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네 ‘그’ 스포티파이 맞습니다.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되었고, ‘스트리밍’의 원조라고 불리며, 2018년에 직상장 방식으로 뉴욕에 상장해있는, 시가총액 270억 불에 빛나는 세계 제1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그 스포티파이요. ‘음악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그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합니다!!

Aㅏ.. 근데 ‘넷플릭스가 들어온다’ 이 때랑 왜 좀 다른 느낌일까요. 음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왜 뭔가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되는 걸까요. 왜일까요. 되게 좋은 회사, 되게 좋은 서비스인데 말이죠..
응 안속아 쟤네 작년에도 그랬어.
업계 사람이라면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을 두고 ‘이제 드디어’ 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달리 말하면, 그간 간보듯 하네마네 하는 썰이 잦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년 전 이맘 때 딱 비슷한 기사가 떴더랬습니다. 스포티파이가 결국 음원사들과의 수익배분 정책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놀랍게도, 스포티파이 정책이 더 나쁜 쪽이었습니다. 그 깡패라 불리우는 국내 음원사들의 정책보다도 말이죠. 이번엔 바뀐걸까요? 아니면 반쪽짜리 라이브러리? 그렇다면 경쟁이 될까요?
암튼 이제와서 우리나라를? 음원스트리밍으로?
우리나라의 음원시장은 철저하게 국내위주입니다. 뭐 영화/드라마도 그렇지만 음악도 그래요. 팝 안듣잖아요. 국내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되는 가요 중심으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규 앨범 발매 때마다 ‘총공’ 등으로 화력을 동원해주는 팬덤의 역할(과 ㅅㅈㄱ하는 나쁜 사람들)도 한 몫 하고요.
그러니 ‘한국 가요의 유통권’을 따지 못하면 애초에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려운데, 그 유통권은 몇 개의 조직이 과점하고 있습니다. 괜히 저들이 깡패가 된 것이 아니죠. (자. 여기서 ‘저는 팝을 더 많이 듣는데요?’ 하시는 분들, 반갑습니다. 당신과 나는 우리입니다.)

게다가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성숙기이고, 출혈경쟁 중입니다. 총 사용자는 작년말에 이미 모바일만 1,000만 수준이에요. 시장 전체가 팍 커지지는 않으니 결국 누군가가 성장하려면 다른 누군가의 점유율을 빼앗아야만 하죠. 위의 차트를 볼까요. 2018년 말 대비 2019년 말의 전체 사용자 층은 고작 3.3% 늘었습니다. 쓸 사람은 이제 어지간하면 다 쓰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현재 이 경쟁은 이통사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 때 SKT의 제품이었던) 멜론의 점유율이 전년 대비 꽤 빠져 40% 선이 무너졌다고들 하죠. 그런데 그걸 차고 올라간 쪽은 SKT(가 멜론 팔고 아마 고대~로 다시 만든) 플로, KT-LGU+의 지니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세일즈 때문입니다. 폰 살 때 끼워주고, 약정을 걸면 절반에 가까운 할인까지 때려버리니 이건 뭐 안할 이유가 없는거죠.
멜론+지니+플로의 사용자 수 합은 2018년 말 대비 10% 넘게 올랐습니다. 시장이 고작 3% 올랐는데 말이죠. 네이버의 바이브가 나름 3배 고속성장한다 하지만, 네이버뮤직 반토막 난 걸 메우지는 못했습니다. 토탈 기준으로 네이버는 하락했어요. 벅스는 뭐..
넷플릭스와 상황이 (나쁜 쪽으로) 다른 건 이 점입니다. 현재 국내 OTT는 아직 초기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기존 미디어라 할 수 있는 TV가 붕괴하고 있고, 유튜브와 OT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죠. 그러니 푹수수 웨이브든, 넷플릭스든, 왓챠플레이든, 라프텔이든 할 것 없이 모두가 나름의 경쟁 무기만 갖춘다면야 남 상관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거죠.
큐레이션.. 네 좋습니다. 근데 그건 ‘한 번 경험한 후에야 좋다라고 느끼는’ 그런 겁니다. 고객 유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획득에는 도움이 덜 되죠. ‘음악서비스 요금제를 깎아줘도 폰 요금으로 벌어 똔똔 맞추는’ 치트키를 쓸 수 있는 이통사와, 붙을 수 있을까요? 심지어 폰 살 때 앱도 깔려있/깔아주는데?
팬덤을 공략하는 킬러 콘텐츠(OTT에서 ‘오리지널’)로 경쟁하기도 어렵습니다. 우선 한국시장에서 ‘빌리 아일리시 독점’ 이런 류로는 멜론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BTS 독점 정도는 해야할텐데, 솔직히 성사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습니다. (TMI. 스포티파이 흑자전환한지 얼마 안되었어요. 한국시장에 막 그렇게 돈 지를 것 같진 않아요)

카카오뮤직, 비트(네이버 바이브의 전신이에요), 삼성 밀크, 심지어 애플뮤직… 나름 덩치 큰 회사들이 나름 말 되는 서비스로 음악시장에 나름의 방식들로 도전했습니다만.. 네 그렇죠.
스포티파이라고 크게 다를까요? BTS 정도를 지를 정도로 마케팅을 세게 하거나, 이통사랑 어케 타이트하게 붙거나, 아니면 그냥 ‘매니아용 서비스’에 만족할거라면 뭐.. 음원스트리밍도 그럴 수 있겠죠. 뭐 스포티파이의 똑똑한 친구들은 이미 다 고민했겠지만요.
만약 음원 스트리밍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라면?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스포티파이가 지금 한국시장에서 눈여겨보는 것이 음원 스트리밍이 아니라면요?
최근 스포티파이는 자신들을 ‘음악’이 아닌 ‘오디오’ 회사로 규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와 라디오에 투자를 계속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우선 ‘광고’에 있을 겁니다. 스포티파이의 재무구조를 보면 유료멤버십보다 광고기반의 무료멤버십의 매출총이익률이 좋습니다. 경쟁 측면에서도 더 좋고요.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만연한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서라도 음원보다는 오디오 콘텐츠를 확장해야 할 거에요.
a16z의 코니 첸은 2020년 컨슈머테크의 네 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오디오를 찍은 바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포티파이죠. 스포티파이는 작년 김렛Gimlet과 파캐스트Parcast에 이어 링어Ringer를 인수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들 생소하지만, 놀랍게도 다들 수억 불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팟캐스트 채널들입니다. 뉴스(김렛), 콘텐츠, 스포츠(링어) 등 다루는 분야도 방대하죠.
자, 스포티파이가 (작년까지와 달리) 국내에서 하려고 있는 것이 음원이 아닌 오디오라면 어떨까요. 음원에서 딱히 ROI 안나올거라는 건 이미 모르지 않을테니, 신사업 개척 차원에서 들어오는거죠. 한국 시장은 시장 규모나 콘텐츠 역량에 비해 아직 초기라고 판단하고, 초반에 들어와 싹쓸이 해놓으면 조만간 떡상할거라는 전략. 말이 되는 뇌피셜일까요?
+
공교롭게도, 최근 비슷한 국내 사업을 시작한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계 1위 독립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입니다. 스토리텔도 스웨덴 업체에요. 스웨덴 스포티파이 스토리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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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뇌피셜이 레알이라면 스포티파이가 딱 사버리면 좋겠습니다. 마침 적당한 곳이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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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바닥늬우스에서는 전부터 이 동향에 주목해오고 있..었습니다. 저희 말고 아무도 관심 없지만요ㅠ
스포티파이가 이왕이면 스토리텔 까지 인수하고, 국내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시장도 진출해 주면 좋겠네요 ㅎㅎ
팟캐스트는 제가 딱히 듣진 않지만 워낙 팟빵이 강세라 다들 앱이 구려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이런쪽을 스토티파이가 공략해주면 괜찮지 않을까…
국내 아티스트들이나 연예인들이랑 독점으로 계약 하던지 해서 팟캐스트 제공하면 될듯 하구요 ㅋ
성공하려면 최소한 자리라도 잡으려면 애플 뮤직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ㅠㅠ
음원도 가수나 소속사한테 유리한 조건으로 해서 소속사들과 직접 계약하는 쪽으로 해야하지 않나 싶구요
분명 소속사들 중에서도 글로벌 진출 등으로 스포티파이와 직접 계약할 소속사도 있으리라 봅니다
좀 자리잡아서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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