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하드웨어 명가를 꿈꾸나?

구글이 핏빗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수대금은 21억불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2.4조원 정도 되겠네요. 아마 인수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8월 즈음의 핏빗 주가는 3불 언저리라 지금의 반도 안되었는데, 그 때 시총이 10억불이 안되었을 걸 감안하면 나름 경영 프리미엄을 후하게 쳐준 셈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뭐 2015년 상장 이후 47불까지 올랐던 주가가 반의 반의 반토막이 나고 있던 핏빗 입장에서도, 꽤 괜찮은 딜이었을 듯 해요.

(오른쪽 끝에 고개를 슬쩍 든 것이, 이번 인수 루머가 나오기 시작한 후 두 배 오른거에요)

구글의 하드웨어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1년 (나중에 다시 매각하지만) 모토로라의 하드웨어 사업부를 125억불에 인수한데 이어, 2014년에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를 30억불에 인수했죠. 2017년에는 hTC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사업부를 11억불에 인수했기도 하죠. 로봇이나 드론까지 범위를 넓히면, 훨씬 더 많을테고요.

그런데, 구글이 진짜 하드웨어의 명가가 되고 싶어서 핏빗을 인수했을까요. 음 아닐 거라고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니고

  1. 구글은 인덱싱 컴퍼니입니다.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인덱싱하고, 그 인덱스를 팔아 돈을 벌죠.
  2. 구글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집중하고, 그걸 딱 챙깁니다. 그에 필요한 부가 액션/사업들은 주로 써드파티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해요.

지금까지는 그 전략들이 잘 먹혔습니다. 데탑 웹은 말할 것도 없고 모바일, 심지어 아이폰에서도 그랬죠. 아이폰에서든 아이패드에서든 사용자들은 구글 서비스(검색, 메일, 지도, 유튜브, 크롬)를 엄청 씁니다. 아무리 애플이 통제를 빡시게 한다쳐도, 사용자들이 알아서 구글로 데이터를 흘려 보내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웨어러블 이게 문제입니다. 사용자들이 폰보다도 더 몸에 밀착해서 가지고 다니는데, 그 데이터를 받아올 길이 요원한거죠. 구글은 애가 탑니다. 미래의 노다지 바이오와 헬스케어에 들어가야 하는데, 데이터가 지천에 널려있을 것임이 자명한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긁어지는거죠.

삼성과 엘지와 같은 범 안드로이드 우군들과 제휴를 맺어 하긴 하는데, 썩 잘 안됩니다. 이게 무슨 리눅스도 아니고.. 각자도생에 애쓰느라 ‘범 안드로이드’ 느낌이 좀 덜한거죠. 초기 안드로이드 폰 시절 같달까요. 구글은 그 때 ‘넥서스 원’ 이후 레퍼런스 전략을 들고나오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레퍼런스 전략이 웨어러블에서도 나옴직 하죠. 그래서 매년 구글의 행사 때마다 ‘픽셀 워치’가 나온다카더라 하는 루머가 나옵니다. 구글도 아마 생각을 안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올 1월에 파슬의 스마트워치 부분을 4천만불에 인수할 때 그 심증이 굳어졌죠.

그런데 안나왔어요. 그러다 구글은 핏빗을 인수하죠. 나름 구글도 고민한 결과일겁니다. 진작부터 딜 검토를 해오고 있었을거거든요. 핏빗은 선사시대부터 웨어러블 외길인생을 걸어온 고인물입니다. 양대 고인물이던 페블을 2016년에 인수하며 단독 고인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죠. (샤오미 미밴드, 나이키 퓨엘밴드보다 고인물이에요)

아 헬스케어 하려면 웨어러블 하긴 해야하는데 거 참 방법도 안나오고 아 죽겄네 어짜지 하던 와중에 비슷하게 죽겄다 하고 있던 핏빗이랑 만났고, 우연히 딜이 급물살을 탔다..라고 보는 것이 정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길~게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이런 인수 딜, 특히 좀 짬바 되는 회사들 사이의 딜들이 늘 그렇듯 구글이 핏빗을 인수한다고 뭔가 짜잔 하고 바뀌는 일은 없을거에요. 일단 뭐 구글 홈페이지에서 핏빗 살 수 있다 정도일테고, 뭐 3년 뒤나 되어야 뭔가 통합 뭐시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2014년 인수된 네스트가 구글 홈과 브랜드 합쳐진게 3년 뒤인 2017년이에요. 2011년 인수한 모토로라는 3년 뒤인 2014년 레노버에 다시 매각했고요. 2019년 인수한 핏빗은 그럼 3년 뒤.. 합쳐질까요 다시 빠이빠이할까요.

+
핏빗의 인수자로 페이스북도 의향을 밝혔었나봅니다. 그럼 그렇지. 그러니 저 가격이지.

++
참고로 구글은 2013년 페이스북과 웨이즈 인수경쟁이 붙은 바 있습니다. 결국 이겼지만, 1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죠. 그리고 2014년에는 아마존과 트위치 인수 경쟁이 붙었다가 졌죠. 트위치도 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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