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테일, 광고 그리고 단계적 붕괴

두 달 쯤 전, 테크 업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발표를 한 바 있다. 한 쪽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수십 억명을 하나로 모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그리고 누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을지를 다뤘다. 그리도 다른 한 측면에서는 십수년 후, 모바일 다음의 플랫폼 혹은 트렌드가 무엇이 될지에 대한 것이었다. 머신러닝이나 자율주행차 등이 그것이었다.

이와는 다른 또 중요한 트렌드가 있다. 기술에서의 거대 담론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5년 정도는 그에 비견될 만큼의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그런 것이다.

TV라는 미디어, ‘발견’이라는 것, 그리고 광고로 이어지는 어떤 커머스의 미래.

이에 대해 몇 차례 글로 쓴 적은 있지만 아직 정리된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른 누구라고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무언가의 변화들은 서로 얽히고 가속화되고 있다. TV와 광고 그리고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순서도 없고 불연속적이지만 연쇄적이기도 한 영향들.

// 온라인의 성장은, 결국 전통 미디어/커머스의 와해를 불러올 것이다.

TV 시청량은 결국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공중파나 케이블방송으로부터의 이탈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TV 광고 구좌와 노출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락한 시청시간 중 일부는 광고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탈할 것이고, 또 일부는 (TV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광고가 팔리는 곳으로 이탈할 것이다.

(말이 안되어 보이지만) 전체 TV 시청은 하락한다. 그리고 그 하락분은 서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디지털 방송이 처음 시작된 그 영향보다도, 그 경향을 훨씬 심할 것이다. 흥행작품은 기존보다 훨씬 더 흥행할 수도 있지만, 단지 정규방송에 편성되었다는 이유로 시청되던 어중간한 작품들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자연히, TV 광고의 형태도 바뀔 수 밖에 없다.

온라인커머스가 지속 성장하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전통 커머스가 와해되기 시작할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쇠퇴한) 종이신문의 사례와 대단히 유사할 것이다. 구독 매출에 의존하다가 온라인에 밀려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지만, 신문사는 이미 가진 역량이나 기술이 낙후했다.

인터넷에서의 자료열람이나 구매비율이 전체의 5% 정도 될 때는, 인터넷은 전체 미디어나 커머스의 어떤 부가적인 것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비중이 10% 혹은 20%가 되자(지금이 그 정도다), 이제는 전통 업체들에게 실존적 문제가 생긴다.

즉 어떤 시점부터는 그냥 비용을 줄이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해를 위해 수사적으로(혹은 종말론적으로) 말해보자. 미국의 전통백화점인 시어즈나 메이시 같은 곳들이 도산한다고 할 때, 다른 몰 중 얼마나 많은 곳이 영향을 받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그래도 나름 잘하는) 중소 업체들이 그로 인해 손님이 늘거나 줄까? 그들이 광고하던 것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이 TV에 집행하던 예산은? 업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점점 더 온라인으로 사는 이 경향은, 온라인 편중화를 더 가속화시킬까? (온라인 집중은 결국 오프라인의 붕괴를 촉진시킬까?) (아메리칸이글이나 아베크롬비 등을 보유한) 에어로포스테일이 오프라인을 접는다고 하면, 그들의 고객은 매장에서 팔던 것과 동일한 옷을 온라인에서 살까? 다른 옷을 사게 될까? 옷이 아니라 다른 것들을 사게 될까? 다시 말해 (부분적으로) 온라인 커머스로 인해 도산한 오프라인 커머스는, 온라인 커머스의 확장을 더 야기하지 않을까?

// 채널은 그 안에서의 행동을 결정한다. 채널이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

(이런 케이스가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와 관계없이) 구매가 온라인으로 이동한다면, 구매 패턴도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구매 채널이 바뀌면 구매 패턴은 바뀐다. 백화점에서의 구매행태와 몰에서의 행태가 다르다. 소규모 점포에서와 백화점에서 역시 다르다. 온라인에서 사는 것들도, 말할 것도 없이 수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사는 것과 같을 수 없다.

어디서 구매하는 지는 무엇을 구매하는 지를 결정한다.

특히 소비재(FMCG)에서는 더욱 그렇다. 온라인에서는 선반 위치, 구매자 눈높이, 진열 방식이나 오프라인 마케팅 등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존이나 인스타카트 등의 온라인에서 구매를 촉진하는 기제는 다른 것들이다. 결국 선택 받는 브랜드는 적거나 완전히 다른 종류일 것이다. 그마저도 여전히 광고나 TV를 통한.

그런데 눈에 띄는 브랜드의 수가 적어져도, 우리는 구매를 전과 동일하게 할가? 더 많이할까? 더 적게 할까? 아마존 에코에 대고 ‘알렉사, 비누를 좀 사야겠는데’라고 말할 때, 어떤 브랜드의 비누가 오기를 원하는까? 그건 왜일까? (채널에 따른 구매패턴 변화는 반대쪽 극단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온라인몰 네타포르테의 오프라인 유통은 틀림없이 온라인과는 다를 것이다.)

// ‘발견’의 문제는 전혀 다른 식으로 풀리게 될 것이다.

(특히 이미지 인식 측면에서) 머신러닝이 등장했다. 온라인 커머스는 항상 물류에서는 뛰어났지만, ‘발견’에 있어서는 썩 좋지 않아왔다. 하지만 내가 어떤 브랜드에 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피드를 연동한 다음, 그 브랜드로 하여금 내 사진 속의 옷들을 보고 분석해서 나에게 제안을 하게 한다면 어떨까.

지난 10년간의 인테리어 잡지를 몽땅 사서 그 내용을 전부 구글 브레인에게 머신러닝을 시킨 다음, 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구글AI를 호출하여 내 거실에 어울리는 쿠션이나 램프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일일이 스크랩 했거나 전문가들에 의해 ‘큐레이션’된 그런 잡지들의 정보들이 이젠 (머신러닝으로 인해) 구조화된 데이터로 변환될 수 있거나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 이미지에서 어떤 사물들을, 텍스트에서 특정 정보를 추출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취향과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인코딩할 수 있게 되었다.

5년 전만 해도 이는 과학소설에나 등장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예를들어 HD카메라 여러 대를 베를린과 브루클린 요소들에 설치해놓고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있는지 완전히 자동으로 트래킹할 수 있다고 하자. 1년 뒤 그 중 어떤 것들이 미국 중부으로 전파되는지 추출하여 그 패션 트렌드를 다시 베를린의 패션 트렌드와 상호 비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컴퓨터는 지난 50년간 텍스트와 숫자를 분석했듯,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잘 이미지와 비디오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한층 복잡한 패턴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온라인 커머스가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리고 그것은 전체 커머스와 광고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남들의 마진은 나의 기회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바 있다. 아마존은 그들의 검색결과를 이용해 수 조원짜리 광고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마존이 진정 보고 있는 곳은, 매년 광고업계에 집행되는 500조원의 예산이 아닐까 나아가 마케팅 전반에 쓰이는 또 다른 500조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당일/한시간 배송에 돈을 쓰고 있겠지.

소비재기업 P&G는 지난해 매출 중 11%을 광고에 집행했고, 그보다 큰 금액을 마케팅 활동에 썼다. 10년 뒤의 커머스 업계는 어떻게 될까. 그들이 지금 쓰고 있는 예산은 어디로 향할 것이며,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까.

함께 읽을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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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션 리스트는 새로운 검색이다

원문: https://www.ben-evans.com/benedictevans/2018/1/15/tv-retail-advertising-and-cascading-collapses

번역& 편집: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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