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뉴스레터에 대한 소고

*이바닥의 존경받는 사상가, Ben Evans가 그의 뉴스레터를 유료 구독모델로 전환하며 쓴 글입니다.

이메일은 웹보다 훨씬 오래된 포맷입니다. 하지만 웹페이지의 시대가 오면서 거의 모든 포맷들은 뒤로 밀려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타입패드Typepad나, 특히 워드프레스Wordpress 덕에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글을 쓰고, 어떻게 공유하고, 읽고, 이야기하나요? RSS는 글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주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다음에 텀블러가 나오는듯 하다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가 등장하며 컨텐츠 생성의 허들과 임계점을 뛰어넘으며 보고, 공유하고, 팔로우하는 것보다 상위의 레이어(역자주 : 피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면서 블로그 포스팅이란 단지 링크나, 문단, 사진 정도의 글이 되고, 긴 글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소셜과 모바일의 시대가 자리잡으며 블로그를 삼켜버렸네요.

그런데 페이스북에서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500개 이상의 포스팅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주제를 모두 팔로우한다면 관심사와 친구들의 소식이 피드에서 섞이게 되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시글을 독자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제 트위터 팔로워가 거의 30만명인데, 보통의 트윗은 10~20%의 팔로워에게만 보여집니다. 포스팅의 폭포에서 길을 잃는것이죠.

그렇다면 여러분이 만약 여전히 긴 글을 쓰고 싶다면, 어디에 그 글을 올리실건가요? 미디엄이 그 답을 찾는 시도를 했지만 거의 실패했고, 링크드인도 도전장을 내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이메일이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네요. (적어도 복귀한 것처럼 보입니다.) 섭스택Substack이 미디엄을 하방에서부터 혁신하고 있습니다.

자, 뉴스레터라는 포맷이 재발견되었습니다. 이 현상의 일부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긴 글을 쓸 포맷을 재발명한 것이라구요. 그리고 URL들을 공유하는 포맷이 이메일의 재발견으로 얻은 두 번째 수확입니다. 저는 섭스택에서 보내주는 ‘이번주의 블로그 포스트’ 링크들을 매번 읽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정보의 폭포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큐레이션 해주는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의 뉴스레터 같은것이죠. (매체가 내용이 됐네요.) 부분적으로 인터넷은 진자운동처럼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오래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매번 십년 전에 풀었던 문제를 다시 해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딜리시어스Delicious를 다시 만들어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십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솔루션은 풀었던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재창조합니다. 아마도 조만간 구글이 뉴스레터 읽는 앱을 내놓을지도요.

그리고 이 사이클의 일부에는 ‘그걸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는 안할래’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유통 모델은 화전민의 습성이 있습니다. 한 두해는 괜찮게 작동하지만 곧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만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뉴스레터를 보는 시점이 된다면 우리의 메일함은 뉴스레터로 가득차게 될 것이에요. 그 때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뉴스레터들은 지메일의 ‘중요한 메일’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생사가 결정될 것입니다. (제 뉴스레터의 구독자 60%는 지메일을 사용하는데, 지메일도 알고리즘을 도입한지 오래죠.)

그 지점에서 네트워크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소셜이 쌓은 레이어 위에서 쏟아지는 포스팅 속에 중요한것을 발라내거나, 적어도 그 소음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크리스 딕슨이 말한 ‘툴을 쓰러 와서 네트워크때문에 못 떠나게 되는’ 회사들을 생각해보세요. 워드프레스는 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텀블러는 툴과 네트워크를 모두 제공했죠. 그래서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하고, 관심사 그래프를 만들며 발견과 추천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창작자를 툴에 묶어버리며 전체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플랫폼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구조를 만들었죠. 미디엄도 이 추천 모델을 블로깅으로 시도했습니다. 저는 섭스택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좋아할 다른 뉴스레터를 만나보세요’와 같은 방식으로요. 하지만 여기서, 여러분이 만든 컨텐츠가 추천되지 못한다면요? 알고리즘이 다시 등장하는 시점입니다. 어떤 컨텐츠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묻힐거에요. (팟캐스트에서도 뉴스레터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상세한 설명은 넘어갈게요)

한편으로, 요즘의 뉴스레터 붐에서 신기한 지점은 결제입니다. 마크 안드레센은 아직 웹에서 결제를 위한 자리(402)가 남아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역자 주 : http에서 결제한 사람에게만 컨텐츠를 보여주기 위한 규약을 만들었으나, 잘 사용되고 있지 않음) 한때는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차지할거라고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료 뉴스레터들은 그렇게 새롭지 않은 기술들을 쓰고 있습니다. 새로워진것은 사람들의 심리와 가치에 대한 인식입니다. 내 메일함에 이메일이 오는건 요즘 세상에서 왠지 물리적인 물건을 소유하게 되는 느낌이 듭니다. 내 공간에 있고, 계속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인 느낌이죠. 반면 구독 컨텐츠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딱히 그 사이트에 방문한 기억도 없지 않나요? 심지어 돈을 내고 구독하고 있더라도 쏟아지는 컨텐츠 피드에서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구독 서비스를 몇 개나 하나 하나 구독할 것 같나요? 아마도 구독 바닥에서도 에그리게이터가 나올거에요. 여러가지 구독을 묶어서 판매하는 모델이 나오겠죠. 그리고 거기엔 분명히 추천이 들어갈거에요. 그렇다면요..?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은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수도 있습니다. 임란 아메드Imran Amed는 유명해진 그의 패션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유료 컨텐츠화하며 패션업계의 온라인 사업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도 자신의 블로그를 다른 사업을 위한 유저 획득 포인트로 활용하는 동시에, 구식 유료 리서치 사업의 유통 채널로 쓰기도 했네요. 1990년대에 프레드 히키는 뉴스레터를 보내는데 팩스를 썼습니다. 빌 걸리(역자 주 : VC 벤치마크캐피털의 파트너로 우버에 초기 투자)라는 젊은 애널리스트도 그랬다고 해요.

저도 꾸준히 발행해온 이 뉴스레터를 a16z에 들고 들어갔습니다. 독립하면서 함께 나왔죠. 자, 어떻게 될지 같이 지켜봐주세요.

이번 주의 차트 : 미국에서 TV, 케이블, 넷플릭스의 보급율
  • 번역/ 편집: 에디
  • 원문: Benedict Evans가 뉴스레터 구독 모델을 시작하며 쓴 글 “The column: Notes on email newsletters (obviously)” https://www.ben-evans.com/newsletter

뉴스레터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뉴스레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성공한 팀/회사도 여럿 보이구요. 이바닥늬우스도 뉴스레터 안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 누가 페북 보냐면서요. 이바닥도 고민이 많습니다. 페북을 안보기는 하지만, 이바닥 독자를 만나는 여전히 가장 좋은 채널이기도 하거든요. 뉴스레터는 시작해서 관성으로 굴리려니 품이 좀 드는게 아니더라구요. 이미 메일함의 뉴스레터 폴더에는 안읽고 쌓인 뉴스레터들을 보면 ‘아 내 레터도 저기에..’..

뉴스레터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여전히 문제는 페이스북 이후의 ‘(롱폼) 컨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방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거 정리만 하면 넥스트 주커버그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아, 유튜브라구요?

번역자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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