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지도, CEO와 CFO (번역)

“좀 웃겨, 무슨 카레이서처럼 미친 듯 운전하는게.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채, 그냥 운전하는 것이”

Easy E, “Straight Outta Compton”

몇 년 전, 저희 CFO 데이브에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때 데이브는 영업조직 인원 수를 입력하면 그에 연동한 매출을 계산해내는 재무 모델을 만들었죠. 다른 변수는 들어가있지 않았더라고요. 그 때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젠장 데이브, 아니 사업은 엑셀 놀음이 아니라고요!”

사업의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말정말 많은 변수들이 있는데 그것이 누락되어 있어 실망스러웠습니다. 영업사원의 수준, 직원 교육, 업무 이해도, 경쟁사 상황, 영업 파이프라인과 마케팅 캠페인, 영업 기간 등등등.

어떤 지도도 현장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엑셀은 사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와서 깨달은 것이지만, 그 때 데이브는 바로 받아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소리쳤어야 했죠.

“아니 벤, 그렇다면 빌어먹을 지도 한 장 없이 온 땅을 헤집고 다니면서 어디든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거에요?”

스타트업의 CEO들은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것에 매몰되기 마련입니다. 그 때의 사업이란 퍽 간단해서 1) 지도 같은 것은 꼭 필요하지 않고  2) 뭔가 지도를 만들라치면 그 순간 거의 항상 구식이 되어버리곤 하죠. 꼭 시간 낭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 사업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모든 것을 혼자 머리로 생각할 수는 없게 되어요. 구성원들의 이해 수준을 맞추는 것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 때 ‘지도’가 필요합니다. 좋은 지도는, 회사가 가치있게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말이죠.

잘 운영되는 회사라면, (사업을 담당하는) CEO는 현장을 담당합니다. (전략을 담당하는) CFO는 지도를 그려내죠.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CFO는 반드시 현장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CEO는 꼭 지도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둘의 관계가 특별하고, 중요하며, 친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로 꼭 자주 소통해야 하고요. 

CFO가 R&D에 매출 대비 얼마를 써야 할지,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등의 디테일을 잘 아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회사의 사업 영역에서 어디에 어떻게 필요한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그 조언은 공허할 가능성이 있죠.

마찬가지로, CEO는 제품의 강점과 약점, 직원들의 수준, 비전과 고객에 대한 태도, 제품이 타겟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규모 있는 사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회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쌓아가야 하는지 뾰족하게 챙기지 못한다면, 사업은 거대한 실수를 저질러 막다른 길을 마주할 지도 모릅니다.


자 여러분이 CFO 혹은 그에 준하는 참모를 찾고 있는데 어떤 사람을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세요.

  1. 내가 하는 사업의 지도를, 가장 정확하게 그려줄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을 사람은 누구일지. 
  2. 사업의 거대한 재무 모델의 디테일 하나하나에서도, 그 숫자를 어떤 가정에서 넣었는지 신뢰할 만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3.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지도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내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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