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의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어후 아주 헤드라인만 봐도 아주 악의가 철철 흘러넘칩니다. 소위 야마가 엄청 세요. 다짜고짜 구글을 ‘슈퍼 갑’이라고 하네요. ‘통행세’라고 언급도 합니다. ‘독과점’이 ‘도 넘었다’라고 이야기하네요. 와 기사 본문을 읽기도 전부터 와 이놈들 진짜 나아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기사들 역시 톤이 죄다 비슷해요. 구글이 하는 것 없이 삥을 뜯는 것처럼, 그리고 ‘최근에서야 그 본색을 드러낸 것처럼’ 이야기하죠.
음 근데, 기사가 말하는 이 악의 그득그득한 야마에 비해 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좀 밋밋한 편입니다. 통상 언론이 이렇게 불을 지르면 업계도 같이 들썩들썩해야하는데 말이죠. 자, 여기서 기사 하나를 더 소개해드리면.

아아니? 이거이거 카카오도 구글에 종속된다고? 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잠깐 날짜를 다시 한 번 보면… 2013년 1월의 지디넷의 기사입니다. 저때가 얼마나 옛날이냐면, <애니팡>이 여전히 1등먹던 시절이고, <모두의 마블>이 출시되기도 전이에요. 그때부터 이 이야기는 있었어요. 30%라는 숫자도 그대로였고, 구글 플레이에 올리는 앱에 외부 빌링을 연동시켜서는 안되었어요. 구글은 그때부터 주야장천 ‘30% 지켜라, 외부 빌링 쓰지마라’라는 말을 해왔던거죠.
그러니, 업자들에게는 ‘구글 플레이 30% 논란’이라는게 좀 시큰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로잼이에요.
이게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사이의 힘겨루기는 쪼끔 오래된 이슈거든요. 2014년엔 라인이 일본에서 구글 플레이를 우회하는 라인 웹 스토어를 출시했었고, 2015년엔 카카오 역시 ‘모바일 게임샵’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아이템의 웹기반 (구글 플레이 우회) 스토어를 출시했습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 같은 해외 사례도 사실 이제 자꾸 이야기하면 라떼소리 들어요.
구글은 마켓 초기부터 가져왔던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그의 집행을 조금 단디 하겠다는 입장이었을 겁니다. 근데 언론과 정부의 반대가 생각보다 좀 빡셉니다. 아니 이상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구글은 부당하게 조항을 수정한 적도 없고,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뭐 영리를 추구하는 구글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간 약간 타이트하게 하지 않았던 걸 ‘봐줬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죠. 그동안 편법 써온건 내가 아니라 여러분 아닙니까? 그런 제가 ‘슈퍼 갑’이라고요?
사실 이 ‘구글 플레이’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뜯어보면, 그리고 구글의 이의 개발과 유지보수를 위해 들이고 있는 유무형의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은 듭니다. 특히 구글은 이 30%이라는 숫자를 절대 ‘통행세’라고 보지 않을거에요. 되려 억울할 수 있죠.
유리아주가 립밤 팔며 올리브영에 내는 수수료는 최소 35%인데 ‘통행세’라고 부르나? 아미들이 <다이너마이트> 스밍하면 그 음원수익 40%을 멜론이 떼가는데? 백화점은 39%을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무’ 작품의 수익 절반 이상을 플랫폼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아니 저긴 통행세라고 안부르잖아! (하다못해 해피캠퍼스도 45%를 떼는데 ㅠ)
구글은 플레이를 (다른 플랫폼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개발사들을 상대로 하는 B2B 인프라 서비스라고 생각할겁니다. 그 과금을 월정액이나 일시금으로 받지 않는, 매출 연동형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할거에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개발사가 앱을 구글에게 ‘납풉’하는 형태가 아니라 ‘구글의 인프라 위에서 서비스’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앱의 라이프사이클을 모두 연동시키기 위함이었을거에요.
말이 좀 어려운데요. 쉽게 말해 ‘한 번 팔고 땡’ 할게 아니기 때문이다..라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아 근데. ‘말이 좀 어려운데’, 이게 포인트입니다. 플랫폼 수수료, 플랫폼 서비스라는 것이 사실 좀 복잡합니다. 이게 통상의 소매업 모델인 ‘납품 받아 마진 붙여 판다’..랑은 좀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개념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말하든 대중들에게 명확히 인지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사단이 벌어집니다. 장난칠 여지가 아주x10 많은거죠. 언론도 정부도. 그리고 개발사들도 말이죠.

구글코리아는 뻣뻣하기로 유명합니다. 정부가 이런저런 규제에 들어오라고 해도 과태료를 내면 내지 안들어와요.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과, ‘글로벌 정책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게 그 명분이고요. 모르긴 해도 국내 대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언론과 ‘관계’를 잘 만들려고 하지도 않을겁니다. 오히려 구글은 그 자체로 광고 인벤토리를 운용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언론과 대립관계인 셈이죠. 정부도, 언론도, 구글이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자, 그럼 뭐죠? 다굴이죠.
더군다나, 앱스토어 시장은 최근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 코리아는 국내에서, 구글 플레이 매출로 6조 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습니다. 자 6조 원이면, 국내 부동의 1위 극장체인 CGV 매출의 세 배에 달하고 신세계백화점의 연간 매출과 비슷합니다. 매출 기준으로 대기업 수준을 상회하는 거죠, 그런데 구글 코리아가 법인세를 제대로 안낸다고 하니 그것 역시 공격 포인트입니다. ‘탈세 기업이 갑질한다!’라는 야마가 성립하는 거죠.

개발사는 딱히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구글이 이겨서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 쳐도 본전이고, 구글이 털려서 만에 하나 수수료가 낮아지기라도 한다면 너무너무 땡큐죠. 그러니 개발사는 구글의 편을 들지도, 정부나 언론의 편을 들지도 않을 겁니다. 결국 이건 구글의 싸움이 되는거죠.
그리고 독과점 이슈. 구글은 여기서도 쪼금 더 억울할거에요. 독과점이라는건 절대매출 뿐 아니라 점유율로 정의되는 거거든요. 근데 최근 아이폰이 젊은 유저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어요. 판매량 기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죠. 뻣뻣하기로는 구글과 비교도 안될 정도에요. 심지어 최근 애플 코리아에서 사람 엄청 뽑으면서 구글 플레이를 확 담그려고 준비한다는게 업계 정설이거든요. 구글은 ‘아니 나 점유율은 좀 줄고있거든?’ 이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을 겁니다.
구글은 속이 탑니다. 이게 ‘당장 지금’의 이슈가 아니라는게 젤 문제에요. 7년도 더 된 오래된 이슈이니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면 넘어가지려나 하는 생각과, 이번엔 그래도 임계점이 넘어갈 것 같으니 뭐라도 해야하나 싶은 마음 사이에 입이 바짝 마를겁니다. 이제와서 공정위의 규제 아래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고, 한국에 예외 정책을 적용하자니 글로벌 플랫폼의 운영정책이 왜곡될 것 같고 말이죠.

사실 근데.. 이건 정서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구글은 이미 그 지점에선 늦어도 꽤 늦었어요. PR/GR이 부족했달까요. 지금 참전한 사람들 중에 구글을 딱히 편들어줄 사람이 없어요. 이미 구글 플레이 정책의 정당성이 쟁점이 아니라, 구글의 국내 독점적 지위가 쟁점인 것 같은… 마음. 구글 코리아의 ‘탈규제/탈한국’ .. 늬낌. 이런 게 이슈에요.
30%이 적정하니 아니니, 플랫폼 수수료에 대해 설명을 하니마니 하는건 지금 테이블에서 듣고자 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 메이저 개발사들은 테이블에 있지 않고 관망세니까요) 구글은 나름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한 마케팅/사회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타이밍에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정석으로 갈 타이밍이 아니에요, 지금은. 저들은 구구절절 설명을 듣고 싶은게 아닐걸요. 모르지 않을걸요.
물론 구글 역시 이걸 모르지 않을겁니다. 그런 구글이 탈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그나마라도 벗기 위해 공정위와 나름의 관계개선을 하는 액션, 언론과의 긍정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수그리고 들어올 액션을 취할까요. 아니면 여전히 목 뻣뻣한 외쿡기업으로 남을까요.
구글이 나쁜지 안나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K- 요령’이랄까 그건 쫌 부족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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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나쁜진 몰겠지만.. K-PR, K-GR은 쫌 나쁜… 암튼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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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해도 지금 이 논쟁을 젤 관심있게 볼 사람들은 애플코리아, 아마존코리아, 그리고 넷플릭스코리아가 아닐까 싶네요. 지금 엄청 채용 중이라던데.. 구글이 털리면 그 채용 어찌되려나..
- 작성: 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