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머스의 뉴 노멀 (번역)

“Aunt Agatha’s demeanour now was rather like that of one who, picking daisies on the railway, has just caught the down express in the small of the back.”

P.G. Wodehouse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온라인 커머스와 ‘발견’의 맥락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상점에 가서 실제로 물건을 보지도 못하는데, 사람들은 물건을 살지말지 판단을 어떻게 하는지 말이죠. (코로나 이슈가 터진) 올해에는 이런 맥락들이 거의 모두 리셋되었습니다. 과거에 잘나갔던 업계의 플레이어 역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올해와 내년(2021년) 지속될 코로나 락다운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재촉할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5년 정도 걸릴 만한 변화가 올해엔 몇 분기 만에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도, 5년 짜리 변화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리셋

지난 20년 동안의 오프라인 리테일은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았습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오프라인 리테일의 한계나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났기는 해도, 이렇다할 큰 충격은 없는 채로 매 해를 보내왔죠. 소비자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카테고리와 행태가 그냥 다를거라고, 업계는 스스로 자위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적당한 UX만 제공된다면 어떤 물건이라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의 밸류체인에서 단순히 물건을 받아와 팔던 곳들은 이제 엄청난 위협에 직면해있습니다. 

전체 커머스 중 온라인 커머스의 비중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해 이 변화는 점점 빨라집니다. 온라인 커머스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빨라진 것도 있고, 전같으면 온라인 구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품목들이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해 구매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가장 도드라지는 예가 식료품일겁니다. 영국의 경우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한해 동안 5%에서 10%로 두 배가 되었습니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변화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들은 그 몰에 찾아오는 고객들이 찾아왔습니다만, 이제는 그런 매장들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형 매장들의 실적이 저조해지며 자연히 작은 매장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아졌고, 쇼핑몰 자체가 문을 닫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혹은 브랜드에서 사라진 수요가 온라인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카테고리로 발현되곤 합니다. 특정 브랜드의 특정 상품이 오프라인에서 구매되지 않는다고 해서 같은 니즈가 온라인에서 해소될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구매 채널이 바뀌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되는 상품 역시 바뀌기 마련입니다. 

좀 더 나아가본다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대도시의 상업 지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재택근무를 한다고 치면 이는 도심지의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서는 산술적으로 주 평균 방문 수가 20% 빠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수준의 트래픽 감소를 버텨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재택근무의 보편화로 인해 소매점이 줄어 런던의 카나리 워프나 뉴욕의 허드슨 야드와 같은 상권이 죽어버리면, 이는 재택근무에 대한 더 큰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이를 우리는 ‘도넛 현상(도심 공동화)’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프라인 매장들은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지난 수년 간 브랜드제조사가 (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이 모델이 버블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뉴욕 5번가에 그럴싸한 매장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수익성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D2C 모델의 거품은 터졌습니다. 매장을 내고 운영하는 비용만큼을 배송, 광고, 반품, 아마존 입점 등에 지출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죠.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D2C 모델이 (비록 거품은 터졌을지언정)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이유는 실재합니다. 소비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데 있어 20년 전과 같은 대규모의 고정비 투자, 임대료, 재고관리,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죠.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 지금 이 시점에서, 고객을 획득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 소비자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어떤 발견/ 탐색의 방법으로 찾을 수 있을까요.
  • 그 과정에서 기술, 즉 ‘소프트웨어’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 이건 단순히 소비재와 마케팅에 국한되는 이야기일까요.
  • 브랜드는 어느 시점에서, 더 큰 소비재그룹- P&G, LVMH 등-에 인수되거나 세포라와 제휴해야 할까요.
  • 그런데, 2000년대에는 보편적이었던 이런 류의 파트너십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까요?

전통적인 브랜드들은 허둥지둥대고 있습니다. 크고 오래된 소비재 기업들은 대부분 B2B 사업을 주 모델로 성장해왔습니다. P&G는 비누 낱개를 파는게 아니라 비누가 가득한 화물박스를 판매해왔던 회사죠.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이런 기업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고객관리 모델이 무엇일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룰루레몬이 미러를 5억 불에 인수한 것이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이 해체되고 재조립됩니다. 이제 브랜드가 된다는 것,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것, 아니면 브랜드 상품을 만든다는 것, 투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광고시장의 리셋

미국의 매체별 광고시장 규모

고객을 획득하는데 책정한 예산을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광고에 쓰고 있던 이들이라면, 앞으로는 그 광고라는 것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할 것입니다.

사실 예상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인쇄 광고는 몰락했고, TV광고는 인터넷 광고의 폭발적인 성장 앞에서 예상보다는 잘 버티고 있습니다만(GDP 중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요) 구독 모델과 사용자 행태는 명백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5년 뒤에는요?

미국의 구독 형태별 TV시장 침투율

인터넷 광고. 사실 이 인터넷 광고야말로 이 글의 전체 중에서 가장 예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지난 25년간, 인터넷 광고는 웹의 쿠키라는 개념 위에 서있는 거대한 역피라미드 형태였습니다.

들여다보면 인터넷 광고는 (알려진 대로) 합리적인 경제적 최적 포인트를 찾는 것이 아닌, 좋은 땅을 선점하고, 차익을 노리고 가끔은 무임승차하는 그런 것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올해 초 PwC는 이와 관련한 리서치를 통해 영국의 인터넷 광고 예산의 절반만이 퍼블리셔에게 집행된다고 밝혔습니다. 15%의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 추적조차 되지 않고 말이죠.

한편 요새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구글 애플 진영(크롬, 사파리,iOS)과 GDPR, CCPA와 같은 온갖 규제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광고 타겟팅, 트래킹, 사용자 식별 등의 이슈에서 말이죠. 저는 솔직히 광고 업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실리콘밸리에서도 딱히 관심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이 시장 역시 크게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국과 EU에서는 독과점금지법을 주장하며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적인 지위에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요구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개념적으로 상충됩니다.

(주: 구글/페이스북이 독점적 지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광고 퍼블리셔에게 광고데이터를 넘겨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말해 독과점금지법을 위해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게 하는건,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위반이니까요.

인터넷광고 시장은 글로벌로 2,500억 불, 약 300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 광고 시장은 그 두 배인 5,000억 불, 마케팅 일반으로 확대하면 1조 불, 약 1,200조 원 규모에요.

사람들에게 관심사에 기반해 좋아할 만한 혹은 관심가질 만한 것들을 알려주는 것은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더이상 웹 상의 사람들을 ‘트래킹’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그런 트래킹을 제한하거나 하는 것이 구글이나 아마존의 독점적 지위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을까요? 

관심사 기반의 타겟 광고를 할 수 있는 곳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와 같은 거대한 유저 풀과 데이터를 가진 곳만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다양한 산업 내의 데이터 이니셔티브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애플이 개인화에 기반하지 않은 범용적인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까요?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조 단위의 업계의 미래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이 글에서 던진 수 많은 화두에 대해, 전 답을 알지 못합니다. 사실 질문을 이렇게 던지는 것이 맞는지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TV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요? 전 잘 모릅니다, TV 애널리스트에게 물어봐야지 않을까요. D2C 브랜드나 소비재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요. 전 잘 모릅니다, 소비재 전문가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이 혼돈 속에서는 그 분야 전문가라고 뭘 알진 못할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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