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엔터테인먼트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번역)

*매튜 볼의 블로그 글을 번역했습니다.
쪼금 길지만, 인사이트 넘쳐요.

‘마케팅 근시marketing myopia’. 1960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오도르 레빗 교수가 주창한 개념입니다. 너무 많은 회사들이 그들이 충족시켜야 하는 고객의 니즈가 아닌, 가진 제품 그 자체로 스스로를 정의해버린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니즈가 아니라 제품에 천착하는) 이러한 규정방식은 회사들을 감을 잃게 하고 도태시킵니다. 에너지가 아니라 화석 연료 자체에 집착하다 태양열, 원자력, 지열 등의 기회를 놓친 석유 산업이나 ‘운송’이 아닌 ‘기차’에 집중하다 버스, 자동차, 트럭 등의 기회를 놓친 20세기 초 주요 철도기업들이 전형적인 사례들입니다.

경영 이론들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1990년대는 대기업들에게 가혹했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것의 이점을 증명하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마케팅 근시’라는 말은 나빠보였고 ‘시너지’라는 말은 근사했죠. 하지만 당시 블루칩이라 불렸던 회사들 대부분은 불명확한 (혹은 실험적인) 인접 산업에 도전하기보다는 집중하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주가를 높였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마존처럼 ‘대기업’을 추구하는 회사들도 인기를 얻긴 했습니다만 대부분의 시장 선도자들은 카테고리별로 뾰족하게 정리되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보다는 페이스북이, 아마존 페이보다는 쇼피파이와 스트라이프가, 인스타그램보다 틱톡이, 페이스북 데이팅보다는 틴더가 그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습니다.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이런 경향들이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마케팅 근시’ 적으로) 그들의 핵심 제품으로 바라봐왔습니다. 마블은 코믹스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마텔은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였고, ESPN은 스포츠 채널이었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50년대 직접 고안했고 현재 할리우드의 모든 경영자들이 신봉하는) 디즈니의 플라이휠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그 순환 구조의 중심에 (지금 시점에서의 핵심 제품인) IP가 있다고 종종 잘못 기억합니다.

하지만 당시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은 IP가 아니라 ‘스튜디오의 창의적 재능(Creative Talent of Studio)’과 ‘극장 영화(Theatrical Films)’였습니다.

월트 디즈니조차도, 디즈니를 근시적으로 정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극장 영화를 제작하는 회사로 말이죠.

물론 모두가 알듯 그 정의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의 영화 스튜디오는 자타공인 세계 1위입니다. (2019년 디즈니의 영화 스튜디오 사업은 2위 보다도 두 배 높은 매출, 세 배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테마파크 사업은 영화 스튜디오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미래는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OTT 플랫폼 디즈니+에 달려있는데, 그 플랫폼은 TV 시리즈를 통해 성장합니다. 극장 영화가 아닙니다.

2019년 하스브로Hasbro는 eOne이라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지 아이 죠, 트랜스포머, 배틀십 등 자사의 제품 라인업을 영화와 TV를 아우르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장난감 회사인 마텔 역시 마찬가지로 바비, 핫 휠스, 매직 8볼과 같은 자사 인기 프랜차이즈를 시네마틱 유니버스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기 스포츠 리그들은 NFT와 스포츠 베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합니다. 카지노들도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려합니다. 마블과 DC는 코믹스를 만들던 회사에서 탈피한지, 이제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넷플릭스가 테크 회사냐, 미디어 회사냐”라는 질문에 수년간 답하기를 꺼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언했습니다.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그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왜 중요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까요.


본질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란 다음의 세 가지로 정의됩니다.

  • #1. 스토리 – 스토리를 만들고 전하는 것 (Create/tell stories)
  • #2. 사랑 – 그 스토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Build love for those stories)
  • #3. 수익화 – 그 사랑을 수익화하는 것 (Monetize that love)

그리고 이걸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디즈니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 디즈니는 업계를 선도합니다. 1-2-3 모두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1 스토리 – 스토리를 만들고 전하는 것 (Creating and telling stories)


디즈니는 물론 최고의 스토리(IP)들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디즈니는 이를 전달하는 능력 역시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같은 마블 IP를 활용하는 21세기 폭스, 소니의 영화들이나 DC 코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일관되게 말이죠.

2016년 소니의 영화사업부 대표는 “우리는 (스파이더맨의) 크리에이티브를 (디즈니에게) 위임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역할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이 그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루카스는 수십년 동안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파는 일은 없을거라 공언했지만, 디즈니에게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가 마블을 다루고 성공시켰던 방식이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특기할만한 것은 조지 루카스가 다른 어떤 회사도 인수전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5년 동안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배급했던 폭스 엔터테인먼트조차 조지 루카스가 회사를 팔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이들은 ‘디즈니가 모든 IP를 독점한다’고 주장합니다만, 팬들이 디즈니의 마블 영화와 폭스나 소니의 마블 영화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뚜렷한 대조를 보입니다.

디즈니가 <판타스틱4>와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판권을 샀을 때, 수 많은 팬들이 ‘드디어 프랜차이즈를 제대로 만들 기회가 왔다’고 반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죠.

주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네마스코어

해리포터 유니버스(위자딩 월드)의 최근작 두 편은, 글로벌 박스오피스 시장이 그 프랜차이즈의 첫 등장 시점보다 150%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열편의 시리즈 중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수십 개의 스튜디오들은 지난 20년 동안 저작권이 만료된 수십 편의 서양 고전 IP(타잔, 로빈후드, 킹 아서, 드라큘라, 빨강망토, 백설공주, 그리스/ 이집트 신화, 정글북, 헤라클레스, 지킬박스와 하이드 등)들을 스크린으로 옮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잘된게 손익분기를 맞춘 정도였고, 대부분 손해가 컸죠.

디즈니라면 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곧 알게 되겠죠. 디즈니도 피터팬, 로빈후드, 인어공주의 실사영화화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IP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익과 손실을 가르는 것은 결국 실행입니다.


#2 사랑 – 팬덤을 만들고 사랑하게 하는 것 (Building Love)


디즈니가 또한 최고인 것은 IP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팬덤)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MCU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블은 자체적으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시작하던 당시 자신들의 최고 인기 캐릭터들을 쓸 수 없었습니다. (소니 등의 경쟁사에 영화 판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초기 작품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그저그랬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점차 쌓이면서, MCU는 작품 수가 거의 세 배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당 성적은 그야말로 ‘떡상’ 했습니다.

페이즈1에 해당하는 처음 5년간, MCU는 연간 1.2편의 작품을 개봉했고 작품당 (인플레이션 조정) 2.9억 불을 미국에서 벌어들였습니다. 페이스3인 2016년 이후, MCU는 연간 2.75편을 선보였고 작품당 성적은 4.5억 불에 달했습니다. 지금까지 MCU는 12편의 후속편들을 출시했습니다. 평균적으로 각 후속편들은 시리즈 전작 대비 31% 높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전편보다 성적이 하락한 작품은 딱 하나였는데, <어벤저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었습니다. 물론 이 작품도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만, 그 전편이 역대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세번째 작품(<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은 첫번째 작품(<퍼스트 어벤저>) 5년 뒤에 상영되었는데, 이 작품의 매출은 첫 작품 매출의 2.5배였습니다.

디즈니는 이렇게 만든 사랑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데 능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얼마나 많은 집의 냉장고에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나 구피와 찍은 사진을 붙여 놨을까요. 그리고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수십년이 지나 자신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아이들과 그 순간을 재현하려 하거나 배우자의 디즈니랜드 사진과 자신 것을 비교하게 될까요.

제가 전에 “디즈니, IP, 한계 친밀감Disney, IP, and “Returns to Marginal Affinity”이라는 글에서 쓴 것처럼, 사랑 혹은 팬덤은 스토리텔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소 모호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죠.

“스토리텔링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들은 정의하기 다소 모호한 영업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의 스토리를 더 사랑하도록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계량화하기 어렵습니다만, 그 사랑의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디즈니와 같은 회사들은 그 엄청난 ‘한계 친밀감’ 때문에 큰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https://www.matthewball.vc/all/marginalaffinity

이는 여러 방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영화의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와 그 멀티플(multiple)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봅시다. 이것은 어떤 영화의 총 매출을 상영 첫 주말 매출로 나눈 값입니다. 영화의 구전 효과(word of mouth) 및 재시청 가치를 진단하는 수치입니다. (저 위의 표에서 살펴보았듯이 디즈니의 시네마스코어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니면 메인 프랜차이즈에 대한 팬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스핀오프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능력을 봅시다. 예를 들어,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블랙팬서>는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팬들이 얼마나 특정 프랜차이즈를 사랑하는지는 배급 단계 중 어느 창구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가(windowing)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해당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지, 아니면 홈비디오로 풀릴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홈비디오로 보더라도 해당 영화를 살 것인지, 빌릴 것인지, 아니면 넷플릭스에 무료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지 같은 그런 고민 말이죠. ARPU는 배급 단계가 넘어감에 따라 가파르게 하락하거든요.

이 ‘친밀감’의 가치는 그 수량이 한정된 굿즈와 결합했을 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영화 티켓이나 TV 시청에는 그 상한이 없지만, 엘사 드레스는 유한하고 놀이공원의 최대 수용가능 인원은 정해져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강한 한계 친밀감은 더더욱 강력한 구매력을 일으킵니다.

디즈니랜드에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딸 때문에 엘사 드레스를 구매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가격에 민감하지 않아요. ‘조금’ 더 사랑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적은 혹은 제로 추가 비용으로도 엄청난 매출과 큰 이익으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인기 프랜차이즈는 그 밈, 움짤, 팬픽, 이론이나 비평 등을 소비(심지어 일부는 생산까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콘텐츠이자 마케팅 동력이 됩니다 (심지어 어떤 영화들은 이런 활동 덕분에 다시 만들어지기까지 합니다).

예를 들어, <왕좌의 게임> 팬 여러 명이 마인 크래프트 내에서 협업해 ‘킹스랜딩’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주요 도시 중 하나 – 번역자 주)을 가상으로 건설한 경우를 보죠.

이야기 속에서 로스앤젤레스 크기의 이 거대한 도시는 웨스테로스라는 가상의 지역을 TV 시리즈조차 담을 수 없었던 방식으로 확장되어 수백만에게 도달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희소하고, 그만큼 가치 있습니다.


#3 수익화 – 그 사랑을 수익화하는 것 (Monetizing Love)


디즈니가 최고인건 그 사랑을 수익으로 만드는 것도 포함입니다.

테마파크, 크루즈, 아이스 쇼, 브로드웨이 뮤지컬, 굿즈, TV 시리즈 등등. 그 어떤 미디어 회사도 이 이상으로 IP에 대한 사랑을 수익화할 수단을 많이 갖추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테마파크라는 것은 아마도 세계 최초의 초 개인화 소액 결제를 도입한 ‘게임’일지 모릅니다. 정글 크루즈 기념 사진은 여기서, 미키 컵케익은 저기, 패스트패스+ 이용권, 들어가서 어벤저스 아카데미 티셔츠를 입어 보세요 등등.

(업데이트: 최근 디즈니에서 발표한 것에 따르면, 새로운 스파이더맨 놀이기구에는 유료 업그레이드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스파이더맨 팬이라면 업그레이드된 웹 슈터, 힘, 개인화 장비 등을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물론 DC 코믹스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마블 만큼이나, 혹은 마블 이상으로 더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그 프랜차이즈들이 디즈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덤을 늘릴 기회나 경로가 더 적긴 하지만요. 그런데 어찌되었든 그 프랜차이즈들이 그 애정을 수익화하는 능력은, 아직 디즈니에게 비견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디즈니의 사업부별 영업이익률

동시에 중요한 것은, 디즈니가 수익화하지 않는 것은 무언인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미키 마우스 등 IP 라이센스를 다루는 ‘하우스 오브 마우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소비재 라이센싱 사업부입니다만, 재무적인 성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디즈니의 연결수익 중 10%만이 이 부서에서 나오니까 말이죠.

이건 디즈니가 소비재 자체에서는 많은 수익을 얻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소비재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에서 그 수익을 가져가게끔 하죠.

디즈니가 원한다면야 소비재 생산과 유통에 좀 더 관여해서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떤 아이든 원한다면 엘사 드레스를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밤에 <겨울왕국> 파자마를 입고 <카> 캐릭터 침대에서 잠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철학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사랑을 키우는데 절대적입니다.

스토리텔링 자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은 대신,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담당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어떤 이는 모던한 <스타워즈> 카펫을 원하는 반면, 누군가는 미식축구 팀 유니폼을 입은 미키 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싶어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는 써드파티가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도록 섭외합니다. 그 대가로 머천다이즈와 의류 판매수익의 상당 부분을 파트너에게 나눠주죠. 대신 디즈니는 이렇게 만들어진 사랑을 (더 수익성이 좋은) 다른 영역에서 수익화합니다.

스타워즈 광선검 장난감 하나를 라이센싱해서 버는 10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린아이가 수십시간 동안 스스로가 제다이 기사라고 상상하게 만드는 그 가치에 비하면 말입니다.


// 대신 그 사랑의 배신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스토리는 사랑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최소한 단기적으로, 가장 우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도 디즈니의 사례를 볼까요.

1990년대, 디즈니의 ‘비디오 직행(direct-to-video strategy; 극장상영을 건너뛰고 곧바로 가정용으로 출시하는 영화 – 역자 주)’ 전략은 엔터 업계의 #3(사랑의 수익화)에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알라딘2>, <알라딘3>, <라이온킹2>, <라이온킹 1.5>, <밤비2>, <101 달마시안2>, <인어공주2> 등의 비디오 전용 스토리를 통해서였죠.

하지만 이 작품들은 엔터 업계의 #2, 사랑을 적립하는 쪽보다는 인출하는 쪽이었습니다. 나온지 15~2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본편인 <알라딘>, <라이온킹>, <밤비>, <101 달마시안>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상술한 그 후속작들은 사랑받기는 커녕 까마득하게 잊혀졌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디즈니의 ‘비디오 직행’ 전략은 팬덤의 사랑을 무시했을 뿐만이 아닙니다. 소위 ‘디즈니 르네상스’를 끝내버렸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폭망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더 최악인 것은 15년 동안 저퀄리티 제작이 지속되면서 (월트 디즈니가 핵심이라 말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창의성이 고갈되었고, 최고의 애니메이터와 작가들이 떠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여파로 디즈니는 (20세기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발전들을 수없이 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놓쳤습니다. 픽사나 드림웍스와 같은 신생 스튜디오들은 디즈니가 그간 오래 지켜온 기록들을 수시로 갈아치웠습니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의 대표로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픽사를 인수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픽사 산하로 두었죠. 픽사가 스토리를 주도하고, 그 스토리로 사랑을 다시 일으키고, 그 사랑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수익을 다시 높이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할리우드에서 IP 기반 모바일 게임에 열을 올리는 것도, 많은 부분에서 우려되는 전략입니다. 스토리에 대한 투자(#1)도 거의 없이, 팬덤의 사랑(#2)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면서, 그저 수익화(#3)에만 올인할 뿐이니까요.)


#1(스토리), #2(사랑), #3(수익화)을 모두 훌륭하게 실행한 MCU는 비슷하게 세 개 모두를 노렸지만 실패한 프랜차이즈들과 비교해볼만 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DCEU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로튼토마토 점수 27%, 시네마스코어 B)과 <수어사이드 스쿼드>(DC유니버스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마찬가지로 로튼토마토 점수 27%, 시네마스코어 B)의 오프닝 수입은 각각 1.66억 불, 1.34억 불을 기록하며 리뷰 점수와 출구 조사는 흥행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년 후, DC의 간판 작품인 <저스티스 리그>(40%, B)는 DC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이 총출동했음에도 0.93억 불이라는 초라한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죠.

이후 마블의 새로운 <어벤저스> 시리즈는 오프닝 주에만 <저스티스 리그> 총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영화화하기 이전엔 사실상 ‘듣보’였던 <블랙 팬서>조차도 <저스티스 리그> 총 매출을 오프닝 주에 제쳤습니다.

대단한 건 마블이 23개 영화를 출시하는 동안 단 한 편만이 시네마스코어 B 성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DC는 DCEU 세번째 작품에 이미 B 성적을 두 개나 받았죠. 그나마 DC와 캐릭터빨로 같은 B점수 대비 평균 박스오피스 성적이 조금 낫긴 했지만요. 사랑을 한번 일으키면 수익이 따릅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수익은 타격을 입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디즈니의 (루카스필름 인수 이후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또한 크리에이티브에서의 의사결정과 미숙한 운영으로 팬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하향세를 겪었습니다.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는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고,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크>는 그보다도 망했습니다 (<깨어난 포스>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두번째 스핀오프 시리즈였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매출은 첫번째 스핀오프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1/3 정도밖에 안나왔습니다. 팬덤의 사랑을 해친다면, 그 후폭풍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해리포터의 위자딩 월드 유니버스 역시 흥미롭습니다. 이 세계관은 아마 그 잠재력 대비 개발이 가장 되지 않은 서구권 IP일 것입니다. (글로벌 1등은 포켓몬스터니까요) 개발이 되지 않았던 이유의 상당 부분은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가 폭망했다는 것, 그리고 J.K 롤링의 논란 때문입니다.

이 IP 프랜차이즈는 그동안 팬덤의 사랑 구축도, 그를 통한 수익 창출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말이죠.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2011년에 개봉한 이후 딱 두 편의 영화만이 상영되었을 뿐이고, 그렇다할 대작 게임도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관을 다룬 메인 소설은 2007년 마지막 권이 나왔습니다. 거의 15년 전입니다.

그 사이 연극 공연도 있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 곳에 테마파크가 들어서긴 했습니다만 해리포터 팬덤의 극히 일부에게만 접근 가능한 것들이었죠. J.K 롤링의 디지털 팬덤 플랫폼인 포터모어Pottermore는 제대로된 런칭도 하지 못한 채 2019년에 사실상 셧다운 되었습니다. 영화 판권 또한 2016년부터 NBC유니버설과 워너미디어 사이를 오가며 부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그럴거라고 하네요)

글로벌에는 못해도 수천만의 포터헤드-해리포터 팬덤-가 있습니다만 이들은 제대로 케어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 IP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콘텐츠의 홍수로 세계의 팬덤을 뒤덮고 있는 이 시대에 말입니다. 그나마 HBO Max에서 TV 시리즈를 준비 중인 것이 위안일 겁니다.


// 가장 큰 열쇠는 팬덤과 사랑

이쯤되면 분명하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팬덤의 ‘사랑’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나까진 아니더라도 적잖은 사람들이 꽤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 적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은,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이익은, 바로 팬덤과 그들의 사랑이 만들어냅니다.

MCU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스토리를 더 잘 만들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스토리로 팬덤의 사랑을 잘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티켓 파워나 코스튬 판매량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그 사랑이 캡틴 아메리카 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 예컨대 팔콘이나 완다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에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랑’은 궁극의 만병통치약입니다. <배트맨과 로빈>이 망작으로 나왔든, 디즈니가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 세 편 중 몇 작품이 뒤통수를 때렸든, 그 사랑을 가진 팬덤은 그 프랜차이즈에서 위대한 차기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못된 크리에이티브가 어떤 작품의 손익을 망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잘만 실행한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의 <만달로리안>이 증명했듯이요)

디즈니의 영화 사업부의 매출/ 영업이익 추이

이는 또한 최고로 ‘사랑 받는’ 스토리들이 적당히 ‘인기 있는’ 스토리들과 달리 (<스타워즈> 시리즈와 <터미네이터> 혹은 <파워 레인저>를 생각해볼까요) 비선형적인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밥 아이거 체제 아래 디즈니의 IP 전략이 진화한 과정 역시 이 사실을 잘 드러냅니다. 밥 아이거 체제 전반부는 <토이 스토리>, <카>, MCU와 같은 대작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를 출시하거나, 수십년 전의 인기있던 프랜차이즈를 되살리려 하기도 했습니다. <트론: 새로운 시작>, <투모로우랜드>, <존 카터>, <론 레인저>,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작품들의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그야말로 박살이었습니다. 그나마 선방한 작품들이 간당간당하게 손익분기를 맞춘 정도였죠. 이는 디즈니에게 그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품뿐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개발하는데 집중하게끔 했습니다.

(디즈니가 기존에 해체했던 스타워즈 확장 유니버스 Star Wars Expanded Universe; 스타워즈 6부작 시리즈 이외 2014년까지 소설 등으로 출판되었던 스타워즈 확장 세계관. 조지루카스의 승인 하에 직접 이를 공식 세계관에 편입되어 있었으나 디즈니 인수 후 캐넌이 리부트되며 무효화되었습니다 – 역자 주)

미디어 시장이 최근까지도 IP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왔다고 하면, 역으로 ‘사랑받는 IP’의 진정한 가치책정은 아직까지 시장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디즈니+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그동안 디즈니는 스토리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팬덤의 사랑을 일으키기 위해 그들이 직접 소비자 대상으로 OTT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직접 하지 않아도 (극장 영화를 통해) 충분히 잘나갔거든요.

디즈니는 재무적으로도 OTT 사업으로 수십억 불을 벌어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일종의 ‘무기상’ 모델이었습니다. 아마존, 넷플릭스, 애플, HBO 같은 채널에 자신들의 영화나 TV시리즈를 라이센싱하면서 이미 연간으로 60억~100억 불 정도는 벌고 있었거든요. 리스크도, 후속 투자도, 투자에 대한 회수 부담도 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손쉽게 돈을 버는 ‘무기상 모델’ 대비 분명한 차별적 우위가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 아래 모든 프랜차이즈와 그 작품들을 모아, 전체 스토리를 더 잘 전달하고 팬덤의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워즈나 MCU의 서로 연관된 작품들이 서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에 쪼개져 그들의 출시 일정에 맞춰 산발적으로 공개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스타워즈의 모든 작품들이 아마존 프라임에 올라갔다고 쳐도, 아마존 프라임은 스타워즈 혹은 디즈니를 위해 개발된 서비스가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디즈니+는 디즈니가 자신들의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고객들이 어떤 작품과 어떤 히어로를 가장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를 토대로 굿즈, 테마파크/리조트, 장난감 등 디즈니 생태계에서 어떤 것을 구매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조만간 디즈니+에는 코믹스나 리조트 이용권 상품들이 추가될 겁니다.) 이 모든 것은 디즈니가 #3, 사랑을 수익화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 하지만 사랑은 변해요. 언제나 그렇듯.

여기까지 읽으면 이 글이 스토리텔링이나 (‘마케팅 근시’를 주창한) 테오도르 레빗이 아니라 디즈니에 집중되어 있다고 느낄 겁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의 본질이 결국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모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개발하고, 그 사랑을 만들고, 이를 수익화하는 프로세스를 따라야한다는 점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전에는 스토리들이 주로 말로 구전되었습니다. 1500년대 쯤 되면서 연극으로 대체되었죠. 이후에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같이 글로 쓰인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가 <건스모크>, <론 레인저>같은 오디오 드라마로 넘어갔고, <스타워즈>, <타이타닉>,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TV는 팬덤의 사랑을 인큐베이팅하고 키워내는 최고의 대중 매체가 되었습니다. <왕좌의 게임>이나 <워킹 데드> 시리즈가 극장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지금처럼 ‘경제적인 시청층’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것입니다. (두 시리즈는 근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비슷한 이치로, TV는 <스타워즈> 같은 프랜차이즈를 되살리거나 <완다비전>이나 <미즈 마블>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데에도 사용됩니다. 이런 프랜차이즈들은 다수가 다른 매체에서 시작된 작품들이지만, 요즘은 영화 혹은 TV 시리즈로써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음악 역시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음악 산업은 전반적으로 ‘앨범’의 형태로 스토리를 전달하고(#1) 팬덤의 사랑을 일으키며(#2) 수익을 만들어왔습니다(#3).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콘서트 경험과 음악이라는 예술의 형식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반면 음악 생산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 결과, ‘콘서트’가 앨범의 스토리를 전하고 사랑을 일으키며 수익을 가장 잘 일으키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수의 아티스트들에게 자신들 수익화 전략의 핵심은 음악에 있지 않습니다. 음악은 그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하고 사랑을 주입하는 어떠한 매개일 뿐이죠.

칸예, 리한나, 제이Z 등은 음악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법니다. 메날두나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투자자 크리스 딕슨은 최근 음악 관련 NFT의 비전을 주장하며,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이후 처음으로 아티스트들이 그저 ‘오래된 것(노래)를 새로운 방식으로 팔던 것’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팔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트래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콘서트 역시 엄청났습니다. 그 90분 동안 그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사람들은 무려 3,000만 명이었습니다. 그의 핵심 팬덤과 일반 팬, 일반 대중과 ‘머글’들까지 모두가 한데 뒤섞여서요.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포함해 지구상 그 어떤 곳에서도 이 정도의 도달과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경험은 없습니다. 코로나 시국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스캇이 콘서트 도중 최초로 공개한 노래(The Scotts, a collaboration with Kid Cudi)는 그 다음주 바로 빌보드 차트 1위로 데뷔했습니다. 노래에 참여한 키드 쿠디의 첫 빌보드 1위곡이자, 2020년 한해 발표된 곡 중 최고의 성적을 거둔 곡이었죠.

1-2-3의 끊임없는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소위 구독형 OTT(D2C SVOD)를 넘어 어떻게 바뀌어갈지 보여줍니다. 가장 분명한 변화는 경계를 넘은 비디오 게임, 상호작용과 트랜스미디어,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입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트렌드는 경쟁 구도를 포함해 우리가 어떤 스토리를 사랑하게 될지, 얼마나 좋아하게 될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입니다.


사랑의 첫 번째 변화 – 새로운 개척지, 게임

지난 20년 동안 <트와일라잇>에서 <왕좌의 게임>까지, 수많은 신규 프랜차이즈 IP들이 탄생하고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타워즈’나 ‘마블’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그 인기를 더욱 키웠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많은 사랑을 새롭게 불러일으킨 매체는 비디오 게임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IP를 만들거나 오래된 서구의 IP를 리부트해 영화화/TV시리즈화 해오던 할리우드가 왜 지금 <헤일로>, <슈퍼마리오>, <디아블로>, <소닉>, <젤다의 전살>, <라스트 오브 어스>, <바이오 쇼크>, <메탈 기어 솔리드>, <폴아웃>, <포켓몬> 등을 영화화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이제 여러 세대에 걸친 팬덤의 사랑을 확보했고(#2), 여러 차례 리부트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스토리텔링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드높일 수(#1) 있었거든요.

우리는 게임이 사랑을 일으키는(#2) 강점(몰입감, 상호작용성 등)들이 엄청나다는 걸 압니다. 왜냐하면 아직 상대적으로 게임 스토리텔링(#1)의 힘은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집에서 영화를 볼 때보다 영화관에서 (그리고 집에서 혼자 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볼 때) 훨씬 더 많이 웃게 됩니다. 게임은 이러한 ‘사회성’과 ‘집단 스토리텔링 경험’의 잠재력을 잘 증명하는 매체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게임 배급사들이 자사 IP를 영화화/TV시리즈화하는 이유가 수익화(#3)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사의 콘텐츠에 대한 팬덤의 사랑(#2)을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1)로써 일으키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시총 1.9조 불인 마이크로소프트는 300억 불짜리 바이아컴CBS에게 <헤일로>의 TV 시리즈 제작 (올해 파라마운트+에 출시될 예정) 수수료로 그깟 몇 백만 불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수수료가 헤일로 게임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해주지도 않을 거예요.

이렇게 게임 개발사들이 IP 프랜차이즈에 대한 사랑과 팬층을 구축하기 위해 할리우드에 비용(수익의 대부분을 영화화/시리즈화에 넘기는 형태로)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만큼, 현재 힘의 균형이 선형적 스토리 구조의 비디오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넘어갔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요. 앞으로 고민해볼 만한 소재입니다.

게임 업계가 팬덤을 일으키기 위해 할리우드에게 게임 스토리를 영화화/시리즈화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만큼이나 할리우드 역시 게임 회사들에게 자사 프랜차이즈의 게임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할리우드는 존재론적인 위기를 마주한 채 입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EA는 딱 하나의 ‘스타워즈’ 작품만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EA는 멀티플레이어 게임(<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 싱글플레이어 프랜차이즈(<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멀티플레이어 우주전 게임(<스타워즈: 스쿼드론>), MMO(<스타워즈: 구 공화국>)를 갖고 있으며, 소문에 따르면 인기 MMO 시리즈(<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의 속편과 첫 두 타이틀에 대한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넓게 보면, 1983년 영화 <제다이의 귀환> 이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최고의 스토리는 영화나 TV 시리즈가 아니라 게임(대부분은 EA)에서 나왔습니다. 팬들은 2019년의 <어벤처스: 엔드게임>보다 2020년의 <포트나이트: 어벤저스 Mod>에서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임에서의 경험은 디즈니의 테마파크, 굿즈, OTT보다 훨씬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닥터 둠이나 쉬헐크 같은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한 것이, 수십년의 프랜차이즈 역사 중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이들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하고 있습니다.

많은 면에서 이건 디즈니에게 이득이 되는 현상입니다. 더 많은 스토리, 더 많은 사랑, 더 많은 수익화. EA도 마찬가지입니다. 커져가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해 더 많은 스토리의 지분을 가져가고 (#1), 더 많은 사랑을 일으키며 (#2),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3) 있었습니다. EA가 게이머와 직접 관계를 맺고 데이터도 수집하는 만큼, 이를 통해 직접 소비자 대상이ㅡ 미디어 플랫폼과 스토리텔링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겠죠.


루카스필름 게임즈는 최근 유비소프트 등 다른 게임 회사들과도 협업하며 스타워즈 라이선스를 다각화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는 디즈니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게임 생태계에서 발전하는 정도를 확장하고 조정하기 위함입니다.

한 곳의 게임사(예. EA)에만 종속되는 것은 디즈니가 그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를 만나 가장 창의적인 스토리를 전달하고, 사랑을 가장 잘 일으키는데 도움되지 않습니다. 게임 산업 자체가 모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가장 빠르게 수익성이 좋은 카테고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고요.

게임은 비디오 스트리밍과는 다르게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그저 적당한 게임 개발사를 하나 인수해서 디즈니 IP 게임들을 자체 개발하는 걸로 그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선형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디즈니가 기출시된 스터워즈 및 마블 게임들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여서 시간이 지나 “되찾아 올 수”도 없습니다. 디즈니 영화들에 비해 그 게임들은 다시 플레이 하고 싶은 수요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에요.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를 마텔에 라이센싱해서 방패 모형을 만드는 것과 다릅니다. 게임은 훨씬 더 많은 내러티브를 필요로 합니다. 사업적으로도 훨씬 더 중요하며, 훨씬 특수합니다.

미디어 회사가 단순히 ‘팬덤’을 위해 진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게임과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제대로 투자해야 합니다. 사용자 데이터에 대해서도 진심이어야 합니다. 라이센싱만으로 위대한 게임 스토리나 비디오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임 개발사들 입장에서도 보통 자신들 최고의 창의적 역량이나 컨셉을 라이센싱 타이틀에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죠. 개발사는 자신들이 영구적으로 라이센싱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타이틀에 최대한 집중해 최대의 수익을 내고 싶을 겁니다.

이 모델은 물론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요. 라이센스를 제공받은 업체는 IP의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당장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테니깐요.

EA에서 제작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 이러한 문제가 터져 디즈니에서 공개적으로 해당 게임의 수익화 모델을 비판하고 변화를 압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본인-대리인 문제를 빼고 보더라도 라이선스를 제공받은 입장에선 라이선스 제공사의 다른 목표들(예를 들어, 영화 티켓이나 상품 판매량)을 도울 필요가 없는거 아닐까요.

디즈니의 밥 아이거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리더였습니다. 그는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규모의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결정적으로 놓쳤던 부분 역시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에서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디즈니 전체에 게임 업계로의 도전들이 지속적으로 실패할 것이며, 디즈니가 해당 카테고리에 직접 진입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 것이 그것입니다. 2019년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그가 말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물론 산업의 규모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두 아시듯 지난 몇 년간 저희도 자체 퍼블리싱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회사를 사기도 팔기도 했고 개발사를 사거나 접기도 했습니다.

몇 년 간의 경험을 종합해 보니 저희가 자체 퍼블리싱을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반대로 자본 투입이 크게 필요 없는 라이센싱은 잘 했죠. 저희는 반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을 투입하고 있었더라구요. 투입할 자본은 충분히 있지만, 저희는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퍼블리싱이 아니라 라이센싱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라이센싱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쌓았습니다. 특히 EA와 ‘스타워즈’ 관련 파트너십이요. 저희는 라이센서로서 계속 남은 채 저희의 자본은 다른 곳에 투입하려 합니다. 저희는 영화와 TV시리즈, 그리고 테마파크, 크루즈선 등을 잘 만듭니다. 저희는 게임 퍼블리싱에 있어서 그만한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전 CEO

디즈니는 아마 여러 이유로 게임 분야에서 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회사 스스로 그럴 생각이 있어야겠죠. OTT 서비스에 진출하겠다고 결정할 때처럼요.

만약 월트 디즈니가 플라이휠을 그리던 당시에 ‘게임’ 카테고리가 존재했더라면, 게임이 변두리에 배치되진 않았을 겁니다. 여러 서드파티와 돌아가며 크리에이티브와 배급을 도맡도록 했을 리는 더더욱 없구요.


사랑의 두 번째 변화 – 궁극의 개척지, 트랜스 미디어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위쳐>가 공개되었을 때, <위쳐 3>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 수는 3~4개 뛰었고, 출간된지 30년이 된 원작소설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올라 미국에서만 50만 부가 재발행 되었습니다.

조지 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는 출간된지 15년 동안 1,500만 부 정도 팔렸지만, <왕좌의 게임>이 TV시리즈로 방영된 이후 10년 동안은 9,000만 부 이상 팔렸습니다.

이게 정확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사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점차 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줍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할 지라도요.

그리고 스타워즈, 마블, DC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영화와 TV 시리즈, 만화를 서로 결합하고 있는 걸 보자면 (반대로 포트나이트는 만화 영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업계의 다음 ‘페이즈’에는 게임을 향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버츄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과 게임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은 이 트렌드를 엄청나게 가속화할 거예요. 현실 스튜디오와 가상 스튜디오의 작업실(digital backlot)은 곧 결합해 완전히 가상의 영역에 들어가고 디지털 애셋은 여러 프로덕션에 공유될 겁니다.

이걸 해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IP와 다양한 역량, 그리고 서로 다른 사업부와 크리에이티브 간의 유래없이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죠.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고, 해낼 수 있을 만한 곳들도 몇 없죠. 아마존, 구글, 애플 같은 주요 테크 회사들은 IP, 게임 혹은 비디오 영역에 약합니다 (어쩌면 세 영역 모두에 약할 지도 몰라요).

디즈니는 IP 분야에서 압도적이고 이미 영화를 TV시리즈화 하는 등 트랜스미디어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상호작용이 가능한 애셋은 없죠. 하지만 이건 인수로 쉽게 상황을 뒤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마파크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여기에 적용할 가능성도 무시 못하죠.

워너브라더스 또한 특이하게도 게임, 영화, TV시리즈 모두 잘하며 직접 소비자 대상으로 서비스하는(direct-to-consumer) 플랫폼 HBO Max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세계관 기반 소셜 게임을 만드는 역량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후보에는 소니도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소니는 그 어디보다도 전세계의 공감대를 형성한, 그리고 내러티브를 갖춘 스토리 IP많이 개발했을겁니다. <갓 오브 워>, <언챠티드>, <데스 스트랜딩>, (플스용) <스파이더 맨> 시리즈 까지. 더 대단한 건 소니가 이것을 분산화된 스튜디오 모델로 이뤄냈다는 점입니다.

이런 타이틀들은 (<메탈 기어 솔리드>처럼 다른 게임기반 IP까지 포함해) 이제 소니의 프로덕션을 통해 영화나 TV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소니는 자체 버추얼 프로덕션 부서까지 갖췄습니다.

소니 이머시브 스튜디오(Sony Immersive Studio)는 소니 뮤직과 함께 매디선 비어의 VR 콘서트를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예시1, 예시2) 소니는 세계 최고의 콘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을 갖췄을 뿐 아니라, 에픽 게임즈와의 긴밀한 파트너십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니의 가장 큰 장애물은 통합된 사업전략에 있습니다. (소니는 그 모든것 갖추고서도 MP3, 스마트폰, 케이블TV, OTT 등 그동안 시장기회들을 놓쳐왔으니까요) 소니는 그리고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UGC,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대한 대응에는 취약한 편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미 글로벌 최고의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디즈니를 꿈꿔왔죠. 지난 2년 동안에만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핀오프 게임들을 세 개나 출시했습니다. (모바일 MOBA, 트레이딩카드 게임, 그리고 오토배틀러) 앞으로 여러개가 더 출시될 예정이고요.

올해에는 또한 <아케인>이라는 제목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직접 제작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소문에 따르면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기존 기록을 몇 배나 뛰어넘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멤버들로 구성된 가상의 K-pop 걸그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번이나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 있으며, 첫 뮤직비디오는 한달 만에 유튜브에서 1억 뷰를 달성(지금은 4.5억 뷰)했어요. 작년 가을 라이엇 게임즈는 처음으로 CMO – 최고 마케팅 담당자 -를 고용했습니다.


닌텐도 역시 만만찮습니다. (작년에 자세히 말씀드렸듯 말이죠) 이 회사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에 자사 IP를 써드파티를 통해 확장하려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었죠. 크리에이티브에서도,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말이에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슈퍼 쇼!>는 별볼일 없었고, <슈퍼 마리오> 영화는 악평이 자자했으며 (필립스에서 만든) CD-i 콘솔용 <젤다의 전설>은 최악이었습니다.

이런 실패 때문에 안그래도 보수적이었던 닌텐도는 모든 라이센싱을 극단적으로 줄였습니다. (닌텐도는 포켓몬 컴퍼니의 지분을 1/3 안되게 가지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에 개입하지 않죠. 그런데 그들은 소비자 굿즈 및 애니메이션 비즈니스를 아주 크게 운영합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들어 다시 닌텐도는 빠른 속도로 문을 열었습니다. NBC유니버설과 협업해 여러 개의 테마파크를 동시에 개발하기로 계약하는 한편, 산하의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대표작: <미니언즈>, <마이 펫의 이중생활>)와 함께 30년만에 처음으로 닌텐도의 자체 영화인 <슈퍼 마리오>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레고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고, 중견 스타트업인 벨란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AR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로 하기도 했어요.

닌텐도의 진화는 게임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TV 시리즈에서 얻을 수 있는 라이센싱 수익이나 영화의 수익배분은 자체 게임이 히트할 때의 수익에 비하면 작을 겁니다. 게다가 잘못 만들기라도 하면 팬덤의 사랑에 커다란 해를 끼칠 수도 있겠죠. (예를들어 플레이어들이 실망하거나, 심지어는 부끄러워하거나요)

하지만 오늘날 인기 TV 시리즈나 영화 이상으로 팬덤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닌텐도의 라이센싱 규정과 전략은 좀 특이한 편입니다. 특히 닌텐도는 규정상 미래 게임 개발에 제한이 될 수 있는 스토리나 캐릭터, 특성의 변화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는 스토리를 개발함에 있어서 굉장히 포괄적인 제약입니다. 스토리의 개발(#1)과 수익화(#3) 모두에 제한이 될거에요.

닌텐도에게 게임이 아닌 모든 건 현재의 플레이어 혹은 앞으로의 플레이어를 키워내고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닌텐도는 수익 극대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그저 가능한 최고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만 집착하죠.


// 그래서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영화나 TV 시리즈를 직접 만드는 곳이라 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개발하는 곳이라 하지도 않아요. 그들은 ‘스토리 자산(IP)’를 관리하고 운용합니다. 더 깊은 친밀감, 즉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말이죠.

이전의 미디어 산업이 동작해온 방식과 전혀 다릅니다. 일견 마진이 박해보이는 비즈니스, 상품, 작품들이 손익계산서 상에 계상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입었던 파자마에 어떤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는지와, 지금의 우리가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라는 영화나 시리즈물(혹은 그렇지 않은 영화나 시리즈물)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세요.

워너브라더스의 DC,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 산하의 코믹스 부서들의 매출은 작아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적자를 내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코믹스는 여전히 스토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팬덤의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저비용의 매체입니다.

대부분의 MCU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소개되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코믹스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MCU의 마에스트로 케빈 파이기에게 그가 이끄는 영화들이 코믹스(혹은 영화계) 전반의 수준보다 몇 단계 앞서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코믹스야말로 새로운 스토리들이 탄생하고, 발견되며, 정제되는 곳입니다.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마일즈 모랄레스는 2011년에 (코믹스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올해 자체 MCU TV 시리즈가 제작될) 미즈 마블은 2013년에 데뷔했습니다. MCU TV 시리즈에서 아이언맨의 역할을 물려받게 될 리리 윌리엄스는, 5년쯤 전 코믹스로 소개되었습니다.


한편 이는 할리우드에게 ‘비디오 게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소비자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것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게임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소셜’해집니다. 더 ‘몰입감’을 높이고 있고, 더 ‘깊은 내러티브’를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TV/비디오 매체의 변화와 게임의 변화를 비교해 봅시다. 2021년의 MCU 영화나 TV 시리즈들, 2008년의 <아이언 맨>에 비해 물론 더 상호유기적이고 복잡하며 비주얼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아주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게임은 완전히 새로 태어났습니다. ‘라이브 서비스’, ‘소셜 멀티플레이’, ‘UGC’ 등을 통해서 말이죠. 몇년만 더 지나면 수백만 명이 실시간 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스스로가 토니 스타크가 되어(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직접 모델링하진 않겠지만 대체로 꽤 비슷하겠죠) 라이브 이벤트에 참가하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조금만 더 지나면 이런 기술들이 더 긴밀하게 통합되어, 매주 TV 시리즈의 형태로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인터랙션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디즈니가 갖고 있는 ‘팬덤의 사랑’의 큰 무기인 테마파크와도 연결됩니다. 디즈니+의 성공을 위해 디즈니가 가장 활용하기 쉬운 자산은 가장 강력하고 수익성이 좋으며 경쟁 진입장벽이 높은 테마파크입니다.

제가 전에 ‘디지털 테마파크 플랫폼: 미래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사업(Digital Theme Park Platforms: The Most Important Media Businesses of the Future)’라는 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죠.

“이 사업부가 디즈니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계량화가 거의 불가능하.. 재무적인 역할은 너무 당연하지만.. 그러나 어릴적 자신의 영웅에게 포옹받는 기분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 자신이 직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IP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하고 평생 남을 일입니다.”

하지만 디즈니 테마파크의 문제는 디즈니 팬(특히, 소득이 적거나 해외에 있는 팬들에게는 더더욱) 중 극히 일부에게만 도달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확장하기 위해선 수백억 불의 투자와 십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디즈니 경쟁자들이 그 중요성과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를 가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테마파크는

“항상 열려 있으며 어디에나 존재하고, 친구들로 가득하며, 코로나19에도 안전합니다… 더욱 더 (어쩌면 무한히) 많은 놀이기구를 탈 수 있으며, 이 놀이기구는 물리법칙이나 안전을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전부 다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 되고 개인화 되죠. 이런 디지털 테마파크는 또한 아바타, 스킨 등을 통해 자기표현의 기회도 더욱 크게 제공합니다”.

아마 곧 모든 팬들은 진짜 아이언맨에게 포옹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테마파크에서 말이죠.


IP 홀더들이 (당연히 여러모로 도움은 되겠습니다만) 반드시 게임 스튜디오를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최소한 모든 IP 소유자들은, 단순히 판권 판매에 대한 과금(MG, GG, 아바타 캐릭터 라이센싱)을 넘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게 이 산업에 주는 의미가 무엇이냐고요? 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난 수십년 동안 살펴보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더 (more)’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좋아하는 스토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더’ 자주,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하고 싶어합니다.

종종 우리는 디즈니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끝낼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닌가 불평하거나, 후속작들이 이전 작품들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투덜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때 무언가가 끝나길 바라는 것 같으면서도, 진심으로 그것이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스타워즈> 7~9 에피소드에 질렸더라도, <만달로리안>과 그 다음 시즌을 기다립니다. 1~3 에피소드를 썩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이완 맥그리거가 ‘오비완 캐노비’로 돌아온다는 스핀오프 제작 소식에 반색합니다. <스타워즈> 게임은 두 개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네 개가 있어도 부족하잖아요.

지난 1년 반 동안 게임 업계에 있었던 일들을 보세요.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며 더 많은 사람들디 더 많은 시간 게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늘어난 시간의 대부분은,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래 좋아하던 게임을 더(more) 플레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가장 인기있는 스토리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우리가 끝없이 우리의 최애들에게 더 많은(more) 것을 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IP 프랜차이즈 수는 150개 정도의 일종의 상한선(던바의 숫자라고도 부르죠)에 이르게 될 겁니다.

마블(혹은 그런 규모의 프랜차이즈)이 더 큰 스토리로 사랑을 만들고 돈을 벌면 벌 수록, 파워레인저나 다크 유니버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성장할 여지는 제한될 것입니다.

모션캡쳐와 VR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다양한 히어로 영화들을 봅니다만, 그 모든 히어로들을 아바타로 체험하고 싶은 것은 아닐 겁니다. AR 게임도 그렇습니다. 포켓몬이나 어벤저스와 함께 폰을 들고 주변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물론 즐거운 일입니다만, 그럴 만한 캐릭터는 그리 많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선택받은 소수의 스토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전엔 스토리들이 코믹스, 게임, 영화, TV 등 각 매체별로 1위 경쟁을 했습니다. 여러 승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각 영역의 승자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 제한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머지 않아 모든 프랜차이즈들이 모든 매체에 대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게 될 겁니다. 승자는 영화, TV시리즈, 게임, 팟캐스트 할 것 없이 모든 카테고리를 제패하며 그들을 사랑하는 팬덤과 상호 인터랙션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꾸준히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팬들은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시간을 쓸 이유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작은 스토리들이 앞으로 존재하거나 소비되지, 혹은 인기를 끌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대체로 메인이 아닌 사이드 디시 같은 느낌이 될 것입니다. 지금 박스오피스에 인디 영화들이 종종 걸리곤 하듯이 말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스토리 프랜차이즈가 떠오르고, 기존 프랜차이즈가 스러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IP 산업은 훌륭한 스토리(#1), 팬덤의 사랑(#2), 수익화(#3)의 루프로 움직입니다. 이를 가장 잘하고, 가장 많이 하는 쪽이 이길 겁니다. 당연하게도, 그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