) 정오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겟 잇’의 표절 의혹을 공론화했고, 이는 업계 관련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만 하루 반나절 무렵이 지난 18일 오후 8시반 현재 해당 페이스북 글은 600회 , 트위터는 450회 가까이 공유되었습니다. 

– 김재현 대표의 페이스북 글 https://www.facebook.com/mrjaehyun/posts/10157644617552268

김재현 대표의 주장은 메인 화면, 동네 인증 화면, 동네 범위 설정 화면 및 프로필 화면 등의 UX를, ‘겟 잇’이 당근마켓의 것을 표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UX가 지역 기반 상거래 앱의 보편적인 경험이라 하더라도, 온도와 매너라는 당근마켓 특유의 기능들까지 너무 유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두 앱의 UX를 비교하는 이미지를 첨부해 올렸습니다. 

김재현 대표는 페이스북 친구가 팔로워 포함 3천명 정도, 트위터 팔로워 역시 2천명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팔로워 중 상당 수는 주요 스타트업의 관계자거나 기자, VC 등 업계의 인플루언서들입니다. 김재현 대표의 공론화는 주변 인물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김재현 대표의 글은 빠르게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었고, 메이저 미디어에서도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Jtbc 뉴스룸에도 보도되었습니다. 

– jtbc 뉴스룸 보도 https://news.v.daum.net/v/20190717212015281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김재현 대표와 당근마켓은 공격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당근마켓 앱 메인화면에 ‘당근마켓에 속상한 일이 생겼어요’ 라는 배너를 띄우고, 이 표절 의혹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유저들의 공분을 유도했습니다. 당근마켓의 이 글이 올라간지 24시간이 안되어 댓글은 2,5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유저들은 네이버의 부당한 횡포에, 그리고 당근마켓의 억울함에 공감했습니다. 

스샷을 찍고 비교화면을 만든 것도 그렇고, 공지를 만들고 앱 메인화면에 배너를 걸어버리는 것도 그렇고, 욱 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깊이 고민해서 준비한 한 방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 과정에서 김재현 대표와 김용현 대표는 이런 판단들을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이기는 싸움이다’라는 확신을 가졌겠죠. 


1. 이 이슈는 법리적인 이슈라기보다는 여론과 감정의 이슈다.

앱의 사용성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표절 의혹이 어떤 사법적인 처벌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아요. 그러니 어떤 이슈를 제기한다고 해서 정부나 규제기관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겁니다. 다만 1)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느냐  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냐라고 문제를 정의한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여론전이 되는 거죠. 그것도 천하의 네이버를 상대로 하는. 

2.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는 필승의 서사다.

스타트업이라고 더 도덕적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앱을 베끼는 회사가 꼭 대기업일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방만하고 비도덕적인 공룡기업이 부당하게 베낀다’는 이야기는 강력합니다. 유사 이래 패한 적이 없는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입니다. 다윗마켓이 골리버와 싸웁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윗의 편이 됩니다. 그 편이 재미있으니까요. 

3. 네이버는 아마 이렇게도 저렇게도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네이버는 뜨끔 할 겁니다. 실제로 앱이 비슷하기는 너무 비슷해요. 소셜미디어에서 당시 담당자들의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앱의 표절에 대한 정황증거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니 네이버는 사실무근이라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공식적인 사과성명을 내기도 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내리거나 해야하는데, 그것도 사업적으로 손해니까요. 인정하든 부인하든 네이버에겐 손해입니다. 당분간 공론장엔 당근마켓 뿐이겠죠.

4. 당근마켓, 그리고 김재현은 사랑받고 있다. 

아주아주 (부럽고) 강력한 무기입니다. 당근마켓은 앱 평점 중에 ‘너무 중독적이어서 지우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굉장히 높은 서비스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오고, 한 번 들어오면 피드에 오래 머무를 정도로 사용자 충성도가 높아요. 그리고 김재현 대표 역시 연속으로 창업을 한 인물로서, 업계와 주변에서의 평가가 좋습니다. 이 이슈제기가 왜 ‘김재현 대표의 개인 계정’에서 일어났을지.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이 이 ‘이기는 싸움’에서 무엇을 이기려고 하는 걸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건데요. 하나는 국내, 다른 하나는 글로벌입니다. 

1. 당근마켓은 ‘네이버와 맞짱뜨는 다윗’의 이미지를 한번에 쌓아올릴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메이저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당근마켓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기사들이 뭇 그렇듯, 다소 MSG가 들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근마켓은 혁신적인 투사, 하지만 부당하게 견제받은 다윗의 이미지를 가져갔습니다. 광고비 한 푼 들이지 않고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을 앵커들이 불러주고, 신문사들이 다루어줍니다. 김재현 대표와 김용현 대표의 얼굴도 덕분에 알렸고요. 

당근마켓은 지난 몇 년 간 빠르게 성장하며 MAU 280만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두 공동대표는 이 다음 단계를 노리고 있어요. 최근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 그 정황증거죠. 두 공동대표는 어떤 외부적인 동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가장 센 공룡인 네이버를 정조준해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전략을 썼겠죠. 

유저들의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입니다. 유사 이래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동의 적을 상정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악당 네이버’를 공론화시키며 당근 팬덤을 결속시킵니다. 안그래도 당근마켓을 엄청엄청 쓰는 유저들은 ‘천하의 네이버가 견제하는’ 당근마켓에 더 애착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앱 메인에 배너를 띄운 것은 그런 이유에서겠죠. 

2. 베트남, 그리고 동남아에서 몸 쪽 깊숙한 견제구 하나를 던졌습니다.

최근 ‘겟 잇’은 베트남 앱 마켓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세가 좋았습니다. 그런 ‘겟 잇’에게 당근마켓은 경고를 날렸습니다. 지켜보고 있고, 표절하고 있다는 정황들도 모으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그리고 네이버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가 ‘겟 잇’을 실제로 접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안가더라도 최소한 ‘겟 잇’의 서비스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겟 잇’을 경쟁자로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겟 잇’이 베트남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로 역수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이 베트남 혹은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일까요? 당근마켓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시장을 선점할지도 모르는 네이버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일까요. 의혹은 의혹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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