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의 운명은 어디로?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웹 2.0 시대에 뉴 미디어 저널리즘의 효시로 불리며 등장했던 회사들이었습니다. 한 때는 협력자로 한 때는 라이벌로 불리던 이 두 회사가, 결국 한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버즈피드가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하고, 버즈피드의 CEO가 조나 페레티가 허핑턴포스트의 대표를 겸하게 됩니다. (참고로 허핑턴포스트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2016년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버즈피드가 뭔가 세를 크게 불린 것 같은 느낌이지만.. 조금 뜯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딜만 하더라도 그래요. 버즈피드는 허핑턴포스트를 (현금이 아닌) 주식 딜로 인수하는데, 허핑턴포스트의 모회사인 버라이즌 미디어가 버즈피드에 돈을 투자한다고? 음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 버즈피드는 현금 안쓰고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합니다. 오히려 버라이즌 미디어로부터 돈을 받아요. 대신 자신의 지분을 허핑턴포스트 가격 + 신규 투자금 만큼 버라이즌 미디어에 양도합니다.
  • 버라이즌 미디어는 허핑턴포스트의 매각에서 현금을 한 푼도 얻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을 써요. 대신 버즈피드 지분을 크게 획득하게 됩니다.

음.. 여전히 딜이 좀 복잡합니다만.. 버라이즌 미디어는 당장의 현금보다는 버즈피드의 지분을 선택한 셈입니다. 되려 돈을 쓰면서까지 말이죠. 그런데 버즈피드의 이사회 의석도 얻지 않고, 마이너 지분이라고 하니 연결로 잡으려 했다거나 버즈피드의 경영권을 욕심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버라이즌 미디어는 버즈피드의 주식이 떡상할 것이라 확신하고 허핑턴포스트라는 자산을 투자해서 미리 버즈피드의 지분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떠돌이 허핑턴포스트


음. 2005년 데뷔할 때만 해도, 그리고 10년 만인 2015년 AOL에 3.15억 불(약 3,700억 원)에 매각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창 잘나갔습니다만 조금 스텝이 꼬였습니다. 뭐 허핑턴포스트의 이슈라기보다는 모회사의 이슈들이었는데요. 정확히는 버라이즌 때문이었습니다.

음. 복잡하죠. 허핑턴포스트가 AOL에 매각될 당시만 해도 버라이즌이라는 거대그룹과, 야후!와의 합병은 생각지 못했을거에요. 매각 이후 몇 년 동안 파도가 몇 번 치더니, 매물로 나와버렸달까요.

버라이즌은 자체 미디어콘텐츠 그룹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감한 베팅, 더 과감한 구조조정을 계속해왔죠. 인력을 크게크게 정리한 것은 물론이고, 사업의 재편도 피하지 않았습니다.

허핑턴포스트에는 5년 전 3억 불 넘는 돈이 들어갔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이미 미디어가 꽤 짱짱해진 버라이즌에게는 (자기가 쓴 돈도 아니었던데다) 이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자산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버라이즌이 돈을 쓰면서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걸 보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위기의 버즈피드

아 버즈피드. 참 좋은 비즈니스였고, 좋은 시도였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저널리즘/콘텐츠를 보여주는 혁신이라 할 정도로 참 멋진 회사였습니다. 2016년 미디어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유니콘에 등극하기도 했고, 그 기세를 몰아 IPO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습니다.

유튜브, 스냅챗,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 가장 먼저 올라탄 콘텐츠 플레이어이기도 했었고요. 그 천하의 뉴욕타임즈가 2016년 혁신보고서에서 경쟁사로 언급한, 그런 곳이었죠.

아 근데, 돈. 돈이 문제였습니다. 뭐 이런저런 히스토리야 있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버즈피드는 콘텐츠 제공자였을 뿐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했고 구글과 페이스북에게 대부분의 (광고)수익을 빼앗겼습니다. 사람들이 구글(유튜브)/페이스북에 더 많이 들어오게 하는 미끼 역할만 하고, 정작 콩고물은 뺏긴 것이죠. 네이티브 광고를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아시잖아요. 협찬/ PPL은 플랫폼 광고를 절대 넘어서지 못해요.

버즈피드는 2017년 100명, 2019년 250명을 각각 해고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터진 올해에는 전 직원의 급여를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버즈피드를 열심히 벤치마킹하던 뉴욕타임즈는 위기가 있긴 했냐는 듯 말도 안되는 실적을 쌓아올리기 시작했고, 버즈피드는 매년 CEO 조나 페레티가 ‘올해는 돈을 벌 수 있을겁니다’ 레터를 쓰는게 루틴이 되어버린건가 싶어서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뉴스 서비스는 어려워

상대적으로 저널리즘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허핑턴포스트, 매거진에 가까운 미디어로 나아가고 있는 버즈피드. 한 때 비슷했던 이 두 서비스의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타겟 유저도 다르고, 소비 채널도 다르죠. 조나 페레티는 그 지점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만, 시장의 시각은 그닥 따스하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특히 버라이즌이 너무 적극적으로 허핑턴포스트를 던져버린 느낌이에요. 야야 버즈피드 너네 돈필요하다며, (처치곤란인) 허핑턴포스트 좀 책임져라, 내가 돈 줄게. 이런 느낌이고 버즈피드는 아니 지금 뭐 나가 죽게 생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조나 페레티는 허핑턴포스트의 초대 CTO이기도 했으니 뭐 스토리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만.. 두 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좋지 못했습니다.

마침 이달 초엔 또 하나의 뉴스서비스 딜이 있었습니다. 콘텐츠도 서비스도 기가 막히게 만든다는 평을 받던 쿼츠인데요. 2018년 일본의 뉴스서비스 유자베이스에 인수되었던 쿼츠가 다시 쿼츠 창업자 개인에게 매각되었습니다. 심지어, 유자베이스의 CEO가 쿼츠 창업자에게 돈을 개인적으로 빌려주면서 사가라고 했대요. 야야 난 이거 못하겄다 이거 내가 돈 줄테니까 니가 좀 가져가라.. 잖아요. 어째 비슷하죠.

제프 베조스라는 세계구급 치트키를 쓴 워싱턴포스트는 좀 예외고, 올타임 넘버원 뉴욕 타임즈 역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조나 페레티는 훌륭한 저널리즘 모델을 만들었고 여전히 끈기있게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돈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주지는 못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말이죠. 제가 그래서 이바닥늬우스로 창업할 생각이 없는거

뉴스 서비스는 어렵습니다. 작년 4월 퍼블리의 뉴스 서비스 출시를 다루며 쓴 글의 일부를 다시 옮깁니다.

그나저나 뉴스란 예로부터 보편 타당한 무적의 콘텐츠였습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뉴스를 찾죠. 다시 말하자면 콘텐츠계 전통의 레드오션..이라고 해야할까요. 어지간한 온라인 서비스 거의가 뉴스를 제공합니다. 네이버, 카카오(+다음), 구글과 같은 포털은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의 소셜서비스들에 다양한 뉴스레터들도 있죠.

2019. 4. <퍼블리와 무료 큐레이션 뉴스 서비스> 중에서

  • 글: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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