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리고 붕괴 (번역)

몇 주 동안을 이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인쇄 광고 시장

이 차트는 미국의 인쇄 광고 시장의 트렌드입니다. (흔히들 예측하는 바와 달리) 컨슈머 인터넷이 생겨난 첫 십여년 간 인쇄 광고 시장은 나쁘지 않은 성과를 유지했습니다. 닷컴버블 시대(2000년 전후)에는 심지어 성장했어요.

08~09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불황으로 감소세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불황이 끝나도 감소세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시장의 판도가 아예 새로 짜인거죠.

인쇄 광고 시장을 떠나간 광고 예산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이렇게 통계를 보고 인사이트를 드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글로벌 신문 인쇄량(무게)은 점진적으로 올라가다가 2000년 즈음부터 성장이 둔화되더니 2009년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최고점 대비 절반 정도 되네요.

글로벌 종이신문 인쇄량


‘벼랑 끝 코요테 효과’. 이렇게 불러볼까요. 힘껏 달려 골짜기를 건너보려고 하지만, 코요테 발 아래엔 천길 낭떠러지죠. 아주 찰나의 순간은 허공에서 헛발질을 하며 머무를지 모르겠지만,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합니다. 불가항력이 일이 일어나기까지 잠깐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레닌이 말했듯, 수십 년의 영향을 가져올 변화란 몇 주 만에 일어나버리곤 합니다. 

‘벼랑 끝 코요테 효과’는 블랙베리의 전신인 림RIM을 생각해보면 더 크게 와닿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 모바일과 컴퓨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임은 명백했습니다. 림, 팜,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 기존 업체의 위치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점도 그랬죠.

블랙베리 스마트폰 판매량 추이

하지만 아이폰의 출시 이후 4년 동안 블랙베리의 판매량은 꺾이기는 커녕 성장했습니다. 여섯 배나 성장했어요. 애플이 시장에 진입하는 방정식을 찾아내고, 기업 고객의 니즈에 맞춘 기능을 내놓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까지의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그 동안 림의 몰락에 너무 일찍 베팅한 이들은, 큰 손해를 보았죠.

림과 블랙베리의 붕괴는 두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림은 고소득 시장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타겟으로 했지만, 선진국이나(특히 영국 청소년 층에서 그랬습니다. BBM이 지금의 왓츠앱 같은 메신저였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일부 중위소득 시장에서는 일반 유저 대상의 사업이 (예상 외로) 좋은 성과를 내어주었죠. 

아래 표를 보면, 아이폰이 먼저 (미/캐/영) 블랙베리의 엔터프라이즈 고객 시장을 공략하고, 이후 안드로이드가 중저가 시장에 치고들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절필한 마이클 메이스가 이에 대해 상세히 적은 바가 있어요)

블랙베리 매출 추이

구글 검색 트렌드를 보면 이 두 단계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BBM 사용자들이 ‘아이폰용 BBM’을 검색하며 아이폰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안드로이드용 BBM’을 검색하며 안드로이드로까지 넘어가버리죠. 


이 붕괴는 카메라 업계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아래 표는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1970년대 고정식 단렌즈를 사용하는 심플한 자동카메라가 등장해 기존의 렌즈 교환식 카메라(SLR aka 수동카메라) 시장을 잠식합니다.
  2. 1990년대 후반 쓸만한 디지털 자동 카메라가 보급되며 필름 자동 카메라 시장을 죽였지만,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데 성공합니다. 1999년에 카메라 판매량은 950만 대였는데, 2008년에는 1.1억 대로 급증하죠. 이런 변화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더 자주 변경해서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사진의 접근성이 필름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 몇 년 후, 디지털 자동 카메라(하이엔드 똑딱이)의 성능이 DSLR 카메라만큼 좋아지면서 시장이 한 번 더 크게 성장합니다.
  4. 하지만 2010년 즈음부터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충분히 좋아집니다. (스크린이 더 많아지고,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트렌드가 생기기도 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5. 스마트폰은 일반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이어 고급 카메라 시장까지 붕괴시킵니다.
글로벌 카메라 출하량

오늘날, 이들은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 우리는 08~09년 인쇄 광고 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했던 수준의 외부 충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나 인프라가 쏟아지며 기존 시장에 들이닥치고, 저 멀리 새로운 절벽을 세울 정도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주 : 부모님들이 갑자기 Zoom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나요?)  

여러 산업이, 아주 짧은 시간에, 어찌할 수 없는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어요.

대변혁을 맞이할 산업 중 하나는 유통입니다. 인터넷이 인쇄 매체에 가한 충격이, 이제 유통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신문, 잡지와 같은 역할을 했던) 전통 유통 업자들은 지금껏 복잡하게 엉킨 구조의 고정비를 지출해왔는데, 그 비용들은 앞으로 점점 와해될 것입니다. 시장에 신규 참여하는 업체들을 가로막았던 진입장벽이었던 그것들은 하나 둘 사라질것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한두 해 안에는 ‘리테일 아포칼립스’가 닥칠 것입니다. 온라인 유통이 어느 수준 이상의 침투를 이루어내면, 고정비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불가능해질 것이에요. 소비자들은 그런 구조를 벗어난 서비스를(주: 비용이 낮아진 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 차트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같은 겁니다. 아직 붕괴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곧이에요, 곧.

전체 커머스 시장 중 이커머스 비중(%)

다음 차트는 가슴 아픈 차트입니다. 올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노동 관련 차트죠. 중요한 질문은 5년 뒤 이 지표가 (08~09년의) 인쇄 광고 시장처럼 몰락하기 시작할까?하는 것입니다. 유통 시장은 전체 노동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감소한다고 하고, 이후에도 하락 추세가 이어질까요?

미국 노동인구 중 유통업 종사자 비중(%)

게다가 여기엔 미국 시장의 특성이 하나 크게 작용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일단 쟁여놓는’ 경향이 있어요. 선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미국의 인구당 유통 공간을 따라잡지는 못해요. (최근 트렌드기도 하죠) 그러니 미국 사람들은 처리할 수 없는 엄청난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주: 재고를 감안하면 리테일 단계에서 무너져 내리는 폭이 더 가파를 것)

인구당 유통 공간

(그런데 저는 ‘모든’ 전통 유통망이 이전의 종이신문 같은 쇠락의 길을 걸을 거라 예상하지는 않습니다. 꽤나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하지만 유통은 물류에서부터 사용자 접점까지 연속적 행위의 총합입니다. 인터넷이 이 과정에서 예산이 소요되는 방식을 완전히 뒤엎긴 할거에요)

근본적인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 산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TV입니다. 미국 시장은 5년 전부터 드디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유튜브와 훌루가 출시된 지 1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말이죠.

미국 TV 구독자 (빨간색) vs 넷플릭스 가입자 (회색)


그런데 이 변화는 전통 유통시장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아주 빠른 거에요. (주: 차트의 시간 축을 바꿨더니 완전 달리 보이죠?)

전체 시장 중 온라인 비중 (TV: 빨간색. 유통: 회색)

TV를 보는 행태가 바뀌고 있습니다. TV광고라는 모델은, 피할 수 없는 변화가 닥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죠.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TV 광고주들을 인쇄 매체에서 TV로 끌어온 것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죠. 변화가 있기는 한데, 그게 영향을 충분히 주지는 못했죠. 

한 광고 대행사 대표가 몇 년 전에 제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TV 시청자도 줄었고, 시청률도 떨어졌지만 TV광고 예산은 그대로에요. 그러니 CPM은 오를 것입니다” 제가 TV 시장이나 광고 시장의 애널리스트는 아닙니다만 이런 현상은 항상 같은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래 차트는 5년 뒤엔 어떤 모습일까요? 구조적인 변화가,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나요?

미국 TV 광고 시장 규모


마지막으로, 전체 광고 시장에서 가장 최근 왕위를 차지한 TV(밝은 회색)와, 급속하게 성장하는 인터넷(빨간색)을 비교해볼까요?

차트만 보면, 인쇄 광고 시장의 지분을 인터넷이 가져간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그 절반은 구글과 페이스북이겠죠?) 인쇄 광고에 집행하던 예산이 인터넷 광고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되죠. 

하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아요. 구글과 페이스북에 집행된 광고예산의 2/3은 전통 매체에 광고해본 적이 없는 광고주에게서 나왔습니다. (전화번호부나 지역 라디오 정도엔 해봤을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GDP 대비 광고 예산의 비중 변화 추이를 보면, 재미있는 점을 또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광고 시장은 2008년에 이미 한 번 재편되었습니다. 인쇄 광고 시장의 광고주들이, 광고예산이 떠났어요. 

근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무서운) 부분.
그 떠난 예산은 이동하지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어떤 광고 매체에도 말이죠.


“코로나가 오고 당장이라도 세상이 망할것 같더니 하나도 망하지 않는 느낌이에요. 언택트다 뭐다 세상이 급변한다는데 실제로 세상이 달라지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하지만 변화는 우리 앞에 와있긴 한가봅니다. 그래서 여러분 카카오 주식 사나요??”

번역자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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