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우경화를 부추기는 유튜브

늘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 받는 국가였습니다. 진보 성향의 대통령이 선출되며 대중의 기대를 모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했고, 사람들은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쌓인 불만은 새로운 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모였습니다.

자극적인 발언, 거짓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불만은 혐오가 되었고, 혐오를 잘 쓰는 사람들은 유튜브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유튜브에서 가장 ‘센’ 발언을 쏟아내던 극우 성향의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왠지 낯익은 이 이야기가 나온 곳은 브라질입니다. 몇 주 전 뉴욕타임스는 탐사보도 한 건을 공개했는데요. 바로 브라질이 급격하게 우경화하는 데 있어 유튜브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브라질은 (공산당이 집권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국가 전체의 경제규모는 크지만 인당 소득 수준은 아직 높지 않고, 사회 엘리트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 양극화는 심각합니다.

동시에 미국 다음으로 유튜브를 많이 쓰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미디어 이용에 있어 유튜브에 대한 의존을 높여갔고, 우리나라보다 더 폭넓은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획득합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었죠.

유튜브의 전체 체류시간 중 70%은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을 보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체류시간 증대’라는 단일 목표를 향합니다. 그리고 체류시간을 늘리기 가장 좋은 콘텐츠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입니다.

악기 연주 영상을 보든, 게임 영상을 보든, 다음 영상 그 다음 영상은 점점 센 것이 나오기 마련이고 결국 ‘혐오’를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로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은 수 천개의 유튜브 영상과 그 댓글을 분석했는데, 1) 콘텐츠를 따라따라 가다보면 극우 콘텐츠를 만나기가 쉽고 2)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극우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정치 입문 경력은 오래되었지만 그저 그런 인지도 정도만 가졌던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유튜브에서 혐오발언으로 유명했습니다. 인종차별, 여성혐오, 동성애혐오, 음모론 등 사실과 무관한 발언을 계속하던 보우소나루는 어느 순간 유튜브의 인기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등장하는 17세 소년 마테우스 도밍게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방 도시에서 밴드를 하던 그는 유튜브에서 기타 영상을 찾아보다가 극우 콘텐츠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극우정당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니까요.

특정 정당만의 이슈도 아닙니다. 유튜브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와 음모론도 문제입니다. 몇 년 전 남미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이슈일 당시에도,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에 들어간 어떤 성분에 문제제기를 하는 음모론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었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데보라 디니즈의 경우는 더 암담합니다. 유튜브의 극우주의자들이 그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유튜브의 정책을 가까스로 위반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사주하였고, 테러와 성폭력 위협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망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브라질의 어린 세대는 이미 대부분의 미디어 소비를 유튜브에서 합니다. 그리고 이미 꽤 우경화되어있죠.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서 지난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적 사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몰래 녹화해서’ 유튜브에 ‘공산주의자’라고 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사는 브라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만, 이를 읽는 기분은 왠지 착잡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것 같은) 강경한 혐오 발언을 보란듯이 일삼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라든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킬킬대는 유튜버라든지, 이를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든지.

물론 유튜브가 문제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는 있던 문제를 그저 떠밀었을 뿐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문제의 진단도 제동도 쉽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여러모로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구글과 유튜브가 이 알고리즘에 저널리즘/ 미디어 편집의 역할을 넣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체류시간 일변도의 알고리즘은 위험해보여요. 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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