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를 꿈꾸는 네이버?

또 한 번 공룡들끼리 통크게 손을 잡으려나 봅니다. 국내 넘버원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가, 종합… 아무튼 종합 문화 그룹…인 CJ랑 전방위적인 제휴를 할건가 봅니다. 구체적인 제휴 모델이나 구조는 1달 내에 발표한다고 하고요.

14일 CJ그룹 관계자는 “네이버와 지분 교환 방식을 포함해 포괄적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휴 방식과 규모 등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CJ 계열사 세 곳과 네이버가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 10월 14일

창작의 소스가 되는 단어들은 네이버와 CJ사이 1) 그룹 단위의 지분교환 2) CJ 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 3) 커머스와 콘텐츠입니다. 이걸 가지고 각종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네이버웹툰의 IP와 스튜디오드래곤이 더 세게 손을 잡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우리도 상상의 나래를 좀 더 펼쳐볼까요.


커머스회사 네이버

네이버는 32만개의 업체가 입점해있고, 프론트와 백엔드 그리고 결제까지의 생태계를 갖춘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원래부터 강자였던 11번가나 지마켓 이런 곳도 있고 요새 거의 시장을 씹어먹고 있는 쿠팡도 있습니다만, 결제액을 기준으로 하면 네이버가 커머스도 1등이에요.

커머스-금융 '양날개' 단 네이버…"진짜 센놈 온다" 금융사 초긴장
출처: 한국경제

2019년 기준 쿠팡은 이베이(지마켓+이베이)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11번가보다 두 배 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쿠팡보다 네이버는 23% 더 큰 규모의 거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야 네이버 페이 딱지가 붙어있는 개별 몰에서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상공인들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물건 올리고 네이버로 결제 시키고 네이버에 광고하고 하는 ‘네이버 생태계’가 쿠팡보다 훨 큰 셈이죠.

네이버 입장에서 굳이 소비자들에게 ‘네이버 몰’이라는 거대 브랜드를 인식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전국민이 수시로 들어오는 ‘네이버’라는 프론트가 이미 있기 때문이죠. 대신, 쿠팡에게 있는 그리고 쿠팡이 기똥차게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나가 영 아쉽습니다. 바로 배송, 흔히 커머스에서 ‘풀필먼트’라 불리는 오프라인 백엔드입니다. 쿠팡은 굳이 이 백엔드에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면서까지, 차별화에 성공했죠.

검색/뉴스 서비스라기보단 커머스로서의 전략을 강화해가고 있는 네이버입니다.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온라인 쇼핑에 (슬프지만) 전 세계적인 기회가 찾아와버렸고, 이 모멘텀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죠. 그런 네이버에게 풀필먼트는 아쉬웠을겁니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이제와서 풀필먼트를 준비하기에는 여의치 않았을 거에요. 아니 네이버, 돈 있고 전략적 우위도 있겠다. 그러니 네이버가 1등 회사를 찾아나선 것이죠.


풀필먼트 1위 CJ 대한통운

오프라인 물류는 어렵습니다. 구축하는데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사람도 많이 필요한데다 사업의 복잡도가 높아요. (쿠팡 물류창고에서 잊을 만하면 크고작은 사고가 일어나잖아요) 그러니 한 번 투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고, 운영하는건 아주 안정지향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점진적인 투자/ 운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죠.

그러니 이 업의 본질을 흔드는 것 같이 보이는 쿠팡은 지금의 로켓배송 인프라를 만들기까지 무수한 의문을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그냥 쇼핑 하면 돈 잘 벌텐데 물류에 저렇게 돈을 조 단위로 쏟아부어야 할거냐고 말이죠. 하지만 몇 년 동안 ‘존버’ 한 쿠팡. 지금은 쿠팡하면 로켓배송이 바로 떠오르고, 쿠팡이라는 커머스 서비스 최고의 엣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물류 업체 입장에서는 아니 이상한 친구가 갑툭튀했다고 생각될겁니다.

네이버는 ‘당장의 적자를 부담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이 충분합니다. CJ 대한통운 입장에서는 ‘기존의 관성을 깨기 위한 명분’이 필요합니다. 이 둘의 이해관계가 일치합니다. 쇼핑 1위 업체 네이버는 자신들의 생태계에 ‘오프라인 물류’라는 블록을 끼워넣고 싶을테고, 그걸 업계 1위 CJ 대한통운에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해결하려 했겠죠. CJ 대한통운이 거의 절반 가까운 물동량을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네이버 물류는? (뇌피셜)

일단 기존의 물류 서비스에 비용적 지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꽃’에 엮여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한 소규모 쇼핑몰은 물류를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하게 할 수 있겠죠. 나아가 LG생활건강처럼 대형 브랜드 스토어 경우에도 볼륨 디스카운트를 통해 좀 더 저렴한 물류를 쓸 수 있게 하겠죠.

그리고, 새로운 물류 – 아마 조인트벤처를 설립해서 하지 않을까 싶지만 – 에도 투자를 슬슬 시작할겁니다. 특히 쿠팡프레시나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물류(콜드체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거야말로 긴 호흡의 큰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배달을 위한 물류(라스트마일)는.. 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왠지 우선 순위가 높진 않을 것 같아요.

풀필먼트 시장은 국내 2조 내외로 추정됩니다. 물론 거대한 시장이지만, 네이버가 이미 누리고 있는 비즈니스의 덩치를 생각해 볼 때 이 풀필먼트를 IaaS 모델로 수익화하려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 시장 1위 CJ 대한통운을 잡은 다음, 그 시장을 자체의 비즈니스보다는 커머스를 떠받치는 모델로 만들어 판을 더 키우려고 하겠죠.


아니 CJ ENM이 왜 거기서 나와?

자, 우리는 CJ ENM을 tvN/엠넷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하는 그런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CJ ENM은 하나의 사업이 내는 흑자가 다른 모든 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그런 회사에요. 그 네이버가 눈독을 들였을 것 같은, CJ ENM의 알짜 사업. 그것은 바로

CJ오쇼핑 로고
출처: 패션비즈

국내 홈쇼핑 1위. CJ 오쇼핑입니다. 난립하고 있는 홈쇼핑 업체 중 약 25%을 점유하고 있어요. 홈쇼핑은 이제 좀 지는 해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모바일 시대라고 다를 것도 없어요. 인플루언서들이 마치 쇼핑호스트처럼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행태가, 홈쇼핑 대신 ‘라이브커머스’라 불리며 지금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역시 ‘셀렉티브’라는 브랜드로 운영하던 라이브커머스를 ‘네이버 쇼핑 라이브’로 확대했죠. CJ는 홈쇼핑의 1위 업체이고, ‘겟잇뷰티’처럼 콘텐츠와 커머스 양쪽에 걸친 쇼도 가장 잘 만듭니다. 아마, 이번 제휴에서 말한 ‘콘텐츠’는 <미스터 션샤인>이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네이버 백엔드를 붙인, CJ 오쇼핑 콘텐츠가 네이버 메인에 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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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이버웹툰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웹툰 기반 IP가 (카카오페이지 원작인 <김비서가 왜이럴까>나 <이태원 클라쓰>처럼)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그게 다시 네이버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등등.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그게 이 거대한 딜의 목적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스튜디오N이 너무 잘하고 있고, 그거 하자고 그룹 단위의 지분 쉐이크가 일어나는 건.. 좀 그래요. 커머스 시장은 콘텐츠 시장보다 한 500배 커요. 음 아니다 한 800배?


그리고 금융 feat. 미래에셋

3년 전, 2017년 네이버가 또 그룹 단위의 제휴를 한 적 있습니다. 바로 미래에셋이었죠. 그 미래에셋과 함께 (2년 걸려) 만든 작품이 네이버 파이낸셜입니다. 결제서비스를 하고, 계좌를 제공하고, 투자/증권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계열사죠. 그 네이버 파이낸셜이 여기 커머스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기존 신용평가회사의 기준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1명이라면, 네이버파이낸셜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8명이 된다”며 “관련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경향신문

네이버 생태계에 들어오는 공급자는 동급 최고의 백엔드를 쓸 수 있고 사용자가 몰려있는 곳에서 홍보도 할 수 있는데다 물류도 싸게 쓸 수 있는데 그마저를 위한 자본이 부족하면 대출까지 저렴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자, 네이버는 검색을 시작으로, 모든 비즈니스의 맥락을 하나씩 잡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거 테크트리가

  • 쇼핑프론트: 쇼핑 탐색 맥락. 라이브 커머스
  • 물류백엔드: 자체 커머스 물류 / 수입 / 수출
  • 결제/금융: 자체 결제로 시작해 대출/ 증권/ 보험 진출

어디서 많이 보는 것 같죠. 바로 대륙의 커머스 알리바바가 갔던 길입니다. 티몰과 타오바오라는 거대 커머스 플랫폼을 시작으로, 물류와 금융으로 뻗어나가는 사업. 이미 작년 3월 이야기 드린 바 있듯 중국은 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맥락이 모바일로 옮겨온지 오래입니다. 알리바바의 물류 서비스 차이니아오는 수출과 수입을 대행하는 거대한 물동망을 구축했습니다. 알리페이에서 시작한 앤트파이낸셜 역시, 중국 최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네이버는 신중합니다. 그리고 그룹 단위의 제휴란 그리 쉽게 결과가 나오는게 아닙니다. (카카오-SKT 제휴 보세요. 지금 뭐 나온게 없잖슴.. ) 2017년 미래에셋과 제휴했고 그 결과물을 2년 뒤인 작년 이맘 때 내놨어요. 지금 CJ랑 제휴한다고 해도, 그 결과물은 내년 혹은 내후년에나 나올 것 같아요. 지금 한 얘기가 전부 틀릴 수도 있고, 한 회사에 너무 힘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는 규제당국에 의해 제지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종착지는 왠지.. 알리바바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아하!] 알리바바의 美 증시 입성 예삿일이 아닐세

  • 글: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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