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박스, 택배 트럭 그리고 바이크 (번역)

리테일에서 실질적인 이커머스의 침투율을 계산하려면, 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구하고 여기서 차량 정비, 연료, 요식업 등 실제 소매와 거리가 있는 카테고리는 제외해야 합니다. 그래야 좀 더 현실적인 소매 리테일 비중(addressable retail)을 파악할 수 있죠.

이 기준으로 2019년 말 미국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16%였고 2020년말에는 약 20%이었습니다. 보통 1.5년은 걸릴 만한 성장을 1년 만에 이루어냈어요. (역주: 참고로 한국의 동기간 침투율은 각각 약 39%, 46% 정도로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커머스 전체를 퉁쳐버리면 카테고리 별 침투율을 분석할 수 없게 됩니다. 화장품, 도서, 신발의 각각 온라인 구매 비중은 꽤 차이가 클 것입니다. 카테고리에 따라 소비자들도 서로 다른 구매 경험을 기대할테고요. 그래서 카테고리에 따라 고객 경험을 달리 하는 하이터치/ 로우터치 전략이 나오기도 합니다. 위 그래프처럼 전체를 퉁쳐버리면, 그런 변수들을 파악하기 어렵죠.

그런데 상품 카테고리나 소비자의 구매 경험으로 분석하는 것 이상으로 점점 더 중요성을 갖고 있는 모델이 있습니다. 유통 모델을 기준으로 쪼개 보는 방법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서로 다른 점유율을 가졌을 화장품, 도서, 신발은 아마존에게 모두 동일한 유통 모델을 갖는 일종의 동일 카테고리입니다.

세 카테고리의 상품들은 모두 같은 포맷의 상품분류(SKU)에 따라 아마존 물류 센터에 입고되고, 같은 택배 박스에 포장되어 같은 물류로 배송됩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동일한 유통 모델인거죠.

하지만 오이라든지, 난로, 시멘트 한 포대, 파스타 한 접시 같은 건 아마존의 유통 모델로는 커버할 수 없는 상품군입니다. 이 상품들은 서로 다른 구매 여정을 갖기 때문에 서로 다른 유통 모델을 필요로 합니다.

이젠 기존의 하드라인 vs 소프트라인의 구분이나 하이터치 vs 소프트터치의 구분으로 상품을 나눌 것이 아닙니다. 박스에 담아 택배로 보내는 모델 vs 집하해서 배송하는 모델 vs 바이크로 퀵 배송하는 모델처럼 유통 모델을 기준으로 이커머스를 쪼개보는 관점이 필요하죠.

미국 노동청 데이터를 가져와봤습니다. 배달이나 픽업이 필요한 식료품, 가구, 가전, 인테리어 등의 카테고리를 분리했어요.

구분이 다소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식료품, 가전, 인테리어 물품 등은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거나 매장 직원이 물건을 들고 집으로 방문해야 하는, 단순 택배 배송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카테고리에요. (역주 : 한국의 겁나빠른 배송시스템의 택배가 아니라 미국/유럽의 택배 시스템을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이것이 이커머스가 아니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지도 않죠. 통상적인 택배 시스템과는 다른 공급망, 물류, 단위 경제(unit economics)가 필요할 뿐,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이커머스죠.

대부분의 외식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부터, 미국(과 영국) 식당들의 매출 30~50%는 오프 프레미스(역주: off-premises, IT에서는 회사에 서버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실행하는 환경을 말하고, 외식업에서는 식당 밖에서 먹는 행위, 즉 배달을 의미)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테이크아웃이나 전화 등을 통한 배달이 꽤 큰 수입원이었죠. 그러니 조만간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밀키트를 배송하는 ‘레스토랑 이커머스’가 큰 비즈니스가 될 거라는 예측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외식업을 위한 새로운 유통 모델,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만들어내면서 이에 충족시키는 단위 경제도 찾아냈습니다. 기존에 없던 수요를 만들거나,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던 수요를 끌어왔고, ‘클라우드 키친’ 같은 모델로 식당의 실제 조리실이나 도심에의 비싼 입지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소비하기 위한 구매 경험은 사실상 변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전화하듯 앱을 열고 주문하면 누군가 배달해주거나,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전과 후가 동일하죠.)

어떤 면에서 도미노피자는 이미 20년 전부터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외식업에서 만들어지는 그 어떤 새로운 변화도, 전통적인 물류 센터의 유통 모델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모델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이커머스가 쌓아올린 역사는 한 마디로 ‘온라인에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걸 증명해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 경험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만 한다면 말이죠.

아마존은 지난 25년간 공산품을 위한 통합 쇼핑/ 유통 모델을 만들고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작업을 계속해왔습니다. 반대로 네타포르테(역주: Net a Porter, 온라인 편집샵을 최초로 성공시킨 모델, 글로벌 무신사?!)처럼 다른(패션)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구매 경험의 필요성을 만들어내는 케이스도 있었죠. 그런 시도들이 이제 물류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제가 앱으로 뭔가를 구매하고 매장에서 바로 물건을 수령할거라 선택하는 건, 예전에 전화로 물건을 주문해서 매장에서 찾던 것과 다른 모델이라고 봐야 할까요?

음, 그냥 우리는 이전부터 있었던 ‘전화 주문/예약’이라는 카테고리를 정의하지도 데이터를 쌓지도 않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리고, 제가 앱으로 피자 배달을 주문한다면 이건 (온라인에서 샀으니까) 이커머스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요식업자에게 원격에서 주문을 넣은거니) 요식업 피자의 배달 시장이라고 봐야 할까요?

사실 30년 전에도 비슷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걸어서 갈 수 있을 거리의) 동네 상점이나 몰에 가는게 아니라 차를 타고 (멀리 있는) 월마트나 베스트바이에 가서 물건을 사는 걸, 굳이- 구분해서 ‘자동차 기반 쇼핑’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잖아요? (역주: 그게 그렇게 중요한 질문인가요?)

그럼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 이 화두는 무엇에 관한 걸까요? 테크? 리테일? 아니면 그냥 도시 라이프스타일?


이바닥에도 트렌드가 존재합니다. 최근에 가장 핫햇던건 역시 인공지능, 핀테크, 블록체인이었죠. 그렇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유통/모빌리티가 가장 뜨거운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을듯 합니다. 다만 좀 다른 것은 이 카테고리가 온전히 테크에서만 생긴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통도 오프라인이면 오프라인, 온라인이면 온라인으로 구분되었는데,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는 지금, 이제 그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네요. 그리고 배민이 실험중인 비마트가 해외에서는 꽤나 많이 쓰이는 서비스가 되고 있나봅니다. 그럼 비마트는 이커머스일까요? 신선배송일까요? 아니면 그냥 동네 슈퍼의 배달일까요? 

카테고리의 구분이 깨지면서 새로운 단위 경제의 공식을 찾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소비자야 편하고 좋지만, 최근의 쿠팡 사태를 보면 영수증에는 찍히지 않은 큰 비용과 문제들이 있는것 같아요. 

번역자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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