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에반스의 2022년 테크 주요 이슈 (번역)

*이바닥이 애정하는 애널리스트,
베네딕트 에반스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될지 대충 보이는 분야도 있습니다. PC, 웹, 스마트폰 기기에 대한 것들은 그런 편이죠. 하지만 2022년을 맞이하는 지금, 실체를 갖추기보다는 무언가 뿌연 물음표로만 가득한 분야 역시 있습니다.

크립토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크립토가 그 자체로 궁극의 물음이자 해답이겠습니다만, 여전히 조 단위의 사업이 일어날 수 있는 화두 역시 수없이 많습니다. 제가 요즘 잡고 있는 화두들 몇 가지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크립토Crypto

크립토는 그 자체로 거대하고 중요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는, 초기 개념이기도 합니다. 일단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지조차 합의되어 있지 않은데다, 때로는 굉장히 감정적인 – 거의 종교적인 수준의 컬트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원론적으로는 머신러닝이나 오픈소스와 같은 핵심 아이디어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사실상 물음표를 떼지 못했습니다.

크립토와 관련한 기술들이 빠르게 고도화/정교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간단한 아이디어부터 그 백지 위에 하나씩 그려나가고 있고요. 초기 PC, 초기 웹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개념이나 레이어가 구성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사용자에게 이를 어떻게 활용하게 할지/ 어떤 가치를 줄지는 점점 더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감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상상하는 지금도 우리는 TCP/IP가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이 새로운 차원에서도 ‘월드와이드웹’은 하이퍼텍스트 정도에 불과한지에 대해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지인들에게 크립토가 무엇인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를 켜면 인터넷이 되는거야’처럼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한편, ‘탈중앙’에 대한 이 모호한 이상주의가 우리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 구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중앙화된 제품과 그걸 쓰는 사용자들을 만나는 그 순간에 말이죠.

웹은 그 태동부터 분권화를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서비스는 가장 중앙화에 가까운 서비스인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서비스죠.

개방과 공유를 이야기하는 오픈소스 개념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테크 업계에 엄청난 광풍이 불 것만 같았습니다만, 25년이 지난 지금 (중앙화의 끝판왕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위상은 굳건합니다.

아이폰은 오픈소스 기술을 씁니다만 폐쇄형 생태계를 지향합니다. 그런데 그 안의 앱스토어는 수천억 다운로드를 발생시키는 오픈 플랫폼이죠.

우리가 ‘개방’과 ‘폐쇄’를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탈중앙과 개방을 이야기하는) 크립토와 관련한 질문들 중 중요한 것은 ‘바꿀 수 있을까’, ‘무엇을 바꿀까’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질문은, 크립토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은 그중 어디일까, 이것입니다.

블록체인은 합의, 소유, 유인동기의 개념을 새로 정의합니다. 누군가의 보증이 필요없는 분산 컴퓨팅, 앱,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하죠.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유의미한 제품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현실적 고민들을 해결할 수 밖에 없겠죠.


AR, VR과 메타버스

VR 헤드셋의 발전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VR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 외에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긴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AR 글라스를 상상하죠.

AR 글라스를 통하면 세상의 모든 것에 디지털 오브제가 실재하는 것처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진짜 그런게 가능한 기기는 언제 출시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퀘스트2를 천만대를 팔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게 얼마나 유의미한 마일스톤인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무어의 법칙에 따라 더 많은 엔지니어링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머지않아 VR이 차세대 스마트폰 급으로 보급되길 바라거나, AR 글라스의 성능이 기대에 부합하기를 기도하거나, 그에 따라 10년 정도 뒤에는 VR이나 AR의 미래가 어찌될지 상상하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론이나 개념을 바탕으로 상상의 플로우를 화이트보드에 가득 그려낸 다음 그걸 그냥 ‘메타버스’라고 퉁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미래라는 것이, 모든 것을 ‘현실에 가까운’ 수준의 3D 오브젝트로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적어도 지난 30년간 우리가 밟아온 길은 그런 쪽은 아니었던 것 아닌가요?

그럴싸한 컨셉 영상을 만드는 것은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디테일을 풀어서 구현하는 것은, 1999년 우리가 모바일 인터넷을 막연히 상상하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20년전 그때는 분명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누구도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기기가 PC를 대체할 것이라고도, 쿠퍼티노의 한 컴퓨터 회사가 만든 작은 기기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AR과 VR은 차세대 스마트폰이 될 확률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가 아나요? 그냥 스마트워치, 개인용 드론, 콘솔게임 같은 수준에서 그치고 말지.


게임

게임은 늘 비주류로 취급받았습니다. 거대한 비즈니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콘솔과 PC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전세계에 2.5~3.5억 명 정도 됩니다. 얼핏 많아 보입니다만, 스냅챗 사용자보다 적은 규모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50억 명과는 비할 수 없고요.

이게 바뀔까요? 게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거나, 스마트폰이 더 많은 게이머를 끌어들이거나, 게임회사들이 (VC로부터 투자받는) 일반 스타트업처럼 될 수 있을까요? VR과 AR의 핵심콘텐츠는 게임일까요?

모바일 게임 매출이 콘솔과 PC게임을 합친 것만큼이나 크고,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가 하나의 게임을 넘어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이 얘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세컨드 라이프>때에도 하지 않았었나요? 그리고 무어의 법칙이나, 통신속도와 같은 기술 관점에서 보더라도, 게임이 (스마트폰처럼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주류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규제

철도, 금융, 식품, 항공, 자동차처럼 크고 복잡하고 중요한 모든 기간산업들은 그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들이 있습니다. 테크업계에도 그런 규제들이 생겨나고 있죠.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규제는 혼잡 요금, 교통 법규, 안전, 배기가스, 음주운전 등을 규제하는 것이지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기술’을 규제하는 것 역시 자동차 산업이나 다른 모든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한 절충안들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한 규제들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규제를 도입함에 따른 득실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할 것은 많습니다. 당장 명백한 예시는,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는 경쟁제한 규제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소셜미디어 서비스의 연락처 추출/이전이 안된다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 어렵겠죠)

곰곰 생각해봐도 각 규제가 테크 업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규제의 대부분은 기존 사업자의 폭리를 예방하지만,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노동법과 우버의 플랫폼 노동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듯, 어떤 규제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주거나,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거대 플랫폼의 폐해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검색, 소셜, OS와 같은 플랫폼은 자연적으로 독점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영역들이고, 독점이 되었다고 그걸 분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규제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설령 초반에 페이스북과 별개의 회사로 떼어내었다 한들,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지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규제가 점차 더 가속화될 것임은 분명합니다만, 이런 규제가 가져올 일상과 업계에 대한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런 논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년 약 5천개의 회사들이 생겨날 겁니다. 그런데 그 중 대부분은 플랫폼/ 소셜/ 광고도 아닌 다른 사업이라, 그들에게 아주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거에요.


개인정보

개인정보가 중요하고 큰 이슈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인정보 이슈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래서 어떻게 제품이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죠.

우리는 ‘추적’ 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화/추천’이나 ‘연관 콘텐츠’와 같은 기능은 편리하다고 느낍니다. 전부터 개인정보를 강조해왔던 애플은 프라이빗 통신망 스캐너를 개발해 제품에 탑재합니다만, 누구도 그것으로 인해 보호받는다 체감하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생각은 다 다릅니다.

광고/ 판촉 시장이 연간 1,000조원 규모인데다 그 중 1/3이 온라인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논의는 (광고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이커머스나 브랜드 업체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대부분의 개인정보 이슈는 ‘쿠키’를 둘러싸고 일어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다는 것은 무분별한 쿠키의 활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쿠키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합니다.

업계는 개인화되어있으면서도 개인정보도 보호되는 광고상품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이에 대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광고주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건 개인정보의 수집이 아닙니다, 그저 아기가 있는 사용자에게 기저귀 광고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광고효과 측정을 위한 데이터도 필요할테고요.

하지만 데이터는 석유라기보다는 모래에 가깝습니다. 개인정보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개인화’는 요원한 일입니다.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광고서버 통신을 하지 않는) ‘퍼스트파티’ 데이터나 ‘온디바이스’ 데이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게 업계 밖의 사람들에게도 먹힐 이야기일까요?

우리가 이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그저 (지금까지 써온 큰 회사인)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의 정보는 써도 된다고 여긴다면, 결국 수많은 서비스들은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의 강화’라는 담론은 경쟁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컴퓨터라는 것이 본디 우리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내는 기계입니다.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에 더 파고들면 들 수록 자연스레 더 많은 답을 내야하죠.

예를 들어, 제가 (나중에 출시될지도 모를) 애플 글라스에 ‘내가 지난주에 빨간셔츠 입었던 디즈니 사람을 미팅했었는데,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라고 묻는다고 칩시다. 이때 애플 글라스는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할까요? 이 때 발생하는 개인정보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규제기관이 (경쟁법에 의거) 이 API를 써드파티에 열어주라고 한다면요?

또 다른 예로, 제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소셜 서비스를 쓴다고 하면, 어떤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할까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개인정보에 관련한 질문들은 항상 개념적이면서 좁은 범위로만 다루어져왔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이슈는 글로벌 규모로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합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는 업 자체를 재정의합니다.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적어짐에 따라 제조사와 공급체인에 큰 영향을 주게될 것이고, 소프트웨어의 정교함은 훨씬 더 중요할 것입니다.

즉, 자동차는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복잡한 기계’에서, ‘간단한 기계에 탑재된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패러다임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피쳐폰이 스마트폰에 대체된 것과 같은 양상입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개발자 몇명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를 쉽게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비슷하죠.

하지만 전기차로의 변화가 어느 정도의 혁신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야 낫겠지만, 그 차이가 아이폰과 블랙베리의 차이만큼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는 외관상 비슷했지만 실제 활용도나 성능이 천지차이로 컸습니다. 전기차가 그정도의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기 전이죠.

중요한 질문은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을 어느 정도로 바꾸어 놓을지에 있습니다. 테슬라에 열광하는 이들은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가 아닌 테크회사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아직 많은 이들의 다른 것은 이 질문과 연관합니다.

전기차에 비해 자율주행은 훨씬 더 큰 임팩트를 가져올 혁신입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정의를 진정으로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핸들이 없는 자동차를 자동차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까요?

초기 자동차가 많은 물음표를 달고 다녔던 것 이상으로 현재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테슬라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시장을 독식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구글의 웨이모 연대가 완전 자율주행에 먼저 도달할까요? 아, 이 시장은 승자독식 시장이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언제’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주류로 올라설지 모릅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자율주행의 완성이 임박했다고 많은 이들이 행복회로를 돌렸습니다만, 완전 자율주행이란 ‘모든 것의 AI’라는 말만큼이나 공허합니다.

어느 정도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하는 것은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실질적인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하는 것은 ‘보편적 AI’라는 것만큼이나 수십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완전 자율주행에는 ‘보편적 AI’가 필요조건이겠죠.


중국

20세기 후반 정도 생활수준이라 생각했던, 수십억 명의 중국인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료품 구매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요.

중국에서는 지금까지의 인류가 접근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 서비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걸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서비스들은 여전히 방화벽 뒤에 가려져있고, 전혀 다른 시장 역학에서 전개되며,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의 통제 하에 움직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중국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진지한 논의는 실제 서비스를 써보고 언어를 이해하는 이들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의 세 가지 화두는 우리에게도 매우 유효합니다.

첫째, 이커머스와 소셜미디어를 필두로한 중국의 B2C 서비스들은 글로벌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보고 베낄 수 있는 아이디어의 보고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둘째, 앞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할 중국 서비스들이 더 많아질까요? 서비스의 본질에 따라, 로컬 특성이 강한 위챗같은 메신저는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만, 틱톡처럼 범용적이면서 확장전략을 잘 짠 서비스는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의 중국 회사들은 더 공격적으로 글로벌로 진출할까요? 아니면 일단 자국 시장에서 정부의 눈치를 볼까요? (어느 쪽이든 서비스 모델과 아이디어는 분명히 글로벌로 가겠지만요) 미국 최대의 패스트패션 커머스가 된 셰인Shein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요?

셋째, 정부 이슈 등으로 중국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그 많은 자본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요?


거시경제

중국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거시경제 전문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테크업계가 거시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들어왔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팬데믹은 테크업계 공룡들이 얼마나 거대해지고 강력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한때는 잘나가는 테크회사의 규모를 1억 불~ 10억 불 정도로 이야기했습니다만, 이제는 1,000억 불에서 1조 불을 이야기합니다.

동시에 10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거대자본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해 더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자본시장에서의 기회 역시 더 커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전례없는 옵션 거래로 인해 1조 불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a16z는 (통상적인 vc의 10배에 달하는) 300명의 직원을 가진, 총 200억 불 이상의 자산을 운용합니다. 타이거 글로벌은 작년에만 300개의 딜을 클로징 했습니다. 시드 라운드에서 1억 불의 밸류를 찾기 쉬워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늘 그래왔죠. 하지만 파티의 음악이 멈추고 춤을 멈추면, 누가 운이 좋았고 누가 잘했는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잠깐이나마 사람들은 코로나가 파티를 끝내는 외부요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 이후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됩니다. 시장은 분명히 조정을 받을 것입니다. 자, 락업과 위약벌을 체크해보세요. 과거의 메일에서요.


그리고

이번 글에서는 이바닥 미래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난달에 공개한 프리젠테이션의 핵심은 (테크 업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레거시 산업들이 테크로 인해 혁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테크 업계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경험했고 예상하던 방식으로요.

브랜드, 소비재, 광고, 마케팅, 미디어, 유통 등 많은 레거시 산업의 밸류체인이 재정의됩니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해요. 기존의 기득권은 사라지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미국의 유료 TV 채널 구독자는 1/3토막 났고, 아마존의 거래액은 월마트보다 크며, 쇼피파이는 아마존 셀러의 45% 이상을 점유합니다.

20조 달러가 넘는 글로벌 리테일 시장은 지금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거야’라는, 테크 업계에서는 먼 옛날부터 가져왔던 아이디어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실질적인 질문들은 기술적인 것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테크 회사입니다만, 넷플릭스를 둘러싼 모든 질문은 미디어 산업과 콘텐츠에 대한 것입니다. 인터넷은 이커머스를 가능하게 했지만, 매장 픽업처럼 유통에 대한 질문이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유통의 혁신은 세상에 더 많은 브랜드를 탄생시킬까요? 아니면 총 수를 더 줄일까요? 얼마나 많은 D2C 브랜드가 생겨나고, 이들은 얼마나 커지게 될까요?

LVMH가 이커머스에 진출할까요?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보다도 부자인데요, ‘셰인’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질문해야 할까요? 베르나르 아르노일까요? 제프 베조스일까요?

10년 전,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는 만트라를 상징하며, 소프트웨어가 산업의 본질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숙박업 자체를 혁신하고 있으니까요.

이와 같은 변화가 모든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일어날 것입니다. 넷플릭스와 셰인 같은 회사는 모든 산업에서 생겨날 것입니다.

기술은 게임의 법칙을 바꿉니다. 하지만 그 게임은 결국 그 산업 내에서 이루어지지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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