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중국발 숏드라마에 미쳐있다 (번역)

중국에서 시작된, 짧고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어떻게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내 파트너가 그의 은밀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고백했다. 그가 폰을 보며 낄낄거릴 때, 종종 피드에 나타나는 짧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연기는 과장되어 있으며, 출연자는 잘생겼지만 전형적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반전이 그를 완전히 사로잡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나는 이 영상들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중국의 세로형 숏드라마인 ‘단극(短剧, duanju)’의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4년 전이었다. 이후 이 산업은 할리우드를 포함한 글로벌 주류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스트리밍 플랫폼 퀴비(Quibi)를 기억하는가? 그 야심찬 시작에서부터 서비스 종료까지 단 6개월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숏드라마를 해외 시장에 처음 수출한 플랫폼 릴쇼트(ReelShort)는 이제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5,5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년 1분기, 릴쇼트와 드라마박스(DramaBox), 굿쇼트(GoodShort), 드라마웨이브(DramaWave) 같은 유사 앱들은 인앱 구매─주간 구독이나 회차 단위 유료 시청─를 통해 약 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0% 증가한 수치로,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Sensor Tower)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이들 앱이 다운로드된 횟수는 3억 7,000만 회로, 2024년 대비 무려 500% 증가한 수치다.

중국에서 시작된 숏드라마가 어쩌다 소리없이, 하지만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가 되었을까?


할리우드의 공백과 릴쇼트ReelShort의 등장

릴쇼트는 할리우드의 전통 영화 및 TV 산업이 휘청이는 시기에 등장했다.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많은 배우와 제작팀이 파업 중이거나 일거리를 잃은 상태였다.

이 틈에 세로형 드라마 제작사는 그 어느 때보다 야망을 불살랐고, 일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에게는 구명줄 역할을 했다.

릴쇼트 측은 자신들이 틱톡과 넷플릭스의 중간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전히 말하지만, 내 눈에는 그들이 더 이상 ‘중간’에 만족하지 않는 듯 보인다.

릴쇼트는 리얼리티 TV, 스릴러, 예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제안한 새로운 쇼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글로벌 공모전도 시작했다. 가장 성공한 배우들에게는 팬덤 제국을 구축해 이들을 진정한 글로벌 스타로 만들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릴쇼트는 AI보다는 실제 인간 배우와 작가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감정의 미묘한 흐름, 그리고 그것을 따라가는 방식에서, AI가 인간의 수준에 가까워지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릴쇼트의 탤런트 관리 및 브랜드 파트너십 책임자인 새미 하오(Sammie Hao)의 말이다.


숏드라마란 무엇인가?

숏드라마는 어떤 면에서는 저예산 장편 영화와 비슷하지만, 가로가 아닌 세로 모드로 촬영되고 1분 길이의 에피소드로 분절된다(거의 항상 클리프행어로 끝난다).

출연자 수나 소품·의상 디자인 같은 요소에 드는 투자도 최소화되어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틱톡 영상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전문적이며, 시각 효과나 편집, 연출 등이 전문적으로 사용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산업은 여전히 진부한 클리셰 중심의 이야기들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억만장자의 아내의 자극적인 모험, 섹시한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와의 불륜, 또는 무일푼에서 성공한 신데렐라 이야기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피드에 등장했을 때 소비자에게 일정한 도파민을 꾸준히 제공하고, 플랫폼에는 트래픽과 수익을 안겨준다.


미친 속도의 제작 현장

여러 사람들로부터, 숏드라마의 촬영 현장은 인디 영화나 광고 촬영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해 모든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전통적인 촬영이 수 주 또는 수 개월이 걸리는 반면, 수직형 드라마 한 시즌은 보통 2주 이내에 촬영을 마친다.

LA에서 릴쇼트와 함께 활동 중인 세로형 영상계의 스타 니콜 매톡스(Nicole Mattox)는 자신이 한 달에 2~3편의 촬영을 하고, 각 촬영 사이에 이틀의 휴식만 있다고 말한다.

텍사스 출신의 배우로, 2023년에 짧은 드라마 산업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매톡스는 소규모 영화 몇 편에만 출연했었다. 그녀는 하루에 대본 10여 쪽 분량을 촬영하는 환경에서 대사를 외우는 법을 금세 익혔다고 말한다(전통적인 영화는 보통 하루에 3쪽을 촬영한다).

@reelshort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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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iginal sound – ReelShort

매톡스는 연기 코치로부터 연기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고, 단지 모든 플롯 전개가 캐릭터에게 ‘엄청난 일’이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직형 드라마의 허구 세계에서는 연애의 이별이 곧 인생 전체를 의미한다.

“그 이별은 이후에 극복되리라는 법이 없어요. 희망찬 미래도 없어요. 그냥 세상이 무너진거예요.” 매톡스의 설명이다.


글로벌 히트

릴쇼트에서 탤런트 영입을 담당하고 있는 하오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많은 배우들은 모델이나 광고업계 출신으로, 대사 있는 역할은 처음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 12편 이상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빠르게 쌓을 수 있게 됐다.

매톡스가 출연한 세 번째 릴쇼트 작품은 프로 아이스하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브레이킹 더 아이스(Breaking the Ice)>였다. 그녀는 NHL 선수의 비서이자 비밀리에 아이를 낳은 미혼모 역할을 맡았다. 이 쇼는 초대박이었다. 릴쇼트에서만 3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매톡스는 필리핀에 있는 팬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말한다. 올해 5월, 팬들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그녀의 얼굴을 게재했고, 이달 초에는 마닐라에서도 전광판을 빌려 그녀의 최신작을 광고했다. 그녀의 틱톡 개인 계정(팔로워 수 13만 명 이상)에는 “당신의 드라마에 완전히 홀렸어요”라는 댓글도 달렸다.


릴쇼트의 성공 전략: 초고속 로컬라이징

<브레이킹 더 아이스>가 성공한 이후, 릴쇼트의 전략은 그들의 진짜 성공 비결을 보여준다. 회사는 이 작품을 스페인어권과 일본어권 시장에 맞춰 빠르게 현지화했다. 단순히 기존 대사에 더빙을 하거나 배우만 교체한 것이 아니라, 플롯의 핵심 요소를 아예 변경했다.

스페인어판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축구 선수로, 일본어판에서는 야구 선수로 바뀌었다. 원작 시리즈는 2024년 7월에 공개됐고, 현지 버전은 각각 9월과 12월에 출시됐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속도가 상상조차 힘들다. 한국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지 4년이 지났지만, 미국판 리메이크는 아직도 개발 중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숏드라마 산업은 제작비가 낮을 뿐 아니라, 릴쇼트 같은 스타트업이 ‘현지화의 기술’을 마스터했기 때문에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이 장르는 중국에서 수출되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전체 수익의 약 49%를 차지하지만, 올해 짧은 드라마 앱 다운로드의 절반은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릴쇼트는 히트작 <내 억만장자 남편의 이중생활(The Double Life of My Billionaire Husband)>을 다섯 개 언어로 제작했고, 콜롬비아의 전통 텔레노벨라 제작사들과도 협업을 시작했다.


매출 지상주의, 데이터 기반 린 제작방식

릴쇼트의 모회사 크레이지 메이플 스튜디오(Crazy Maple Studio)는 이전에 중국 최대 디지털 소설 출판사 중 하나인 COL 그룹이 대주주였다. 현재는 창립자인 조이 지아(Joey Jia)가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COL 그룹은 여전히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르가 세계화되는 와중에도, 미국에서 짧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계 이민자나 중국계 미국인이다. 이들이 해당 산업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LA에 거주하는 중국인 숏드라마 프로듀서 제이(Jay)는 이 산업이 여전히 중국을 모델로 삼고 있으며, 중국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매우 세밀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에피소드에서 시청자들이 이탈했는가? 어떤 장면에서 구독을 하게 되었는가?

제이는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예컨대 배우가 뺨을 맞았을 때는 보통 크게 숨을 들이쉬며 놀라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어떤 쇼에서는 배우에게 맞은 뒤 무릎을 꿇게 했더니 관여도가 높아졌고, 그러면 회사의 다른 제작물에도 동일한 연출이 반복적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중국 외 지역에서 제작되는 숏드라마에도 스며드는, 이런 데이터 기반의 세밀한 방식이 어딘가 은근히 ‘중국적’이라고 생각한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유치한 줄거리와 클리프행어들은, 사실은 오랫동안 감정을 자극하는 공식을 연구한 중국 작가들이 노력한 결과물들이다.

제이에 따르면, 중국에서 넘어온 대본을 미국에서 현지화할 때 초짜들은 현지 문화 규범에 맞추기 위해 과도한 수정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수정은 원작이 히트한 핵심 요소를 망칠 위험이 있다.

“이 산업은 매출로 입증되지 않는 한, 그다지 실험을 장려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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