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이 그리는 ‘화폐 없는 사회’ (번역)

작가 마누 사디아(Manu Saadia)는 드라마 <스타 트렉>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여러 해 전부터 <스타 트렉>의 세계를 다룬 경제학 책을 찾고 있었죠. 하지만 그는 어떤 것도 찾지 못했고, 직접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물인 <트래코노믹스Trekonomics>는 브래드 드롱, 조슈아 간스 등의 경제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디아는 <스타 트렉>이 화폐를 쓰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다루는 몇 안되는 SF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타 트렉>은 연방 내에 화폐의 개념이 없다는 것을 몇 번씩이나 강조해서 표현합니다. 피카드 선장은 이렇게 이야기하죠. ‘우리는 배고픔이나 탐욕을 넘어섰고, 물질의 소유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고 말이죠.”

사디아는 팟캐스트 ‘은하수를 여행하는 덕후들을 위한 안내서’ 205화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디아는 (<스타 트렉>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에 매료되었습니다. 물질이 너무 풍부해진 나머지, 소유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사회였기 때문이죠. 그런 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는 유일한 방법은 능력과 지성을 키우는 일 뿐입니다.

“<스타 트렉>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를 위해 경쟁한다는 것입니다. 그 세계에서 풍부하지 않은 유일한 자원은 바로 ‘선장의 자리’일 테니까요”

인류를 <스타 트렉>의 미래로 이끄는 모델로, 그는 GPS나 인터넷과 같은 기술을 지목합니다. “사회의 중요한 것들을 모두가 쓸 수 있는 공공재와 같은 것으로 만든다면, 지구의 모든 인구가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 자체만으로는 ‘결핍을 극복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도 경고합니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탐욕스러운 ‘페렝기’ 들처럼 장비(레플리케이터)를 모두에게 공유하지 않고 사용할 때마다 돈을 받게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이죠.

“아이폰과 같은 기기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고, 우리들이 이 문제를 직접 마주해야 해요.”

마누 사디아의 인터뷰 전체는 팟캐스트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스타 트렉>과 아이작 아시모프

“1941년 그는 그의 위대한 철학과 로봇을 담은 첫 소설을 출판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일반적으로 묘사되었던 것과 달리, 로봇은 우리에게 적이나 파멸이 아니라는 점이 그의 생각이었죠. 아시모프는 오히려 로봇이 우리를 해방시켜줄거라 믿었습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해 노동해야 하는 세상을 상상했죠.

이 생각은 <스타 트렉>에도 이어집니다. 특히 TOS 시즌보다는 TNG 시즌에서 더 잘 나타나요. TNG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바로 만들어주는 ‘레플리케이터’라는 엄청난 장비가 등장하거든요. 이 레플리케이터는 아시모프의 작품들에서 다루어졌던 보편적인 자동화 시대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인물들

“작품 속의 인물들은 그들이 처한 사회의 경제와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상상해 볼까요, 원하는 것에 대해 욕망이나 경제적 불안이 전혀 없는 사회에서 자라나는 것에 대해서요.

지금의 우리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겁니다. 과시적인 소비에 전혀 관심이 없어지게 될테죠.

뭔가 더 높은 경지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마음건강이라든지, 교육, 사랑, 예술, 모험과 같은 것들 말이죠. 같은 맥락에서 <스타 트렉> 속의 인물들은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엄청난 금욕주의자와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갖는 관심사들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을 특정 맥락에서는 ‘외계인’이라 부릅니다. 

<스타 트렉>의 작가 크리스는 그 작품의 작업이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작가들에게 <스타 트렉>을 집필한다는 것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익숙한 ‘드라마’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직장 드라마’를 쓰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죠.”


페렝기 족

(주: TNG에 등장하는 종족. 판타지 세계의 고블린과 비슷하다)

“전 페렝기를 좋아해요. 그들은 욕망이 극에 달한 90년대 미국 자본주의 계급을 패러디한 종족이거든요. 페렝기는 비열하고 끔찍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엄청 우스꽝스럽죠. 시즌에 따라 변화하기도 합니다.

‘딥 스페이스 나인’ 시리즈에서의 페렝기는 초기 연방과 접촉할 때에는 그들 본연의 모습을 보입니다만, 결말부에 다다라서는 케인즈식 사회민주주의자들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갑자기 노동조합과 노동쟁의가 생기고, 모든 종족을 위한 보편적 의료 복지가 생기죠.

페렝기가 연방과 접촉하며 점점 인도주의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마치 <스타 트렉>을 보면서 점점 나아지는 우리들 모습에 대한 메타포 같다고 생각했어요.”


보그 족

(주: 마찬가지로 TNG에 등장. 종족의 모든 개체가 하나의 기계/정신과 연결되어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느낌)

“보그는 아주 멋진 빌런입니다. 연방의 어떤 측면을 완벽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보그는 재화의 수요 공급 배분이 완벽하고, 각 개체가 하이브를 통해 다른 모든 개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효율적이죠.

그들 또한 <스타 트렉>에서 ‘결핍이 없는 미래’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메타포입니다. 모든 보그 드론들은 어떤 것도 욕망하지 않아요. 모든 것이 집단에 의해 제공되죠. 재분배가 극단적으로 활성화되어있고 모든 것이 만족되는 사회의 안티테제이자 위험한 쪽으로의 상징이 되는 것이죠. 작가들이 마치 그들이 제안하는 연방의 모습에 대한 비판적 모습 또한 넣으려고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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