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정책, 과연 중요할까? 누구에게, 얼마나? (번역)

지난 10년 동안 논쟁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애플이 만든 앱스토어 정책은 말이죠. 그런데 요즘들어 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합니다. 미국에서는 일단 두 가지 법안(하나는 일견 합리적이지만 다른 하나는 그닥..) 이 상정되었습니다. 영국에서도 한참 논쟁 중이고, EU는 현재 상황이 용납되지 않음을 천명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얼마나 큰 돈이 걸려있는지?
  2. 그래서, 바뀌면 뭐가 어떻게 되는지?
  3. 대체 이해관계자들은 누구인지?

첫째로 얼마나 큰 돈이 걸려있는지 숫자를 한 번 볼까요.

애플은 2020년에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450억 불(약 50조 원)을 지불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결제한 금액은 약 600억 불(약 70조 원)이고, 애플이 거둔 수수료 수익은 150억 불(20조 원)이라는 셈입니다. 애플 전체 매출의 6% 정도에 해당합니다. (이는 전세계 음악 산업의 디지털 매출 전체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한때 애플이 아이팟 회사였던 적도 있었다는 게 기억나시는지?)

이 숫자들은 어떻게 알려졌을까요. 애플은 최근 에픽게임즈와의 소송 과정에서 위의 슬라이드를 공개했습니다. 2016년 결제액이 280억 불일 때, 그 중 80%는 게임이었습니다. 결제액 대부분은 미국과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은 아이폰 결제였고요. 위 비율에 지금도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중국 비중이 조금 더 커졌을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애플은 2016년 알리페이 결제를 도입했습니다)

자, 매출 대부분이 게임에서 나옵니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게임의 90% 이상은 무료 게임입니다. (상위 10개 퍼블리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0.5%의 이용자로부터 나옵니다. 이런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작년 애플은 게임에서 인앱결제에 분기당 450불(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500만 명의 이용자로부터 70억~80억 불(80~90조 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는 말이 됩니다. 

애플은 이용자들이 아이폰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돕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직 앱스토어에까지 확장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용자 중 20%가 앱스토어에서 돈을 쓰고, 0.5%가 전체 매출의 54%를 캐리합니다. 

두 번째. 이 정책이 바뀌면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애플은 사이드로딩과 서드파티 앱마켓을 허용해야 하고, 앱이 자체적인 결제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사이드로딩(앱 마켓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앱을 설치하는 행위. 애플 아이폰은 정책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음)과 개인 정보 보호, 이용자 보안에 대해서는 오래 논쟁이 이어져왔습니다. 이 논쟁은 서드파티 앱 마켓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 사실 이런 논쟁 자체가 좀 과잉이라고 봅니다만.. 사이드로딩이든 서드파티 앱 마켓이든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나 이용자는 그냥 원래 있던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할 뿐이겠죠. 

아무튼, 규제 당국은 애플에 사이드로딩을 허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앱스토어의 다른 보안 정책들도 살펴보겠죠. 앱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기에 올라가는지, 샌드박스(애플이 정한 보안 규칙/ 개발 가이드라인)도 볼 것입니다.

예를 들어 EU는 애플의 NFC API 정책도 보고 있고, 이는 당연하게도 자사 제품 및 서비스 우대 관행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룰 것입니다. 사이드로딩으로 이 이슈가 끝나진 않을 거예요. 

개발자들은 더 이상 애플 결제만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이용자들이 결제할 때마다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것보다는 애플 결제를 이용하는게 훨씬 간편하고, 구매전환율도 높을테니까요.

(이 지점에서 애플이 사이드로딩으로 설치된 앱에도 애플 결제를 붙이도록 허용해야 하는지, 혹은 퍼블리셔들이 애플 결제 외 다른 결제를 디폴트로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가 또 따라올 수 밖에 없죠.)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인지도 높고 신뢰받는 브랜드를 가진 대형 퍼블리셔일 수록 이용자에게 신용카드 번호를 요청하는 것이 쉽습니다. (그렇지 못한 퍼블리셔의 앱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결제는 애플 결제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국 (자체 결제를 구현할 수 있는) 대형 퍼블리셔 – 대부분 게임 회사일 것입니다 – 의 비용만 감소될 뿐입니다. (여기서 또 파생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감소된 비용의 얼마는 또 앱스토어의 검색 광고로 쓰이지 않을까요?)

미국, 영국, EU 당국이 각각 다른 일정으로, 각각 다른 규정을 도입할 것이라는 점은 복잡성을 높입니다. EU 당국은 사이드로딩을 허용하고, 미국은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애플(또는 구글)이 국가별로 다른 정책을 적용하게 될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서 나라별로 다른 버전의 윈도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 특기할 만한 건 지금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당국은 EU입니다만 그 쪽에서 일어나는 결제액은 전체 앱스토어의 10% 정도에 불과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중국처럼 공격적인 규제당국이 새로 앱스토어를 규제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또 벌어질까요? 


셋째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입니다. 애플,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의 주주도 아니라면, 우리들이 이 이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디지털 상품(대부분 음악과 도서(+웹툰) 콘텐츠)을 판매하는 소수의 퍼블리셔에게 이 애플의 정책은 골칫거리입니다. 한계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출의 30%에 달하는 비용을 애플에게 지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정책을 받느냐 마느냐는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겁니다. (한편 게임 회사들은 그동안 30%의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했으면서도 500억 불 규모의 게임 산업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는 그 수수료를 아끼고 싶어하겠습니다만)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에서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주장합니다

오히려 수수료보다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별 콘텐츠로 해석되는) 로블록스는 앱스토어에서 허용되지만, (구독 플랫폼인) 스태디아는 앱스토어에서 판매가 금지되죠. 누구도 그 이유를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30% 수수료나 사이드로딩이 이 이슈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당국이 바라보고 있고 문제 삼으려 하는 것은, 이 시스템 전체입니다. 

자, 이런 애플의 정책(30% 수수료 뿐 아니라 앱스토어 그 자체, 혹은 애플이 단독으로 정하는 보안 규칙 및 개발 가이드라인) 때문에 억눌려온, 중요하고, 가치있고,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일련의 소비자 행동이 존재할까요? 애플로 인해 차단된 제2, 제3의, 수많은 스태디아(같은 플랫폼들)가 있을까요?

구글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는 앱스토어에서 금지 당했습니다

아니면 그저 애플과 텐센트와 같은 공룡기업 사이 땅따먹기에 불과한 것일까요? 이 정책이 완화된다면, 그간의 게임산업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다양하고 멋진 비즈니스 모델들이 창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요?

답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게임 산업에 이 엄청난 돈이 몰려있는 이유가 애플의 정책이 게임 이외 다른 산업(예. 온라인 데이팅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 주장할 수 있습니다. iOS에서는 자체적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대규모의 소프트웨어 혹은 콘텐츠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예컨대 생산성 앱을 만드는 사람들은 초기부터 앱스토어에는 무료 평가판이나 유료 업그레이드 등의 기본적인 유료화 도구가 없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렇다고 룰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안드로이드에서 iOS에서 없던 대단한 성공을 거둔 퍼블리셔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론 우버에서 아마존, 스냅,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30% 룰이나 사이드로딩이나 하는 그런 정책들과 전혀 상관없는 비즈니스를 구축한 회사들은 아이폰에서도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 개인정보의 보호와 보안, 2) 공정 경쟁, 3) 제품의 일관된 경험이라는 이 세 가지 요소는 기본적으로 병립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은 이 중 1)과 3)에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반면 현재 논의되는 많은 정책적 논의는 1)과 2)는 달성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적으로는 굉장히 복잡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기 쉽습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모바일 앱 생태계는 앞의 세 가지를 모두 갖지 못한, 아주 작은 틈새 산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앱스토어는 당시 소프트웨어 퍼블리셔들에게, 꽤 좋은 선택지였습니다. 

특히 테크 업계에는 이 담론은 아주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 중 몇몇은 그간 교조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것들에 대한 도전일 수 있죠. 하지만 한 번쯤은 자문할 때가 되긴 했습니다. 어떤 회사에게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지만, 다수의 회사에게는 그냥 내야 할 비용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할 뿐인 이슈는 아닌지.

음, 그리고 대부분의 이용자, 대부분의 테크 회사들에게는 그다지 큰 상관 없는 그런 이슈는 아닌지.

* 애플은 2021년 1월, 퍼블리셔들에게 총 2천억 불(약 250조 원) 이상의 누적 지불액을 보고했습니다. 1년 전에는 1,550억 불이었고요. 에픽 소송 건에 따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2019년 애플의 평균 앱스토어 수수료율은 25%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다양한 수수료 할인이 있었기 때문이죠. 


“마지막 문단이 핵심 아닐까요.”

번역자 유나리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