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양하고 과감한 취향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시장과 외연을 넓히고 싶어합니다.
- 초기 사용자들은 비리비리가 초심을 잃어간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대안이 없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2012년 겨울이었습니다. 중국의 꼬마 케빈 린은 열세 살이었죠. 또래 아이들처럼 린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처럼, 린은 인터넷에서 한 사이트를 만나게 되죠.
그가 발견한 사이트는 ‘비리비리哔哩哔哩’라는 이름으로 애니를 전문으로 스트리밍하는 엉터리 사이트였습니다.

비리비리에 가입하는 건 유튜브에 가입하는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린은 애니메이션과 비리비리 사용법에 대한 지식을 묻는 100개의 퀴즈를 풀어야 했죠. 몇 차례 실패했습니다. 결국 (중국의 구글인) 바이두의 도움을 받은 뒤에야 통과했죠.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린은 비리비리가 그냥 애니 사이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트에는 핵심기능이 있었죠.
바로 ‘구름’ 댓글(역자 주: 중국어로는 총탄)입니다.

‘구름’ 댓글은 시청자들이 단 댓글입니다만, 비리비리는 그걸 페이지 하단의 별도 섹션에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영상 위에다 뿌려버립니다. 린이 보는 영상 모두에 구름이 쏟아졌습니다. 때로는 화면 전체를 가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린이 그 영상을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함께 본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장치였습니다. 린은 이제 구름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구름(댓글) 없는 비리비리 영상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거에요. 그건 비리비리가 아니에요.” 중국 동부 해안의 저장성에 살고 있는 22세의 대학생 린이 말합니다.
한때 린과 같은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을 위한 작은 서비스였던 비리비리는, 이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주류 시장에서의 관심을 얻기 위해 2018년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 홍콩에서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텐센트 뉴스는 비리비리가 지난 목요일 증권거래소 심사를 통과했고, 빠르면 다음 주 IPO를 시작할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역자 주: 2021년 3월 상장했습니다)

2009년 출시 이후, 비리비리는 중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5,400만 명의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매일 평균 75분을 이 서비스에 머무릅니다. 대부분의 비리비리 사용자는 1985년에서 2009년 사이 태어난, 소위 ‘Z세대’입니다. 이들은 사실 비리비리에서 자란 셈이죠.
몇년 사이 린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애니메이션 플랫폼을 넘어 더 다양한 콘텐츠를 다룰 만큼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어로 ‘업주up主’라 불리는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영상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이 영상의 주제는 애니, 게임, 인터넷 밈 등에 걸쳐있으며, 소비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의도하지 않았던 영상마저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리비리는 텐센트 비디오나 아이치이와 같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다릅니다. 비리비리의 알고리즘이 오늘 제게 무엇을 추천해줄 지 모르겠어요. 빅데이터 덕분이겠죠. 비리비리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거든요.” 린은 말했습니다.

2020년 4분기까지, 비리비리는 190만 명의 ‘업주(크리에이터)’들이 매달 590만 건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한다고 밝혔습니다. 취 창과 같은 오랜 사용자들은 비리비리를 업주와 팬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서비스라 정의합니다. 취는 매일 비리비리에 들어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업주가 새로운 콘텐츠를 올렸는지 확인하러 말이죠.
업주들은 팬들을 매료시킬 만한 비디오를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비리비리를 7년 동안 써온 25세의 그래픽 디자이너 취의 이야기입니다.
“게임 영상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은 게임 한 판을 끝내고 그 세션을 녹화해서 업로드 했었거든요. 이제는 그 게임 영상 자체가 어떤 콘텐츠가 되었어요. 그 안에 자신들의 기획을 담아내죠.”

비리비리는 아주 적극적으로 이 업주들을 육성하고 관리합니다. 유튜브와 비슷하죠.
그런 업주 중 한 명은 광둥어 전문 크리에이터인 후 다한입니다. 주로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제작하죠. 2018년 그가 첫 영상을 올린 Yuenan Youhuaer(광둥 남자가 할 말이 있다) 채널에는 28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기록하고 있고, 총 조회수 7,200만 건을 넘었습니다. 후는 비리비리의 우호적인 팬덤에 이끌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제 영상을 올릴 만한 곳을 찾기까지, 전 비리비리 사용자가 아니었습니다. 비리비리는 제 콘텐츠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젊고 우호적인 커뮤니티라는 인상이에요.” 막 브라질 주짓수 콘텐츠를 다룬 이 크리에이터는 말합니다.
올해, 후는 비리비리의 독점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에 서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비리비리는 일 단위로 지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유행하는 인터넷 트렌드에 대해 다한과 직접 소통할 예정입니다. “이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매력적이에요. 특히 저같은 인디 크리에이터에게는 말이죠.”

전문가들은 이 업주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비리비리의 핵심 전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에버브라이트 증권의 애널리스트 후 티안지는 그 리포트에 ‘정서적으로 친밀한 유대감을 통해 독보적인 분위기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충성 사용자를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루 로터스 캐피털의 숀 양은 최근 숏폼 비디오 쪽으로 확장하며 비리비리는 중국의 도우인(틱톡)과 같은 경쟁자들과 맞붙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리비리가 그동안 전략적으로 확보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숏폼이 아닌 롱폼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역할을 할 것이고요.
시작은 서브컬처였지만, 비리비리는 항상 큰 성장을 추구해왔습니다. 첸 루이 CEO의 이야기입니다.

첸은 2019년 중국 매체인 레이트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에는 딱 두 가지 프로덕트 뿐입니다. 최고의 프로덕트, 죽은 프로덕트.
첸 루이 CEO, 비리비리, 2019
비리비리의 전선은 너무 치열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 내에서 10조 원의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플랫폼은 도태될 것입니다.
지금 제가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 마지노선에 가지 못하면, 생존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요.”
지금 4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플랫폼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비리비리의 주가는 미국 증시 상장 이후 10배 가까이 올랐지만 1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2,500억 원에서 2020년 6,000억 원으로 크게(2.4배) 늘었습니다. 영업비용 역시 123% 증가한, 연 1.2조 원에 달합니다.
비디오 서비스로 알려졌습니다만, 비리비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게임으로 벌었습니다. 작년 매출의 40%가 게임에서 나왔죠.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비디오 사업 매출 기여도는 30%에 불과했죠. 하지만 작년 4분기에는 비디오 사업 매출이 모바일 게임을 넘어 비리비리의 최대 매출원이 되었습니다.
비디오 사업 매출을 늘리기 위해, 유료 구독은 비리비리의 핵심 전략이 되었습니다. 2016년 출시한 프리미엄 멤버십은, 2020년 1,450만 명의 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91%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들이 구독 서비스인 프리미엄 멤버십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리비리 CEO 첸은 프리미엄 멤버십 도입이 ‘커뮤니티의 극심한 패닉’을 촉발시켰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처음엔 일반회원에게 해가 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여론은 비리비리가 (돈 때문에) 변해서 커뮤니티를 더 이상 챙기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더군요.”
일부 초기 사용자들은 비리비리가 메이저 시장에 진입하려고 그들의 본류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저우의 금융회사에서 다니는 30세의 요요 관은 2012년부터 비리비리를 썼습니다. 그가 그 서비스에서 몇 시간을 보내며 보곤 했던 건 비리비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ACG- 애니메이션, 코믹스, 게임-이었죠.
하지만 비리비리가 불법 영상이나 부적절한 영상을 한 번 크게 정리하고 난 이후, 요요는 더 이상 이전처럼 비리비리를 쓰지 않습니다.
“과거의 비리비리는 금지된 관계든 심지어 폭력이든, 정말 모든 종류의 서브컬쳐가 있는 곳이었어요. 모두가 진정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솔직함과 다양함이 있는 곳이었어요.
사용자들이 비윤리적이었다는 것이 아니에요.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큼, 대담했다는 뜻이죠.”
요요는 이어 말합니다. “비리비리는 한 때 저같은 사용자에게 세상을 은밀히 엿보는 망원경과 같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냥 거울 같은 곳이 되어버렸죠. 지금의 비리비리는 너무 긍정적이에요. 좀, 밝죠.”
하지만 블루 로터스 캐피털의 숀 양은 그렇다고 비리비리에서 사용자들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 비리비리의 대안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새로운 사용자들이 유입된다고 해서 기존 사용자들의 서비스 경험이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사용자들은 여전히 비리비리가 다른 서비스 대비 더 과감하고 다양한 취향의 플랫폼이라 이야기합니다. 중국의 쿼라 같은 Q&A 서비스인 지후Zhihu에 올라온 한 글입니다.
‘비리비리는 하드코어 ACG(애니메이션-코믹스-게임) 커뮤니티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확장되었죠.’

‘지금도 비리비리에서 ACG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만, 비리비리의 진정한 매력은 수많은 소규모 커뮤니티입니다.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죠’
일부 초기 사용자들들은 비리비리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상하이에 사는 대학원생 프랭크 린은 비리비리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곤 했지만, 이젠 점점 그 서비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비리비리가 이전의 비리비리가 아니고, 저도 이제 10대 꼬마가 아니잖아요.”
“기업이니까요. 어쩔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