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투자전략 -콘텐츠가 아니라 스튜디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 두 곳과 빅딜을 체결했습니다. 시기도, 내용도 비슷합니다. 

  1. 넷플릭스-CJ ENM(스튜디오드래곤): 3년간 21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공.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에게 4.99%의 지분 매도권 보유
  2. 넷플릭스-제이콘텐트리(jtbc): 3년간 20여개의 오리지널 제공. 별도의 지분계약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분 옵션을 제외하면 딜은 거의 유사합니다. 2020년부터 3년간, 총 2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아마 여기서 말하는 오리지널이란 (<범인은 바로 너>나 <킹덤>과 같은) 넷플릭스 only보다는 <미스터 션샤인>이나 <아스달 연대기>와 같은 세미 오리지널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tvN이나 jtbc에서 방영은 하되, 그를 제외한 모든 채널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 형태 말이죠. 


자 이 팩트를 조금 뜯어볼까요.


1. 넷플릭스가 한국의 탑2 드라마 제작사를 묶어둔 시기는 2022년까지입니다.

디즈니+, HBO Max(워너), 애플TV+, 피콕(NBC유니버설)이라는 거대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기존 라이벌 역시 건재합니다. 각 경쟁자들은 저마다 최소 조 단위의 투자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 투자금이 향할 곳이야 뻔하겠죠. 넷플릭스는 속이 탈테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을겁니다.

넷플릭스가 타 경쟁자 대비 우위에 있는 가장 훌륭한 엣지는 글로벌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낯선 곳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스튜디오를 묶었습니다. 기간은 3년. 참고로 디즈니+는 일러도 2021년은 되어야 국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1. 묻지마 계약입니다. 아니 ‘브랜드’ 계약입니다.

CJ ENM도 제이콘텐트리도 다들 한가닥씩 하는 곳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만, 20개의 콘텐츠를 이렇게 묶어버리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대충 20개의 구성을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야 했겠습니다만, 시놉까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미스터 션샤인>이나 <스카이 캐슬>과 같은 콘텐츠 하나하나보다는, 스튜디오의 브랜드파워를 샀다고 봐야겠습니다. 물론 스튜디오 드래곤과 콘텐츠허브라는 양대 스튜디오가 갖는 상징도 있을테고, 이들이 그간 넷플릭스에 냈던 성과도 괜찮았겠죠. 


2. 방송 채널을 가진 회사에서, 다른 채널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CJ ENM은 tvN와 OCN, 엠넷 등을 갖고 있습니다. 제이콘텐트리 역시 jtbc를 갖고 있죠. 물론 종편과 IPTV의 시대가 되면서 균열이 생겼다고는 하나, 그동안 방송시장은 채널이 알파이자 오메가였습니다. 편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후방 밸류체인(제작/유통)을 철저하게 통제해왔죠.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그들의 직접 자회사가 다른 채널(그것도 OTT)과 다년 공급계약이라니. 이건 방송용 콘텐츠 만든 다음에 2차 시장에서 세일즈하던 거랑은 전혀 달라요. ‘(곧)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본방사수를 안해도 되는 콘텐츠’. ENM도 제이콘텐트리도, 어쩌면 tvN이나 jtbc에 마이너스일 수 있는 딜에 싸인한겁니다.

2-1. 매도권. 넷플릭스에게 유리한게 아니라, CJ에게 유리한겁니다.

심지어 CJ ENM과의 계약조건을 보면, 넷플릭스가 사정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듭니다. 저 매도권이라는 것의 어감과 CJ ENM과 넷플릭스의 덩치 차이 때문에 어째 꼭 ‘넷플릭스가 윽박지른’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따져보면 전혀 달라요. 1) CJ ENM이 원하면  2)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지분을  3) 넷플릭스가 사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거죠, 저 딜 때문에 tvN의 시청률이 빠졌다거나 스튜디오 드래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거나 아무튼 뭔가 수가 틀렸다고 해도, ENM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지분을 던지면 넷플릭스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얘기에요. 


3. 두 계약이 비슷한데 혹시 템플릿일까요? 넷플릭스는 이걸로 세계를 돌고 있을까요?

매도권을 제외하면, 두 계약은 꽤 센 계약임이도 불구하고 신기하리만치 비슷합니다. 물론 이건 로컬 콘텐츠를 주로 보는 TV시장의 특성, 특히 국내 콘텐츠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일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미드 보는 사람 소수에요. 이상하게 생각하는 저와 여러분이 소수의 오타쿠고요)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간 오리지널에서 꽤 재미를 본 스페인, 독일, 브라질 등의 국가를 돌면서 주요 스튜디오를 전부 묶고 있는 거라면 어떨까요. 디즈니나 HBO는 아직은 헐리우드부터 작업쳐야지 글로벌에 신경쓸 여력은 안될테니까요. 나중에 정신차려보면 이미 미국 외에는 남은 땅이 없겠죠.

3-1. 에이스토리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덩치 때문일까요?

신기한 부분입니다. 넷플릭스의 한국의 첫 (레알) 오리지널인 <킹덤>도 그렇고, 두 번째 오리지널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모두를 제작한 곳이 에이스토리인데, 여기랑은 계약 소식이 아직 없습니다. 내년 초면 <킹덤 시즌2>를 방영할 정도로 넷플릭스와 끈끈한데 말이죠. 뭔가 묶는다면 가장 먼저 고려할 법한 곳이잖아요.

이미 논의 중인데 한창 막바지 조율 중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3년 20편’이라는 기본빵을 맞출 여력이 되지 않아설까요?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다년계약’을 하려면 어느 정도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덩치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자 그렇다면 뽑아낼 수 있는 인사이트는 대충 이렇겠습니다.

  • 일방 관계였던 프로덕션 스튜디오 채널 사이 관계가 곧 개판됩니다. 적도 동지도 없는 정글이죠. 최소 3년은.
  • 어쩌다보니 콘텐츠 하나가 우연찮게 터지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정글에서 살아남는 건, 콘텐츠가 아니라 레이블입니다. 덩치와 체력을 가진.
  • 그 레이블의 브랜드는 글로벌이어야 할겁니다. 유명세가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 유니크함을 가져가야겠죠. 어딘가의 짭이 아니라.

공교롭게도, 최근 디인포메이션의 컨퍼런스에서 ‘블룸하우스’의 제이슨 블룸 CEO가 이야기한 내용도 이와 상통합니다.

블룸은 최근 시작된 스트리밍 판 쩐의 전쟁이 2~4년 정도 갈건데,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테크 회사들이 콘텐츠를 분석해서 ‘성공 방정식’을 추론한 뒤 재제작하는 식의 전략을 펴는데 그건 아니라고, 전통 미디어 회사들이 취하는 ‘스튜디오 중심 투자’가 롱런의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하죠. 그리고 그 스튜디오를 동기부여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시금을 잘쳐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성과에 연동하는 보상을 줘야 한다고요. 

그간 넷플릭스야말로 ‘데이터’와 ‘일시금’의 화신이었습니다. 분 단위로 콘텐츠를 데이터화하고, 그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될 법한 콘텐츠에는 통크게 투자해왔죠.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비는 430억 원이나 되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은 넷플릭스가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딜은 넷플릭스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콘텐츠가 아니라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것으로 말이죠. 

이바닥늬우스야말로 꾸준갑 스튜디오인데.. 아닙니다.

  • 글/편집: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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