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 왓챠 2.0, 하지만 그것만으로 될까

진짠가봅니다. 왓챠가 지난 2월 2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 미디어를 모아두고 선언을 했어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글로벌, 모든 콘텐츠의 개인화. ‘왓챠 2.0’이라는 개념어를 대대적으로 쓰면서 말이죠.

이날 행사에서 ‘왓챠 2.0’이라는 것을 꼭지로 발표한 원지현 COO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원지현 COO는 영화 스트리밍에 이어 음악, 웹툰까지 서비스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명했다.

원 COO는 “왓챠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뮤직과 웹툰까지 구독할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왓챠 2.0로 진화한다”며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콘텐츠 경험이 왓챠 하나로 가능해지고 이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왓챠에 접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 2.0의 핵심은 여러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단순히 모아 놓는 게 아니라 콘텐츠 경계를 허물어 감상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원문은 위의 기사

자, 위의 기사를 보면 왓챠가 말하는 2.0이라는 것을 대략 아래처럼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 왓챠는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OTT 뿐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 웹툰으로 확장한다.
  • ‘모든 콘텐츠 경험을 왓챠 하나’로 가능하게 한다.
  • 이용자들이 ‘더 자주’, ‘더 많이’ 접속하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

  • 위의 서비스들은 하나의 요금제(아마도 구독모델)로 기능한다.

왓챠 2.0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앱 개편인가요?

보통 몇점몇 하는 숫자는 우리는 제품에서 봅니다. 메이저 업데이트면 앞의 숫자가 바뀌고, 기능 업데이트면 소수점 첫째 자리가 바뀌고, 마이너 업데이트/패치면 그 다음 자리가 바뀌고 그런 식이죠. 그런 맥락에서, 왓챠의 소식을 그래도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왓챠가 저런 숫자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하는 걸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 8월, 왓챠는 (지금은 왓챠피디아로 이름이 바뀐) 별점서비스의 4.0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일곱개 국가를 대상으로한 ‘글로벌’ 진출을 발표하죠. 3년만의 메이저 업데이트였고, 공식적인 글로벌 진출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3월 120억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고, 법인명도 프로그램스에서 왓챠로 바꾼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그 뒤 왓챠에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20년 7월 별점서비스의 이름을 왓챠에서 왓챠피디아로 바꾸고, 왓챠플레이였던 OTT 서비스의 이름을 왓챠라고 바꾸었죠. (그 반년 뒤 쯤인 2020년 말에는 360억 규모로 시리즈D 펀딩을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말하는 왓챠는 한때 왓챠플레이라고 불리던 OTT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왓챠 2.0은 이 OTT 서비스의 메이저 업데이트인 것처럼 일견 보입니다. 피상적으로는 지금 영화와 드라마만 지원하는 OTT서비스에 음악과 웹툰이 들어간다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요. 뭐 쉽게 이야기하자면 ‘문화 콘텐츠의 슈퍼앱’인가 싶기도 합니다. 아 왜 그거 있잖아요. 요즘엔 좀 뜸하긴 하지만 ‘여기 들어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를 이야기하는 올인원 서비스, 콘텐츠 슈퍼앱. 왓챠 2.0은 그거 같아요.


콘텐츠 슈퍼앱, 아니 갑자기?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종합 콘텐츠 플랫폼’ 등등으로 이야기되는 개념은 멋집니다. 미디어데이에서 왓챠가 발표한 시나리오도 꽤 그럴듯해요. 영화를 보다가 OST를 듣고 싶을땐 자연스럽게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스핀오프 스토리가 궁금할 때에는 웹툰을 보고. 굳이 별도의 앱을 띄워서 이동하거나 하는 단절 없이, 하나의 서비스에서 ‘심리스seamless’하게 이루어지는 경험.

실제로 왓챠는 꽤 나름 이것저것 준비해왔습니다. 음악에 대해 준비해온건 꽤 오래전부터에요. 기술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고, 자체 퍼블리싱 사업을 준비해오기도 했습니다. 웹툰도 이전부터 담당자를 채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준비해왔죠. 아닌게 아니라, 지금은 접었지만 2018년 즈음 왓챠가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베팅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콘텐츠 프로토콜의 비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어요. 왓챠는 음악과 웹툰에 대해 꽤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가운데 ‘플랫폼’ 박스 보세요. 별점서비스(왓챠피디아)와 OTT(왓챠), 그리고 뮤직과 코믹스. 보이시죠?

그리고 또 하나. 영상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그냥 비슷한 거라고 퉁쳐버리지만, 왓챠는 ‘라이브’에도 나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이용자가 같이보는 왓챠파티 뿐 아니라, 굵직한 대형 이벤트들을 동시에 쏘는 시도도 해오고 있어요. 작년 8월에는 침착맨이 호스트가 되어 3천명이 참여했던 왓챠파티를, 그리고 11월에는 BTS가 나오는(!) AMA를 생중계하기도 했죠.

자 그러니 왓챠는 일종의 온디맨드 영상을 기반으로 라이브 영상(보통 TV채널이 해오던)으로 확장을 이미 한 상태였고, 여기에 음악과 웹툰을 얹기 위한 기술적 준비를 나름 차근차근 해오고 있었습니다. 쓰는 우리야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니 이게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잘 체감이 안됩니다만, 이게 꽤 어려운 기술입니다. 매체별 데이터 구조도 다른데다, 동시에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아니 근데 그거 왜 하려고 하는건데요?

다시 ‘콘텐츠 슈퍼앱’, 왓챠 2.0의 정리를 볼까요.

  • 왓챠는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를 OTT 뿐 아니라 음악 스트리밍, 웹툰으로 확장한다.
  • ‘모든 콘텐츠 경험을 왓챠 하나’로 가능하게 한다.
  • 이용자들이 ‘더 자주’, ‘더 많이’ 접속하게 한다.
  • 위의 서비스들은 하나의 요금제(아마도 구독모델)로 기능한다.

핵심은 무엇일까요. 저는 마지막 줄이라고 봅니다. 보통의 경우 매출은 돈을 내는 사람이 몇명이냐, 그리고 각각이 평균적으로 얼마를 내냐로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산수로, 이걸 좀 쪼개어 보면 대략 아래와 같죠.

매출 = 결제자(PU) x 결제자의 인당평균결제액(ARPPU)

왓챠가 기다무 모델, 추가 과금 모델, 광고모델 등의 BM을 추가하지 않고 현재의 구독모델을 유지하는 이상, ARPPU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다무 BM을 미디어데이에서 직접 비판하기도 했고, 지금 OTT 헬이 벌어지는 중에 구독료를 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천하의 넷플릭스가 지금 가격 올린다고 ‘손절’ 당하는 중이거든요) 그렇다면 왓챠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PU 부분입니다.

여기서 이 PU를 좀 더 쪼개볼까요.

매출 = f{(신규 유입 X 전환율),(기존 결제자 X 잔존율*)} X ARPPU

자, 그리고 원지현 COO가 발표했던 장표 중 하나를 봅시다.

왓챠의 ‘슈퍼앱’ 전략은 ‘한번 들어오면 못나가게 만드는’ 일종의 ‘락인lock-in’ 전략, 소위 ‘가두리’를 목표하는 것입니다. 왓챠 내에서 영상도, 음악도, 웹툰도 보는 습관을 한번 만들면 쉬이 그 편리함을 빠져나가지 못할거라는 노림수를 갖고 있어요. 하루에 한번 이상 보는 저관여 콘텐츠인 음악과 웹툰이 애초에 고려대상이었던 이유 역시, 왓챠라는 서비스를 더 자주 방문하고 더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겠죠.

왓챠는 2018년 시리즈C 라운드와 맞물려 법인명을 ‘왓챠’로 바꾸고, 별점서비스의 4.0 업데이트와 글로벌 진출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시리즈D 클로징을 앞두고서는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OTT 중심으로 사업을 헤쳐모여했죠. 지금은 상장을 앞두고 프리IPO 라운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왓챠 2.0은 프리IPO를 염두에 둔, ‘들어오기만 하면 나가지 못할’ 슈퍼앱 전략인거죠.


슈퍼앱의 가두리에 기꺼이 갇혀 줄까요? 사람들이?

이바닥늬우스에서는 전부터 ‘슈퍼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글들을 번역했어요. 실제로 필진들이 ‘슈퍼앱’을 지향하는 회사를 경험하며, 전략도 실제로 고민하기도 했었으니 최소한 문외한은 아닌 셈입니다. 슈퍼앱은 공급자 중심의 전략이며,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쓰여온 전략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2019년 번역한 테크인아시아의 아티클을 추천합니다.)

물론 왓챠가 음악과 웹툰을 각각 다른 앱으로 떼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만, 개념상 ‘왓챠’라는 브랜드 하나로 ‘모든’ 문화 콘텐츠를 ‘연계성이 극대화된 채’ 즐기게 하겠다는 비전만 보면 실질적으로는 슈퍼앱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이 슈퍼앱 전략의 결과적인 강점이 잔존율(리텐션)이라면, 슈퍼앱 전략을 성립하게 하는 전제조건은 ‘신규유입과 전환율’입니다.

여기서 ‘콘텐츠’가 등장합니다.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상식처럼 되었습니다만, 콘텐츠 서비스의 유입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콘텐츠입니다. 티빙은 <술꾼 도시 여자들>과 <환승연애>, 그리고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이 히트하며 가입자를 꽤 끌어올렸습니다. <오징어게임>은 글로벌로 히트를 하며 넷플릭스의 가입자를 세계적으로 끌어모았습니다. 센 콘텐츠는,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견인합니다.

동시에 ‘계속해서 나오는’ 콘텐츠는 잔존율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용자 10%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가입을 해지합니다. 더더군다나 지금은 콘텐츠와 OTT의 춘추전국시대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다 콘텐츠가 무형의 재화인지라 포지티브섬 게임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로섬에 가깝습니다. 나중에 가두리에 가두더라도, 일단 그 가두리에 신규 유입을 ‘빼앗아’와야 합니다.

매출 = f{(신규 유입* X 전환율),(기존 결제자 X 잔존율*)} X ARPPU

왓챠에게 콘텐츠는 어떤 의미일까요?

법인이 생길 10년 전의 왓챠에게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당시에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모아 세상 모-든 콘텐츠를 잘 큐레이션해주는, ‘개인화’가 지상목표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의 왓챠는 좀 다릅니다. 콘텐츠를 직접 한다고 선언하고, 익스클루시브를 소싱하고 오리지널을 직접 제작하는 순간, 그 자체로 일종의 편항이고 베팅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디에나 있는 콘텐츠’가 되어선 안될겁니다. 다른 플랫폼에 납품되어선 안된다 이런 말이 아니라, 그 색깔 이야기에요. ‘왓챠에 가면 이러이러한 콘텐츠가 있겠네’ 하는 인상, 즉 왓챠라는 브랜딩에 복무하는 콘텐츠여야 할거에요. 특히 지금의 왓챠 규모에서는 좀 더 ‘색깔있는’ 콘텐츠가 필요할거에요. 넷플릭스 정도 되면 이제 ‘남녀노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도 될거지만요.

왓챠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헐왓챠에 커뮤니케이션만 봐도, 왓챠는 보편적으로 인기있는 콘텐츠보다는 꽤 다양성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아네트>나 <티탄> 같은 영화를 배급하거나 익스클루시브로 다루는 것을 보더라도, <좋좋소>와 같은 유튜브 웹드라마를 오리지널 드라마화 하는 것만 보더라도, <언프레임드>나 <시멘틱 에러>를 보더라도 왓챠는 웨이브나 티빙과는 확실히 그 결이 다릅니다.

왓챠의 콘텐츠는 뾰족합니다. <해운대>나 <국제시장> 같은걸 하진 않을겁니다. <귀멸의 칼날>처럼 왓챠의 탑10에 랭크되는 콘텐츠들도 상대적으로 그런 편이고, 앞으로 만들어질 콘텐츠도 왠지 그렇겠죠. 그렇기 때문에 ‘왓챠에만 있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신규 유입되어 유료 구독자로 전환되는’ 이용자들 역시, 왠지 좀 뾰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긴 해요. 왓챠도 그걸 오히려 이용하려 하는 것 같고요.

왓챠의 미디어데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던 단어 중 하나는 ‘과몰입’이었습니다. 과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 과몰입할 수 있는 경험 등. 저런 자리에서 저런 단어가 그냥 선정되는 것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과몰입’이라는 단어는 현재 왓챠의 콘텐츠 전략을 상징하는 개념일겁니다. 적당히 두루두루 좋아하는게 아닌, 설령 그 모수가 소수일지언정 확실히 좋아하는 그런 콘텐츠를 찾는거겠죠. 덕후거나 매니아거나.

왓챠가 지금까지 취해왔던 커뮤니케이션 전략,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 면에서 열위에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말이 되긴 해요. 그런 콘텐츠들이 일종의 전략적 무기가 되어 왓챠로의 유입을 유도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콘텐츠가 들어올거라는 기대가 왓챠의 구독해지를 막겠죠. 이용자가 콘텐츠에 ‘과몰입’하면 할 수록 그 강도는 강해질테고요. 최소한 현시점에서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는 그 자체로 비즈니스입니다. 돈을 끌어와 투자하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제작에서 수익을 만들어야하죠. 그리고 콘텐츠는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 거의 무조건 좋습니다. 플랫폼과 콘텐츠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지향점이 다른 두 개의 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인화 기반 콘텐츠 플랫폼’과, ‘과몰입 유발 콘텐츠’는 어느 지점에선 충돌이 날거에요.

카카오엔터가(엄밀히는 카카오엔터의 카카오M-로엔- 부문) 딱 작년 이맘때 스포티파이랑 한바탕 했던게 그런 사례입니다. 음원서비스 멜론을 서비스하는 카카오 입장에서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오니 로엔의 음원을 카카오에만 유통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스포티파이가 그러면 글로벌에서 내려버린다 으름장을 놓으니 투닥투닥했더랬죠. (물론 이런건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 국내 탑이니 생긴 해프닝입니다만..)


좋아요. 그런데 그거 되는거에요? 아니, ‘언제’ 되는거에요?

중요한건 규모와 속도입니다. 특히 상대적인 측면에서.

말이 됩니다. 구독 모델을 중심으로한 잔존율 관리, 개인화 기반의 추천 플랫폼, 과몰입 콘텐츠, 영화/드라마에 라이브에 음악에 웹툰까지 이어지는 가두리까지 모두 말이 돼요. 하지만 진정으로 말이 되려면 어느 정도 볼륨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카카오가 웹소설 웹툰 음악 드라마 영역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을 다한다고 하는 건 말이 되죠. 콘텐츠 업체인 CJ나 빅히트가 플랫폼 사업인 티빙이나 위버스를 한다는 것도 말이 돼요.

왓챠가 하려는 모델도, 뭐 유료구독자가 충분히 크다면 돌아갈겁니다. 코로나 전 국내 극장영화 시장이 2조원으로 세계 5위권이었으니, 그 절반 정도만 되어도 돌아가겠죠. 하지만 지금의 왓챠는 그렇지는 못합니다. 2022년 1월 현재 넷플릭스가 유료구독자 500만, 티빙이 200만입니다. 웨이브는 작년에 200만 정도였고요. 왓챠는 MAU가 100~150만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료구독자는 그 절반 정도겠죠.

왓챠를 둘러싼 상황은 그닥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사람의 지갑은 유한하고, 시간은 더욱 유한합니다. 언제 들어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OTT 서비스는 가차없이 해지될겁니다. OTT 시장은 반쯤은 제로섬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전체 파이가 여전히 커지고 있어 보이나 그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게 일어납니다. 제로섬 게임에서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 싸워 이겨내야 합니다. 빠르게 덩치를 불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실기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말씀드렸듯 콘텐츠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용자 획득과 유지’에 복무합니다. 실제로 소비될 때보다 무기로서 ‘보여줄 때’ 강력하고, 이 ‘보여줄 때’에는 플랫폼의 브랜드와 같이 갑니다. 흥행 비즈니스잖아요. 자 그렇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라면, 뜨는 플랫폼에 끌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콘텐츠는 플랫폼을 띄우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런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핸 뜨는 (것 같은) 플랫폼이어야 합니다. 마치 닭/달걀 문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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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마케팅을 미친듯이 때리고, 혹은 티빙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했듯 소위 ‘기업전략’ 차원에서 이슈를 많이 만들어야 할거에요. 왓챠가 지향하는게 단순히 ‘대안적인’ 것이 아니라, 레알 큰 물을 노리고 있다라는 어떤 실질적인 이슈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콘텐츠 시장이 대단히 활황이라 공급자 쪽은 좋은 파트너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괜찮은 이들이라면 다들 일이 쌓여있을거에요. 최소 몇년 동안은.

지금까지 왓챠는 ‘새로운 구조’를 고민하고 멀~리 보며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니 요즘의 치킨게임에 참전하는 것이 낯설거나 꺼려질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슈퍼앱 전략의 전제조건은 신규유입입니다. 심지어, 그 무기인 콘텐츠는 만드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립니다. 당장 요이땅해도 몇년 걸리는게 다반사에요. 바로 시작해야해요. 그리고 그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은 올드스쿨이 많습니다.

다행히 왓챠는 #헐왓챠에!로 대변되는 뾰족한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과몰입’하는 팬덤의 ‘깊이’를 기대해볼 수 있죠. 또한 그 깊이는 공급자에게 잘 먹히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왓챠는 그 깊이를 기반으로, 공급자 쪽을 먼저 공략해서, 레퍼런스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너비’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차근차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요. 그 ‘속도감’이 결국 다음 모든 것들을 움직일거에요.


2030년 글로벌 1억 가입자

당연하겠지만 제가 이야기한 것들을 왓챠가 절대 모르지 않을겁니다. 훨씬 더 치열하게 고민해오고 있겠죠. 왜냐면 초기부터 투자를 받아오며 10년 넘게 달려온 왓챠는 투자자들의 상장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텐데, 머니게임이 시작되어버린 이 곳에서 왓챠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여론은 그닥 우호적이지만은 않아요. 왓챠는 어떻게든 지금까지 지켜온 바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중이겠죠.

근데 콘텐츠가 결국 쩐의 전쟁인지라, 제대로 경쟁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돈을 태워야 해요. 투자를 끌어와야 하는거죠. 그래서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박태훈 대표가 ‘2030년까지 글로벌 1억’이라는 목표를 찍은 것은 나름 그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성’이라는 브랜드는 지켜야하고 동시에 규모는 빠르게 키워야한다면, 자연히 글로벌이 그 답이 됩니다. 그 목표를 위해 투자해달라, 이런 메시지인거죠.

넷플릭스의 구독자가 글로벌로 2억이고, 아마존이 1.75억, 디즈니+가 1.28억 정도 됩니다. 왓챠의 목표인 1억은 지금의 디즈니보다 작은 숫자에요. 왓챠의 1억은 ‘1등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유의미한 규모와 독자적인 색깔을 가진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에요. 개인화는 그 자체로 목적이기보다는 왓챠가 만들 생태계를 구현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뭔가 비슷한 느낌의 리디

공교롭게도 왓챠와 비슷한 전략을 펴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리디에요. 전자책 회사로 시작했던 리디는 슬금슬금 저관여 콘텐츠인 웹툰과 웹소설로 전선을 넓히더니, 언젠가부터 리디는 전자책 플랫폼이 아닌 ‘커넥티드 콘텐츠 기업’이라고 보도자료에서 스스로를 부릅니다. 구독제 웹툰 서비스 만타, 애니메이션 OTT 라프텔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합니다.

리디는 점점 전자책보다는 웹툰과 IP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리디의 최근 보도자료들을 보면, 전자책 얘긴 거의 없어요. 글로벌 웹툰 플랫폼인 만타는 배기식 대표가 직접 챙기는 리디의 핵심 제품이고, 리디의 웹툰 IP는 매우 강력합니다. 그렇다고 리디가 웹툰시장 1등을 노리는 것은 아닙니다. 리디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열고 있는 이 시장의 흐름을 타고, 자신들의 색깔로 글로벌로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리디는 고수위 로맨스, BL/GL의 국내 최강자입니다. 해당 장르의 창작자들은 리디의 자체 레이블인 ‘비욘드’에서 작업하고, 큰 수익을 얻어요. 리디는 <시멘틱 에러>와 같은 IP를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하고, 한지원 감독과 레드독 스튜디오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합니다. 리디의 콘텐츠는 결이 있어요. 강렬한 팬덤도 있죠. 그리고 리디의 행보는 꽤 과감하고 빠릅니다.

리디의 라프텔, <러브, 데스, 로봇>에 참여한 레드독, 그리고 한지원 감독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리디는 ‘리디스러움’의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리디는 최근 기업가치 1.6조원을 인정 받으며 무려 1,2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돈이 어디로 가게 될까요. 리디는 고수위 로맨스, BL의 국내 최강자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앞장서 달리는 그 트랙 바로 뒤에서, ‘글로벌 니치’의 위치를 노리고 있습니다. 왓챠 입장에선 좀 연구할 지점이 있을거에요.


왓챠는 똑똑합니다. 쭉 그래왔어요. 그래서..

왓챠의 방향은 맞아보입니다. 음 아니 사실 지금까지 왓챠가 방향을 잘못 짚었던 적은 딱히 없었어요. 2011년 9월 프로그램스를 창업했던 시기부터, 박태훈 대표와 초기 경영진들의 안목은 꽤 뛰어났어요. 일찍부터 데이터에 주목했고, 머신러닝을 연구했고, OTT를 런칭했고,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실험했어요. 2022년 지금 시점에서 지난 왓챠를 되돌아보면, 그들의 방향은 앞서면 앞섰지 틀렸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에 있어서는 종종 의문을 받아왔습니다. 일찍 시작한 것에 비해, 소위 ‘대세감’이 약해보이는 느낌인거죠. 이는 ‘내재적 성장Organic Growth’을 기조로 가져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품을 공들여 만들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것을 좋아해온 왓챠는, 티빙이나 웨이브, 혹은 파라마운트나 피코크 같은 업체들이 길에 돈을 뿌리며 해오는 전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취해왔습니다.

제품을 잘 만들고, 전략을 말이되게 짜는건 왓챠가 이전부터 잘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왓챠가 지금까지 못/안해왔던 건 외부 자원을 레버리지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었어요. 신규유입을 더 씨게 부어줄 수 있는 딜, 레알 ‘과몰입’ 콘텐츠를 이미 갖고 있는 곳 혹은 만들 가능성이 높은 곳을 어떻게든 끌어와서 이해관계를 묶는 것은, 지금까지 왓챠에게 잘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죠.

왓챠는 말이 되는 그림을 잘 잡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가야할 길은, 말이 안되는 현실일거에요. 이해관계자들은 왓챠의 그림을 잘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왓챠가 보기엔 엄연히 다른 대안과 왓챠를 자꾸 비교할거에요. 왓챠에게 중요한건 말이 안되더라도 설령 틀리더라도 어떻게든 멱살잡고 캐리하는, 그것도 되게 빠르게 끌고가서 자 봤지? 이게 내가 말한 그거라니깐 하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세줄요약

  • 왓챠는 생태계의 핵심을 리텐션이라 봤고, 리텐션 끌올을 위한 슈퍼앱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 이 슈퍼앱 전략의 핵심은 콘텐츠, 그리고 그 콘텐츠들은 ‘과몰입’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근데 문제는 시장이 제로섬으로 가고있다는 겁니다. 공급자(CP)쪽은 특히, 서둘러야할거에요. 당장!

뇌를 거치지 않은 세줄드립

  • 최근 CJ(엔데버)나 빅히트(이타카)가 그랬듯, 글로벌 네임드랑 뭐 안되려나요. 블룸하우스나 a24 같은..
  • 자고로 가장 팬덤 세고 돈되는 콘텐츠는 게임이랬습니다. 스팀이나 너티독이나 이런데랑 어케 안되나?
  • 앗.. 그럼 소니? 왓챠 소니랑 뭐 하나 하면 되게 말이 될거같은데..?

  • 글, 편집: 뤽
    (일러두기: 뤽은 안전가옥의 대표입니다. 그리고 왓챠는 작년말 안전가옥에 투자했습니다. 이 글은 독립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만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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