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의 행보는 늘 예상 밖입니다. 최근 1,080억 불 규모(이건 전 세계 VC 시장의 40%을 넘는 규모에요)의 비전펀드 2호 결성을 발표한 소프트뱅크가, 직원들에게 200억불 규모의 대출을 지원해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냥 대출은 아니고, 비전펀드 2호의 출자 조건입니다. 그러니까, 소프트뱅크의 직원들 개개인이 소프트뱅크에게 빌린 돈으로 펀드의 출자자가 되는 개념입니다. 200억불의 재원 중 손정의 회장이 150억불을 빌려간다고 하고, 나머지 50억불을 직원들이 나눠서 빌려간다고 합니다. 이자율은 5%로 알려졌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언젠가부터 통신회사나 서비스회사라기보다는 투자회사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본사 차원에서 은행에서 거대한 자본을 차입해 투자활동을 하다가, 비전펀드를 필두로 해서 외부 자본을 끌어와 운용하고 있죠. 사우디의 빈 살만 왕자와 함께 비전펀드 1호를 결성할 때만 하더라도 그게 가능하려나 싶었는데, 그 돈을 어느새 다 소진하고 2호를 결성 중에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기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2호 펀드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외부 자본으로 결성된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회사인 만큼, 소프트뱅크는 자체 사업뿐 아니라 펀드의 수익률을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이해관계를 묶어두는 것이겠죠.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개인 자산을 같이 넣는 것과 개념이 비슷하겠습니다. 자신의 자산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투자/ 투자후 관리 업무를 더 빡세게 할테니까요.
조금 이상해 보이는 지점도 있습니다. 전체 펀드규모 중 너무 큰 비중이라는거죠. 1,080억 불 중 200억 불이면 거의 2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소프트뱅크 회사 명의로 투자할 380억 불까지 더하면 총 580억불로 총 펀드 규모의 절반이 넘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회라든지 다른 인터뷰를 통해 그간 얘기하고 다녔던 것을 감안하면, 비전펀드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라 출자자들이 줄을 서야 할겁니다. 서로 내 돈을 맡아주세요 해야 정상(?)인거죠.
그런데, 외부 투자자들을 가려받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돈을 200억 불이나 빌려줘서 펀드를 채우는 건 좀 이상하긴 합니다. 뭐, 비전펀드의 먼~미래를 (손정의 회장의 시각으로) 본다면야 떡상이겠습니다만, 그건 미래고 지금은 눈 앞에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볼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지금 헤드라이너라 할 수 있는 우버랑 위워크만 보더라도.. 어휴 이 둘이서만 내는 적자만 얼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