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플러스, 구독경제의 야망? (..아직은 아닌듯)

구독경제라는 말이 시장에 떠돈지 한참 되었는데요, 이번 뉴스로 한 챕터가 또 시작되려는 듯 합니다. 최근 시가총액 35조원을 돌파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대 IT기업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Naver+)’라는 이름의 유료 멤버십을 곧 도입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사실 지난달 3일 네이버가 특허청에 두 개의 상표권, ‘네이버플러스’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등록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빠르게 이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후닥닥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던 것인지, ‘구독모델이다!’라는 것 말고는 사실 그 디테일에서는 딱히 대단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다못해 보도자료만 있지 별도 페이지조차 아직 없네요)

그래서, 네이버플러스가 뭔데?

음.. 네이버페이의 추가 적립을 해주는 멤버십이라고 합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월간 결제금액 20만원까지 ‘기본 구매 적립’ 외에 4% 추가 적립 혜택을 받아 최대 5%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 받게 된다. 또한, 20만원부터 200만원까지의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기본 구매 적립’ 외에 추가 1% 적립 혜택을 받는다.

출처: 플래텀

추가적립.. 좋죠. 네 굿굿.. 그래요 좋죠.. 근데 이게 다? 에이 설마요. 좀 더 기사를 볼까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네이버웹툰/시리즈 쿠키 20개(웹툰 미리보기 10편 상당), VIBE 음원 300회 듣기, 시리즈On 영화/방송 감상용 캐쉬 3,300원(최신 드라마 2편 상당), 네이버 클라우드 100GB 이용권, 오디오북 대여 할인 쿠폰 중 마음에 드는 혜택 4 가지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출처: 플래텀

시리즈 쿠키 20개는 2천원입니다.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기준 7.5천원이에요. 네이버 클라우드 100기가는 월 3천원입니다. 근데.. 이 중 그래도 젤 괜찮아 보이는 바이브는 근데 또 요새 6개월 무료(1개월 무료, 5개월 100% 페이백) 프로모션 중이에요. 뭐 대충 1만원 내외의 콘텐츠 바우처라 볼 수 있겠네요.

네이버페이 적립을 좀 따져볼까요. 20만원의 4%는 8천원입니다. 추가 적립은 만땅으로 받으면 기술적으로는 2만원까지도 가능해요. 그러니 네이버페이 적립을 최대로 받는다 치고, 시리즈나 기타등등 바우처를 감안하면.. 어떻습니까. 괜찮나요? 아직 가격이 오픈되진 않았지만, 뭐 한달에 5천원 정도면 적립 정도 본전은 뽑겠죠? 4~5천원 정도 이득? 자, 괜찮나요?

음. 아뇨. 안괜찮아보여요. 쫌 그래요.

뭐 현재의 모습으로만 보면 솔직히 월 4,700원에 햄버거 4개 주는 버거킹 멤버십이랑 고민할 정도에요. 그냥 갖고 있는 걸 적당히 섞어서 보여준 느낌이랄까요. 말씀드렸잖아요. 아직 한달에 얼마라는 얘기도 없고, 마이크로페이지도 없고, ‘일단 기사부터 내!’의 느낌이라고요.

하지만, 천하의 네이버가 그렇게 제품을 내지 않죠. 지금건 베타 오브 베타 오브 베타 정도로 보여요. 분명 노림수가 있을 겁니다. (혹은 노림수를 지금부터라도 만들기 시작할 겁니다. 아니 반드시 만들기 시작해야 할 겁니다.) 그 노림수는 뭘까요?


유료 멤버십이 왜 그렇게 센데요?

유료 멤버십이란 대략 1) 정기적으로 2) 선불로 3) 추가 인증 없이 4) (회계적 의미에서) 현금을 결제하는 5) 우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워딩만 보더라도 아름다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아름다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곳은 아마존 프라임입니다. 전 세계에 1.5억 명이 넘는 이들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에요. (미국 가구의 80%가 아마존 프라임 가입) 연 회비가 (그새 올라) 119불이니 매년 꼬박꼬박 178.5억 불, 그러니깐 우리 돈으로 21조 원에 해당하는 돈이 아마존 계좌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셈이죠. 숨만 쉬고 있어도 말이죠.

네이버플러스가 월 5천 원이라고 해볼까요. 그리고 가입자가 100만 이라고 하면. 월 회비만으로 50억 원입니다. 연에는 600억이죠. 언젠가 아마존처럼 국내의 절대다수, 뭐 한 천만이라고 치면 그 매출은 연에 6천 억이겠죠. 네이버의 연간 매출이 6조원 정도 됩니다. 그의 10% 정도의 매출원이라 볼 수 있어요. (참고로 네이버웹툰 연매출은 1,600억)

(물론 행복회로 상의 이야기지만) 이 덩치가 가능해진다면, 네이버는 연간 수천억 단위의 투자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투자는 반복 될 수록 다른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게 되죠. 아마존이 커머스 뿐 아니라 음악, 영상 등의 신사업에 조 단위의 투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것,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매년 10조 넘게 투자할 수 있는 것엔 이런 이유가 있죠.


결합상품과 ‘제국’

아마존 프라임은 배송혜택 서비스에서 시작했지만, 클라우드와 비디오, 음악 등을 포괄하는 결합상품으로 진화해왔죠. 애플 역시 그런 다양한 결합상품을 하나의 구독으로 풀어내려 하는 중입니다.

아마존 프라임만 구독하면, 애플 멤버십만 구독하면 여러 개의 서비스를 좋든 싫든 구독하게 되는 것이죠. (애플뮤직이 단기간에 스포티파이와 경쟁하기 시작한 것, 애플뉴스가 최근 소비자 수를 크게 늘린 것은, 이 결합상품의 힘 덕분입니다)

이 결합상품이 가장 잘 발달된 곳은 이동통신입니다. 생각해보면 통신서비스야 말로 이 구독의 최첨단에 있습니다. 몇 년을 약정하기만 하면 단말 할부금을 크게 덜어주는 것을 핵심으로, 각종 부가서비스들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결합해 판매하죠. 부가서비스 중 으뜸인 우리나라의 음원서비스 시장이 절대적으로 이통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그 결과입니다.


네이버플러스가 그 정도일까요?

네이버플러스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보아하니 네이버페이가 핵심에 있는 듯하고, 부가서비스들로 시리즈 바이브를 밀어주는 듯 한데요. 근데 디테일이 넘 약해요. 페이도 별로 안파격적이고.. 네이버웹툰CIC에서는 위에서 하라니까 울며겨자먹기로 대충 구색만 맞춰준 느낌.

구독의 핵심은, ‘구독해서 좋은’ 것이 아닙니다. ‘구독을 안하면/ 구독이 끊기면 고통스러운’ 서비스여야 해요. 가장 강력한 혜택 중 하나를 구독으로 베팅해야 하는거죠. 아니면 차익을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할인이 되거나요. 가격 대비 차익 따져보고 음 이득이네.. 하는 순간 그건.. 버거킹 구독 되는거죠. (사실 전 토스 프라임도 약간 이런 과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좋긴 좋지.. 근데

아마존 프라임이 강력한 건, 프라임을 하면 혜택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프라임을 하지 않으면 배송 헬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유통천국 한국과 달리) 미국의 배송 헬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라임을 구독할 수 밖에 없어요. 미국 가구의 80%나 되는 수가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하는 이유는, 비디오/ 뮤직이 좋아서가 아니라 배송 때문입니다.

네이버도 그걸 찾아야 할겁니다. 네이버플러스를 구독하니 오호 한달에 몇천원 개이득 나이스 할 것이 아니라, 네이버플러스를 구독하다 끊으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튜브 프리미엄 한 번 하면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 경험이 필요한거죠. 그런데 지금 대충 공개된 걸로 봐서는 그런게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힌트로 생각할 만한 것은, 금융입니다. 금융이야말로 고통을 다루는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당장 대출이 끊긴다고 생각해보세요. 혹은 내 신용카드가 갑자기 끊긴다면? 으 고통입니다. (로켓와우가 얼마나 분발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일일배송이 일반화된 대한민국에서 당장 배송이 고통이 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근데 왜? 구독은 제로섬?

네이버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못했을 리 없습니다. 절대로요. 하지만 네이버가 치고 나오는 건, 구독은 어쩌면 제로섬일 수도 최소한 포지티브 섬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지금 헬스장 두 군데 이상 돈내고 있는 사람? 실비보험 두 군데 이상 든 사람?

공짜일 때야 이런저런 서비스를 동시에 쓰는 것이 부담이 없습니다만, 어딘가에 돈을 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 곳에 묶이게 됩니다. 아이폰 사면서 애플 뮤직 가입한 사람이 스포티파이를 자연스레 끊게되고, 기변하면서 kt 가입한 사람이 지니 대신 벅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처럼 말이죠.

이런 이유로, 네이버에게 이 바닥에서 뭔가를 선점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을까요? 네이버가 하려했던 것과 비슷한 모델의 구독 멤버십을 어디선가 시도하고 있다면? 아니면 네이버가 PR/전략적으로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 상대가 뭔가를 하려하길래 (네이버의 가오가 좀 안살더라도) 판을 김빠지게 만들거나 한다면 말이죠?

어익후, (5/11 현재) 카카오의 채용사이트입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독 플랫폼이라 불리는 것을 만들고 있는 듯 하네요. 톡, 포털과 검색, 모빌리티 뿐 아니라 멜론과 카카오페이지가 있는데다 이미 금융 쪽으로도 라인업이 훌륭하죠. 은행, 신용카드, 증권사, 디지털보험사까지 갖고 있으니까요. (작년엔 SKT와 피도 섞었어요)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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