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야말로 게임을 해야죠. 완벽한 때네요. (번역)

*리즌Reason지의 에디터 피터 서덜맨Peter Suderman의 뉴욕타임즈 기고글입니다.

일을 쉬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사는 지금, 전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몇 가지 놀라운 조언을 해주었어요. 게임을 하라는 것이었어요.

아내의 말은 이랬습니다. 집안일이나 운동, 구직 등의 일을 하더라도 시간은 넘쳐나는데, 가진 것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이 어딘가 마음을 쓰지 못한다면, 미쳐버리는 것은 한 순간일지 모른다고 말이에요.

아내가 옳았습니다. 게임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더라고요. 기분도 나아졌고 저희 관계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 저희는 결혼 10주년이거든요)

판데믹 시대, 일자리를 잃었거나 어찌되었든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그게 전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이죠.


게임은 아픈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줍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 눈에는 게임이 그냥 시간을 죽이는 일이라고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일 없이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을 죽이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큰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게임이라면 10~15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갑니다. 어떤 이들은 게임을 다 깨는데 수 백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예 수천 시간을 게임할 수 있을 만한 온라인 게임들도 많고요.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하지만 게임은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게임은 고통, 무료함, 허무함을 달래고 심신 모두를 완화하는 좋은 요법이기도 합니다. 

예기치 못한 셧다운이 일어난 국가에서, 게임을 어떤 개인 차원의 치료제라고 생각해보세요.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닐테죠. 모두에게 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빠르고 즉각적인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어떤 성취감을 주기도 하죠.

게임의 형태는 다양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모두 시뮬레이션입니다. 현실의 세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죠.

무엇보다 게임은 과업에 대한 시뮬레이션입니다. 아주 간단한 게임도 플레이어에게 과제, 목표, 투두리스트,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제공합니다. 그것들이 성취감을 주죠. 복잡한 대작 게임들은 이를 거의 무한히 제공합니다. 끝없는 퀘스트와 서브퀘스트, 달성해야 할 목표와 과업들. 시스템을 배우고 스킬을 숙달하는 것들까지 말이죠.

데스티니 2

온라인 슈팅게임 <데스티니 2>는 (수 천 시간까지는 아니고) 수 백 시간 동안 놀고 탐험하고 공부하게 합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SF 세계가 있고, 플레이어들은 파도처럼 몰아치는 외계의 적들을 막아내야 하죠. 또한 복잡한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고, 점점 어려워지는 과업들을 완수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여러차례 거치면 갑옷이나 무기 같은 것들로 보상 받을 수도 있습니다.

퀘스트를 따라 자료를 모으는 하루,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어떤 날이 있을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는 어떤 성취를 느끼게 됩니다. 

게임 비평가들은 수 년간 많은 게임의 시스템들을 주목해왔습니다.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대량 실업의 시대,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설령 그것이 가상이라 하더라도 소중합니다. 


게임은 가지 못하는 곳을 갈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일상이 모두 셧다운 되어버린 요즘의 비상 상황에서는 게임의 가치가 또 다른 방식으로 발현됩니다. 게임이야말로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공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스카이림>, <레드 데드 리셉션2>이나 <위처3> 같은 오픈 월드 게임은 구석구석 누빌 수 있는 거대하고 탐험 가능한 가상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교한 지형과 변화무쌍한 날씨도 있죠. 그 공간을 완전히 탐험하는 데에는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절경을 만나게 되죠. 

호라이즌 제로 던

볕 내리쬐는 풍광, 안개 낀 산봉우리를 만날 수 있고 붐비는 도시 거리를 헤매거나 잘 닦인 오솔길에서 낯선 이들과 조우할 수도 있죠. 게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또 다른 가치가 여기 있습니다. 우린 요새 홀로 격리되어 있으니까요. 특히 도시에서는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동거인과 함께 아파트에 살며 사적인 공간을 잘 갖지 못하죠. 게임 속에서는 해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파 한 켠에 앉아서도,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감각을 가질 수 있죠.

그리고 고립된 이들에게 게임은 사회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함께 모험을 떠나거나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가상의 놀이공간으로서 역할도 하죠. 요새 가장 인기있는 게임 중 여럿은 플레이어가 낯선 이들뿐 아니라 친구들과도 교류하고, 현실의 친구들과 가상 공간에서 만나 놀 수 있는 온라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게임은 비교적 저렴하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게임을 처음 한다고 해도, 드는 비용은 아주 낮습니다. 스마트폰에 깔 수 있는 고퀄 게임만 수 천 개고,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게임은 그것보다 더 많아요. 

컴퓨터나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면 큰 예산이 들어간 대작 게임도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2017년 출시된 게임 <데스티니2>는 작년 말 무료로 재출시되었습니다. (설치는 무료, 추가 플레이를 위해 과금하는 구조였죠) 1인칭 슈팅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배틀로얄’ 류의 게임도 무료로 공개된 것이 여럿입니다. 비교적 평이 좋았던 게임인 <콜 오브 듀티:워존>은 최근 유행하고 있던 팀제 배틀로얄을 영리하게 비튼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슈팅게임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죠. 조금 더 돈을 쓸 이들에게는 구독 멤버십을 통해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잇습니다. X박스 패스 얼티메이트는 넷플릭스보다 아주 약간 비싼 가격으로 <탈로스 프린시플>과 같은 퍼즐게임에서부터 <윌 오브 위스프>와 같은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수십 종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스포츠, 전략, 롤플레잉 뿐 아니라 어릴 때 하던 오락실 게임과 같은 액션게임들도 있죠. 

전염병 주식회사

그리고 현재 우리가 처한 디스토피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전염병 시뮬레이션 게임인 <전염병 주식회사>에서부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다루는 액션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바이러스 발생과 전쟁에 대한 게임도 있고, 워싱턴과 뉴욕이 바이러스 공격으로 초토화된 세상을 다루는 밀리터리 스릴러 <디비전 2>도 있습니다. 


네. 게임은 가볍습니다. 어쩌면 현실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삶과 문화를 고립으로 몰아넣은 이 상황이 더 오래갈 수록, 가벼움과 기분전환은 더 필요해질 것이에요.

마인크래프트

물론 게임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세상, 실제 직장, 사람 사이의 실제 교류를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붕괴해버린 시기에는 훌륭한 시뮬라크럼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세상이 돌아올 때까지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게임은 그런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스트레스가 심한 요즘입니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때에요. 이럴 때야말로 상상 속의 세계로 떠나보기 가장 좋은 때에요. 공간의 제약을 넘어,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과업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그리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가 있는 그것 – 게임하기 좋은 때입니다.”

번역자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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