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닥늬우스의 2021년 이슈 탑10

이거 이번주면 올해가 끝나더라구요? 바쁘다는 핑계로 하라는 번역은 안하고.. 오리지널 포스트도 안쓰고.. 하다가 올해가 넘어갈 것 같아서요. 연말 이슈를 빌려 미뤄왔던 뉴스도 좀 찾아보고..? 해봤습니다. 좀 길어요?

아, 이글을 읽기 전에 하나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바닥늬우스 필진들이 속한 업계 혹은 관심사를 알고 보시면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여러분의 관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아니 한국 콘텐츠가 이리 잘나가?

  • 국뽕부터 충전합시다.

사실 작년 2월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이 상을 쓸어갈 때만 해도 음 정말 척박한 땅에 한줄기 꽃이(예전에 김연아가 그러했듯) 피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돈을 투자할 때에도, 뭐 한국 사람들은 한국 콘텐츠만 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이 솔직히 있었죠.

아 근데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한 봉준호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었을까요. 그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로 터져버렸습니다. 4월 아카데미에서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작년말에 공개된 영화 <승리호>와 드라마 <스위트홈>이 생각보다 되게 잘되어버린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브리저튼>이나 <기묘한 이야기>, <위쳐> 보다도 위대한 성과를 내어버린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있습니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그냥 좀 특이한 드라마다.. 싶더니만 설정이나 미술, 대사가 밈이 되면서 글로벌로 미친듯한 인기를 끌어버린거죠. <오징어 게임>은 지금 이시각(12/29)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탑10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습니다.

그 뒤에 나온 <마이네임>이나 <지옥>도 그렇고, 며칠전 공개된 <고요의 바다>도 그렇고. 이제 한국 언론들은 ‘글로벌 1위를 했냐마냐’를 궁금해합니다. <슬의생2>, <갯마을 차차차>나 <연모> 같은 로맨스물도 꾸준히 글로벌 탑10을 찍어줬으니까요. 근데 아니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콘텐츠 강국이었다고.. 1년 전만 하더라도 만드는 것 자체에 신기해하던 나라의 이리 빠른 테세전환이란..

사실 넷플릭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미 작년부터 세계 탑클래스였던 BTS의 <Butter>는 올해 가장 오랜기간 빌보드 1위에 오른 곡입니다. <Permission to Dance>가 막 나왔을 때에는 초특급 가수들만 한다는 집안싸움을 빌보드에서 해버리기도 했죠. BTS만큼은 아니지만 코첼라에 설 정도가 된 블랙핑크,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어가는 에스파도 있고요.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등 20여년 전 DJ 정부에서 씨를 뿌린 한류가, 이제 드디어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응 콘텐츠 잘나가, 그러니 맛좀 봐라 돈맛좀

  • 콘텐츠 판의 콥뎁CorpDev 광풍

콘텐츠 판의 올 한해는 정말 근 몇년 아니 한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콥뎁- 기업간 투자, 인수, 제휴 등 전략적 딜-이 일어났던 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누가 누군가를 사고, 누구와 지분관계를 맺고, 전략제휴를 하고 하는 소식이 터져나왔어요. 그것도 글로벌 레벨로 말이죠.

// 카카오

시그널] 카카오엔터, 美증시 상장 검토…'20조 원 기업가치 기대'

가장 앞서있는, 그리고 불을 지른 회사는 아무래도 카카오입니다. 여러분, 1년 전만 해도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는 별도 법인이었어요. 그 두 회사가 몸을 합친 것이 올해 1월입니다.

그 두 회사가 몸을 합친 걸 계기로 다른 회사들을 사들이고 피를 섞는 자본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웹툰 CP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올핸 스케일이 더 커졌습니다.

  • 1월 카카오페이지/ 카카오M 합병 발표       
  • 5월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 웹툰 플랫폼 타파스 각각 5천억, 6천억에 인수
  • 5월 스트리밍 솔루션 아이앤아이소프트 인수 (250억)
  • 5월 전자책/ 웹소설 레이블 KW북스 인수 (30억)         
  • 5월 카카오재팬 (이후 카카오픽코마) 6천억 투자유치 (8.8조원 밸류)
  • 7월 제작사 바람픽쳐스 유상증자
  • 8월 김계란의 3Y코퍼레이션 인수 (180억)
  • 8월 유희열/유재석의 안테나 인수
  • 9월 (카카오에서 분사된) 멜론 합병
  • 9월 제작사 영화사 집 인수
  • 10월 콘텐츠 번역 서비스 키위미디어컴퍼니 인수
  • 12월 돌고래유괴단, 스튜디오좋 인수
  • 12월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인수 (래디시에서)

// 네이버

네이버 CFO '네이버웹툰, 美 증시 상장 검토할 수도' : 클리앙

카카오의 직접적인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도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카카오와의 차이가 있다면, 네이버는 확실히 카카오에 비하면 ‘플랫폼’에 투자를 해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카카오가 IP를 직접 핸들링하며 사업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에 비해, 네이버는 IP는 CP들에게 일임하고 스스로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는 느낌이에요. 왓패드, 태피툰, 문피아를 인수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루머로 돌았던 예스24 인수가 성사되었다면.. 더 대단했을 듯.

  • 1월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6,600억)        
  • 1월 세미콜론 스튜디오 증자         
  • 3월 태피툰을 서비스하는 콘텐츠퍼스트 인수 (25%를 334억)
  • 3월 플레이리스트 250억 투자유치        
  • 4월 미국법인(웹툰스튜디오, 이후 왓패드웹툰스튜디오)에 2,040억 유증
  • 6월 티빙에 400억 투자         
  • 7월 미국법인 왓패드웹툰스튜디오 통합. 천억 펀드 조성        
  • 8월 예스24 인수 루머(이게 되었다면!)        
  • 9월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인수 (36.08% 1,082억, 이후 유증해서 56%, 1,700억)
  • 11월 네이버웹툰 유증 (720억)
  • 11월 제페토(네이버제트) 투자유치 2,200억원
  • 12월 애니 회사 로커스 인수 234억

// CJ ENM

티빙 등 미디어 부문 성장 지속…CJ ENM 영업익 24%↑-인베스트조선

네이버의 콥뎁은 CJ와 적잖이 엮입니다. 작년 10월 네이버와 CJ가 그룹 차원의 제휴를 할 때만 하더라도 두 회사가 콘텐츠로 이렇게 진심으로 할 줄은 몰랐는데, 꽤 양사가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만과 태국의 1등 메신저인 라인에 티빙을 붙여서 콘텐츠로 글로벌을 가기도 하고, 이번달에 발표난 ViacomCBS와의 딜에는 네이버웹툰의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가 같이 들어가있어요. (카카오와 SKT는.. 제휴한거 기억은 하고 있겠죠?)

그리고 CJ ENM은 제2의 스튜디오드래곤을 만드는 것에 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엠메이커스와 모호필름, 밀리언볼트와 같이 유명 감독들이 차린 제작사들을 인수하고 있는데, 이게 딱 스튜디오드래곤을 만들 때 했던 플레이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본사 일부를 스핀오프 한 것에 외부 제작사를 더해 덩치를 키우고 상장. (아마 승계와도 엮여있을테고요)

또 넷플릭스 이후 한국의 소위 ‘tvN표 드라마’가 세계에서도 먹어주는 것을 경험한 CJ는 글로벌에 대한 자신감도 꽤 붙은 듯 합니다. 혹은 넷플릭스와의 협상력에서 단순 CP가 아니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거나요. 작년 스카이댄스에 투자한 것에 이어, 토에이나 엔데버, 바이아컴과 같은 글로벌 대장급 업체들과 전략적 딜을 해오고 있는 것이 그 정황인 듯 하네요.

  • (10월) 네이버 지분스왑        
  • 6월 티빙이 네이버로부터 400억 투자유치
  • 8월 제작사 엠메이커스 인수 (강제규 김현석 조의석 이병헌 감독, 330억)
  • 8월 제작사 모호필름 인수 (박찬욱 감독)
  • 9월 애니제작사 밀리언볼트 인수 (라바 맹주공 감독)
  • 10월 일본 애니제작사 토에이와 제휴        
  • 11월 본사 제작본부 물적분할, 미국 법인 유증
  • 11월 <라라랜드>의 엔데버 9,200억에 인수
  • 12월 ViacomCBS 전사제휴, 파라마운트+, 티빙,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
  • 진행 중- 스엠 인수, 티빙 3천억 투자유치

// 컴투스-위지윅스튜디오

컴투스, 메타버스 기업 '위지윅스튜디오' 경영권 인수 | Save Internet 뉴데일리

의외로(?) 올해 콘텐츠 판에서 콥뎁을 가장 과감하게 하고 있는 곳은 범 컴투스 연대입니다. 원래 느슨한 지분관계 정도였는데 올 8월 컴투스가 위지윅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하나가 되었죠.

위지윅은 원래 VFX회사인데, 지금 하고 있는 플레이를 보면 소프트뱅크나 SK스퀘어 같은 투자 홀딩스가 같은 느낌입니다. 될성부른 회사들을 빠르게 사들여서 서로 덩치를 합치거나 해서 빠르게 상장시키는 역할. 시장의 유동성을 최대한 끌어오는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건 이들은 네이버와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카카오가 A to Z를 다하려하고, 네이버가 플랫폼에 집중한다면 범 컴투스는 채널이나 플랫폼에 해당하는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철저하게 CP 사이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마 게임회사의 DNA가 있는건지.. 과감하게 베팅했다가 크게 먹겠다는 그런 전략인듯.

  • (12월 <승리호> 제작사 메리크리스마스 인수 (120억))        
  • 2월 컴투스 웹소설/웹툰 레이블 엠스토리허브 인수 46.5억(18.6%)            
    • 8월 엠스토리허브 지앤지프로덕션 인수             
    • 9월 엠스토리허브 팩트스토리 지분 10억 인수         
  • 4월 위지윅 고즈넉이엔티 인수         
  • 6월 위지윅 라바 제작사 골드프레임 인수
  • 7월 위지윅 후작업 에프포스트 인수 (60%, 100억)         
  • 8월 컴투스 1,600억 투자해서 경영권 인수 (38.11%, 4월 450억 포함)        
  • 8월 위지윅 자회사 엔피 상장
  • 11월 런닝맨 제작사 얼박웍스 인수 (60억)
  • 12월 정우성, 이정재의 아티스트 컴퍼니 인수 (1,050억)

// 기타

 jtbc         

  • (12월 프리아이피오 4천억 투자유치)
  • (12월 앤솔로지 스튜디오 인수 (송강호, 김지운, 최재원 대표, 230억))        
  • 1월 티빙 200억 투자        
  • 2분기 콘텐츠지음 인수 (159억, 이태원클라쓰 제작사)
  • 2분기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인수 (450억, 디피/ 지옥 제작 변승민 대표)
  • 2분기 프로덕션 에이치 인수 (234억, 황창우 대표, 라온마 제작)

하이브         

  • 1월 브이라이브 위버스 통합, 네이버와 4,119억 딜
  • 4월 스쿠터 브라운의 이타카 홀딩스 인수 (1.19조)
  • 6월 4,455억 유증         
  • 11월 제페토 투자         
  • 11월 두나무 투자 5천억(5.57%), 미국에 NFT관련 JV 설립한다고 알려짐

앞선 네 업체들에 비해 대단하진 않지만 주목할만한 회사들입니다. jtbc는 CJ ENM의 하위호환 같은 딜로 보이고, 하이브는 기존에 있지 않던 방식의 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하이브는 테크에도 꽤 진지한 것 같은데, 내년에 어떤 결과물들을 내어놓을지 기대됩니다. 사실 지금 하이브는 자사 최고의 자원인 BTS 입대를 생각해서라도 미래먹거리를 찾아야 할 상황일거라서요.


유동성 대잔치, IPO도 대잔치

  • 대장급 IPO들

사실 콘텐츠판만 특별해서 자본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려 하기 때문에 콘텐츠판에’도’ 돈이 흘러들어간 것인데요.

그렇다면 자본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개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간 상장을 기다려왔던 유니콘들이 줄줄이 상장했고, 엄청난 덩치를 인정받았습니다.

(SK계열사.. 같은 공룡들은 제외하고, 소위 이바닥 업체로 분류되는 곳들만 리스트업했습니다. 괄호안의 숫자는 상장시기, 그리고 현재(12/29) 시총입니다)

  • 쿠팡(3월, 60조)
  • 로블록스(3월, 70조)
  • 코인베이스(4월, 70조)
  • 로빈후드(7월, 20조)
  • 크래프톤(8월, 22조)
  • 카카오뱅크(8월, 28조)
  • 카카오페이(11월, 22조)

지금까지 이바닥늬우스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글이 바로 위의 쿠팡 상장신청서 번역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주가가 반토막이 나서 뭇 사람들을 눙물나게 하고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쿠팡이 기업가치 100조를 넘보던 때였어요.

아니 뭇 업자들이 서로 술자리에서(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앞다투어 걱정하던 적자투성이 회사가 100조라고? 하면서 모두들 적잖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 10월 상장한 빅히트가 기존의 엔터3사를 훌쩍 뛰어넘었고, 크래프톤은 3N을 뛰어넘는 덩치가 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도합 50조의 시가총액인데, 이정도면 국내 어떠한 금융사도 감히 비빌 수 없는 덩치에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메타버스의 대명사 로블록스, 코인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IPO를 꿈꾸는(?) 유니/데카콘들

  • 점점 커지는 유니콘들

상장전 기업가치가 10억불, 대략 1조원 정도를 넘어가는 스타트업들을 ‘유니콘’이라 부릅니다. 상상의 동물처럼 만나기 어렵고 신비롭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게 원래 한국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더라.. 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니 근데 이제 유니콘이 왜케많지? 거의 매달 나오는 느낌..

Pin on Conversational: Unicorn
카카오 본사가 제주라 좋은 종마가 많나..
  • 3월 무신사 1,300억 투자유치, 밸류 2.5조    
  • 4월 센드버드 1억불 투자유치, 밸류 10억불
  • 6월 토스 4,600억원 투자유치, 밸류 8.2조
  • 7월 야놀자 2조 투자 유치, 밸류 10조    
  • 8월 몰로코 1.5억불 투자유치, 밸류 15억불    
  • 8월 당근마켓 1,800억 투자유치, 밸류 3조
  • 10월 오아시스마켓 올해 750억, 밸류 1.01조
  • 11월 두나무 10조 이상 밸류로 구주거래    
  • 12월 컬리 2,500억 투자유치, 밸류 3.5조

그리고 유니콘을 넘어 점점 더 커지는 회사들도 많아집니다. 야놀자나 두나무 같은 경우에는 10조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어요.참고로.. 현재 시가총액이 삼성증권이 4.1조, 신세계가 2.5조, 농심이 2조 정도 됩니다. 즉, 야놀자로 신세계를 4개를 살 수 있다는 얘기죠.

스타트업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투자해야할 돈의 규모도 커짐에 따라 VC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세콰이아캐피털은 새로운 구조의 VC투자를 천명하고, ‘만기 없는’ 거대한 펀드를 운용할 것을 발표했어요.

물론 모든 VC들이 그 구조를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몇몇 네임드 VC들은 거의 사모펀드에 준하는 덩치를 갖고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 같습니다. 그리되면 비상장 유니콘/ 데카콘들에겐 큰 힘이 되겠죠.


유동성 파티의 위험한 일면, 밈 주식과 코인광풍

  • 키워드, 밈, 가즈아, 떡상?

올해 1월 말이었습니다. 게임스탑이라는 왕년의.. 게임플랫폼 주식이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것이 말이죠. 기관의 공매도를 엿먹이기 위해 개미들이 뭉쳤네.. 주식거래앱인 로빈후드에서 뭘 막았네 안막았네 하면서 게임스탑이 어떤 저자거리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서 일종의 이념적인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주가는 하루에도 몇십퍼센트씩 요동을 쳤습니다.

기업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전 세계적인 이슈몰이를 하며 주가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경험은 그동안 있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마치 게임을 하듯 혹은 베팅을 하듯 주식시장에 몰렸으며, 엘론 머스크라는 희대의 관종 어그로꾼은 그 트렌드를 부채질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유동성이 넘쳐났고, 게임스탑 이슈 이후 ‘게임같은 투자’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본시장은 투기열풍이 불었습니다. 그 열풍은 코인시장으로 다시 이어졌어요.

마치 2017년~ 2018년 코인시장을 방불케하는 미친 랠리가 3분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그 거품이 조정되는 시기인 것으로 보이고요) 그 열풍 어딘가에는 ‘이번건 다르다, 뭔가 있다’는 믿음도 있었죠.


임계점을 넘는 딥테크들

픽션 속에서나 가능할 거라 여겨졌던 기술들이 점점 다가옵니다. 그런데 신기한건 각각 하나씩 오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갑자기 한꺼번에 우다다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죠. 기존에 알고있던 상식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올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테크 업계의 첨단에 있는 이들은 그 냄새를 먼저 맡고요.

언리얼은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엔진을 발표했습니다. 음지에서 더 판을 키워가고 있는 딥페이크 기술은 더 교묘해져 가고 있고요. 엔비디아는 아예 텍스트를 치면 이미지로 구현해주는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올 7월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2를 통해 인간 단백질의 2만개 구조를 모두 예측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게 가능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연구가 끝났고 이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사람의 몸(노동력, 초상권, 바이오 등)을 제한해오던 많은 것들이 이제 풀려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제약에 도전하는 시도들도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이 최초의 민간 우주인으로만 구성된 여행에 성공한 가운데, 8월에는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9월에는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가 차례로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 민간 우주여행이 그냥 럭셔리 여행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업은 결국 지구 자전궤도를 이용한 물류 혁신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있다고 하네요.

여전히 그 정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소위 ‘웹3’로 통칭되는 일련의 흐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7~18년 블록체인 광풍 당시에는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블록체인이 반짝 광풍에 그쳤을뿐 그 힘을 받지 못했었는데요. 지금은 살짝 분위기가 다른 느낌입니다.

기존의 모바일 서비스들을 모두 ‘레가시’로 만들어버리는 프레임은 강력하고,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VC들도 움직이고 있어요. 작년까지 진행된 모든 크립토 관련 펀딩보다, 올해 더 큰 규모의 크립토 프로젝트 펀딩이 있었습니다.

중요한건 ‘어떤 기술이 뜬다’가 아닙니다. 지금 왠지모를 우주의 기운이 몰려와서 기술’들’이 ‘다같이’ 폭발할거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임계점을 넘으면 전에없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테죠.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벤에반스의 말마따나, 딥테크가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어낼지, ‘레가시에 속하는’ 저희는 알지 못합니다. 단지 많은 것이 아주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죠.


허상을 좇아 – 메타버스, NFT, P2E

  • 올해의 섹시키워드를 찾아서

기술적으로 임계점을 넘는 것과 별개로, 뭔가 ‘기세’ 측면에서 임계를 넘어 시대를 휩쓸었던 키워드들은 늘상 있어왔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하지만 올해 가장 ‘섹시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메타버스겠습니다.

증강/가상현실도 메타버스, 온라인 이벤트도 메타버스, 아바타도 메타버스, 게임도 메타버스 등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이 메타버스와 동의/유의어로 쓰였습니다. 그냥 뭔가 멋져보였기 때문인지 다들 갖다썼죠.

이짤 많이봤죠?

물론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 혹은 확장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그리고 AI나 블록체인/NFT 등과 연계되기 쉬운 차세대 인터넷(웹3)의 포괄적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질적으로 메타버스에 큰 기대를 갖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올 4월 기업분할을 결정한 SKT의 경우.. 메타버스…를 핵심 키워드로 삼기도 했었죠.. 솔직히 어떤 단어가 유행어인지 아닌진 SKT가 하냐마냐로 볼 수도 있는거 같아요. 이런거 하난 귀신이잖아요)

최근 메타버스가 뜸해져선지 새로운 섹시키워드로 떠오른 NFT와 P2E 같은 키워드도 올해의 섹시키워드라 볼 수 있을겁니다. 뭔가.. 인터넷 세상의 오픈 등기.. 같은 개념인 NFT도 그렇고, 게임하면 돈이 벌린다..는 P2E도 정확히 뭔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다고만 하면 가치가 떡상하는 트렌드를 최근 보이고 있거든요. 하지만 2~3분기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 메타버스에 진심이라 사명까지 바꾼 회사

  • 진심이라 바꿨는지 겸사겸사 바꿨는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올해 페이스북은 좀 위기였습니다. 9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작심하고 페이스북을 저격하는 집요하고 방대한 탐사보도를 공개한데 이어, 10월엔 해당 문건의 내부고발자였던 프랜시스 하우겐이 스스로를 드러내며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에게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잇따랐죠. 실제로도 그래보였습니다.

그런데 승부사 마크 주커버그는 독특한 방법으로 응수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때에도, VR 오큘러스를 인수했을 때에도, 크립토 프로젝트 리브라를 오픈했을 때에도, 글로벌 커뮤니티를 위해 비전을 천명했을 때에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바닥늬우스가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의 꽤 찐팬이라 나름 오랜시간 덕질을 해왔는데, 이번 건은 예상하지 못한 한수였어요. 사명을 바꾸다니요.

비빔밥에 진심이라 이름을 바꾼 유비빔씨..도 아니고..

개인정보, 알고리즘 등 규제 이슈로 시끄러운 싸움판을 주커버그는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앞으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퍼스트’ 회사가 될거라고 선언하며 흔들기 시작합니다.

물론 사명 하나 바꾼다고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세계 최대의 소셜서비스를 만들어낸 실리콘밸리의 해커였던 왕년의 주커버그가 천명하는거니 왠지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년을 두고봐야겠죠.


독점에 대한 저항,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앱스토어

  •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되네요?

독점 플랫폼으로서의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강제, 30%의 수수료. 국룰이라 여겨져 왔던 이 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작년부터 그 이슈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결국 구글 인앱결제방지법이 세계 최초로 통과되었습니다. 9월에는 공정위가 구글의 갑질 논란의 조사에 착수했고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에픽게임즈는 이미 애플과 본토에서 소송전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9월 1심의 판결이 났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애플의 판정승이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의 판례를 무기로, 아마 에픽게임즈를 위시한 회사들과 애플/구글과의 분쟁은 꽤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될 듯 하네요.

에픽 창업자 팀 스위니는 갑분코리안 선언

앱스토어에서 촉발된 ‘플랫폼 갑질’ 논란은 카카오를 향했습니다. 올 초반까지 승승장구하던 카카오는 갑자기 천하의 나쁜 회사가 되어 여론과 언론과 정부로부터 두들겨맞기 시작합니다.

김범수 의장의 개인 이슈에서부터, 골목상권 침해 논란, 그리고 카카오페이지의 수수료 갑질 논란에 이르기까지, 올 국감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결국 카카오는 카카오헤어샵, 꽃배달을 비롯한 몇몇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합니다.


카카오, 네이버 수장 교체

공교롭게도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올해 평가와 관련해 직장내 괴롭힘 이슈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요. 안그래도 사회의 관심이 많은 두 회사에서 생긴 일은 파장이 컸습니다.

사업 외 이슈로 촉발된 일이, 사업에 영향을 많이 미쳤어요. (카카오의 경우 특히 심했죠) 두 회사 모두 다른 대기업에 비하면 젊고 진보적인 회사로 포지셔닝 되어있었으니 말이죠.

앞서 메타(구 페이스북)가 그러했듯, 이런 사업 외적인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뭔가 ‘아예 달라진다’는 인상을 확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장을 교체하는 것이겠죠.

카카오는 여민수 대표와 함께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조수용 대표가 떠나고,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그 자리에 옵니다. 그리고 네이버는 2017년부터 대표직을 맡아온 한성숙 대표가 떠나고 최수연 대표가 취임합니다.

두 회사 모두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근본적인 DNA가 바뀐다고 보긴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대장의 교체는 꽤 큰 결정입니다. 적어도 일하는 방식, 조직의 문화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치겠죠.

남아있는 사람들, 채용할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도 클겁니다. 결국 이바닥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기억하시죠? 올해 뭇 업체들이 사람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봉들을 높여왔던거. 개발자 초봉을 얼마에 맞추고, 사이닝 보너스를 얼마를 주고, 이직시 기존연봉의 몇퍼센트를 보장하고, 이게 다 하나로 연결됩니다.


마치며

준비했다가 다루지 못한/ 별도의 주제로 빼지 못한 이야기도 많은데요. 그래도 이렇게 열 개의 꼭지를 꼽아봤습니다. 내년의 관전포인트는 오미크론이 잡히고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냐. 그게 잡히면 유동성에 영향을 줄테고, 그렇다면 이 씬의 자본흐름이 꽤 달라질 것 같아서요. 결국 유동성이네요. 언제까지 현재까지의 랠리가 이어질지.

음, 하긴 뭐 언제나 늘 그렇지만 유동성, 딥테크 이런 얘기는 너무 먼 얘기고, 우선 우리가 잘 살아남고 볼일입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글, 편집: 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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