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앱? 뭐가 얼마나 슈퍼하길래? (번역)

SCMP의 <중국 인터넷 리포트 2019>가 온라인에서 화제입니다. 중국을 기술과 혁신의 새로운 요람으로 묘사하는 리포트는, 위챗이나 바이트댄스가 “슈퍼앱”이나 비디오 라이브 커머스 같은 “소셜플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리포트는 중국 외 서비스들이 중국을 어떻게 카피하고 있는지 사례들을 나열하며 중국을 치켜세웁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이나 고젝이 스스로를 슈퍼앱이라고 포지셔닝 하고 있죠.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자체 비디오 라이브 커머스인 ‘아마존 라이브’를 런칭했고, 페이스북은 틱톡을 의식하며 숏폿 비디오를 올리는 “라쏘”를 런칭했습니다.

리포트가 말하는 바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많은 테크 회사들은 중국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고(베끼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넘어와 산지 6년 정도 되었는데, 이곳의 테크 업계에서 “중국을 베낀다”는 건 점점 당연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십 년 전에는 미국이 그 참고 대상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모두가 중국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리포트는 여러 사례를 다루기는 하지만, 왜 슈퍼앱 컨셉이 중국에서 나왔는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미디어들이 슈퍼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퍼나르고 있지만, 근본적인 분석은 빠져있달까요.

그래서 제가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앱에 대해 한 번 깊게 고민해봤습니다.


슈퍼앱은 중국의 발명품이 아닙니다.

슈퍼앱을 발명한 곳이 중국이라는 미신에서부터 시작해볼까요. 자, 여러분이 만약 제 또래라면 이미 슈퍼앱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역사는 늘 반복되거든요.

아래의 세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시겠어요.

A 회사는 1984년에 만들어져 2001년까지 지속된 온라인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뉴스, 날씨, 쇼핑, 게시판, 게임, 투표, 전문가 의견, 은행, 증권, 여행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프로디지

B 회사는 B 나라에서 (무선망과는 또 다른)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입니다. WAP와 달리, B 회사의 제품은 웹접속, 이메일, 데이터를 전송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망라하는 인터넷의 기준적인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B 회사의 유저들은 이메일, 스포츠 경기 결과, 일기예보, 게임, 금융서비스, 예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죠. 다른 통신사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독점적인 컨텐츠를 제공했기 때문에, 더 비싼 요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i-mode

C 회사는 웹포털, 검색엔진, 디렉토리, 이메일, 뉴스, 금융서비스, 단체토론, 질의응답, 광고, 웹 지도, 동영상공유, 판타지 스포츠,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등을 제공했거나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정점에 있을 때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이트이기도 했습니다. 

야후!

어떤가요? 세 회사에 대한 설명이 모두 슈퍼앱과 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실제로도 그들은 슈퍼앱이었습니다. 이 슈퍼앱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경영전략 교과서에 등장할 만한, 아주 일반적인 방법론 중 하나에요. 


슈퍼앱은 공급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들어졌지, 유저 경험을 위해서 만들어진게 아닙니다.

사실 저는 슈퍼앱을 이해하는데 좀 걸렸습니다. 슈퍼앱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게 중국의 독특한 유저 행태 때문인걸까 이유를 찾아내려 했기 때문이죠. 

2000년대 중반이었을까요. 중국 유저들은 (다른 곳들의 유저들과) 좀 다르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미국과 중국의 웹사이트들을 비교해보면 유저 행태가 다르긴 확실히 달랐습니다. 덕분에 그때나 지금이나 글로벌 UX컨설팅/로컬라이제이션 회사들이 큰 돈을 벌고 있기는 합니다. 뭐 저도 자유롭지만은 못하네요. 수 백 시간을 미국 본사와 컨퍼런스콜을 하며 중국의 유저는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를 만들 새로운 리소스를 요청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중국 유저들이 달랐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유저였던 것이 아니라, 그저 미국과 중국의 시장 발전 단계가 달랐던 것 뿐이었죠. 

근본적인 유저 행태가 문화나 시장에 따라 달라진다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중국이나 ‘서구’의 웹 디자인은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수렴하기 십상입니다. 기원이 무엇이든, 유저는 다른 유저들의 기록이나 정보들을 쉽고 빠르게 보길 원하기 마련입니다. 웹이든 앱이든 마찬가지로요. 

홍콩의 UX리서치 펌 Apogee의 다니엘 스주크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동양과 서양 문화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야기 할 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종종 중국 본토의 유저들은 복잡한 홈페이지를 선호하고, 좀 떨어지는 디자인도 참아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신입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중국 유저들 역시 서양 유저들처럼, 심플하고 목적 지향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 유저들은 서비스를 직접 뜯어고칠 정도입니다. 목표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하지만, 그걸 좋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좀 시각적으로 떨어지는 서비스에 대한 참을성은 높은 편이지만요.”

다니엘 스주크, Apogee

야후나 AOL같은 포털이 각각의 버티컬 미디어들로 언번들되고, 크레이그리스트를 분해해 서비스로 만든 차트가 유행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한 번에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각각에서 일관성있는 유저 경험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이는 큰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아주 커졌다가도 (일부 비즈니스가) 스타트업에게 패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전형적인 사례죠.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는 원래 커머스의 슈퍼앱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고객층에 집중하기 위해서 티몰을 분리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타오바오와 티몰은 또 샤오홍슈(프리미엄 여성 고객 타겟)나 핀두오두오(할인을 노리는 고객을 타겟)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소수의 타겟에 집중하는데 성공해서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 때문에 도대체 왜 슈퍼앱이 잘되는지를 이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보면 어떨까요? “만약 슈퍼앱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비즈니스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중국에서 슈퍼앱이 시작된 이유는 여러분 생각과 다릅니다.

중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여러 측면에서 좀 다르지만, 특히 유저를 획득하는 지배적인 온라인 유통 채널이 없는게 큰 특징입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이 없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나 유럽, 동남아시아에 비해 그로쓰해킹이나 온라인 유저 획득 전문가들을 중국에선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 예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중국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롱테일까지 커버하는 온라인 유통 채널이 없습니다 : 우리가 ‘애드네트워크’라 부르는 것이 없습니다.
  2. 큰 회사들의 독과점 시장입니다 : 두 포털(시나, 소후)과 바이트댄스, 텐센트, 바이두가 대부분의 온라인 미디어 트래픽을 소유합니다.
  3. 바이두는 구글과 다릅니다. 그래서 중국의 SEO는 죽었어요 : 오가닉으로 유저를 끌어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세 가지 조건을 고려한다면, 중국에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 남은 옵션은 (거의 없거나) 몇 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중국에서 유저를 확보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유저들에게 보조금 명목으로 그냥 돈을 줘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1. 위챗은 홍빠오로 유저들에게 돈을 뿌렸습니다.
  2. 디디는 드라이버와 승객에게 보조금을 줍니다.
  3. 오포/모바이크는 유저에게 보조금을 줍니다. 

그냥 돈을 뿌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비싸고 위험한 유저 획득 전략입니다. (오포가 그래서 망해버렸죠) 그래서 뭔가 성공했다 싶으면, 회사들은 그렇게 확보한 유저 기반의 끝까지 뽑아먹으려고 할 것입니다. 자, 그것이 무엇일까요. 종국에는 새로운 앱을 내놓고 그걸 다운받아 달라고 현금을 뿌리는 일이겠죠? 

이 부분에서 바로 슈퍼앱이 치고 들어옵니다. 

현금을 뿌립니다 → 유저가 앱을 다운로드합니다  → 그 앱 안에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 “앱인앱”이나 “미니앱”을 내놓습니다

(유저수 확보에 성공한) 본체 서비스가 그 회사 자체의 온라인 유통 채널이 되는 것입니다. 중국 유저들이 어떤 서비스를 쓰려고 10 뎁스를 들어가는걸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나이브한 사람은 없겠죠? 한 번 유저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 회사들은 추가 유저를 더 적은 비용으로 획득하면서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랩 앱에서 몇몇 팝업을 클릭한 유저들은 그랩 앱 속 그랩 푸드 앱의 팝업 몇 개 정도는 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일부 동남아시아에선 먹힐 것 같은데, 다른 곳은 글쎄요.

자 여기서 말하는 동남아시아는 싱가폴, 말레이시아, 필리핀 제외입니다. 세 나라 인구 대부분은 영어가 가능해서 글로벌 미디어를 읽을 수 있기에, 글로벌 애드네트워크나 온라인 유통 채널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싱가폴은 이미 꽤 발전해서 다른 동남아시아와 시장 발전 단계가 다르기도 하구요. 

(세 나라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새로운 중국과도 같습니다. 그 시장엔 깔끔한 애드네트워크도 없습니다. 로컬 포털은 페이스북에 연동되어 있고, 온라인 미디어는 구글이 독점하고 있죠. 그래서 그랩이나 고젝과 같은 슈퍼앱들은 중국 슈퍼앱의 전략을 따라하며 유저 획득 채널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버나 리프트는 상장 후 비실비실합니다. 그랩이나 고젝은 IPO를 위해 더 큰 스토리가 필요해요. 슈퍼앱은 그 스토리의 시작일 뿐입니다. 그들은 그 스토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 들겠죠. 


슈퍼앱은 다시 언번들링 될 것입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슈퍼앱은 공급자 중심(push) 전략이지, 유저 중심(pull) 전략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슈퍼앱 컨셉은 사업적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유저의 요구에 부합하지는 않죠. 유저는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원할뿐이고, 이것은 한번에 모든 것을 제공하기 보다는 소수의 목표에 집중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슈퍼앱의 인기는 거품과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 모바일 인터넷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슈퍼앱이 섬세해진 유저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각각의 서비스로 분화된 역사가, 다시 되풀이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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