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없어진다고? (번역)

4월 말 페이스북이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인스타그램을 담당하는 애덤 모세리는 몇 가지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 ‘스토리’를 포스팅하는 새로운 방식이나, 구매로의 동선, 카메라 기능 업데이트 등이 포함되었죠. 물론 몇 가지 기능은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의 주요 지표 하나였던 팔로워 숫자 역시 이제 유저 프로필에서의 주목도가 낮아질 것이라 합니다. 애덤이 그 자리에서 말했던 더 놀라운 아이디어는, ‘프라이빗한 좋아요’였습니다. 타임라인의 포스트에 더 이상 ‘좋아요’ 숫자가 달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죠.

같은 달, 트위터의 잭 도시는 TED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다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면, 팔로워 숫자 같은 개념은 넣지 않을 것입니다. ‘좋아요’ 숫자 같은 것도 마찬가지. 강조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처음부터 그런 걸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로부터 몇 주 후,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채널 구독자 수를 표기하는 방식을 변경할거라 발표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구독자 수는 반올림되어 표기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지 몇 년 뒤. 소셜 서비스들의 해법은 비슷한 쪽으로 수렴하는 듯 합니다. 지표를 수정하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는 방향으로요. 이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공개 공간에서, 비교 가능한 숫자로 영향력을 측정/표기하는 것으로 엣지를 가져왔던(주: 구독자나 좋아요 수가 영향력에 비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서비스들에게 말이죠.

비슷한 해결책으로 수렴하고 있다면, 문제점도 비슷했던 걸까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해로운 영향력

“인스타그램이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담당

애덤 모세리는 인스타그램이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느낌을 받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잭 도시는 트위터의 딜레마가 ‘중독성’에 있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독성은, 팔로워나 리트윗의 숫자에 대한 비뚤어진 집착을 고칠 때 해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유튜브는 동일한 기준의 숫자(비교 가능한 숫자)가 표기되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몇 달,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되는 숫자를 늘리거나 줄이거나 경쟁하는 것 등 소모적이고 위험한 이슈들을 고민해왔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팔로워나 좋아요 숫자를 통해) 유저들에게 ‘부담’을 주고 불안을 조장한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트위터에 아주 만족하고 있는 유저들 역시 그것이 가진 ‘중독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부담이 모든 유저 불만 중 가장 명확하고 심각한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결론짓는 것도 오해일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문제와 유저의 문제는 늘 일치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늘 그래왔듯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일입니다. 팔로워나 좋아요와 같은 지표는 새로 유입된 유저들에게 서비스의 목표와 이용 방향에 대해 상기시키고 독려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유저들이 계속해서 유입되어 서비스가 성장할 때라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회사와 서비스와 유저의 우선순위는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2019년, 주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트위터 지표는 정체되어 있습니다. 팔로워 수는 꼭 트윗의 인터랙션 수와 직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팔로워가 많은 브랜드가 트윗을 올리는데 아무 인터랙션이 없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트위터가 강조하는 지표도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투자자들에게 강조하지 않고, 좀 더 유리한 지표인 ‘DAU(일간 활성 사용자)’를 앞으로 더 강조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자부심입니다.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들이 ‘좋아요’ 표기를 숨기게 되면, 유저들의 포스팅 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대신 유저들은 (스냅챗으로부터 가져온) 사라지는 포스트인 ‘스토리’를 올릴 것입니다. 일반 포스트에서 좋아요 숫자가 드러나지 않으면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토리로 유저들의 액션이 집중되면) 한 때 인스타그램을 핫하게 만들었던 그 무기(비교 가능한 숫자)가 없어진다는 감각 역시 약해질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입장에서 진짜 문제는, (일반 유저들이 아니라) 탑급 셀럽의 문제입니다. 팔로워나 좋아요 숫자로 ‘진짜 이익’을 취하고 있던, 탑급 셀러브리티들의 이해관계가 바뀌는 것이죠. 인스타그램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핫한 셀럽들이 더 이상 인스타그램을 쓰지 않는다면, 혹은 인스타그램을 이전만큼 충분히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주: 인스타그램은 초기에 셀럽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숫자가 없는 소셜 네트워크

지표가 없거나, 아주 조금 밖에 제공되지 않는 소셜 미디어는 어떤 느낌일까요?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과정에서 지표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지난 히스토리를 생각해보면, 그 느낌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숫자들은 불완전했지만, 사회운동, 유머, 루머, 대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의 이름 – 공유, 좋아요, 팔로우, 조회 수 – 들은 우리의 일상 대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초기에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은 유저들에게 아주 간단한 타임라인과 포스트별 인터랙션 숫자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의 2차적인 의미 –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특정 이슈에 코멘트를 남기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 소셜에서 바이럴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누구를 팔로우하는지 – 는 편향되고 무자비하며 노골적인 가치 체계를 형성했습니다. 특정 의도나 아젠다를 가진 이들에게 소셜 서비스의 숫자와 체계들이 어떤 목표(수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서비스의 시작부터 내포된 위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좋아요’ 숫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스타그램은 한 편으로는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인스타그램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10억 불을 주고 인수한 그런 인스타그램도 아니었겠죠. 인스타그램은 숫자가 있었기 때문에 셀럽들의 인스타그램이 되었고, 불안과 초조의 인스타그램이 되었으며,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인스타그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숫자가 거의 없는 소셜 미디어는 어떤 면에서 더 떠올리기가 쉽습니다. 만약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를 주로 쓴다면, 이미 우리는 그런 소셜 미디어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모두 피드를 단순 시간 순이나 좋아요/리트윗 수로 정렬해서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전에 어떤 포스트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어떤 포스트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특정 유저와 따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특정 주제에 반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피드가 구성됩니다. 

(개인화 피드 구성에 필요한) 정보들 역시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플랫폼은 알아낼 수 있죠. 인스타그램에서 우리가 스크롤하거나 탭하는 숫자, 사진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사실 이미 존재합니다. 우리가 매 순간 무엇하는지 알 수 있을 거에요. 단지 우리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지표 자체가 문제라 주장하는 것은 좀 구립니다. 마치 유저들에 대한 데이터를 지난 몇 년 동안이나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달까요. (또한 그 (지표)를 활용하는 플랫폼이 신뢰받고, 그를 바탕으로 한 건강하고 탄탄한 수익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에도 영향을 받겠죠)

지표들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고, 새로운 역할을 뒤에서 부여받으며 살아남습니다. (틱톡은 이제 막 등장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틱톡은 인스타그램이 초창기에 그랬듯 숫자와 피드백으로 유저들을 자극하고, 이는 잘 동작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 유저가 변한 것은 아닙니다. 변한 것은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이겠죠.)

좋아요나 리트윗은 유저들을 위한 신호로 이용됩니다. 이제 그 신호는 다른 유저가 아니라 (피드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에게 갑니다. 우리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피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수십 개의 신호들을 조합해서 개인화 피드를 구성하죠. 이미 우리가 보는 피드가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지표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면, 몇 개 정도 더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까요? 


숫자는 힘, 그리고 돈

인스타그램이 ‘좋아요’를 숨길거라 발표한 것에 대한 반응은,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유난 떤 것을 제외하면 잠잠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 변화를 캐나다에서 테스트했습니다. 특정 인플루언서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여러분의 팔로워가 당신이 공유하는 콘텐츠에 반영하기를 바랍니다. 어떤 게시글이 많은 좋아요를 받았는지가 아니라요’ 라고 안내한 인스타그램은 변경 내용을 테스트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전에 테스트가 끝나있었어요)

마찬가지로, 트위터에서 있었던 테스트도 그랬습니다. 잭 도시가 흥미롭다고 생각한(좋아요 수의 중요도를 낮출) 것과 트위터 플랫폼의 실제 기능이나 특징 사이에는,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이 변화가 보다 현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좀 작았죠. 구독자 수를 정확한 수로 보여주는 것보다 반올림해서 보여주면서, 크리에이터들은 변화를 직접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 주제를 영상으로 만드는 이들도 많았죠.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일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이용하며 숫자에 매일 반응해왔던 경험은, 생각보다 깊게 자리잡아 있습니다. 현실과 유리되어있고, 과소평가되어있죠.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권력과 영향력은 써드파티나 인플루언서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큰 돈도 걸려있죠. 정치인이 활동하는데에도 그렇고요.

유튜브에서는 팔로워와 영상 조회수가 회사 매출로 직결됩니다. 유튜브의 발표에 달린 댓글 수백 개 중 하나는 ‘저건 아무도 원하지 않을텐데. 구독자 수를 공개하는 사람은 전체 숫자를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나.’ 였습니다. 다른 이는 부연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고치는 게 좋겠지만, 구독자 수를 반올림하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 누군가의 사업 기회를 잃게 되는 건데’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 유튜브는 왜이렇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싫어하는거지?’

오버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반응은 유튜브가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소셜 네트워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소셜 네트워크란, 전지전능하고 신비로운 어떤 회사가 전권을 갖는, 상품과 통화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어떤 공간입니다. 지표를 안다는 것은 결국 힘과 돈을 의미합니다. 지표를 안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노력하든 말든) 누군가를 착취할 수 있는, 어떤 환경을 비밀리에 통제한다는 것이죠.

유저에게, 숫자는 힘입니다. 
플랫폼에게, 숫자를 숨기는 것 역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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