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포티파이는 메이저 팟캐스트 짐렛 미디어(Gimlet Media) 와 호스팅 플랫폼 앵커(Anchor)를 각각 2.2억 불, 1.1 억 불에 인수했습니다. 이번 인수를 위해 스포티파이 쓴 돈은 2018년 팟캐스트 전체 시장 규모의 약 2/3에 해당하는 큰 규모입니다.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는 2월 실적발표에서 “오디오 시장은 아직 비디오 시장 규모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오디오 산업 역시 비디오 산업이 진화 한 것처럼 개인화되고 몰입이 높아지는 경험으로 발전해갈 것입니다”라며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매출 측면에서 팟캐스트 시장은 아직 라디오, TV, 영화나 서적 등과 비교했을 때 미미 하지만, 2017년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3.13억 불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에는 이의 두 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탑 팟캐스트 몇몇은 연에 백만 불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팟캐스트인 ‘더 데일리’는 작년 광고수익으로 천 만 불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팟캐스트는 2004년부터 있었던 오래된 매체입니다. 텍스트 기반 뉴스와 블로그들이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의해 정리되어버렸지만 팟캐스트는 여전히 여러 플레이어들이 남아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팟캐스트 플랫폼은 수십 가지에 달합니다.
독점적인 게이트 키퍼*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팟캐스트의 넷플릭스’ 자리에 도전한 이들은 많았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스포티파이의 지난 인수가 이목을 끌 수 밖에요.
*팟캐스트는 뉴스나 라디오와 달리 게이트키핑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어떤 팟캐스트를 구독하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모두 들을 수 있게되죠. 그것이 일반 라디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른바 ‘롱테일’에 해당하는 크리에이터들의 팟캐스트들이 생존하는 비결입니다.
팟캐스트 중흥기의 시작?

아이폰에는 애플의 팟캐스트 앱이 선탑재되어있던 덕분에 꾸준히 성장해오던 팟캐스트가, 2018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합니다. 기자들이 (뉴스레터와 마찬가지로) 구독자들과 직접 만나기 위한 도구로 팟캐스트를 대량 생산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차트를 보면 엄청 많아보이지만, 참고로 유튜브에는 관련한 채널이 3,500만개가 넘습니다)
2014년 이후 팟캐스트 전문 제작사/매체가 등장한 것에 이어, 저널리즘 성격의 팟캐스트가 대거 등장한 것이죠. 초기의 팟캐스트는 단순히 라디오 프로그램을 흉내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트업이나 인디 제작사들 뿐 아니라 뉴욕타임즈와 같은 대형 미디어 회사들도 팟캐스트를 개설하여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인수한 앵커처럼, 팟캐스트 제작 툴도 발전했습니다.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툴과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앵커는, 최근에는 전체 팟캐스트의 1/3을 호스팅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블로거나 워드프레스가 블로그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시장을 키웠듯, 앵커는 팟캐스트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팟빵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도권 경쟁
그간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애플 팟캐스트 앱이나 아이튠즈를 써왔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팟캐스트에 딱히 많은 자원을 들이고 있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비스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죠. 바로 이 지점을 노리는 플레이어들도 많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용 팟캐스트 앱을 출시한데 이어 검색 결과에 팟캐스트 에피소드들을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팟캐스트를 추천하는 ‘팟캐스트 게놈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오디오북의 최강자, 오더블(Audible)을 가진 아마존을 빼놓을 수도 없겠죠.
애플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면, 유튜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온라인 비디오 시장에서 유튜브는 제작물에 대해 그다지 터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트위치가 크리에이터의 광고 수익을 늘려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며, 유튜브도 유명 크리에이터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바로 이걸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익모델
자, 왜 다들 팟캐스트를 하려 하는 걸까요? 어떤 꿀단지가 있는 것이길래? 일단 광고 수입입니다. 파노플라이미디어 같은 회사들은 팟캐스트 광고 자동화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도 하고, 스티처는 구독자의 인구통계 정보를 이용해서 광고주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합니다. 대형 광고주들 역시 서서히 팟캐스트에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P&G는 최근 짐렛이 제작한 ‘Chompers’에 큰 예산을 집행했습니다.(https://gimletmedia.com/shows/chompers)

광고 말고도 큰 수익을 올리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브쇼입니다. 팟캐스트 ‘나이트 베일’의 라이브쇼는 가상의 사막우주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를 다루는데, 이 투어는 베를린과 런던, 오스틴과 피닉스를 아루르며 20회 이상 공연했고, 5만 불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 팟캐스트 드라마는 한 에피소드가 이미 평균 40만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데, 투어 이후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처럼, 독점 콘텐츠를 유료 구독모델로 제공하는 회사들도 물론 있습니다. 스티쳐 프리미엄 앱은 마블과 공동으로 제작한 <울버린 쇼>를 독점으로 제공하며, 한달에 4.99불을 과금합니다. 스포티파이가 인수한 짐렛 역시 오디오의 HBO가 되기를 원합니다. 가장 인기있는 쇼 <Reply All>이 영화로 제작 중이에요. 믿거나 말거나, 다음은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J.K 롤링이 팟캐스트에 등장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카와 AI 스피커
TV의 황금기는 발명된지 80년 이후 시작되었습니다. 웹은 발명 10년 후 황금기를 맞이했죠. 팟캐스트는 매체가 발명된지 15년이 되었고, 곧 황금기가 올 것이라 예견되고 있습니다. 황금기의 예상에 두 가지 근거가 더해집니다. 바로 스마트 카와 AI 스피커입니다.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 중 1/4이 차에서 듣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차들은 애플의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호환합니다. 이제 사람들을 차에서 AM/FM 라디오가 아니라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를 듣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홈팟 역시 팟캐스트와 찰떡입니다. 현재는 AI 스피커를 가진 17%만이 팟캐스트를 듣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들이 조만간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 이런 게 가능해지는 겁니다. 어느 날씨 좋은 날, 뉴스를 듣다가 문득 물어보는 겁니다. “OK 구글, GDP가 뭐지?” 라고요. 이 때 “GDP는 국민 총 생산의 줄임말으로서..” 이런 걸 듣는 것이 아니라, “2019년 3월 27일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부동산 거래도 국민소득 GDP에 합산되나요’ 편에 재미있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 편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라고 듣는거죠.
- 작성: 이태원타코맨 / 편집: 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