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벤트 관전평 – 아 역시 잘해 응 근데 로잼

애플은 매년 이맘때 쯤 하드웨어 이벤트를 열어왔습니다. 상반기엔 OS나 서비스 중심으로 이벤트를 하고, 하반기엔 하드웨어 – 더 정확히는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해왔죠. 그래서 그간 루머들도 다들 아이폰 이야기였습니다. 아이폰의 최신 라인업이 10을 뜻하는 X 시리즈였으니, 그 다음 라인업 이름이 무엇이라더라, 후면 카메라가 어쩐다더라, 노치가 어쩐다더라 등등등

이벤트는 아래 인가젯 영상을 보시면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팩트만 놓고 보면 뭐 대충 이렇습니다.

  • 애플 아케이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 구글 스태디아 같은)
    • 월 4.99불 / 1차 150개국 / 게임 100개
  • 애플 티비+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 넷플릭스 같은)
    • 11월 출시/ 월 4.99불 / 1차 100개국 (한국제외) / 오리지널 9개로 시작
    • 가족 플랜으로 6개까지 공유 가능 / 애플 하드웨어 구매 시 1년 무료 제공(!)
  • 아이패드 7세대, 애플워치 5세대 (응 로잼)
  • 아이폰 11 (XR 후속) 눈 두 개짜리.
  • 아이폰 11프로(+프로맥스). 눈 세 개짜리. 카메라 개쩖
  • 스펙 참고: https://elsainmac.tistory.com/715

사실 하드웨어는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네 뭐 비싸지만 좋고, 잘팔리겠죠. 물론 좀 이상해요, 특히 프로의 삼지안은 어색합니다. 좀 징그럽기도 하고요. 근데 디자인은 금방 다들 적응해요. 인스타그램 아이콘 바뀔 때도 그랬잖아요. 왜이래요 처음인 것처럼.

주목하고 싶은 건 아케이드와 티비+. 이 두 가지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그 중에서도 티비+를 지켜보고 싶네요. 아케이드는 상반기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비해서 뭔가 크게 강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게임 수나 참여 파트너 수, 독점 콘텐츠나 이런게 특별히 눈에 띄지 않습니다. 칼을 갈고 준비한 것 같진 않아요. 구글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스태디아가 생각보단 그닥인 것처럼, 애플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 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티비+는 좀 의외였습니다. 뭐가 의외냐 하면 일단 생각보다 가격이 싸요. 미국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12.99불, HBO Now가 14.99불, 훌루가 11.99불이고, 최근 아주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내놓았다는 디즈니+가 6.99불이었는데, 애플은 4.99불입니다. 아무리 후발주자라고 하더라도 넷플릭스의 1/3 정도에요. 쌉니다. 6명이 계정 하나를 공유할 수 있으니 더 싸죠. 애플이 꽤 공격적으로 나오려나봅니다.

그리고 애플 기기를 새로 사면 1년 구독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히 강력합니다.

안그래도 애플 기기에 서비스가 선탑재/숏컷 되어있을테니 경쟁업체 대비 유리한데, 유료 서비스를 1년간 공짜로 준다니 이건 뭐 땡큐죠. 이게 ‘아이폰’이 아니라 모든 ‘하드웨어’에 탑재한다는게 세요. 안드로이드를 쓰지만 맥북 혹은 아이패드를 사는(저 같은) 사람도 애플티비+ 1년 구독권이 나오는거죠. 그렇담 제가 안드로이드 폰에 애플티비+ 앱을 깔까요 안깔까요? (물론 한국엔 안나오..)

애플은 (아무리 콘텐츠/서비스 회사라고 한들) 여전히 하드웨어 회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팬덤을 가진, 단일 OS 생태계의 하드웨어 군을 갖고 있어요. 아이폰만 해도 연간 2억 대를 판매하고, 맥/아이패드는 도합 5천만대 가량을 판매합니다. (참고로, 2019년부터 애플은 하드웨어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 하드웨어를 일종의 ‘유통망’으로 보고 유료 서비스를 번들링합니다.

후발주자였던 애플 뮤직은 올해 미국 유료가입자 2,800만을 달성해서 2,600만의 스포티파이를 제쳤습니다. (글로벌로 보면 스포티파이가 1억, 애플뮤직은 6천만입니다)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레거시가 그 전부터 물론 있었습니다만, 애플의 강력한 하드웨어 생태계 덕을 안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아이폰의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합니다. (물론 하드웨어 선탑재는 버프일 뿐, 서비스 자체를 잘만들어야겠죠. 삼성의 밀크..라든지..)

애플은 스트리밍 비디오를 위해 7.3조원을 투자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상반기 이벤트에서 준비 중인 라인업을 잔뜩 공개한 바 있고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과 같은 대작 IP도 확보해두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건재하고, 아마존 역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으며, 디즈니와 HBO와 같은 전통의 콘텐츠 강자들이 시장에 직접 들어오는 중이에요.

아 근데 애플의 생태계는 안락합니다. 한 번 들어와서, 한 번 맛들이면 아주 편ㅋ안ㅋ. 지금 삼툭튀만 이야기들 하시는데, 아 이번 아이폰11 프로맥스, 카메라도 물론 좋지만 그걸로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스크린도 좋잖아요. 그걸로 보는거죠, 게임화면도 보고 스트리밍도 보고. 뭐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볼 수 있죠 당연히. 근데 1년간 공짜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또 하나 잉네? 안 쓸 이유는 없죠. 1년 뒤에요? 에휴 130만원짜리 폰 산 사람이 월 5천원은 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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