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번역)

*YC의 폴 그레이엄이 서브프라임 시기인 2008년에 쓴 에세이, ‘Why to start a startup in a bad economy’를 번역했습니다.

확실히 시장이 어렵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70년대 미국 같은 불경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을 정도입니다. 

잠깐만, 70년대 불황?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시작된 바로 그 때요?

사례가 꽤 됩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것에 있어 불경기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에 말이죠. 

물론 불경기가 스타트업에 좋다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좀 뻔한 이야기지만, 그냥 그것과 그것은 별개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와 YC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배운 것 하나가 있다면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는 결국 창업자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은 창업자의 역량에 비한다면 아주 미미합니다. 

중요한 문제는 1) 누가 2) 무엇을 하느냐로 정의해야 합니다. 언제 하느냐가 아니라 말이죠. 훌륭한 창업자라면 불경기든 아니든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좋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창업자를 성공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누군가가 ‘지금 경기가 안좋아서 지금 창업하면 안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버블에 창업하면 나도 (쉽게) 부자가 될 수 있을거야’라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일입니다.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것. 그건 지금 경기가 어떠냐를 신경쓰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뛰어난 사람을 공동창업자로 모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회사의 존폐를 걱정하는 창업자라면, 뉴스를 볼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거울을 보세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쪽이 더 나을 것입니다.


경기가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요식업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테크에서는 아닙니다. 

테크에서의 혁신과 진보는 자본 시장과 사실상 독립적으로 발생합니다. 불황이 걷히길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보상이 큰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제품인 알테어 베이직은 1975년의 당시 세상이 딱 원하던 그런 것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70년대의 불황이 걷히고 경기가 살아나길 기다리며 몇 년을 보냈다면, 그들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여러분이 가진 진짜 최후의 아이디어는 아닐테죠.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상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디어가 실현할만하다 생각한다면, 지금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거시 환경을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경기가 오면 고객과 투자자는 한껏 움츠러들 것입니다. 그중 고객이 그러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면 고객의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해볼 수도 있죠.

스타트업들은 대개 큰 회사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경기가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고객보다 투자자 쪽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일정 이상의 외부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만, 투자자들은 불경기에 투자하는 것을 꺼립니다. 사실 그러면 안되는데도 말이죠.

투자의 기본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불황에 투자해 호황에 팔아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정서에서 투자자들이 직관과 역행하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매수하는 시기를 투자에 좋은 시기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투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대중과 반대 포지션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할 수 있는 소수의 투자자만이 성공할 수 있죠.

닷컴 버블 시기인 1999년의 투자자들이 형편 없는 스타트업에 서로 투자하려 아우성쳤던 것처럼, 서브프라임 시대인 2009년의 투자자들은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할 것입니다. 


적응해야죠. 이건 절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스타트업은 늘 변덕스러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야합니다. 주변의 창업자를 붙잡고 ‘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변덕스럽죠?’라고 물어보세요. 다들 같은 표정을 지을 겁니다. 

바로 전에 스타트업에게 어떻게 하면 그로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묻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불황에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견조한 수익/비용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물어볼 것입니다. 

(두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수하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바뀐다는 점입니다)

다행인 것은,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불황이든 아니든 다를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능한 효율적으로 일하면 되는 것이죠. 

지난 수년 동안 저는, 주변의 창업자에게 가장 빠르게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어떻게든 생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바퀴벌레보다 치열하게 말이죠.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딱 하나. 돈이 떨어져서입니다. 그러니 효율적으로 돈을 운용할 수 있다면 망할 확률은 현저히 적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비용이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불황이 되면 그 비용조차도 낮아질 수 있을테고요. 

진짜로 겨울이 도래한다면, 일을 하는 것보다 바퀴벌레가 되어 버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고객은 서서히 줄어들지 몰라도 한번에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자본시장은 감원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는데 망했고, 그 뒤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개발자에게는 좀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영업이나 마케팅에서는 불황 속에 새로운 자리를 구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개발자들은 상황이 낫습니다. 좋은 개발자에게는 (항상 최고의 직장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늘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일자리는 존재하니까요. 

불황의 또 다른 장점은 경쟁이 적어진다는 점입니다. 기술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유사한 기술과 플랫폼 상을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황기를 버텨내고 생존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은 온전히 버틴 자가 가질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모든 창업자는 투자자기도 하죠. 창업자는 일을 하며 회사의 지분을 갖게되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그렇게 큰 부자가 된 이유는 그들이 수십조원 가치의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구글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이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명한 투자자는 항상 가장 경기가 좋지 않을때 매수를 하죠.


제가 앞서 투자의 기본 원칙을 이야기하며 투자자들을 비꼴때 공감하셨나요? 

그런데 창업자들이라고 딱히 더 낫지도 않아요. 경기가 안좋을때면 사업을 접고 대학원에 가는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그런 현상이 또 일어날 겁니다. 제가 이야기한 것은 의견이었지만 그것이 팩트가 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고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경기는 오히려 스타트업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쟁이 줄어드는 것이 자본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것에 비교해 더 나으냐 하는건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결국 어떤 창업자가,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 좋은 팀이 있다면, 타이밍은 늘 지금입니다. 



함께 읽어봅시다.

불경기에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번역)”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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