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에서 모찌를 파는 한 가게는, 그리고 수백년을 이어온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이윤과 성장보다는 전통과 안정성을 무기로 위기를 견뎌왔습니다.
하세가와 나오미 씨의 가족은 교토의 오래된 신사 앞 북적거리는 골목의 삼나무로 만들어진 아담한 가게에서 아부리모찌(구운 인절미)를 팝니다. 가게는 먼 곳에서 전염병 완화를 기원하려 신사에 방문하는 일본 전역의 순례객들을 위해 간식을 제공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는 서기 1000년이었습니다.
천 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새로운 전염병이 이 오래된 수도의 경제를 덮쳤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하지만 하세가와 씨는 당장 재정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이렇습니다. 하세가와 씨가 이끄는 가족기업 ‘이치와(一文字屋和助;이치몬지야 와스케)’는 여타 기업들보다 긴 호흡으로 멀리 바라봅니다. 이윤이나 성장보다는 안전하게 전통을 지키는 것에 무게를 두죠. 이치와는 전쟁, 역병, 재해, 제국의 흥망을 지나왔습니다만, 쌀로 만든 그 모찌는 늘 그대로입니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역동적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견디고 회복하는 그들의 능력은, 코로나로 인해 수만 개의 기업이 파산한 미국 같은 곳에 영감을 줍니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규모와 시장 점유율, 성장률을 높이는 곳이라 정의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 기업들의 운영 원칙은 완전히 다릅니다.” 교토 류코쿠 대학의 명예교수 마츠오카 겐지는 이야기합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계속 하는 것 자체입니다.” 그가 덧붙였죠. “각 세대는 릴레이를 뛰는 주자와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것이에요.”
장수기업에 있어 일본은 세계 최고입니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만 3.3만개 있습니다. 전 세계의 40%가 넘죠. 3,100개 이상의 기업은 200년 이상 지속되었고, 이 중 140개는 500살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중 최소 19곳은 그들의 역사가 천 년 이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치와를 비롯한 초장수기업 중 일부는 그들의 역사를 명확히 거슬러 올라가기 어렵습니다만 정부, 학자들에게 공인 받기도 합니다. 이치와의 경우엔 건너편의 경쟁기업도 그 역사를 인정합니다.(역주: 그 기업도 4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노포(老舗;しにせ)”라고 이야기되는 이 가게들은 자부심과 매력의 원천입니다. 지역 정부는 그들의 제품을 홍보하고 경영 서적들은 그 성공의 비결을 분석합니다. 모든 여행 책자는 그들에게 글을 헌정하죠.
131년 전 전통 카드놀이에서 시작한 닌텐도나 1917년부터 간장을 만들었던 키코만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만, 이런 장수기업 대부분은 이치와처럼 전통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작은 가족기업들입니다.
하세가와 씨는 천년을 이어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윤만 좇아서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 높은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죠. 이치와의 경우 그것은 종교적인 소명이었습니다. 신사에 순례오는 참배객들을 섬기는 것이었죠.

‘가훈’으로 정의되는 이런 핵심 가치들은 세대를 이어 많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들은 직원을 돌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자부심을 느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치와에게, 이는 오직 하나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사업에 대한 아주 일본적인 접근이죠.
이치와는 사업을 확장하는 많은 기회들을 거절했습니다. 배달을 권유하는 우버 이츠의 제안도 최근에 거절했죠. 아부리모찌는 이들의 딱 하나 있는 메뉴입니다. 마실 것을 요청한다면, 잘 덖인 녹차가 제공되죠.

이치와의 오랜 역사 동안, 하세가와 가문의 여성들은 늘 같은 방식으로 이 달콤한 간식을 만들어왔습니다. 가게 지하실의 보글거리는 작은 샘에서 나온 물에 쌀을 삶아 반죽으로 찧습니다.
그리고 작은 주철 히바치 위에 나무 꼬챙이에 꿰어 서서히 구우며 공 모양으로 만듭니다. 눌어붙은 겉에는 고운 솔로 달달한 간장을 발라 신사 참배객에게 대접합니다. 식어서 딱딱하고 질겨지기 전에,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서 말이죠.

근대 이후 몇 가지를 양보 했습니다. 지역 보건당국이 우물물의 사용을 금지했어요. 부엌 한 쪽에 숨겨진 모찌 기계는 자동으로 쌀을 빻아 매일 아침 몇 시간의 노동을 줄여줍니다. 수 세기 동안 관행적으로 해오지 않았지만, 모찌 한 판에 대한 정가제를 도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언젠가부터, 기업이 재정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며 생긴 변화입니다.
과거 여러 재난들을 겪어왔던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리스크에 대한 극단적인 회피성향과 큰 현금보유고라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일본 기업들에게는 흔한 특징입니다. 일본이 최근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서 보였던 높은 도산율을 보이지 않았던 비결이기도 하죠. 골드만 삭스의 오타 토모히로 애널리스트는 그들이 ‘이윤을 꽤 남길 때에도 자본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대기업은 경기 침체 등의 위기가 닥쳤을 때 급여를 지급하고 다른 금융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적립금을 보유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작은 기업들도 부채 비율이 낮고 1~2개월의 운영비 정도는 현금으로 들고 있다고, 오타 애널리스트는 이야기합니다.
원하기만 한다면 금융의 힘을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본의 금리는 수십 년 동안 낮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정부의 부양책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게 제로 금리의 대출을 지원합니다.
작은 노포들은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데다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인건비도 낮은 편이죠. 그래서 현금여력이 충분합니다. 기업과 관련해 여러 책을 집필한 고토 토시오 일본경제대학원 교수가 올 여름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곳 네 곳 중 하나 이상은 2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노포들이 200년 전 시작되었는데, 이 때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며 내부의 경제환경을 크게 안정화시켰던 17세기 초였습니다. 하지만 약 100년 전부터는 노포에게 생존이란, 전통의 보존과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핵심 사업의 변화를 꾀합니다. 1560년 철 주전자를 만들면서 시작한 부품회사 NBK는 현재 첨단 기계의 부품을 생산합니다. 교토에 있는 332년 된 기모노 제조업체 호수細尾는 섬유에서 가정용 가구, 전자체품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어떤 이에게 시대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나카 이가 부츠구田中伊雅仏具店처럼 전통 그 자체를 파는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다나카 이가는 서기 885년부터 교토에서 불교용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수십만 불에 팔리는 불단을 70대 장주인 다나카 마사이치 씨가 농담처럼 ‘불단 계의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도 팬데믹은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다른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고령화되는 일본사회와 변화하는 취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기업들은 승계할 이를 찾지 못해 문을 닫았습니다. 다나카 씨는 숙련된 전통 노동자를 대신할 이를 구하는 것이 점점 어렵습니다. 그가 불교용품을 공급하는 절에, 이제 사람들은 점점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새 지어지는 집들에는 전통적인 일본식 방이 없습니다. 미닫이 종이 문과 다다미 마루, 그리고 특별하게 다루어지는 불단이 있는 집은 이제 거의 지어지지 않습니다.
다나카 씨는 종교에 있어서는 혁신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나카 이가의 디자인 중 상당수는 거의 그 기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3D 프린팅을 사업에 도입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팔릴 만한 것일까 하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치와는 감사하게도 그런 걱정이 덜한 편입니다. 가족은 여럿이고, 사업 규모도 작은 편이며, 모찌를 굽는데 필요한 유일한 기술은 뜨거운 열을 참아내는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예순이 된 하세가와 씨는 인정합니다. 가게의 유구한 역사에 종종 무게감을 느낀다고 말이죠. 사업이 아주 큰 돈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그는 가문의 어린 세대에게 힘주어 말합니다. ‘가문의 한 명이라도 살아있는 한, 우리는 이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우리가 계속 하는 이유는” 그는 이야기합니다. “그냥 손 놓고 보기만 하는 그런 것은, 우리 모두가 싫어하는 일이니까요.”

- 번역/편집: 뤽
- 원문: 뉴욕타임즈 https://www.nytimes.com/2020/12/02/business/japan-old-companies.html
“코로나는 모두를 힘들게 만들지만, 특히 소규모의 비즈니스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가혹합니다. 수백년을 이어온 일본의 노포들은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며 무수한 위기들을 이겨내왔습니다. 물론 충분한 내수 규모와 폐쇄적인 경제구조라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만, 일본의 노포는 독특하네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요.”
번역자 뤽
“마실 것을 요청한다면, 잘 덖인 녹차가 제공되죠.”
오타를 수정해야할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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